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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프러포즈로의 여정



"꺄아아아아아악!"


고산지 가 저택에 울려 퍼지는 새된 비명 소리.


포켓 티슈 더미에 파묻힌 코우타는 잠결에 눈을 부릅떴다.


집에 금발 미소녀가 있다.


코우타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을 터이다.


하지만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집에는 꿀로 빚은 듯한 머리를 한 소녀가 있다.


당황한 모습으로 그녀는 여행 가방의 내용물을 뒤엎고 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트윈테일의 끝이 들썩거렸다.


(그런가, 부모님이 결정한 약혼자....어제밤, 크리스와 파티도 하고, 그 녀석은 우리 집에 머물렀나...)


어젯밤의 일을 어렴풋이 회상한다. 크리스의 존재가 설명이 되었으므로, 코우타는 다시 잠에 빠지려고 했는데--.


흔들흔들 몸을 흔들렸다.


"코우타 일어나 봐!"


"으음……일어났어…"


"안 일어났어! 큰일 났어, 내 지갑이 없어."


(지갑....)


코우타의 뇌리를 어젯밤 본 돈다발이 스쳤다.


"뭐----!? 지갑이 없다는 게 무슨 말이야?!"


수북한 포켓 티슈 더미에서 일어난 코우타에 크리스가 깜짝 놀란다.


코우타는 순식간에 각성해 있었다.귀기가 도는 기세로 크리스의 어깨를 붙잡는다.


"어이, 그 지갑은 어디에 두었는데?"


"머, 머리맡에 핸드폰이랑 같이 놔뒀을 텐데"


허둥지둥하고 있는 크리스를 뒤로 하고, 코우타는 일본식 방에 갔다.


어젯밤 크리스는 여기서 잤다. 헝클어진 이불. 열린 여행용 가방. 주위에 코우타와 데츠지의 물건이 있는데 지갑이 놓여 있으면 쉽게 알 수 있다.


돈다발이 든 지갑은 사라졌다.


"…말해 두지만, 네가 자고 있는 동안, 나는 일본식 방에는 들어가지 않았어. 맹세해도 좋아. 난 결백해! 뭣하면 집 안을 조사해 줘!"


"알아! 설마 내가 코우타를 의심하는 줄 알았어?"


"왜냐하면 어젯밤에 이 집에는 나와 너밖에 없었으니까! 그냥 생각하면 내가 네 지갑을 훔쳤다는 거밖에...."


말하다 말고 코우타의 눈이 베란다에 멈춘다.


양념이 필요할 때 애용하던 쪽파 사발이 쓰러져 있었다. 내친김에 베란다 열쇠도 열려 있다.


"...크리스, 너 베란다 열었니?"


"아니야, 안 열었어."


"좋아, 지금 당장 112에 신고해"


베개 옆에 뒹굴고 있는 스마트폰을 주워, 코우타는 크리스에게 강요했다.


"도둑이 들었구나"


....


경찰은 곧 코우타 집으로 와줄 것 같다.


도둑질 건은 크리스에게 맡기고, 코우타는 등교하기로 했다.


오늘은 평일. 약혼녀가 갑자기 나타나든, 도둑에게 큰 돈을 도둑맞든, 고등학교는 평상시와 같다.


그래도 처음에 코우타는 크리스와 함께 경찰을 기다리려 했다.


크리스가 피해를 당한 것은 집의 보안이 제로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책임은 느끼고 만다.


하지만.


"여기는 나에게 맡기고 코우타는 학교로 가"


크리스는 손을 허리에 얹고 양보하지 않았다.


"지갑을 도둑맞은 건 나야. 코우타가 학교에 늦도록 시중을 들 필요는 없어."


"하지만, 우리 학교보다, 너의 피해가--"


있잖아, 하고 크리스가 코우타를 가로막았다.


"코우타, 우리 관계가 뭐였을까?"


말하며 크리스는 쿡쿡 냉장고를 가리킨다.


거기 있는 건 어제 메모지. 나도 모르게 읽는다.


약혼 파기 동맹.


"그래, 우리 목표는 약혼 파기야. 그 이상으로 우선할 건 없어."


크리스는 집게손가락을 세운다.


"파혼하려면 우선 코우타의 프로포즈를 성공시켜야 하잖아.

