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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월요일 4교시


코우타는 몰려오는 졸음과 싸우고 있었다.


(졸려.... 너무 졸려서 아무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노트에는 몇 가닥의 무질서한 선이 그어져 있다. 판서를 베끼기도 여의치 않아 코우타는 자기 자리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옆의 크리스는 아예 책상에 엎드려 있다. 대담하게도 쿨쿨 자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이렇게 된 데는 원인이 있다.


어젯밤 아르바이트에서 돌아온 코우타는 오늘을 위해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는데 너무 집착한 탓에 다섯 시간 가까이 걸렸던 것이다.


먼저 제일 자신있는, 아버지의 라면 가게에서 내놓는 차슈를 만드는 데 3시간.


그 외 탕수육이나 고추잡채, 유린기, 마파두부, 칠리새우, 팔보채, 회과육...이렇게 만들다 보니 두 시간이 지났다.


덕분에 코우타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그것은 같이 밤샜던 크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수업 종료 종이 울렸다.


그 순간 크리스가 벌떡 일어난다. 폰을 고속으로 조작하기 시작했다.


(졸려 죽는줄 알았어.. 겨우 수업 끝났나..)


신기하게도 수업이 끝나면 잠은 사라진다.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코우타는 창가 쪽 자리에 있는 히사메를 흘끗 보았다.


아침에 함께 등교하고 있을 때, 코우타는 그녀를 점심 식사에 초대했다. 히사메는 "네"라고 해주었다.불쾌해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렇게 내 도시락을 나누어 주면, 히사메도 웃는 얼굴이 되어 줄까...?)


어제 크리스가 볶음밥을 먹었을 때가 생각난다. 크리스는 엄청 좋아했다. 보고 있던 코우타가 부끄러워져 버렸을 정도로.


반면 히사메는 거의 웃지 않는 아이다.


코우타와 함께 있어서 즐거운지 어떤지, 그녀의 언동에서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애인이 되어 주었으니까, 히사메도 코우타에게 호의는 있겠지. 그럴 것이 틀림없다고 코우타는 믿고 있다.


"크리스, 아까 트위터 업데이트 했지?"


언제나 크리스에게 달라붙어 있는 골빈 여자가 소리를 질렀다. 크리스는 혀를 낼름 내밀었다.


"에헤헤 들켰어?"


"이 사진, 지금 올리는 건 위꼴 테러잖아?"


"배고프다고 생각해서, 무심코"


"아 진짜, 그만해-! 엄청 배고파지잖아-!"


교실에 여자들끼리의 꽥꽥거리는 목소리가 울린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급우들이 잇달아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코우타도 크리스가 무엇을 올렸는지 궁금해서 스마트폰을 꺼낸다.


(이건...!)


"차슈잖아. 맛있을 것 같은데…"


"탕수육이나 고추잡채 같은 거 보니까 먹고 싶어지네."


"오늘 마파두부 덮밥 팔지? 점심 그걸로 하자."


크리스의 SNS에는 코우타가 만든 중국 요리가 쭉 올라와 있었다.


게다가 사진을 제대로 가공하여, 쓸데없이 식욕을 돋우는 그림이 되고 있다. 코우타 자신도 식욕이 솟았다.


"크리스 쨩, 학교식당에서 차슈면 먹을래?"


"좋아. 중화 요리 먹고 싶은 사람, 다 같이 가자."


남녀 할 것 없이 웅성웅성 크리스한테 모여든다. 학교식당에 가는 집단이 교실을 나가려고 하는데


"!?"


스쳐 지나가자 크리스가 코우타에게 슬쩍 윙크를 했다. 마치 '힘내!'라고 격려받은 것 같았다.


(이것이 연출인가...!)


깨달은 코우타는 감탄한다.


교실은 지금, 공전의 중화 요리 붐이 되어 있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학생은 크리스와 함께 교실을 나가려고 하고 있다. 이미 점심식사를 한 학생이나, 도시락을 지참하고 있는 학생은 괴로운 모습이다.


