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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잠깐 시간 돼?"


토요일 밤. 코우타가 내일 데이트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크리스가 말을 걸어왔다.


"코우타, 어떻게 여친한테 청혼할 거야?"


"어떻게라니-"


"지금부터 나한테 청혼해 봐"


으음, 하고 코우타는 말을 잇지 못했다.


크리스는 시험하듯 코우타를 바라본다.


"...아니, 그건 말도 안 되지……"


"농담이야."


흥, 하고 그녀는 웃었다.


"코우타가 제대로 프러포즈를 할 수 있을지 궁금했을 뿐이야. 드라마 같은 데서 많이 나오잖아.


무릎을 꿇은 채 짠하고 반지 꺼내는 장면. 코우타는 할 수 있을까 해서."


'아, 그치..'하고 나서야 알아차린다.


"맞다, 반지!"


뭔가를 까먹은 느낌이 들더니만. 새파랗게 질린 코우타. 크리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반지를 준비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워. 코우타 예산도 부족하고 말야."


"데이트 비용밖에 생각 안 했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대신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해 두었어."


크리스가 작은 상자를 내민다.


열려고 하자 코우타는 숨을 죽였다.


진홍빛 장미 한 송이가 상자에 담겨 있었다. 선명한 붉은색에 넋을 빼앗긴다.


"보존화(Preserved Flower)야.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하는데 꽃을 주는 것은 꽤 좋은 생각 같지 않아?"


"너, 언제 이런 것을 준비했냐……?"


"난 동맹자니까"라며 크리스는 웃는다.


"코우타, 한 송이 장미의 꽃말은 알아?"


"아니……"


"장미는 갯수에 따라 꽃말이 다르지만, 한 송이의 장미는 '너밖에 없어'야."


"'너밖에 없다'인가..."


딱 맞는 것 같다.


프러포즈하고 싶은 사람은 히사메 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코우타와 크리스는 지금까지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 왔던 것이다.


"이제 후회는 없어?"


"후회...?"


"프러포즈를 성공시키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다던가, 어떤 방향으로 더 노력했어야 했거나, 뭐 이런 여한은 없어?"


코우타가 생각한 것은 한순간.


그는 '없다'라고 단언했다.


"약혼 파기 동맹을 맺어 3주간. 할 수 있는 일은 했잖아. 나랑 히사메, 처음과 비교하면 엄청 연인다워졌다고 생각해."


"맞아, 원래 상황이 워낙 심각했으니"


"여자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몰랐어. 그래서 사귄 지 두 달째 아무 진전이 없었던 거야."


그랬던 것이 크리스가 오면서부터 바로 바뀌기 시작했다.


히사메와 함께 등하교하게 된 것도, 함께 점심을 먹게 된 것도, 손을 잡게 된 것도.


전부 크리스가 이끌어 준 덕분이다.


"후회해봤자 소용없어.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렇지?"


훗, 하고 크리스가 소리냈다.


"하하하, 아하하하------!"


몸을 떨며 크리스는 정신 나간 듯 웃고 있다. 뭐가 우스운지 알 수 없어 코우타는 꺼림칙했다. 자신의 대사 중 어디에 웃을 만한 요소가 있었던가.


"맞아, 코우타. 우린 최선을 다했어. 그러니까 만일 실패해도 그건 코우타 탓이 아니야."


"내 탓이 아니라고……?"


응, 하고 크리스는 싸늘한 표정이 된다.


"그 땐, 코우타의 운명의 상대는 그녀가 아닌거니까."


운명


자신과 히사메는 운명으로 연결되어 있을까? 모르겠다.운명이란 것을 느낀 적은 코우타의 인생에서 한 번도 없다.


곤란한 얼굴이 된 코우타에게 크리스가 밝게 말한다.


"만약 코우타의 청혼이 실패한다면 나랑 실연 여행 가자."


"뭐!?"


"전용기로 남쪽 섬 별장에 데려다 줄게"


"뭐라고?! 아니, 잠깐. 청혼에 실패하면 애초에 그런 기분이 안 든다고."


