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는 학교에서 그런 짓은 안 할게. 타치바나 씨에게 보였다간 큰일인걸. 난 키리시마 군의 방해가 될 만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정말이라구"
하야사카 씨는 이번에야말로 냉정함을 되찾은 것 같았다. 그리고 마키도 이번에야말로 떠나갔다.
나는 하야사카 씨를 소파에 앉히고 홍차 파인 그녀가 마실지는 모르겠지만, 드립 커피를 내려 주었다. 기본적으로 부실을 사용하는 건 나와 타치바나 씨뿐이라 커피밖에 없다.
"갑자기 왜 그래. 엄청 적극적이잖아"
내가 묻자 하야사카 씨는 거북한 듯 눈을 피하면서 말한다.
"……요즘, 왠지 키리미사 군이 피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그치만 미스터리 연구부 쉬는데도 평일에 전혀 만나지 못했잖아"
"미안, 시험공부가 바빠서……"
"그, 그렇지. 시험 기간인걸. 공부를 소홀히 하면 안 되지"
내가 착각했구나, 라면서 하야사카 씨는 얼굴을 붉힌다.
"불안했었는데,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엄청 기뻐져서, 마음에 브레이크가 듣질 않았던 것 같아. 미안해, 귀찮은 여자라서"
하야사카 씨는 얼버무리듯 커피 테이블에 두었던 내 필통에서 연필을 하나 꺼내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전부터 신경 쓰인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
"물어봐"
"키리시마 군은 왜 연필을 쓰는 거야?"
"초등학생 때부터 습관이 돼서. 딱히 의미는 없어"
나는 매일 뾰족하게 깎은 연필을 12개 준비해서 수업에 임한다.
"난 꽤 좋아해. 키리시마 군의 연필"
"그럼 줄 게, 두 개"
"정말? 고마워"
하야사카 씨는 연필을 양손에 들고서 생긋 웃는다. CM으로 방송하면 연필 판매량이 2할 정도 증가할 듯한 사랑스러움이다.
그 후로도 하야사카 씨는 나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해왔다.
안경은 어디서 사?
키리시마 군은 여름에도 꼭 넥타이를 하고 있던데, 왜?
"남자에 대해선 정말로 모르는 것투성이거든. 신경 쓰이는 건 많이 있는데 말이야"
"평범하게 물어보면 되잖아"
하야사카 씨가 상대라면 다들 기쁘게 대답해 줄 거다.
"하지만 난 키리시마 군 말고는 제대로 이야기를 못 하겠어. 타이밍이라든지 잘 모르겠는 데다, 모두랑 있어도 결국엔 끄덕이는 것밖에 못 하니까"
알고 있다. 하야사카 씨는 모두의 원 안에 있지만, 무척 서투른 데다 귀여운 겉모습 탓에 살짝 붕 떠 있다.
"게다가 가볍게 말 걸지도 못한다구. 그랬다간 그 남자애를 좋아해? 라고 놀림당하는걸. 게다가……"
"상대가 착각해서 곤란했던 적이?"
하야사카 씨는 말하기 어려운 듯 「가끔」이라며 연약하게 웃었다.
"요즘 그런 일로 곤란하진 않고?"
"괜찮아. 아까도 고백 받긴 했지만 이젠 익숙해졌어"
"그래? 그럼 체육복이 없어지거나, 이름 없는 러브레터가 신발장에 들어 있거나, 집 근처까지 남자가 따라오거나 그런 적도 없겠구나?"
"어?"
하야사카 씨가 깜짝 놀라 잠시간 얼어붙는다.
"……키리시마 군, 알고 있었어?"
"미안, 어쩌다 보니 좀 듣게 됐네"
"걱정하지마. 분명 불안하긴 했지만, 러브레터는 요즘 안 들어있고, 하교할 때도 친구랑 함께 돌아가도록 하고 있으니 이젠 괜찮아"
"그런 일이 자주 있어?"
"고등학생이 되고는 별로 없었는데. 남친이 있다고 하면 괜찮으려나. 그러면 이상한 짓 하는 사람도 없어질 테고, 고백도 줄어들지도"
거기까지 말한 하야사카 씨는 「아니야」라면서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딱히 키리시마 군과의 관계를 오픈하고 싶다든가, 그런 뜻이 아니라구. 그런 짓을 했다간 키리시마 군, 타치바나 씨에게 어프로치 하기 힘들어지잖아"
"하야사카 씨도 남친은 없는 편이 좋아. 상대가 다른 학교라곤 해도 어디서 소문이 퍼질지 모르니까"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야사카 씨는 「그럼 슬슬 교실로 돌아갈게」라고 말하면서 일어난다.
"저기, 키리시마 군"
"왜?"
"난 키리시마 군의 여자친구지?"
"새삼스럽게 물어보지 않아도 알잖아"
하야사카 씨는 만족스럽게 「에헤헤」 웃으면서 부실을 떠나갔다.
