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화 타치바나 히카리


 타치바나 히카리가 침대에 누워서 태블릿을 조작하고 있자, 모친이 노크하며 들어왔다.

"뭐 하고 있니?"

"샌들 보고 있어"

 히카리가 태블릿으로 보고 있는 건 대형 패션 사이트의 통판 페이지였다.

"요전번에 새로 산 참이잖아?"

"좀 더 힐이 낮은 걸 갖고 싶어서"

"별일이네. 매번 힐이 높은 것만 신으면서. 작아 보이고 싶은 거야?"

"뭐, 조금"

"얼마든지 사도 돼. 평소에는 낭비하지 않으니까"

"아니, 실은 낭비하고 있어"

 히카리는 겸연쩍게 머리를 긁적이면서 태블릿의 화면을 내보인다. 전자서적 구입 이력이 표시되어 있다. 소녀만화 시리즈 일괄 구매가 몇 건이나 있다.

"히카리는 그런데 흥미 없는 줄 알았는데"

"최근 좀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

"동 세대 아이들이랑 비교하면 늦은 감이 없잖아 있네"

 히카리의 모친은 거기서 이상하다는 듯 웃는다.

"뭐, 상관은 없지. 슌 군 부모님 덕에 회사도 잘 풀리고 있으니. 돈은 걱정하지 마. 넌 아직 어린애니까, 좀 더 어리광부려도 돼"

"엄마, 난 이제 어린애 아닌데"

 히카리는 이어서 말한다.

"사람의 기분 같은 걸 알 수 있게 됐어. 좋아한다든가, 그런 것도"

"그래그래, 소녀만화를 읽은 덕분에 말이지?"

 히카리의 모친은 말한다.

"슌 군이랑은 잘 되고 있니?"

"문자가 오면 대답은 하고, 달에 한 번은 같이 밥도 먹고 있어"

 그런 것보다, 라면서 히카리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면서 불쾌한 듯한 얼굴을 만들며 말한다.

"학교에 있는 슌 군의 친척 짜증 나는데"

"왜?"

"남친인 척 굴잖아. 다들 그 사람이 내 남친인 줄 알고 있어"

"나쁜 벌레가 꼬이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거잖아"

"그런 거 필요 없어"

"그래도 친하게 지내줘. 슌 군의 친척이니까"

"알고는 있는데"

"이번에 양가가 함께 식사하기로 했거든. 너도 와야 해"

"부활동으로 바빠"

"부탁했다"

 히카리의 모친은 그렇게 말하며 방을 나갔다.

 동시에 스마트폰이 진동한다. 하루 한 번, 성실하게 보내오는 슌 군의 문자 메시지다.

 히카리는 그것을 확인도 않고 스마트폰을 집어 던진다.

 그리고 침대에 파묻히면서, 사이드 테이블에 두었던 영수증을 손에 쥔다.

 역의 빌딩에 있는 카페에서 키리시마가 전원의 찻값을 지불했을 때의 영수증이다. 키리시마가 필요 없다길래 타치바나가 영수증을 받아서 가져온 것이다. 그날의 날짜가 인쇄되어 있다.

"이 홍차 부분은 필요 없는데"

 그대로 침대에 얼굴을 파묻는다.

"부장"

 중얼거리면서 다리를 파닥이더니, 또다시 중얼거린다.

"부장, 부장, 부장, 부장, 부장, 부장, 부장, 부장, 부장, 부장, 부장, 부장, 부장, 부장, 부장"

 한동안 그러고 있다가 히카리는 얼굴을 들었다.

"질식하겠네"


제4화 이름 없는 편지


 미스터리 연구부 부실 가까이에 있는 통로는 고백 명소로 알려져 있다.

 그날도 나는 소파에 드러누워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부터 남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갑자기 불러내서 미안해. 민폐였으려나?"

 남자 쪽은 농구부 3학년, 화려한 이목구비가 눈에 유독 잘 띄는 선배다.

"그, 그렇지는 않아요"

 쭈뼛쭈뼛 대답하는 목소리는 하야사카 씨.

 하야사카 씨가 이 통로에서 고백받는 건, 내가 아는 것만 해도 네 번째다.

"긴장하지 마. 아니, 그보다 긴장해야 하는 건 내 쪽이잖아. 저기, 지금의 상황이 어떤 건지 알고 있어?"

"네, 알 것 같아요"

"혹시 이런 경우가 자주 있어?"

"가끔 있어요"

"그런가. 그렇겠지"

 분위기로 이 고백이 성공하지 못하리란 걸 느낀 듯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하는 수밖에 없겠지.

"나, 줄곧 널 좋아했었어. 그래서, 갑작스럽긴 하지만 사귀어 주지 않겠어?"

 하야사카 씨는 틈을 잠시 두었다가 「미안합니다」라고 대답한다.

"혹시 이미 남친 있어?"