"내가 수영복으로 위로해줄 텐데?"


어이……라는 말은 스쳐 지나가 목소리로 나오지 않았다.


크리스가 활짝 웃고 있다.


"...농담이지?"


또 놀리는 거겠지, 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크리스가 말했다.


"농담이야."


휙 돌아서서 그녀는 일본 방의 맹장지를 연다.


"잘 자 코우타"


코우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맹장지는 닫혔다.


묘하게 쌀쌀맞다. 어쩌면 동맹자인 크리스도 긴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코우타는 생각했다.



........



다음날 아침 일요일


꽃밭 유원지 입구에서 코우타는 히사메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시각은 9시 55분. 약속은 10시지만, 코우타는 3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에게 여자를 기다리게 하지 말라며 집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너도 놀이공원 오냐?"


집에서 나오면서 코우타는 크리스에게 물었다.


크리스는 신이 나서 웃는다.


"코우타도 이젠 나를 잘 아는구나."


"넌 동맹자잖아. 마지막 작전을 네가 허투루 할 리 없다고 생각해."


"이번에는 내가 멀리서 지켜볼 뿐이야. 일일이 대사도 안 시켜."


'그렇구나.' 하지만 코우타는 조금 불안해졌다.


"불안해할 것 없어. 오늘은 놀이공원에서 신기한 일이 많이 일어날걸."


"뭐야, 그게."


"코타의 청혼이 성공하도록 내가 놀이공원에 설치해 놓은 거야."


"장치가 뭐야.유원지에 뭔가 장치할 수 있는 게 있나!?"


"잊었어? 난 세계적인 크리스티나 웨스트우드야"


의기양양하게 그녀는 웃는다.


"코우타는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돼. 그러면 데이트는 점점 더 고조되겠지."


어안이 벙벙했지만 동시에 안도감도 느껴졌다.그동안 크리스의 작전에 여러 차례 구원을 받았던 것이다 .이번에도 그녀를 믿으면 틀림없겠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느닷없이 말을 걸자 코우타는 흠칫 고개를 들었다.


(우와, 히사메의 사복...!)


처음으로 그녀의 사복을 보았다. 제복을 입으면 단정한 느낌이지만 사복 차림의 그녀는 무척 여자아이스럽다. 가슴이 큰 것을 잘 알 수 있다.


히사메가 불편한 듯 몸을 뒤틀었다.


"오늘 데이트 신청, 감사합니다"


"아니,아니, 내가 좀처럼 데이트를 신청하지 못해서 미안해……"


"데이트 장소를 이곳으로 잡은 건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가요?"


히사메는 유원지의 입장 게이트를 쳐다보았다. 오전 중의 태양이 양귀비꽃을 본뜬 게이트에 반사되고 있다.


설마 크리스가 결정했으니까, 라고 말할 수는 없다. 코우타는 머리를 긁적였다.


"음, 히사메가 좋아할 거 같아서……"


"……그렇습니까?"


어딘가 본의 아닌 듯한 목소리다.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일까 하고 코우타는 숨을 죽인다.


"전 분명 이 유원지 캐릭터를 좋아해요. 하지만, 그것은 원래, 코우타 군이…"


거기서 히사메는 말을 멈춘다.


주저하여 머뭇거리고 있는 히사메를 코우타가 들여다보았다.


"원래 내가...?"


눈이 마주치자 히사메는 불쑥 고개를 돌렸다.


"어서 가요. 과거보다 지금의 시간이 더 소중하니까."


긴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히사메는 게이트로 향하고 만다. 코우타는 황급히 히사메 옆에 바싹 붙었다.


그녀의 손에 자기 손을 포갠다.


히사메는 고개를 돌렸지만 코우타의 손을 마주 잡아주었다.




둘이서 입장 게이트을 빠져 나올 때였다.


"축하합니다~"


팡파레 소리가 나더니 머리 위에서 부스러기와 구슬이 쏟아진다.


유원지의 스탭과 인형 캐릭터가 다가온다. 주위 스태프들로부터도 짝짝짝 박수를 받았고, 히사메와 코우타는 깜빡였다.