학교에 늦으면 그만큼 코타가 여친이랑 있는 시간이 짧아져. 그건 우리에게 불이익이야. 알겠어?"


그렇게까지 말하니 코우타도 학교에 가지 않을 수 없다.


교복으로 갈아입은 코우타는 신발을 신는다.


"그럼 다녀올게.무슨 일 있으면 연락 줘."


"응, 다녀와."


크리스는 그를 배웅하러 현관에 선다.


그러나 코우타는 언제까지나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머뭇머뭇거리는 그의 모습에 크리스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코우타?"


"……초등학생 때 수학여행에서 목검을 샀어."


뒤에서 크리스가 눈을 깜빡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햇빛으로 벼려 놓은 거야.벽장 오른쪽 상단에 있어."

(*귀멸 일륜도 관련 드립인듯)


"저, 저기, 지금 왜 그런 이야기를...?"


크리스는 웃음이 터지는 걸 열심히 참고 있는 것 같았다.


코우타는 강하게 '만약' 이라며 목소리를 낸다.


"네가 혼자 있을 때 수상한 사람이 오면 써.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아.


그리고 도망가려면 집에서 나와 왼쪽이다. 상가가 있으니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야."


코우타가 고개를 돌리자 크리스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에, 그게 코우타...나를 걱정해서...?"


"당연하지! 이미 우리 집에 잠입해서 돈다발을 본 범인이 우리를 부자로 착각하고 돌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코타, 목검이라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푸흡하고 크리스는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한다.


아 진짜! 하고 코우타는 머리를 저었다. 코우타에게 목검을 선물로 사온 과거는 부끄러운 것이다.


"일단 무기가 있는지는 알려줬어! 정말 조심해!"


퇴장 대사처럼 내뱉고 코우타는 문에 손을 댄다.


그러자 '코우타' 부르는 소리가 났다.


"고마워. 잘 다녀와"


문틈으로 보인 크리스는 기쁜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탁, 하고 고산지 가의 문이 닫히며 코우타의 발소리가 멀어져 간다. 그 소리가 들리지 않자 크리스는 풀썩 주저앉았다.


"하아, 어떡하지... 좋아... 코우타가 좋아---!!"


고동이 빠르다. 얼굴의 히죽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사랑을 안지 얼마 안된 마음은 오늘도 최고의 컨디션으로 폭주중이다.


"에, 에, 코우타가 그렇게 걱정해 줄 줄은 몰랐어……


같이 경찰을 기다리려고 해 준 것도, 내가 습격당하지 않을까 걱정됐다는 거야?


코타, 만일의 경우 나를 괴한으로부터 보호할 생각이었어? 뭐야, 큰일났어, 그렇게 되면 코우타가 너무 멋있어 보여서 나 죽어버려--)


푸욱 하고 얼굴에서 김을 뿜으며 크리스는 쓰러졌다. 주방 바닥이 차갑고 편하다.


그가 어떻게 이리 상냥할까 생각한다.


코우타에게 크리스는 말하자면 「방해자」다. 약혼자 크리스만 없다면 코우타는 약혼을 깨려고 분주할 리 없다.


강도를 만나 크리스의 몸이 다치면, 약혼 파기의 이유도 될 텐데.


"아아 이렇게 코우타를 좋아하는데 여자친구가 있는 학교에 보내야 하다니-!"


"그렇습니다. 왜 약혼 파기 동맹을 맺으셨습니까?"


실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침 햇살을 가리듯 칠흑 같은 하녀는 베란다에 서 있다. 마치 그곳만 밤이 찾아온 듯했다.


"……제 3자에 대한 청혼을 재촉하는 것은 아가씨의 목을 조르는 것뿐이라고 생각됩니다만


호즈키는 냉철한 눈동자로 진언한다.


크리스는 몸을 일으켜 콜록콜록 헛기침을 했다.


"그렇다면 약혼 파기 동맹을 맺지 않는 선택지가 있었을까?"


만약 동맹을 맺지 않았다면.


"코우타의 마음은 현재 여친의 것이야. 내가 아무리 그에게 어필해도, 애인이 있기 때문에, 라고 그는 나를 멀리하겠지."


코우타는 성실하다. 성실하기 때문에 애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여자와 적극적으로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처음 크리스와의 동거를 알았을 때 그는 집을 나가려 했던 것이다.부모가 결정한 약혼자와의 동거는 그의 윤리에 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크리스가 약혼자가 아닌 동맹자가 되었을 때 그의 경계심은 많이 낮아졌다.