 한순간의 공백 뒤에 하야사카 씨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없어요"

 그래, 그거면 된다. 남자친구가 있다는 소리 따윈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소문이 돌고 돌아서 야나기 선배에게 전해졌다간 큰일이다.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니까……미안해요"

 한 사람 몫의 발소리가 달리며 멀어져간다.

"끝났어?"

 반대 측 소파에 엎드려 누운 마키가 말한다.

 점심시간. 이 남자와 함께 도시락을 먹고 있다가 이 고백 극을 조우한 것이다.

"아직 몸 일으키지 마"

 떠나간 하야사카 씨와 달리 다른 한쪽은 남아 있다.

 실연한 학생은 한동안 통로에서 생각에 잠겨 있던 것이다. 한 번은 몸을 일으키는 타이밍이 빨라서 상대방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어색해진 적이 있던 것이다.

"귀여운 여자도 고생이로군"

 마키는 계속해서 말한다.

"하야사카 녀석, 요즘 들어 특히 고생하는 것 같더라고"

"미키쨩한테 무슨 말 들었어?

"뭐, 그렇지"

 이 남자는 이 학교의 학생회장이면서 교사와 사귀고 있다.

 영어 담당인 미키쨩. 대학을 졸업하고 2년차로 상냥한 성격이다. 마키는 그다지 말하지 않지만, 마키가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두 사람의 연인 관계에 큰 문제는 없는 거겠지. 방자한 마키를 미키쨩이 용서하면서 조화를 맞추는 느낌이려나.

 그리고 미키쨩은 선생님으로서도 친해지기 쉬운 타입이라, 여학생들에게 상담받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하야사카 씨의 상담을 받은 것이리라.

"근래에 체육복이 없어지거나, 기분 나쁜 러브레터를 받는다나 봐"

"기분 나쁜 러브레터?"

 신발장에 들어 있었다는 것 같다.

"이름이 없어서 발신인이 불명이래. 근데 다음 날이면 편지의 답장을 재촉한다는 것 같더라"

 그건 좀 무섭네.

"집 근처까지 같은 학교의 교복을 입은 남자가 따라온 적도 있댄다"

"하야사카 씨, 괜찮은 건가"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줄은 몰랐다.

"뭐,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진 않은 것 같은데"

 마키는 계속해서 말한다.

"귀여운 여자는 말이야, 그런 일이 벌어지면 『또냐』 같은 감각이라나 봐. 리코더가 없어진다든지, 그런 걸 어릴 적부터 경험했던 거겠지"

"그런 건가"

"하야사카는 기가 약하고 내성적이잖아? 밀어붙이면 먹힐 것처럼 보이니 꽤 고생해 왔을 것 같은데. 이상한 남자한테 구애받고, 여자에겐 질투 받고"

"있을 법하네"

 말하면서 나는 몸을 일으킨다.

 이쯤 됐으면 통로에 아무도 없겠지. 그러나──.

 창밖을 보다가 눈이 딱 마주쳤다.

 의외로 남아 있던 건 하야사카 씨였다.

 나를 알아차리더니, 손짓 발짓으로 메시지를 보내온다.

『지금부터 거기로 가도 돼?』

 부실에 나밖에 없는 줄 아는 것 같다.

 이어서 장난스럽게 손으로 가슴 앞에 하트 마크를 만든다. 그건 엄청난 실수였다.

"어,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뒤늦게 몸을 일으킨 마키가 나와 하야사카 씨를 교대로 보면서 말한다.

"뭔가 평범한 친구 사이가 아닌 것 같은데. 그보다 내가 알고 있는 하야사카가 아니잖아. 아니, 지금, 완전히 사랑에 빠진 여자의 얼굴이었는데? 우와아, 뭔가 엄청나네. 이미지가 확 바뀌잖아, 진짜"

 하야사카 씨는 스윽 양손으로 얼굴을 덮는다.

『지금 거 전부 없던 걸로 해줘』

 그런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진짜 미안"

 하야사카 씨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로 말한다. 그 뒤로 부실에 들어와 내 맞은편에 앉았지만, 아직도 얼굴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키리시마 군도 부끄러웠지. 마키 군에게 보여서"

"아주 조금"

 마키는 약삭빠르게, 나중에 설명해 달라고 히죽히죽 웃으면서 부실을 떠났다.

"키리시마 군을 쑥스럽게 만들어 주고 싶었어. 미안해"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정말?"

 손가락 사이가 열리면서 하야사카 씨가 이쪽의 모습을 살핀다.

"화 안 났어?"

"이런 걸로 화 안 내"

 내가 그렇게 말하자, 하야사카 씨는 간신히 손을 내렸다.

"마키 군, 남한테 말하거나 그러진 않을까?"

"말 안 할 거야. 이런 일에는 의외로 입이 무거운 타입이거든"

 하야사카 씨는 슬슬 진정된 된 듯, 부실을 신기한 눈으로 둘러본다.

