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코우타는 완전히 잠들어버렸네)
플래카드 뒤에 심은 나무를 통해 크리스는 화단의 모습을 살폈다.
식사를 마치고 코우타는 히사메의 무릎을 베고 있다. 지시한 것은 크리스다. 바보처럼 성실한 그로서는 자발적으로 무릎베개를 요구할 수 없다.
밤을 꼬박 새워 도시락을 싸온 그는 히사메의 무릎 위에서 푹 잠들어 버린 모양이다. 당분간 두 사람에게 대화는 없다.
(나도 슬슬 여기서 물러날까. 5교시 개시 종은 울리지 않도록 호즈키가 조작하고 있고)
핸드폰을 보면 점심시간이 5분 남았다.
벨이 울리지 않기 때문에 뒷마당의 두 사람은 5교시가 시작되었음을 깨닫지 못한다.
게다가 뒷마당에는 말벌집이 생겨 위험하니까 가까이 가지 말라는 가짜 정보가 학교 안에 흐르고 있다.
둘만의 달콤한 시간을 만들기 위한 크리스의 작전이었다.
(나는 5교시 수업 필기 잘 된 걸 구해서 나중에 코우타에게 보여주면 돼. 동맹자로서 완벽한 서포트야. 코우타는 또다시 내게 고마워 해야겠네)
흥, 하고 의기양양한 크리스였지만 화단에서는 움직임이 있었다.
히사메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히사메는 코우타의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는다.
"헉!!"
(뭐야 뭐야 뭐야 !! 자기 기분은 제대로 말도 못하면서 자고 있는 코우타에겐 그럴 수 있는 거야!?)
화창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히사메는 코우타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다.
그녀의 뺨은 사랑에 빠진 처녀처럼 물들어 있었고 입가는 행복한 듯 느슨해져 있었다.
크리스는 상대방의 표정을 보면 마음의 목소리를 알 수 있다. 지금의 히사메는 미칠듯이 행복하다.
그의 무방비하게 잠든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그를 만질 수 있는 기쁨에 젖어 있다.
'크윽' 크리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뜨겁고 쓰고 검붉은 것이 뿜어져 나온다.
자고 있는 코우타를 쓰다듬다니 크리스는 해본 적이 없다.
당연하지. 히사메는 애인이고, 크리스는 동맹자. 히사메는 코우타를 건드려도 되지만 크리스에게 그럴 권리는 없다.
이성으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은 이성만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크리스는 일어서 있었다.
부스럭, 하고 식물이 흔들리고 히사메가 번쩍 이쪽을 본다.
(아아, 단둘이서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작전이었는데)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이대로 한 시간씩이나 히사메 마음대로 내버려둘 것인가.
웃기지 말라고.
자신의 작전이지만 크리스는 두 사람의 달콤한 시간을 깨뜨려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웨스트우드 씨...? 어째서 거기에...?"
잠든 코우타를 배려한 듯 히사메가 나직이 말한다.
크리스는 트윈테일에 붙어 있던 잎사귀를 털어 냈다.
"……생물부에 체험입부하고 있어"
그렇습니까, 라고 말한 히사메는 크리스의 발언을 의심하는 기색도 없다.
"웨스트우드 씨가 생물에 관심이 있다니 의외였습니다."
"의외야? 생물에 관심 있어. 특히 인간에게는"
크리스는 히사메 앞에 선다. 코우타는 아직 깊이 잠들어 있다. 히사메의 허벅지가 그렇게 편안한가.
"우리 모습이 무척 궁금하셨나 보네요"
그 대사는 영어였다. 만일, 코우타에게 들려도 그는 알아들을 수 없다.
그래, 하고 크리스는 어깨를 들썩인다.
"이제부터는 걸즈토크인 셈이군"
"오늘 그의 도시락이 뭔지 알고 SNS에 사진을 올렸죠"
"글쎄. 여자친구가 도시락을 먹었으면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에게서 상담을 받았는데"
"그렇게 된 거였군요. 이 쪽지는 당신 것이고."
히사메가 가슴 주머니에서 종이쪽지룰 꺼낸다.