"코타가 나를 좋아하게 해 주지 않으면 안 돼. 그러려면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겠어?


코타가 내게 첫눈에 반하지 않은 이상 꾸준히 관계를 맺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약혼 파기 동맹은 고산지 코우타와 함께 있기 위한 구실입니까?"


"그래. 그것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공동 목표를 향해 둘이서 힘쓰는 것. 말하자면 공동 작업이야. 그게 중요한 거야."


만연히 같은 공간에 있는다고 해서 두 사람의 관계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에 공통 목표가 있다면 결과는 다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적도 없었던 같은 반 친구와 학교 행사에서 같은 담당이 된 것을 계기로 교류가 늘고, 어느새 사이좋게 지내는 일처럼.


"약혼 해소 동맹은 내 목적에 딱 맞아. 동맹자라는 입장에서 연인을 둔 코우타에게 접근한다. 게다가 공동 작업까지 해서 내 매력을 알리게 하는 거야."


설령 코우타와 여자친구 사이를 지지하게 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 이상으로 크리스가 코우타와의 거리를 좁히면 언젠가는 따라잡고 추월할 수 있다.


"…생각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고산지 코우타가 그 건을 알면, 그 작전은--"


"그러니까 그 건은 마지막까지 코우타에 숨기는 거야."


칠흑 같은 하녀와 금발의 소녀는 서로 다른 생각에 시선을 주고받는다.


하아, 하고 크리스는 나른한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세상은 잔인해. 좋아하는 쪽은 선택할 수 없는걸.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미 애인이 있는 코우타를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것은 첫사랑이다.


상대에게 애인이 있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는 그런 어중간한 반쪽 사랑은 아니다.


딩동댕, 하고 인터폰이 울렸다.경찰입니다 라는 소리도 들린다. 크리스가 잠시 시선을 돌린 틈에 호즈키는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크리스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연다.


"죄송합니다. 지갑을 도난당한 건이죠? 잘 찾았봤더니 있었어요. 제 착각이었나 봐요."



.....




만원인 전철을 갈아타고, 1시간 가까이. 코우타는 겨우 학교에 도착했다.


토키와 중앙 고등학교는 중견 현립 고등학교다.


전통은 있지만, 그 밖에 특징은 없고, 저출산이 외쳐지는 최근에는 학생수의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학교 측은 한 가지 재주가 뛰어난 학생을 모아 차별화를 꾀하고 싶은 것 같지만, 그 시도도 잘 되어 간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교사에 걸리는 현수막은 기껏해야, 현 대회 6위 입상뿐이다. 정말로 대단한 학생은 실적이 없는 학교에는 들어가지 않는 법이다--보통이라면.


교문을 통과한 코우타는 졸린 듯한 학생들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토죠 히사메 님, 계속 좋아했습니다. 저랑 사귀어 주세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사를 들었다.


승강구 쪽이다. 코우타는 튕긴 듯이 달려간다.


현장에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두꺼운 학생의 벽을 헤치고, 코우타는 어떻게든 중앙의 두 사람이 보이는 위치에 붙인다.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쿵하고 심장이 뛰었다.


허리까지 있는 윤기나는 검은 머리.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는 하얀 피부.


조용한 모습의 모습은 기품으로 가득 차 있다.


표정이 부족한 것을 포함하여 인형같이 완성된 아름다움이었다.


야마토 나데시코라는 말은 그녀를 위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제복을 입고 있어도 알 수 있는 압도적으로 풍만한 가슴이 대단하다. 반 남자중 누군가가 추정 G컵이라고 말했다.


코우타의 여자친구, 토죠 히사메가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있었다.


상대 남자는 상급생인 것 같다. 은근히 머리를 왁스로 다듬어서 잘생긴 사람 축에 들겠지. 코우타보다 키도 크다.


코우타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히사메는 자신의 여친이라고 뛰쳐나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그러지 말자는 히사메와의 약속이 있었다. 코우타들이 사귀고 있는 것은 둘만의 비밀이다.


아침의 냉랭한 공기 속에서 마른 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사람들.


코우타도 손에 땀을 쥐고 있자 히사메가 입을 열었다.


"방해됩니다"


절대 영도의 무서운 목소리다.