부실에 혼자 남은 나는 머리를 긁적인다.
내가 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느끼는 하야사카 씨의 마음도 어쩔 수 없다. 시험 전에 미스터리 연구부 활동을 하지 않는 지금, 실은 좀 더 함께 있을 수 있었다.
시험공부로 바쁘다고 말한 건 거짓말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편지지 몇 통을 꺼낸다.
하야사카 씨는 말했다.
『러브레터는 요즘 안 들어있고』
그도 그럴 것이다. 요 며칠간 내가 하야사카 씨에게 들키지 않도록 회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야사카 씨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미키쨩, 아니 미키 선생님 앞에서도 신경 쓰는 듯한 모습은 없었다고. 마키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 건 주변을 배려하기 위해 참고 있던 것뿐이다.
폐를 끼치지 않도록. 실은 무서워도 혼자서 모조리 떠안고 있던 것뿐이다.
하야사카 씨는 그런 여자다. 약한데도 금세 무리한다.
그러니까 나는 하야사카 씨를 무섭게 만드는 범인을 해치울 생각이다.
◇
"뭐야, 알고 있었냐"
마키는 말한다.
체육 수업 중 우리는 운동장 구석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응. 하야사카 씨의 체육복이 매번 남한테 빌린 거였으니까"
테니스 코트에서는 여자가 테니스를 하고 있다.
하야사카 씨는 보건실에 준비되어 있던 낡은 디자인의 체육복을 입고 있다.
"못 알아차리는 게 더 이상하지"
하야사카 씨가 신발장에서 편지를 든 채로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았다.
"참고로 집 근처까지 따라갔던 남학생이라는 건 나야"
"키리시마였어? 왜?"
"스토킹 당하진 않는지 멀리서 지켜보느라고"
"그거, 네가 스토커잖아"
"역시 그런가?"
집에 들어가는 모습까지 지켜보려고 했더니, 갑자기 돌아보길래 깜짝 놀랐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덕분에 내가 수상한 인물로 의심을 받고 말았다.
"그럼 편지랑 체육복이 문제로군?"
"바로 그렇지. 그리고 아마도 범인은 부활동을 하는 학생 중에 있어"
신발장에 편지를 넣는 타이밍은 방과 후밖에 없다.
"시험 기간이지만 자율연습으로 남는 학생은 많아. 우리 학생회도 남아 있고. 범인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겠어?"
"아니, 그렇지만도 않아"
내일, 모레에는 알 수 있을 거야, 라고 나는 말한다.
"그래? 이런 건 범인을 찾는 게 어렵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미스터리는 독자를 놀라게 하려고 일부러 복잡하게 만드는 것뿐이야"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훨씬 단순하다.
"말 한번 잘하네. 그럼 범인이 누군지 알겠어?"
"미스터리였다면 여기서 범인은 선생이거나, 여자거나, 어쩌면 나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의외성을 위해 쓰인 거니까"
이번에는 물론 남학생이겠지.
"키리시마, 진짜로 미스터리 읽고 있었구나"
"날 뭐라고 생각했던 건데"
"미스터리 따윈 간판뿐이고, 옆 교실에서 들리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서 좋아하는 여자의 남자친구 SNS를 보면서 질투에 미치는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지"
"대체로 맞긴 하네"
나는 범인의 가능성이 있는 세 명에 관해 이야기한다.
만화연구부의 야마나카 군.
체육 시간 때 하야사카 씨를 가장 열심히 보고 있던 것이 그다. 체육복을 향한 흥미는 틀림없다. 만화 대회에 응모하고 있으며, 열중하면 주변이 보이지 않게 된다. 머리는 분명 좋을 텐데, 중간시험에서 0점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다.
축구부의 이치바 군.
다른 학교의 여자와 놀았다는 이야기를 큰 소리로 떠들면서도 늘 곁눈질로 하야사카 씨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여자놀음에 익숙한 타입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정말로 여자놀음에 익숙한 녀석은 마키처럼 입 다물고 교사와 사귀거나 하는 법이다.
배드민턴부의 노하라 선배.
3학년으로, 하야사카 씨에게 두 번 고백했다가 차였다. 아직도 포기하지 못하고, 후배에게 볼일이 있는 척하면서 교실에 찾아와서는, 하야사카 씨에게 미련 넘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드라마틱한 타입으로 두 번째 고백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했었고, 그 때문에 하야사카 씨는 울고 말았다.
세 명 모두 하야사카 씨를 좋아하면서 그 감정의 배출구가 없다.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마는 것이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며, 무척이나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기서부터는 어떻게 범인을 특정할 셈인데?"
"한 가지 더 단서가 있어"
"회수한 러브레터인가"
필적으로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번에 했던 쪽지시험, 미키쨩에게 부탁해서 빌릴 수 없겠어?"
