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은 잃고 나서야 깨닫는 법.
코우타에게 크리스는 그런 느낌이었다.
얼마나 자신이 크리스를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녀가 사라진 후에야 알았다.
(아니, 아직 잃은 것은 아니야--!))
코우타는 이를 악물고 레드카펫 깔린 계단을 뛰어오른다.
크리스는 분명 자기를 기다려 줄 것이다. 그런 예감이 드는 것이다.
안일한 해석이라고 비웃을지도 모른다.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코우타는 내기하고 싶었다.
다름 아닌, 크리스와 자신의 운명에--.
갑자기 탁트인 공간으로 나왔다.
높은 천장에, 반원형의 큰 창문. 교회처럼 어딘가 장엄한 분위기가 감돈다.
창으로 붉은 노을에 바다라는 절경이 펼쳐져 있었다.
빨간 카펫 끝에서 금발의 소녀가 창문을 바라보고 있다.
"...크리스"
교복 치마가 흔들리고,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그 얼굴을 보자마자 코우타의 가슴에 안도가 넘쳤다. 시간에 맞췄다. 어쩌면 두 번 다시 못 만났을지도 모르는데.
안심했다가 그만 원망하는 말이 나왔다.
"이 거짓말쟁이가"
문득 크리스가 웃긴 듯 웃는다.
"거짓말쟁이라니 무슨 말이야?"
" 다 들켰어. 해외 출점 얘기는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지. 약혼 파기 동맹은 너와 내가 친해지기 위한 촌극이었지?
그녀는 기죽지도 않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어머, 그것뿐이야?"
"[농담이야]도 거짓말이었어. 내가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놀리고 속였던 거고!"
"참 빠르게도 알아차리는구나. "
"무엇이 [나는 동맹자니까]야. 사실은 나와 히사메를 붙이는 프러포즈 작전에 울분이 쌓였었잖아. 아니면 분수 앞에서 그렇게 폭발할 리가!"
"하, 코우타는 불평하러 왔어?"
"더는 강한 척하지 말아줘, 크리스."
크리스의 표정이 굳는다.
"난 너랑 같이 싸울 생각이었어. 나도 너도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해서 동맹을 맺은 거라고.
그런데도 너만은 본심을 숨기고 혼자서 괴로운 경험을 하고 있었다니, 이건 아니지. 내 불찰이었어."
충격이기도 했다.
모르는 사이에 코우타는 크리스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크리스의 마음을 알았으면, 동맹 같은 건 짜지 않았다.
그런 코우타의 성격을 간파하셨기 때문에, 크리스는 자신의 연정을 숨겼겠지만--.
"분명히 말할게. 난 너랑 함께해서 즐거웠어!"
크리스가 '윽'하고 입가에 손을 댔다.
"만났을 때는 마음이 맞을리 없는 초셀럽 여자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3주 동안 함께 지내니 생각이 바뀌더라. 난 너를 누구보다도 신뢰하고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만약 아직 내게 애정이 남아있다면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도와줘!
"코우타……"
크리스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였다.
"네 마음을 몰라봐서 미안했어. 그 대신 너도 앞으로 거짓말하지마.
알겠어?, 우리 관계는 어디까지나 대등해. 너만 참거나 아픔을 짊어지는 것은 이제 그만둬.
처음에 말했잖아, 난 너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얼굴을 찌푸린 채 그녀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인다.
딱 좋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크리스도 거짓말 했던 걸 반성하고 있는 듯 하고, 이것으로 코우타는 그녀에게 청혼할 수 있다.
코우타는 무릎을 꿇었다.
가방에서 새빨간 장미 한 송이를 꺼낸다. [너밖에 없어.]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기에 이보다 더 알맞는 꽃은 없을 것이다.
볼을 붉히는 크리스에게 코우타는 말했다.
'크리스, 나의 동맹자가 되어 줘!'
큰 방에 정적이 가득 찼다.
너무 길어서 시간이 정지된 줄 아는 듯한 정적이었다.
"어?"