사람들 중 몇 명이 몸을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


히사메는 선배 남자를 똑바로 응시한다.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절의 시선이 얼마나 살상력을 간직하고 있는지-다행히도 코우타는 모른다.


"교제는 사절합니다. 두 번 다시 말 걸지 마세요."


히사메는 단호히 말하며 승강구로 향한다. 사람의 울타리가 산산이 갈라져 그녀를 위해 길을 냈다.


옥쇄한 선배 남자는 히사메에게 매달릴 기력도 없는 것 같다.


주변에 동정이나 체념의 공기가 감돈다.


'토죠 히사메 님은 오늘도 가차없군.' '틀림없이 우리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라고 하는 남자들의 한탄이 들려 온다.


코우타는 깊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 몇 번째일까.그녀에 대한 고백을 목격하는 것은.


그때마다 코우타는 숨이 막힌다. 학교에서 으뜸가는 절벽 위의 꽃과 사귀는 것은 이런 부담도 있는 것이다.


교실에 들어선 코우타는 가까운 자리에 앉은 남자들에게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포켓 티슈를 책상에 펼쳤다.


어젯밤은 피곤해서 잠들었기 때문에 부업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같은 반에 있는 히사메를 힐끗 보면 그녀는 언제나처럼 자기 자리에서 양장본을 펼치고 있었다.


책 제목은 미시경제학에서의 내시 균형과 파레토 효율. 아마도 교내에서 그 책을 이해할 수 있는 학생은 단 한 명, 히사메뿐일 것이다.


문득 반 친구인 남자가 히사메에게 말을 건넸다. 어젯밤에 본 인기 드라마의 화제를 꺼내는 것 같다.


남자는 어떻게든 그녀의 관심을 끌고 싶은 것 같은데.


히사메가 책에서 눈을 들다.


"그 드라마 몰라요"


말 걸지 말라는 듯한 엄한 어조와 눈빛이었다.


어색해진 남자는 맥없이 물러난다.이를 지켜보던 다른 남자가 토닥토닥하며 그를 위로했다.


히사메의 관심을 끌기는 어렵다.가까이 하고 싶어도, 우선 보통은 접근하지 못한다.


코우타는 안심하고 부업에 착수했다.


약혼 파기 동맹을 짜는 것으로 코우타에게는 크리스라고 하는 스폰서가 붙은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데이트 비용은 가불이다.


(참, 도둑의 건은 어떻게 된 것일까. 크리스는 괜찮을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광고지를 마냥 휴지에 끼고 있을 때였다.


'고산지, 야, 고산지'


다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코우타는 「어?」라고 고개를 돌렸다. 근처 자리의 남자는 긴박한 표정으로 눈길만으로 앞을 가리킨다.


그것을 더듬어--숨을 머금다.


어느 틈에 있었던가. 코우타 앞에는 히사메가 서 있었다.


완벽한 미모는 무표정. 한겨울 밤하늘처럼 시린 눈동자가 코우타를 향한다.


"읏, 눈치채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토죠 히사메 님!


코우타는 얼른 일어선다. 의자가 넘어지면서 덜컹 소리를 냈다.


직립 부동인 코우타에게 히사메가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한다.


"반장 일이에요"


"죄송합니다, 제가 기억력이 나쁜 탓에 방금 말씀하신 반장 일에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조금 전 선생님과 만났어요. HR 전에 교재실에서 책상과 의자 한 벌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알겠습니다.교재실에 가면 되겠네요!"


히사메는 고개를 끄덕이고 혼자 걷기 시작한다. 코우타는 황급히 그녀를 쫓았다.


둘이서 복도를 걷고 있으면, 얼마나 히사메가 교내에서 유명한가를 피부로 느낀다.


스쳐가는 학생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존경과 호기심이 담겨있다.


(하긴, 토죠 히사메 님은 진짜 천재니까......)


정말 대단한 학생은 실적이 없는 학교에는 들어가지 않는 법이지만 예외는 있다.


그것이 바로 토죠 히사메라는 천재다.


불과 12살에 하버드 대학에 입학해, 14살에 졸업.


수학 학위를 취득하고 박사 과정에 진학했지만, 일본에 돌아와서 어째선지 토키와 중앙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덧붙여서 그녀의 입시 결과는 개교 이래 첫 전교과 만점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부동의 학년 일등이다.