"정확히 천만 번째 방문자이십니다! 축하드립니다!"


웃는 얼굴로 온 스태프는 기념이라며 두 사람의 옷에 스티커를 붙인다. 뽀삐 군 스티커다.


[경축: 천만 명 방문!]이라고 하는 현수막을 보고, 코우타는 확신한다.


(신기한 일이라니, 이건가!)


"오늘은 놀이공원에서 신기한 일이 많이 일어날걸" 하는 크리스의 목소리가 되살아난다. 이건 분명 크리스의 작전임이 틀림없어.


"깜짝 놀랐어요. 이런 일도 있네요."


히사메는 무표정한 채 옷의 스티커를 응시하고 있다.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요"


히사메는 기쁜 모양이다. 코우타는 내심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화창한 일요일이다.


유원지에는 많은 관람객이 있었다. 가족단위 혹은 커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따금씩 롤러코스터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돌까?"


코우타는 지도를 펼쳐 본다.


데이트 마지막에 프러포즈할 장소는 정해 놓았다. 공원 내 가장 안쪽에 있는 분수광장이다.


어두워지면 조명이 켜지는 것 같고, 거기가 가장 분위기가 좋다고 크리스는 말했다.


낮에는 평범하게 놀아서 히사메와 친해지고 싶지만--


"코우타 군, 부탁이 있는데요."


"뭔데?"


"저 사격에 도전해도 될까요?"


히사메가 가리키는 쪽에는 커다란 사격장이 있었다.


"좋아, 가볼까?"


"감사합니다"


히사메는 사격에 바로 백엔을 지불하고 직원으로부터 코르크 총을 받았다. 그것을 들고 과녁을 향해 자세를 취한다.


히사메 같이 늠름한 분위기의 여자아이가 총을 들면 멋있다. 그녀의 새로운 매력에 코우타가 눈을 떼지 못하는데,


"안 되겠어요. 전혀 떨어지지 않아요."


총알을 다 쓴 히사메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뭘 노리는데?"


"메가 뽀삐 군 인형입니다"


과녁에는 한아름이나 되는 인형들이 주르륵 놓여져 있었다. 그중에 새빨간 뽀삐 군 얼굴이 있는데 저 크기로 보니 마치 태양 같다.


"메가 뽀삐 군 인형은 기념품 가게에서 살 수 없습니다. 사격밖에 없어요."


"잘 아네."


"몇 번인가 왔으니까요"


펑 소리와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린다. 가족들이 메가 뽀삐 군 인형보다 훨씬 작은 인형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쏘아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다.


"과연, 저 크기라면 떨어뜨리기가 쉽지 않겠군."


"네, 총알은 맞는데 안 떨어져요"


"나도 해볼까?"


코우타는 직원에게 백엔을 지불했다. 코르크총을 건네받는다.


거대한 인형을 정조준하며 코우타는 생각했다.


(여기서 그녀에게 저걸 선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근데 난 사격 자체가 처음이라...)


밑져야 본전이고 코우타는 방아쇠를 당겼다. 펑, 하고 큰 소리가 난다.


직후 인형이 기울어졌다.


"어!?"


언성을 높인 것은 히사메뿐만 아니라 코우타도였다.


전혀 떨어질 것 같지 않은 뽀삐 군 인형이 맥없이 뒤집히며 떨어진다.


"코우타 군, 대단해요……!"


히사메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렸다.


"떨어뜨린 사람은 처음 봤어요! 해냈다구요!"


그녀는 코우타의 팔에 꼭 매달리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팔에 다른 차원의 부드러움을 느끼자 코우타는 황급히 경품을 받아온다며 히사메에게서 빠져나갔다.


(진짜냐...이런 일이 있을까!?)


없다. 말도 안 된다.


그렇다면 이건 크리스의 작전일 것이다.


히사메의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서, 유원지에는 확실히 장치가 되어 있는 것이다.


코우타가 직원에게 가서 인형을 건네받았을 때였다.


"으아앙~~~ 인형 가질래~~!"