레드카펫 위에서 크리스가 입을 연다. 눈에 고였던 눈물은 말끔히 사라졌고 볼의 홍조는 완전히 가셨다.
"도, 동맹,자……!"
"아, 아무래도 히사메와 나는 약혼자였던 것 같아. 엄마들끼리 정했더라. 이번엔 히사메와의 약혼을 취소해야 해.
말하면서 코우타는 메모지를 꺼낸다.
새로 쓴 [약혼 파기 동맹 코우타&크리스]
"너의 작전은 언제나 정확했어. 무서울 정도로 나의 언행을 읽고, 내가 실수하기 전에 궤도를 수정해주지.
그밖에도 초능력처럼 사람들을 물리거나 히사메에 관한 정보를 자세히 알고있어서 정말로 고마워하고 있어.
내 동맹자가 될 수 있는 건 분명 너밖에 없을거야."
크리스 말고 도대체 누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코우타를 이끌 수 있는 것은 크리스 밖에 없는 것이다.
"나와 너라면 반드시 히사메와의 약혼을 깰 수 있어. 제발, 크리스. 나와 다시 한 번 약혼 파기 동맹을 맺어줘!"
신에게 공물을 바치듯 코우타는 보존화를 내밀고 있다.
비행기의 엔진음이 고오오오,하고 멀어져 갔다.
교회를 연상케 하는 장엄한 공간에서 크리스는 하늘을 우러른다. 부들부들 관자놀이를 떨며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외쳤다.
"이 바보야아아아아아악!!!!"
코우타의 손에서 난폭하게 장미들이 뜯겨져 날아갔다.
그것은 약혼 파기 동맹이 재결성된 증거였다.
에필로그
"크리스, 오늘 패밀리 레스토랑 안 갈래?"
"새로운 디저트 가게 가자~"
'다 같이 노래방 가는데 크리스도 어때'
방과후. 크리스의 주위는 항상 그렇듯이 소란스럽다.다들 그렇게 연예인이 궁금할까?
경단처럼 똘똘 뭉쳐 있는 집단을 거들떠보고 코우타가 교실을 나오려고 했을 때,
"미안, 오늘은 코우타와 돌아가기로 약속했어!"
"헉!?"
동시에 팔뚝을 덥석 안겼다. 코우타의 팔에 찰싹 붙은 크리스는 반 아이들에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바이바이"
"야, 너……!"
'가자, 코우타'
코우타는 이끌려져서 교실을 쭉쭉 나온다.뒤를 돌아볼 용기는 없다.
쥐죽은 듯이 웅성거리던 교실은 둘이 복도로 나오자마자 폭발한 것처럼 아수라장이 됐다.
둘은 도망치듯 승강구까지 달린다.
"야, 크리스!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거야...!"
"어? 무슨 문제 있어?"
"어마어마하잖아! 너 지금 완전 소문 날 거야! 어떡할 거야?"
"소문 나면 안 돼?"
크리스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괜찮잖아.어차피 코우타는 지금 프리인걸."
히사메와는 헤어졌다, 라고 크리스에게는 말했다. 만약 크리스와 코우타에게 그러한 소문이 나더라도, 문제는 없다.
"아니, 문제 있지.헛소문 난다고."
"그렇다면 헛소문을 진짜로 만들면 되잖아."
크리스는 코우타의 소매를 꽉 잡았다.
"있지, 나에 대해 잘 생각해 봤어?"
말문이 막힌다.
코우타가 공항까지 크리스를 뒤쫓으면서 두 사람은 다시 동맹을 맺었고 크리스는 동맹을 위해 일본에 남아주게 됐다.
하지만 동맹자가 되는 것과 연인이 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나는 너를 동맹자로서 의지하고 있고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것과 사귀는 건--」
"농담이야."
"뭐!"
크리스의 농담만큼 믿지 못하겠는 건 없다.
눈을 부릅뜬 코우타에 크리스는 낄낄거리며 웃는다.
"지금 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되니까. 제대로 생각해 봐."