천재인 데다가 이 용모다. 그녀는 전교 남자의 주목의 대상이어서 고백하는 사람들도 널리고 널렸다.


반면 히사메도 꽤 신랄하게 대응해 그녀는 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는 절벽 위의 꽃으로 군림하고 있었는데.


(그런 사람이 나의 여자친구라니, 아직도 믿을 수 없어...)


코우타가 감회에 잠긴 사이에 교재실에 도착했다. 먼지 많은 실내에는 남아도는 책상, 의자, 사물함이 방치돼 있다.


코우타가 책상을 하나 들려고 했을 때,


"…고산지 군"


주저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단둘이 있는 실내에서 히사메가 머뭇거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접근시키지 않는 아우라가 없다.


이렇게 해서 코우타와 둘이 되면 그녀는 가드를 느슨하게 해주는 것이다.


사귀기 전부터 그랬기 때문에 코우타는 자신의 경의가 히사메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어젯밤입니다만, 무엇때문에 저런 라인을…"


질문을 받은 코우타는 퍼뜩 눈을 떴다.


(나는 어제, 크리스 때문에 무례한 라인을 보내 버렸어--!)


"용서해 주세요, 토죠 히사메 님!"


코우타는 힘차게 허리를 90도로 꺾었다.식은땀이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다.


"잘못 보낸 겁니다! 사실은 언제나처럼 정중한 내용을 보내겠지만, 우연히 손이 닿아 용건뿐인 라인으로--"


"글이 짧았던 것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에?"


"평소의 형식적인 라인보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 정말...?)


크리스의 말대로 어필 방법이 아쉬웠던 것이 판명되어, 가볍게 쇼크를 받는 코우타..


"나의 질문은, 어째서 당신이 교제 상태를 의심했는가, 입니다."


연인에게 갑자기 '우리 아직 사귀고 있지?'라고 질문 받으면, 분명 그건 의아하게 생각될 것이다.


아……하고 코우타는 시선을 돌렸다.


사소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히사메는 코우타를 응시해 온다. 예쁜 얼굴로 가만히 바라보면 상당한 위압감이 있다. 코우타는 목소리를 짜낸다.


"다, 다른 사람한테 들었어……. 두 달이나 사귀고 아직 데이트 안 한 건 안 사귀는 거 아니냐고"


"괜한 참견이네요."


히사메는 언짢은 듯 눈썹을 찡그렸다. 코우타는 당황한다.


"아니 그게, 나도 2개월 데이트를 하지 못한 것은 마음에 걸렸었으니까…"


"우리는 우리입니다.교제 방식은 자유지요?"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우리 페이스대로 가면 되지!"


히사메의 눈썹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코우타는 말을 꺼낸다.


"그래서, 저기 토죠 님…역시 우리들의 교제를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은 안될까--?」


"안 돼요"


즉답이었다.


"교제에 대한 소문이 교내에 나면 어떡해요?"


"어떡하다니… 좋지 않을까? 나는 상관 없는데…"


"안 돼요"


강한 압력이 담긴 목소리였다. 무심코 "네,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것 같다.


(토죠 씨, 나하고 소문나는 게 그렇게 싫구나...)


조금 충격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히사메는 재색을 겸비했다.구름 위에 있는 것 같은 존재로 그에 비해 코우타는 평범하다.어울리지 않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허나 일단 연인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있다.


"그렇지만 토죠 님... 오늘 아침에도 고백을 받았으니까. 토죠 님께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면 고백해 오는 남자도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줄여야 하죠?"


"내가 걱정이야! 토죠 님이 고백받는 걸 보면 싫어. 뭐랄까……누군가에게 빼앗길 것 같아서…"


열등감을 폭로하는 바람에 말끝을 우물우물 흐리는 코우타였다.


히사메는 그런 그를 조용히 지켜봤다. 신기한 듯이 그녀는 눈을 깜박인다.


"저는 누가 고백해도 거절합니다. 오늘 아침 본 그대로."


"하지만 내 고백은 받아줬잖아! 누가 고백해도 거절하는 건 아니잖아"


"정정하겠습니다. 앞으로 저는 누가 고백해도 거절하겠습니다."


"뭐! 앞으로 전부 고백을 거절한다고......그건 즉, 토죠 님은 계속 내 여친으로 있어줄 거라고......?"