어린애 우는 소리가 났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인 남자아이가 코우타의 손에 있는 인형을 보고 끙끙대고 있다. 근처에는 엄마가 있어서 그를 타이르고 있었다.


"울면 안 돼! 선물 가게에서 딴 거 사줄게..."


"싫어 싫어, 제일 큰 거!! 저게 좋아!"


"제멋대로 굴지 마. 다음에 올 때 또 쏘면 되잖아."


"다음이 언제야? 내일 비행기 타는데!?"


곤란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우타에게도 이것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인형은 히사메에게 줄 것이다.


여자친구에게 선물해, 그녀의 호감도를 조금이라도 버는 작전으로--


"저기, 괜찮으시다면 가져가세요."


코우타는 모자에게 인형을 내밀고 있었다.


남자아이가 울음을 뚝 그치고, 엄마가 놀란 얼굴로 코우타를 본다.


…크리스가 애써 짜준 작전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울고 있는 아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 인형은 꼼수를 부려 뽑은 것이다.


"어, 그래도, 받을 수는……"이라고 모친이 당황하지만, 코우타는 고개를 저었다.


"전 여기 주변에 살아서 언제든 이곳에 올 수 있어요. 인형은 다음에 뽑겠습니다."


인형은 크리스의 작전이 있었기 때문에 뽑은 것이다. 다음에 와도 뽑을 보장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코우타는 말한다.


남자아이에게 인형을 건네준다. 거대한 인형을 안은 그는 고맙다며 웃었다. "죄송합니다"라며 굽실굽실 고개를 숙인 어머니와 아이는 떠난다.


그것을 배웅하자마자 코우타는 히사메을 맞이하러 달려갔다.


사격의 경품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에게 힘차게 고개를 숙인다.


"미안, 히사메! 아까 그 인형, 여행객인 아이가 갖고 싶어했어서, 그만---"


아까 그토록 좋아했는데 마음대로 다른 사람에게 주고 만 것이다. 분명 혼날거라고 코우타는 각오하지만,


"...너무나도 코우타 군 답다고 생각합니다..."


에, 하고 코우타는 얼굴을 든다.


히사메는 다음을 기약하고 있었다.


"이제 다시 한 번 코우타 군과 여기 놀러올 이유가 생겼네요"


"에, 그건……"


"인형, 다음에 또 뽑아주세요"


말하자마자 그녀는 얼른 걷기 시작해 버린다.


(그건, 다음 데이트도 해준다는 의미인가...?)


생각에 잠겨 있자니 히사메가 중간에 멈춘다. 힐끗, 하고 이쪽을 돌아보는 그녀에게 코우타는 급히 달려갔다.



......



장소는 바뀌어 유원지 중앙. 유원지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고지대의 입구에는 오늘만 출입금지 팻말이 걸려 있다.


그 고지대의 정상에서는,


"아아아~~~ 역시 코우타야! 자신의 작전보다 울고 있는 아이의 기분을 소중히 하다니. 얼마나 상냥한 거야! 하악, 좋아, 좋아 좋아해!!!"


쌍안경을 들여다보는 크리스가 몸부림친다. 커다란 헤드폰을 쓴 그녀는 금색 트윈테일을 흩날리고 있다.


헤드폰을 통해 코우타와 히사메의 대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들이 입장했을 때 부착된 기념스티커. 거기에는 도청기와 GPS 발신기가 부착돼 있다. 방문자가 천만 명이라는 것은 물론 거짓말이다.


새된 소리를 지르며 버둥거리는 크리스를 칠흑 같은 가정부가 타이른다.


"...아가씨, 조용히 해 주시지 않으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고지대의 정상부는 대형 무전기와 스피커, 모니터 화면 등이 즐비해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것을 혼자서 조작하는 것은 호즈키다.


지직, 하고 노이즈가 생기자 스피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났다.


"팀 002 오퍼레이션 B 성공했습니다."


"....확인"


호즈키는 무전기로 대답한다.


크리스는 쌍안경으로 여행객 모자를 보았다. 유키에 타다가 인형을 준 모자(母子)다. 엄마가 소형 무전기를 가방에 넣고 있다.