속삭이던 크리스는 코우타의 팔을 놓았다. 승강구로 향하는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트윈테일이 펄럭이고 있다.
코우타는 자기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철학적인 것을 생각해 버릴 정도로 코우타는 당황했다.
약혼에 얽힌 소동으로 여러 가지 일이 너무 많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맺어지고 싶다. 그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좋아하는 사람]의 부분에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단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미간을 문지른 코우타는 눈을 떴다.
앞을 걷는 소녀의 반짝이는 금발이 몹시 눈부시다.
(세상은 오늘도 빛나 보이는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세계가 몰라볼 정도로 선명해진 것을 코우타는 알고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졌을 텐데, 그의 눈에 비치는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크리스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그녀가 돌아보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토죠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싶은 거지?"
"어, 맞아."
"그렇다면 코우타가 또 다른 약혼자를 만들면 되겠네. 그렇지?"
다가온 크리스가 의미심장한 듯 말한다.
"코우타의 약혼자가 될 만한 애, 가까이에 있을 것 같은데."
"그럴 리가 있나요."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코우타와 크리스가 돌아보니 그곳에는 하얀 냉기를 두른 히사메가 있었다.
"어째서 자기가 상대를 찾는다고 부모가 정해준 약혼을 깰 수 있죠? 새로운 약혼만 늘어날 뿐 해결은 안 돼요"
크리스가 작게 혀를 찼다.
코우타는 시선을 방황한다.
"에, 저기, 히사메……"
그녀와 이야기하는 것은 집에서 이별을 고한 이후 처음이였다.
전 여자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코우타는 모르겠다.
"나, 반드시 약혼을 깰 테니 기다려 줘. 크리스와 둘이서 꼭 해내고 말테니까……!"
"──"
히사메가 뭔갈 말하려 입을 열었다.
눈썹을 맞댄 채 '…으으으…'라 신음한 뒤, 결국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만다.
'훗' 크리스가 입가에 손을 댔다.
"……말해 두겠습니다만, 코우타 군"
히사메는 코우타를 째릿 노려본다.
"고산지 라멘 가게의 현재 점포는 우리 집안이 싸게 빌려주고 있습니다. 약혼이 깨지면 정상 가격으로 변하는 걸 잊지 마세요."
"신경 쓰지 마, 코우타. 만약 그렇게 되면 동맹자인 내가 자금을 지원해 줄 테니까."
"Shut up, vixen!!!" (입 닥쳐 여우년아!!!)
"Go to hell, slinking cat!!!" (저리 꺼져 도둑 고양이!!!)
영어로 서로 욕설을 해버린 히사메와 크리스.
한 쪽은 학교 제일의 천재. 한 쪽은 다이아수저 연예인. 두 사람의 싸움은 남의 이목을 끈다.
일반인인 코우타가 슬슬 물러나려 할 때였다.
"어라, 코우 군?"
교무실 쪽에서 소리가 났다.
전학생일까, 사복 차림의 포니테일 소녀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코우타임을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번쩍 눈을 빛낸다.
"역시 코우 군이다!"
긴 포니테일을 휘날리며 그녀는 일직선으로 코우타에게로 달려간다. 몸이 굳은 코우타를 그녀는 힘껏 껴안았다.
" "뭣--!?" "
크리스와 히사메가 살기를 띤다. 코우타는 '에……?'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코우 군, 나 돌아왔어. 약속대로 코우 군의 아내가 되기 위해."
낯선 소녀는 기쁜 듯이 말하고 있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코우타 옆에서 크리스와 히사메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고생 도예가인 키타오지 니아잖아. 코우타, 아는 사람이야?"
"키타오지 니아, 들은 적이 있어요. 도예로 여러 상을 받았고 언론에 자주 언급되죠."
모른다. 도예가를 아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녀 이름 자체를 처음 들어본다.
하지만 눈앞에 기뻐하는 여자에게 그 말을 하기는 꺼려진다.
니아는 코우타를 들여다보았다.