히사메를 엿보자, 그녀는 스마트폰에 가만히 시선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것으로 히사메도 중화 요리를 먹고 싶은 기분이 되어 준 것이 틀림없어.


그리고 내가 중화 도시락을 대접한다. 이 얼마나 완벽한 작전인가! 크리스!)


동맹자에게 감사하며 코우타는 도시락을 싸들고 의기양양하게 교실을 나섰다.


....



쾌청한 가을날이었다.


엷은 파란 하늘 아래 뒤뜰 화단에는 분홍빛 코스모스가 일렁이고 있다. 안쪽에는 화분이 꽂혀 있고 생물부 전용 플래카드가 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보기 좋게 아무도 없다. 마치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사라져 버린 것 같다.


때때로 건너편 복도로부터 떠들썩한 소음이 울려와 그것이 코우타의 착각이라고 가르쳐 준다.


화단 가장자리에 코우타와 히사메는 나란히 앉아 있었다. 서로 자기 도시락을 싸왔다.


"신기한 일도 다 있네요"


도시락 가방을 열면서 히사메는 말했다.


"신기하다니?"


"여기 아무도 없는 줄 몰랐어요"


"아, 그, 그렇네. 오늘은 웬일일까."


(또 크리스는 어떤 초능력을 사용했나...?)


그녀가 어떻게 이 상황을 만들어 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코우타가 할 수 있는 것은 작전을 수행하는 것뿐이다.


5시간 걸려 만든 도시락을 내다.


"그것보다 나, 어젯밤에 반찬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말이야, 혹시 괜찮다면 히사메도 먹어줬으면 하는데."


2단의 도시락에는 여러 종류의 중국 요리가 담겨 있다. 크리스의 연출에 의해서 지금, 히사메의 안에도 중화 붐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히사메는 코우타의 도시락을 보고 중얼거린다.


"...중국 요리네요."


"응."


"아까 웨스트우드 씨가 중국 음식 이미지를 SNS에 올리셨는데"


가늘은 눈초리가 코우타를 향하고,


"그것은 코우타 군이 만든 것이었습니까?"


예리한 시선이 코우타를 꿰뚫었다.


"...아, 그, 그게..." 라며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 코우타.


그때, 히사메의 머리 너머 서 있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내 머리가 이상해진걸지도 몰라.


"생물부 전용"이라고 쓰여져 있었을 플래카드. 그것은 지금, "그래"라고 하는 문자로 대체되어 있었다.


코우타가 순간적으로 기다리고 있으면, 플래카드의 글자가 또 변화한다.


"크리스는 기뻐했으니까 히사메도 기뻐할 것 같아서"


(이봐, 이러면 남은 음식을 대접하는 것 같잖아!? 크리스--!)


플래카드의 트릭은 알았다. 저 정원의 나무에는 크리스가 숨어 있다.


그리고 플래카드에는 스케치북이 걸려 있어 크리스가 적절한 대사를 써주고 있는 것이다. 아니, 거짓말이다. 전혀 적절하지 않아!


"아아, 아니야, 히사메! 이 도시락은 남은 음식이 아니라……!"


코우타는 황급히 말을 더듬는다. 히사메 주위에는 냉기가 감돌고 있다. 모처럼 만들었는데, 먹일 수 없는 것일까 하고 초조해하지만


"그럼, 잘 먹겠습니다."


"……네?"


"웨스트우드 씨는 맛있게 드셨겠죠?"


"어, 아, 응……"


"그럼 저도 잘 먹겠습니다."


(또 크리스가 기준...? 대부호 크리스가 맛있었다면, 맛없는 건 아니겠지, 라는 판단인가......?)


어쨌든 5시간이 헛되지 않을 것 같아서 안심했다.


히사메는 빤히 코우타의 도시락을 응시하고 있다. 어떤 걸 먹을지 고민인 것 같다.


"무엇이든 다 먹어도 돼. 많이 만들어왔으니까"


코우타는 자신작인 차슈를 스스로 한 장 먹는다. 히사메에게 맛있다고 어필하려 했는데 --


"으읍!?"