"후훗, 몇 명이 이 작전에 동원되었지?"


"....5036명입니다."


호즈키가 유원지 지도를 표시한 모니터 화면--거기에서 움직이는 GPS 신호를 보면서 대답한다.


"고산지 코우타와 토죠 히사메를 제외하고 오늘 유원지 안에 있는 사람 전부가 공작원입니다."


'완벽해' 라고 말하며 크리스는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거대한 인형이 떨어진 것은 크리스의 작전이란 걸 코우타는 간파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모자까지 작전의 일환- 오퍼레이션 B 였다곤 눈치채지 못한 게 틀림없다.


코우타의 프러포즈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크리스는 유원지를 전세 내고 있었다.


오늘 직원과 방문객 모두 이 작전을 위해서만 크리스가 고용한 사람들이다. 엄청난 자산을 가진 크리스이기에 할 수 있는 묘기다.


이로써 코우타가 유원지 안에서 어디로 가든 호즈키가 무선으로 지시를 날려 다양한 이벤트를 의도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


쌍안경 끝에 있는 코우타를 바라보며 크리스는 씨익 웃었다.


"자, 코우타. 이것이 세계적인 크리스티나 웨스트우드야. 프러포즈까지 내달려도 좋아!"


"……전원에게 말한다. 대상은 뽀삐랜드 어드벤처로 향하고 있다.이제부터 오퍼레이션E에 들어간다."



.....



코우타들은 놀이기구를 타기로 했다. 가까이에 있던 뽀삐랜드 어드벤처에 나란히 선다.


이 놀이기구는 2인승의 작은 광차로 동굴을 도는 것이다. 무서운 게 아니니까 안심하고 탈 수 있다.


"의외로 빨리 타네"


"그러게요. 줄을 서길래 좀 더 기다려야 하나 싶었는데"


혼잡해 보였지만 5분 정도 만에 코우타들의 차례가 왔다.


직원이 "들어가세요" 라고 재촉해 히사메부터 광차에 탔다. 코우타도 옆에 앉는다.


"위험하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광차에서 나오지 말아 주세요"


주의 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광차는 힘차게 달리기 시작한다.


동굴은 벽도 천장도 꽃으로 덮여 있었다. 온통 꽃밭인 가운데 코우타과 히사메는 단둘이 있다.


"히사메는 이 놀이공원에 가끔 왔지?"


"네"


"누구랑 왔어?"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히사메가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는 건 본 적이 없다. 유원지에 놀러갈 만한 친구가 다른 동네에 있는걸까?


"오빠랑 왔어요"


"아하~ 오빠 있었구나! 의외네"


"의외인가요?"


"아니, 응. 내 멋대로의 이미지지만, 외동딸인 줄 알고……"


교실에서는 고고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히사메의 오빠도 역시 천재인가?'


"...아니에요. 오빠는 저와 달리 평범해요."


말투에 묘한 걸림을 느꼈다.


코우타는 옆을 본다. 히사메는 무표정하게 꽃의 벽을 눈동자에 비추고 있었다.


"혹시 히사메는, 천재 소리 듣는 거 싫어?"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까지 그녀와 함께 있었던 시간을. 반복해왔던 대화를. 보았던 표정을.


주뼛주뼛 물어본 코우타에게 히사메는 또렷이 대답했다.


"싫어요"


"어째서……"


"이상하니까요"


평범한 사람인 코우타는 그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덜컹하는 광차의 주행음에, 히사메의 목소리가 섞였다.


"천재. 그런 말을 들을 때 타인과의 벽을 강하게 느껴요.


사실 반 친구들은 항상 저를 멀찍이 두고 보살펴요. 제가 대화에 끼면 분위기가 어색해져요.


그건 제가 어딘가 남들과 달리 이상해서 그런가 봐요."


히사메는 눈을 떨구고 고요히 숨을 쉰다.


"저는 평범해지고 싶었어요. 천재라니요."


"아니야, 히사메!"'


코우타는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히사메를 대단하게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아. 사실은 다들 히사메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거라고."