"여기가 미스터리 연구부 부실이구나. 되게 편안해 보여"

"원래는 응접실이었거든"

"타치바나 씨랑은 잘 돼 가?"

"어렵네"

"미안, 알고서 물어본 거야. 키리시마 군, SNS 보고 있지?"

"나날의 루틴이니까"

"분명 멘탈에 좋지 않다구"

"내성이 생기기 시작했으니까 괜찮아. 이제는 하루 한 번 SNS를 보면서 이를 갈지 않으면 속이 후련하질 않아. 내일도 모레도 이 분함을 느끼고 싶다니까"

"말하는 게 진심인 것 같아"

 하야사카 씨는 우습다는 듯 미소를 머금는다.

"그럼 알고 있겠네?"

"타치바나 씨가 남친이랑 같이 공부하는 거라면"

 요즈음, 타치바나 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도서실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남자친구의 SNS에 그런 사진이 빈번하게 업로드 되고 있었다. 타치바나 씨가 노트를 필기하는 모습이나 교과서를 읽는 옆모습 등이 말이다. 참고로 미스터리 연구부는 시험 기간 동안 쉰다.

"공부를 배운다면 상대는 키리시마 군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야 키리시마 군이 성적 훨씬 좋잖아"

"아무리 그래도 커플의 인연은 당해내지 못하겠지"

 게다가 실은 남자친구 정도가 아니다.

 정혼자.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결혼한다고. 너무 이차원스러워서 어쩔 도리가 없다.

"키리시마 군, 지금 눈에 빤히 보일 정도로 풀이 죽었어"

"미안, 모처럼 함께 있는데"

"아니야. 분명 풀이 죽을 테니 격려해 줄 생각이었거든. 타치바나 씨가 없더라도 내가 있잖아. 나로는 안 될까?"

"안 될 리가 없지. 난 하야사카 씨를 엄청나게 좋아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하야사카 씨는 찬찬히 일어나 소파 맞은편인 내 옆으로 이동해 온다. 그리고 검지를 세우곤, 기대를 한가득 담은 눈으로 말했다.

"키리시마 군, 지금 거 다시 한 번만 더"

"…………난 하야사카 씨를 엄청나게 좋아해"

 다음 순간, 하야사카 씨는 내 팔을 껴안고는 이 이상 없을 정도로 강하게 몸을 밀어붙여 왔다.

 상반신만이 아니라, 다리까지 달라붙어 온다. 허벅지가 내 무릎 위로 올라오는 탓에 짧은 스커트로 시선이 향하고 만다.

"하야사카 씨, 지금 이건 무슨 의미야?"

"키리시마 군을 북돋아 줄까 싶어서. 타치바나 씨가 남친이랑 친해 보이니까 괴롭지?"

"여기, 학교인데"

"난 있잖아, 키리시마 군을 만지거나 만져지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내 병문안에 와서 함께 같은 이불을 덮었을 때, 그렇게 생각했어"

"그때 과격한 건 하지 않겠다는 룰을 만들었는데, 기억 안 나?"

"내 몸이 나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남자들이 그런 눈으로 볼 때도 많은 거 알아. 아까 고백해 왔던 사람도 가슴이라든가, 엄청나게 보고 있었거든"

"하야사카 씨, 내 말 듣고 있어?"

 하지만 하야사카 씨는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까 키리시마 군을 기운 나게 해주려고. 기쁘게 해주고 싶어. 이 몸으로 말이야"

"하야사카 씨, 아마 모르고서 한 말이겠지만, 엄청난 소릴 하고 있다고!"

"다른 남자들이 그런 눈으로 보는 건 싫지만, 키리시마 군이라면 기뻐"

 아까 내 시선을 느꼈던 거겠지. 하야사카 씨는 내 손을 붙잡더니, 스커트에서 뻗어 나와 내 무릎에 올린 새하얀 다리, 그 허벅지 틈으로 내 손을 유도하려고 한다.

"잠깐 기다려, 기다리라니까"

"뭐? 왜? 키리시마 군, 날 만지고 싶은 거 아니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다니까. 왜 그래?"

 내가 그렇게 묻자, 하야사카 씨는 마치 어린애 같은 표정으로 「갑작스럽다구?」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기더니, 「그런가, 그렇구나」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우선은 이쪽부터지. 난 이것도 엄청 좋아해"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감고 나를 향해 턱을 든다.

 완전히 키스 대기 상태다.

 도대체 어떻게 돼버린 걸까. 내가 좋아한다고 말한 것만으로 이렇게 폭주하다니.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걸까……아무리 그래도 이것 참──.

"하야사카 씨, 아까 마키에게 들킨 거 하나도 반성 안 했지?"

 나는 창문을 가리킨다.

 커튼을 치지 않으면 이 부실은 통로에서 훤히 보인다.

 그리고 지금 통로에는 마키가 있었고,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하야사카 씨는 무척이나 조용히, 다시금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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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 눈치 없는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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