거기에는 귀여운 둥근 글자로 [←여자친구와 텔레비전을 봐]라고 되어 있다. 집 데이트에서 크리스가 맹장지에 붙여 놓았던 메모다.
"아, 그거. 너가 떼었구나. 어쩐지 찾을 수가 없더니만."
"왜, 이런 메모를...?"
"그가 집 데이트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해서 내가 조언해 준 거야."
그렇습니까, 하고 히사메는 고개를 숙였다. 코우타의 자는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당신과 꽤 의논을 많이 하는 모양이네요."
연인으로서, 외롭습니다.
왜, 자신에게 직접 상담해 주지 않는가? 어째서 상담하는 상대가, 하필이면 동거하고 있는 미소녀인가. 히사메는 고민 중이다.
크리스는 속으로 싱글벙글했다.
그렇다. 연인간의 관계를 진행시키는 것은, '달콤한 시간' 만이 아니다.
"빨리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라고. 나 같은 타인이 개입할 수 없게"
크리스의 말에 히사메가 고개를 든다.
"그게 무슨 뜻이죠?"
"당신, 설마 그를 좋아하는 건 당신 정도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히사메의 눈빛이 변했다.
그녀의 온몸에서 하얀 냉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이자 크리스가 웃었다.
실컷 웃고 싶었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달콤한 분위기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지금 주위에 가득한 것은 팽팽한 긴장감과 살벌한 적의뿐.
"당신에게 그는 양보하지 않겠어요. "
"말은 잘하네. 하지만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앗......!"
"상담하는 건 언제나 나. 그가 나를 누구보다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야."
히사메가 분하다는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그녀의 손이 코우타의 머리에 놓여졌다.
그게 크리스의 신경을 건드린다. 건드리지 마. 그 포지션에 안주할 수 있는 것도 지금이니까.
크리스는 히사메에 얼굴을 갖다 대어 사악한 미소로 속삭인다.
"방심하면 내가 코우타를 훔쳐갈지도 몰라."
히사메의 표정이 굳는다.
꺄하하, 하고 악당처럼 큰 소리로 웃으며 크리스는 당당하게 그 자리를 떠났다.
(예정과는 달랐지만, 이것으로 그녀도 적극적으로 변하겠지)
코우타와 히사메 양쪽에서 거리가 좁혀지면 둘의 관계는 더욱 빨리 진전된다. 그건 크리스의 작전대로다.
낮잠에서 깬 코우타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해봤자 --
"작전 중에 꿀잠 잔 니 잘못이야!"
들뜬 마음에 크리스는 복도를 전속력으로 달렸다.
5장 얽힌 운명의 귀결
덜커덩하고 전차가 흔들린다.
손잡이를 잡은 코우타는 차창을 내다보고 있었다. 노을에 물든 마을이 흘러가지만 그의 눈에 경치는 보이지 않았다.
옆에는 히사메가 있다.그녀 역시 코우타와 마찬가지로 손잡이에 매달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빈 손은 현재 비밀스레 이어지고 있다.
"……"
"……"
손은 잡고 있지만, 두 사람에게 대화는 없다.
코우타는 슬쩍 곁눈질로 히사메를 엿본다.
그녀는 반듯이 허리를 펴고 바로 앞을 보고 있었다.
그 뺨은 새빨갛지만, 그것은 노을빛이 비추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코우타 자신도 분명 붉어져 있겠지만 그것은 분명 노을 탓이 아니었다.
같은 고교 학생이 주위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두 사람은 함께 하교하고 있다.
도시락 작전의 날 이후, 히사메는 코우타와 같이 돌아가고 싶어했다.
크리스의 말에 의하면, 그것은 작전의 효과인 것 같다. 크리스와 동맹을 맺은지 곧 3주간.
코우타와 히사메의 친밀도는 착실히 오르고 있었다.
(진정해라, 나......괜찮아. 크리스도 괜찮다고 했잖아.지금, 말을 꺼내자)
오늘 코우타에게는 중대한 미션이 있었다.
히사메에게 휴일 데이트 신청하기다.