코우타가 말했을 때였다.


그녀의 얼굴이 끓을 듯이 새빨개졌다.


잽싸게 고개를 숙인 히사메는 '……그, 그것은, 저…로, 그러니까…' 라고 의미없는 말을 자아내고 있다. 무척 난감해 하는 것 같다.


"아, 미안. 곤란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 '계속' 같은 건 알 리가 없지, 응"


"...나, 나는 고산지 군과...계속...계속..."


모깃소리처럼 중얼거리는 히사메,


무심코 코우타가 귀를 기울였을 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펑 하고 김을 내뿜으며 히사메는 말을 중단했다. 의자를 안고 그녀는 도망치듯 교재실을 나가 버린다.


뒤에는 샴푸의 아주 좋은 향기만 남았다.


코우타는 책상을 든다. 히사메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녀와 계속 애인으로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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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과 의자를 한 세트 교실로 나르라.


코우타는 그 의미를 교재실에 갔을 시점에서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침 HR이 시작되고 담임에게 전학생을 소개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그런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학생이 교실로 들어온다


나타난 것은 금발 트윈테일 미소녀.


"처음 뵙겠습니다, 크리스티나 웨스트우드입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왔어요. 다들 잘 부탁해☆"


TV에서나 본 연예인의 등장에 교실이 떠나갈 듯한 함성과 흥분에 휩싸인다.


그 가운데 코우타만은 다른 의미로 소리쳤다.


"뭐--------!?"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기로 되어 있었다니? 못 들었어.


크리스는 고등학교 교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고 있었다. 블레이저 밑에는 세련된 가디건까지 들여다봐서, 요즘의 JK다.


모델인 만큼 원래부터 옷걸이가 좋다.


딱 부러지게 자기주장을 펴는 가슴에 피자와 케이크를 한꺼번에 집어먹는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잘록한 허리.


짧은 주름치마 사이로 다리가 쭉쭉 뻗어나와 교실 안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크리스가 책상 사이를 우아하게 걸어오더니 코우타가 나른 자리에 앉혔다.


옆의 코우타에게 미소 지어보인다.


"잘 부탁해, 이웃."


"……오, 잘 부탁해."


진짜 어떻게 된 거야?



아침 HR가 끝나고, 간발의 틈도 없이 1교시 수업이 시작된다.


"코우타, 놀랐지! 내가 전학 오는 것쯤 조금만 생각하면 알았는데"


선생님이 판서하는 틈에 크리스에게 노트를 보여 주었다. 교과서를 보여 주는 김에 자리는 붙어 있다. 노트를 보여주는 것도 용이하다.


"전혀 모르겠어. 너의 전학에 관한 이야기, 나는 한마디도 듣지 못했어."


"어제 내가 왜 학교에 차로 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 듣고보니! 왜지?"


"교복을 찾으러 갔었어"


'자, 다음 문제는 고산지 군'


갑자기 지명을 받아 움츠러든다.


코우타가 당황하자 크리스가 슬쩍 답을 알려주었다. 영문법 수업에서 도움이 되었다. 땡큐, 하고 작은 소리로 속삭이자 윙크가 돌아온다.


"그래서 도둑질은 어떻게 됐어? 지갑은 찾았어?"


크리스는 작게 어깨를 움츠렸다.


"단서가 없네. 찾으면 경찰이 연락을 줄텐데."


"어이어이, 큰 돈이 들어있다고! 경찰은 긴장감을 가지고 수색하는 거야!?"


"솔직히 현금은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이 부자가!"


"문제는 지갑 속에 넣었던 신용카드나 신분증까지 없다는 거야."


"즉?"


"나는 호텔에 묵지 못하고 코우타의 집에 있을 수 밖에 없어."


"뭐--"


엉겁결에 소리를 질러, 코우타는 당황해서 헛기침으로 오인했다.


"어? 그거 여친에게 들키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같이 살고 있는 것은 코타의 여친에겐 절대 비밀이야. 어디서 새어나갈지 모르니까 반 아이들에게도 말하면 안돼."


"여친에게 숨기라는 거야? 자신 없어!"


"그리고 그런 까닭에 미안. 데이트 비용은 당분간 빌려줄 수 없게 됐어. 알아서 벌어."


스폰서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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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하버드 졸업 G컵 미소녀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