바로 차를 마셨다. 입 안의 차슈를 삼킨다.


(이게 뭐야, 차슈가 달콤해!?)


믿기 어려웠다. 직접 만든 차슈가 어째선지 달았던 것이다. 설탕을 대량으로 쳐넣고 익힌 것처럼 되어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완성했을 때는 너무 졸려서 맛을 보지 못했지만, 이런 실수를 할거라곤 생각되지 않는데...)


히사메는 아직 도시락을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다.


그 틈에 코우타는 다른 반찬에도 젓가락을 댔다.


(거짓말이지!? 탕수육도 고추잡채도 유린기도 마파두부도 칠리새우도 팔보채도 회과육도 전부 엄청 달콤하다니, 어떻게 된거야!?)


멘탈이 붕괴될 것 같다.


중지다. 작전은 지금 당장 중지해야 한다. 이런 설탕 투성이의 반찬들을 히사메에게 먹일 수 있을까?


코우타가 히사메에게 '미안하다. 도시락 맛보기는 다음에'라고 말하려 할 때였다.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반찬이 달아도 괜찮아. 먹으라고 해]


네? 하고 코우타는 입을 열었다.


(어떻게 크리스가 도시락의 맛을 알지...? 그 녀석은 약삭빠르게 맛을 보고 있었나?)


그럼 미리 알려주지, 라는 생각이 든다.


플래카드의 종이가 펄럭 바뀐다.


[코우타의 요리에 설탕을 넣은 것은 나니까]


잠깐잠깐잠깐!


코우타는 고함을 지르고 싶은 욕구를 꾹 참았다. 플래카드를 노려본다.


(너...뭘 한거야! 이 작전을 망칠 생각이냐!?)


[침착해 코타]


(어떻게 진정하냐고!)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일부 사람밖에 모르는 사실. 토죠는 조금 특수한 체질이야.]


코우타의 표정과 플래카드만으로 대화가 성립하고 있다. 그 이상함에 놀랄 여유도 없을 만큼 코우타는 절박했다.


(하...?)


[그녀는 유례없이 드문 천재로 매우 높은 스펙의 두뇌를 가지고 있어.]


(그런건 누구나 알고있어!)


[그 고성능 두뇌에는 보통 사람보다 당분이 더 많이 필요해. 어렸을 때 보다 단 것만 계속 섭취한 결과 그녀는 단 것만 먹고 맛있다고 인식하게 된 거야.]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히사메의 도시락을 본다. 미트볼에, 베이컨과 시금치 볶음, 비엔나, 야채 조림.어느 것이든 달콤할 리가 없다.


[그녀는 매일 도시락을 싸와. 절대 사먹거나 학식으로 때우진 않아. 그건 일반 식사라서 당분이 부족해 입에 맞지 않기 때문이야"


(기다려! 나도 학식은 별로 안 먹어. 도시락을 싸 온다고 꼭 단 것만 먹는 건 아니잖아!)


[어쨌든 그녀는 단 것을 좋아해. 달지 않으면 그녀 입맛에는 맞지 않는 거야.


코우타가 이 사실을 간파해 그녀 취향의 요리를 대접하는 것. 그것이 이 작전의 진짜 관건이야.]


"고민되네요. 코우타 군이 추천해주세요."


히사메의 목소리에 코우타는 몸을 떨었다.


"왜 그러세요, 코우타 군.얼굴이 새파란데요."


가야 하나, 물러서야 하나.


코우타는 흔들리고 있었다.


(만약 크리스의 말이 진실이라면--, 아냐, 히사메가 미각치일 수 있을까?


어째서 어제 그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은거야……! 그랬다면 달콤하게 만들었을텐데!)


[어설프게 달콤한 건 그녀의 취향에 맞지 않아. 아마추어인 내가 설탕을 대량 투입할 수밖에 없었어.]


"코우타 군……?"


히사메가 이쪽을 물끄러미 보고 온다.


"아……" 코우타는 무의미한 목소리를 흘렸다. 이성이 외친다.