아르바이트로 알뜰살뜰하게 돈을 모으고 있었다.
이번 주말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와 밖에서 데이트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요일인 오늘, 권유할 필요가 있다.
"코우타 군, 부탁이 있는데요."
선수를 뺏겨 움찔했다.
"뭐, 뭔데...?"
히사메는 코우타의 손을 꼬옥 잡고 있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국가 중대사에 직면한 듯 진지했다. 코우타는 자신도 모르게 꿀꺽 숨을 삼키고 만다.
"...주,주..주말에...!"
전철의 주행음에 뒤섞여 히사메가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코우타는 얼굴을 내밀었다.
"주, 주말에는...그.. 연락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히사메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머리에서 푸욱하고 김이 나고 있다.
뭐야, 그런 것인가, 하고 코우타는 안심했다.
"라인은 당연히 하지.요즘 우리 매일 밤 잘 때까지 라인하잖아."
히사메는 고개를 끄덕인다.
"……밤에는 나쁜 암여우가 있으니까요."
"나쁜..뭐가 있다고...?"
히사메는 공중을 노려본다.
"무언가의 비유일 뿐입니다."
"하아……"
"휴일은 특히 위험합니다. 암여우가 온종일 코우타 군 옆에 있으니."
히사메는 코우타의 손을 꾸욱 잡고 있다. 조금 아프다. 코우타가 내리는 역을 안내방송이 말했다.
"아, 저기 말이야, 모레 일요일 아침에 시간 있어? 데이트 하고 싶은데"
그녀의 몸이 꿈틀하고 뛰었다.
그래도 히사메는 여전히 앞을 향하고 있다. 그녀의 귀가 빨개진 것처럼 보이지만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평탄한 목소리로 히사메는 말했다.
"...있습니다"
"그래? 다행이다. 약속 장소 같은 건 라인으로 보내면 될까?"
"네"
히사메가 데이트를 환영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수수께끼지만, OK는 받았다. 전철이 점점 느려진다.
"그럼 일요일에 보자"
코우타는 히사메에게 손을 흔들며 전철에서 내렸다.
앗싸아아아아아-!
전철 역사 안에서 코우타는 혼자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히사메와의 데이트가 결정된 것이다. 텐션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
"축하해, 드디어 청혼 날짜가 잡혔구나"
뒤에서 말을 걸어, 코우타는 돌아보았다.동맹자인 크리스는 엷은 미소를 짓고 있다.
코우타는 '아……' 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로 프러포즈 하는 거냐……?"
'아빠로부터 연락이 있었다고 말했지' 라며 크리스는 허리에 손을 댄다.
"해외 출점을 위한 준비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다음 주 초에는 코우타의 아빠가 일본으로 돌아온대.청혼을 결정하려면 이번 주말이 기한이야."
"하아, 휴일 데이트는 처음인데……"
"원래부터 혹독한 스케줄인 것은 알고 있었을 거야.
지금까지 내가 작전을 착착 추진해 온 것도, 압도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지.……데이트 장소는 여친한테 전했어?"
"아니, 아직. 이제 라인 보내려고 하는데"
"그래? 내가 그 장소를 물었을 때 그녀의 반응을 보고 싶었지만, 뭐 됐어."
데이트 장소는 크리스의 지시에 따라 꽃밭이 있는 유원지로 정했다. 현 내에서 제일 큰 유원지다.
이 곳 아이들이라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에 가고, 코우타 자신도 유치원 시절에 간 기억이 있다.
히사메에게 라인을 보내려던 참에, 코우타는 문득 손을 멈추었다.
"야, 데이트 장소, 정말로 그 유원지로 좋은 거지? 히사메는 조금 더 어른스러운 곳을 좋아할 것 같은데 --"
"코우타 그거 알아? 그녀가 그 꽃밭 유원지의 캐릭터, *뽀삐 군 샤프를 가지고 있다는 거"
(*뽀삐: poppy는 양귀비 꽃을 뜻한다)
코우타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 몰랐다.