"어라, 코우 군 반응이 싱거운데? 10년 전 코우 군이 나한테 말했잖아. 앞으로도 같이 라멘 끓였으면 좋겠다고."
'아.'
되살아나는 것은 유치원에서 맺은 약속.
라멘 가게 놀이의 '아내 역할'.
"그래서 나, 10년 동안 계속 도예를 수련해 왔어. 코우 군의 라멘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야. 상도 많이 받고 개인 가마솥도 거의 만들었지."
그러니까 말이야, 라고 니아가 코우타에게 웃는다.
"언제든 결혼 할 수 있어, 코우 군"
"아아아아아아악------------!!!!"
코우타는 외쳤다. 소리칠 수밖에 없다. 머리를 감싸쥔 그를 여자 셋이 에워싼다.
'코우 군?'
"코우타 군!"
"코우타!?"
"약혼녀는 이제 그만!!!"
---------------------------- 아씨발 드리프트 뭐노 ㅋㅋㅋㅋㅋㅋ-----
작가 후기
전작에서 거의 일 년 정도가 비었었죠.
그동안 뭐 했냐면 계속 이 작품을 짜고 있었어요. 최초로 이 기획의 원형이 되는 플롯을 낸 것이, 작년 여름입니다.
작년 가을에는 1장을 완성했습니다만, 실패. 다시 수정해도 땡. 또 처음부터 다시 써도 소용없어…….
다섯 번 리테이크해서 드디어 1장 오케이가 나왔어요.
그리고 캐릭터를 다시 짜거나 끝까지 쓴 후에도 장을 통째로 다시 쓰거나 했기 때문에,
아마 보조 원고만으로도 책을 한 권 더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정말 긴 여정이었죠!
수고스러움은 엄청 들었지만, 이 작품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럽코입니다. 정말 순수한 럽코.
실은 주인공이……같은 전개는 없습니다. 전작 <시간 도둑은 두근거리게 하고 싶어>가 럽코조무사,
즉 럽코의 탈을 쓴 현대 판타지였다면 이번 작품은 평범한 럽코입니다. 깊이 있는 걸 기대했던 분이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다음을 기약해주세요.
항상 후기를 쓸 때는 발매일보다 2 개월 이상 전입니다만, 그럼 표지의 러프 정도 밖에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다지 일러스트에 대해 언급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페이지 수가 바뀐 관계로 발매 후 1개월 이내인 현재 이것을 쓰고 있습니다. 즉 표지도 일러도 완성된 것을 보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강추하는 일러는 크리스가 침대에 있는 그림입니다. 작가 특권으로 여기는 일러스트로 해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보시면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잘록한 허리의 곡선, 스커트에서 들여다 보이는 육감 있는 허벅지가 매우 훌륭합니다.
덧붙여서 크리스의 허벅지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여기뿐입니다.
(사실은 표지의 일러스트에도 이 눈부신 허벅지는 살짝 그려져 있었습니다만, 컷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주목해 주셨으면 하는 것이 표정. 웃고 있는 거냐, 울고 있는 거냐. 이 절묘한 표정이, 본편을 읽고 난 후라면 반드시 인상에 남을 것입니다.
이하, 감사의 말을 올리겠습니다.
담당 편집자인 무라카미 씨, 쿠로카와 씨가 무척 노력해 주셨습니다.
리테이크하는 동안은 어떻게 될려나 생각했습니다만, 두 분 덕분에 이 작품이 나옵니다.
또한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그려주신 쿠로토 유우 선생님. 일러스트를 받을때마다 「최고입니다!!」밖에 말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크리스도 히사메도 상상 이상으로 사랑스러워서 정말 감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손에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최대의 감사를. 고맙습니다.
미사키나기
단권이야?
번역 수고했음 ㄱㅅㄱㅅ
pdf버전 나오나
수고했다 번역 게이야 재밌게 잘봤다
아니시발 마지막머노 ㅋㅋㅋ 이거 단편아니지? 1권나오는거지?
아니 2권나오는거지?
크아악
개빠르노 ㄷㄷ
재밌게 잘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