그 맛없는 도시락을 치우라고. 하지만 히사메의 얼굴 뒤로 글씨가 보인다.


[나를 믿어, 코우타]


믿을게.


크리스를 믿는다--그것은 종교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어도 일단 믿으면 가치 있게 보이는 법.


믿는 자는 구원받는다. 크리스를 믿으면 나는 구원 받는 건가?


자신의 이성도 아니고 히사메의 미각도 아니고 크리스의 작전을 믿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가?


툭, 하고 코우타의 머리에서 사고의 실이 끊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는 문제를 계속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코우타의 머리 스펙은 좋지 않았다.


차슈를 젓가락으로 집는다. 그것을 히사메에게 내밀었다.


"자, 아앙"


완전 자포자기다. 자포자기가 아닌 이상, 달콤한 차슈를 대접할 리 없다.


자신이 만든 도시락이 엉망이고 히사메가 미각치일지도 모른다. 이 상황에서 자포자기하지 않는 편이 무리였다.


히사메가 펑 하고 새빨개진다.


그녀는 머뭇머뭇거리고 있었다. 차슈를 보고, 코우타의 얼굴을 보고, 이윽고 체념한 듯이 눈을 내리깐다.


"…아, 앙"


긴 속눈썹이 당황한 모습이다.부끄러워하면서도 순순히 입을 여는 그녀를 앞에 두고 코우타의 마음은 몹시 흡족했다.


내 인생에 후회 한 조각 없다.


히사메의 입에 차슈가 들어간다.


인생이 끝나는 그 때를, 코우타는 다시 앉아서 기다린다. 믿는 신 정도는 자신을 지켜봐 줄 것이다. 교사의 낡은 벽이 제행무상을 느끼게 한다.


"...코우타 군"


심판의 소리가 났다.


"이 얼마나 맛있는 차슈인가요?"


(거짓말이지 --!?)


"깜짝 놀랐습니다.이렇게 맛있는 차슈를 먹어본 것은 처음입니다."


하아,하고 히사메는 감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코우타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고 있었다.


"이것이 코우타 군 가정의 맛이군요."


"어. 아, 그래...."


다른 것도 맛봐도 될까요?


"어, 물론. 그렇게 마음에 들면, 전부 먹어도 되는데……?"


너무 달아서, 코우타는 전혀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히사메는 '감사합니다'라고 코우타의 도시락을 집기 시작한다. 그녀의 반응을 보는 한 어떤 반찬도 맛있는 것 같다.


바보같다고 생각했다.(2회째)


"저기 말이야, 히사메."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코우타는 그녀의 도시락을 살핀다.


"괜찮다면 히사메 도시락 맛봐도 될까?"


"좋아요"


히사메는 도시락을 코우타에게 내밀려다 멈칫했다.


"……어떤 것이 먹고 싶으세요?"


"에. 아, 그럼 비엔나 좀."


절대 달 수가 없는 반찬이다.


히사메는 젓가락으로 집는다.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아..아..앙......"


옆을 향해 [앙]해 오는 그녀. 약삭빠르다고 해야 할까, 귀엽다 해야 할까. 코우타의 가슴이 벅차오른다.


비엔나를 덥석 문다. 씹어서 맛을 보니 웃음이 치밀어 오른다.


'하하하…' 라며 영혼 없는 웃음를 짓는 코우타에게, 히사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에요?


'히사메는, 자신의 도시락, 맛있어…?'


"어. 입맛에 안 맞으셨어요?"


히사메도 비엔나를 먹었다.


"....냠냠....언제나처럼 맛있는 소시지입니다만......?"


아아, 그렇구나… 하고 코우타는 해탈한 눈이 되었다. 히사메의 머리 저쪽에서는 플래카드가 흔들리고 있다.


[그치? 나를 믿길 잘했지?]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비엔나는 양갱처럼 달디 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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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천재임-그냥 천재가 아니라 12살에 하버드 입학해서 2년만에 졸업하는 천재-그 정도로 고스펙인 두뇌라 당분을 많이 요구함


아스트랄한 설정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