"게다가 그녀의 가방에는 뽀삐 군 핸드타올, 폰케이스 뒤에는 뽀삐 군 스티커, 방의 가장 큰 장롱 속에는 뽀삐 군 봉제인형이--"
"뭐, 잠깐! 네가 어떻게 그런 걸 알아!?"
"동맹자니까."
크리스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녀도, 코우타도, 전부 다 알고 있어."
코우타는 사고를 포기했다.
크리스의 지시는 틀린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크리스와 동맹을 맺은 뒤 코우타는 그녀를 따르기만 하면 됐다.
라인을 보내자 크리스가 코우타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휘감긴다.
"코우타들도 많이 연인다워졌지. 손도 잘 잡고. 나랑 연습한 보람이 있었네."
"크리스, 얼굴이 가까워."
소악마스럽게 웃는 그녀에게서 코우타는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
지금까지 코우타는 여자와 손을 잡은 적이 없었다. 히사메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자 크리스가 연습 좀 해 보자고 나선 것이다.
"뭐, 너랑 연습한 덕분에 히사메와 손잡는 허들은 낮아졌다고 해야겠지."
"그럼 이번엔 다음 단계네"
"다음?"
그래, 하고 크리스가 가까이에서 속삭였다.
"예를 들면 키스라든지."
"...!"
순간적으로 크리스와의 거리가 좁혀졌다.
저절로 눈이 그녀의 입술로 빨려들어가 버린다.
"……할 수 있겠냐."
낮은 목소리로 코우타는 말했다.
무방비하게 입술을 내밀고 있는 크리스에게 분노마저 느낀다. 충동에 휩싸여 코우타는 언성을 높였다.
"그건 연습해서 좋은게 아니잖아!? 가볍게 말하지마. 동맹자라고 해도, 해도 되는 일과 안되는 일이--!"
"농담이야."
코우타는 입을 다문다.,
키득키득 웃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거의 사람이 없는 역 안에 높은 소리가 울린다.
그것은 점차 커져갔고, 이윽고 크리스는 뱃속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정말~, 코우타는 너무 진지해. 진심으로 화내지 마. 농담인게 당연하잖아."
'아~ 이상해' 라고 말하며 크리스는 눈가에 배인 눈물을 닦고 있다.
코우타는 겸연쩍어 고개를 돌렸다.
"너의 농담은 모르겠어……"
"나도 첫 키스를 연습으로 주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처, 첫 키스!?"
"뭐야, 왜 당황해? 내가 과거에 누구랑 키스한 적 있는 줄 알았어?"
"아니, 그런 건...그렇다면 더더욱 아까 농담은 아니잖아! 내가 정말로 했다면 어떻게 할 작정이었어!?"
'뭐? 코우타니까 곧바로 키스할 리 없잖아?'
"아아악...그 말이 맞긴 한데...!"
완전히 읽힌 뒤에 농락당하고 있다. 이 녀석에게는 적수가 안되겠구나, 하고 코우타가 생각했을 때.
역을 특급열차가 슝하고 지나갔다.
그 굉음에 섞여
"...하아아, 키스할 뻔했어...."
크리스가 뭐라고 말한다. 긴 금발이 전철의 돌풍에 펄럭이며 흩날리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옆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특급열차가 사라지고 크리스는 이쪽을 보았다. 한없이 밝은 얼굴이다.
"코우타, 같이 돌아가자."
"그래." 코우타는 대답했다.
그는 치맛자락을 펄럭이는 크리스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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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페이지 중 172까지 옴
2장-2 에도 컬러 일러 첨부해놓음
고맙다 좆같긴 해도 계속 읽게되는 재미가 있네 이거
kiss
앞날이 예상된다 데이트 후에 프로포즈한다 그 후에 히사메에게 문제가 있어서 일단은 거절하고 크리스한테 위로받으면서 그럼 나랑 사귈래? 하면서 1권이 끝나는 뭐 그런거냐
너무쟈밋아요너무재밋어머무쟈밋어
아니 이거 생각해보니까 하사메가 유딩때 프로포즈 받아서 그거때문에 하버드 졸업하고 일본고등학교 온거 아니노 하 크리스 정실부인 마렵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