"과연 그럴까요. 지금 당장 믿을 순 없습니다."


"맞다니까! 왜냐하면 히사메 여태 고백 많이 받아왔잖아. 그 사실은 즉, 히사메와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많이 있다는 증거야."


히사메가 깜박거렸다.


"그건 그런 의미였습니까……"


"또 무슨 의미가 있는데"


"아니, 그……내 몸에 흥미가 있는가 하고……"


히사메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그 시선을 따라간 코우타는 무게감 있는 앞가슴을 보고


"어흠, 그것도 히사메의 매력에 포함되긴 하지."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절대 아니야. 히사메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야. 천재인 걸 우습게 생각할 필요 없어!"


"코우타 군……"


퍽, 하고 모든 조명이 다 꺼졌다.


히사메가 조그맣게 비명을 지른다. 갑자기 깜깜해져, 광차가 정지하고 있었다.


"뭐야…"


코우타의 긴박한 목소리가 동굴에 메아리친다.


이윽고 동굴 내 스피커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승차 중인 여러분, 정전이 발생해 죄송합니다.복구할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정전인가…'」라고 말하면서, 코우타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도 크리스의 작전이군)


이런 시설이 정전이라니 거의 없겠지. 크리스의 작전이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다.


스마트폰을 켜서 빛을 확보하고 싶지만, 아차, 짐은 전부 광차에 타기 전에 사물함에 맡겨버렸다.


"히사메는 괜찮아……?"


옆의 어둠에 코우타는 물었다.


네, 하고 목소리가 돌아온다.


"저는……괜찮습니다…"


정말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히사메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들렸던 것이다.


시야는 캄캄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히사메, 옆으로 손 뻗어줘"


"…이렇게요?"


코우타의 어깨에 히사메의 손끝이 닿는다. 그 손을 잡았다. 히사메의 몸이 뛰는 것을 알 수 있다.


"손잡고 있으면 덜 불안할까 해서"


"……그렇네요."


목소리는 쌀쌀맞지만 히사메는 코우타의 손을 덥석 잡아왔다.


"코우타 군의 손, 따뜻하네요"


그렇게 말하는 히사메의 손은 차갑다.


아까부터 동굴 안에는 스르르 찬바람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온도 설정을 잘못한 냉방 같다.


"추워? 내 겉옷 빌려줄까?"


"아뇨, 그러면 코우타 군이 추울 거에요. 됐어요."


거절당하고 말았지만 히사메가 추울 것 같다.


(이것은 혹시, 히사메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 껴안는 편이 좋은 것인가? 그런 작전인가, 이 바람은!?)


크리스에게 묻고 싶지만 주위는 깜깜하고 지시는 없다.


망설인 끝에 코우타는 히사메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녀의 팔을 끌어당긴다.


"코우타 군……?"


의아해하는 듯한 목소리다.


히사메의 어깨에 손을 얹지만 싫어하는 내색은 없다.


두근두근하다. 여자를 부둥켜안은 적은 없다. 히사메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낀다.


뜻을 결정한 코우타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확 조명이 켜졌다.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난다.


광차 안, 코우타와 히사메는 거의 껴안고 있었다. 살짝 얼굴을 갖다 대면 입술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


깜짝 놀란 두 사람은 세차게 멀어진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출발하겠습니다.'


스피커로부터 음성이 흘러나오고 광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덜컹덜컹 달리는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얼굴을 붉힌 두 사람은 광차의 양 끝에 몸을 바싹 붙이고 있었다.


....


한편 고지대에 있는 모니터룸에는, 광차에서 새빨개진 두 사람이 비춰지고 있다. 호즈키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 아가씨, 조명을 켜는 신호가 조금 빨랐던 게 아닐까요?"


"그럴 리가 없어! 더 이상 저 둘을 접근시키면 안 되는 게 당연하잖아. 애초에 이 작전은 대체 뭐야? 하마터면 키스할 뻔했잖아!"


"……모든 작전은 아가씨 지시대로 입니다만"


이를 갈던 크리스는 발을 동동 구른다.


"알아!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