"좋지"
"대답이 가볍네. 들켰다간 문제가 커지잖아"
"미키쨩은 내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거든"
이 남자, 은근슬쩍 엄청난 소릴 하네.
"그런 것보다 키리시마, 슬슬 하야사카와의 관계를 알려달라고. 엄청 소중하게 대하잖아. 보아하니 하야사카도 좋아하는 것 같고"
"남들에게 말할 만한 이야기는 아닌데"
"뭐 어때. 키리시마만 내 비밀을 알고 있는 건 불공평하잖아"
"어쩔 수 없군"
나는 하야사카 씨와의 관계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오, 오우. 무지하게 불건전하구만"
마키는 그렇게 말했다. 교사와 사귀는 녀석이 할 말은 아니지.
"첫 번째 사랑이 실패했을 때의 보험으로 두 번째끼리 사귄다, 인가"
"아주 명확한 방식이지"
"머리로 생각해보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그렇게 잘 풀릴 만한 문제인가?"
마키는 실연확률 25퍼센트 메서드에 회의적이었다.
"적어도 중대한 점을 한 가지 간과하고 있잖아"
"어떤?"
"두 번째가 첫 번째로 승격하는 가능성 말이야"
즉, 전제조건의 변경.
"하야사카나 키리시마, 어느 쪽이든 한쪽만 상대를 첫 번째로 승격시키면 말이야, 엄청나게 꼬이는 거 아니냐?"
마키는 마치 예언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좋겠네"
◇
산더미 같은 시험용지와 마주한다.
방과 후, 부실에서의 일이다. 그리고 곤란하게 됐다.
러브레터와 시험지의 필적을 대조해 볼 생각이었는데, 시험용지에 쓰인 문자는 대부분 알파벳이었던 것이다.
미키쨩은 영어교사이니 당연한가.
이름과 번역문은 일본어지만, 과연 필적을 감정하기에는 문자 수가 너무 적다. 게다가 애초에 2학년 답안지밖에 없으니까, 3학년과 1학년은 수비 범위 밖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인데, 완전히 내 부주의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신발장에서 회수했던 러브레터 두 통을 책상 위에 두고 바라본다.
한 통은 하야사카 씨의 용모를 칭찬하는 내용. 다른 한 통은 슬슬 답장을 재촉하는 내용이다.
이름이 없는데 답장을 요구하는 부분이 묘하게 무서울 만하다.
하야사카 씨가 미키쨩에게 건넨 러브레터 내용에는 체육복 차림을 보여달라는 내용도 있었다는 모양이다. 그건 이미 러브레터의 범주를 넘어섰다.
나는 수중에 있는 편지를 바라본다. 그리고 어떤 사실을 깨닫는다.
글자가 무척이나 정중하게 쓰여 있다.
여자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면 그것도 당연하다. 즉, 평소 글자와는 다른 것이다.
필적 감정은 프로도 어렵다고 들었는데, 미술 수업에서도 관찰안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나에게 필적 감정 같은 고등 기술을 흉내 낼 수 있을 턱이 없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 따윈 간단하다.
마키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이 떠올라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큰소리 뻥뻥 쳐놨으니 다른 방법은 없나 이리저리 생각해본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수도 없고, 필적 감정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번 생각했더니, 거기서 유연한 사고 전환도 좀처럼 쉽지가 않았다.
범위를 좁힌 세 명의 범인 전원에게 네가 범인이지? 라고 순서대로 물어보고 자백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근거가 없으니 시치미 떼면서 도망치면 잡을 방도가 없다.
시험용지는 노을이 질 때까진 돌려주기로 했다.
시간은 시시각각 흘러간다.
뭐, 무리인 건 어쩔 수 없지. 일단 포기하고 돌아가서 잠이나 자자.
그렇게 생각하며 시험용지를 돌려주기 위해 봉투에 넣으려던 때였다.
──번뜩였다.
나는 서서히 일어나서 부실을 나온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가 1층으로 향했다.
구교사, 미스터리 연구부에서 대각선 위에 있는 부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한 명의 남학생이 책상을 마주하고 있었다.
나는 그 남학생의 등 뒤에 서서 어깨에 손을 올린다.
"돌려주지 않겠어? 하야사카 씨의 체육복"
그는 이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잠시 생각한 뒤에 말한다.
"어째서 나라는 걸 알았지?"
"중간고사에서 0점이었지?"
머리는 좋을 텐데.
"왜 0점을 받았어?"
"이름 적는 걸 잊었거든"
남학생은 차분한 말투로 대답한다.
나는 책상 위에 두 통의 편지를 내려두며 말한다.
"그러면 안 되지. 중요한 데엔 확실하게 이름을 적었어야지"
----
누구는 책 한 권 번역 할 때 나는 5000자 번역 하고 퍼졌고
이거 하는 데도 존나 오래 걸렷음....
요번달안에는 두번째랑 다나카 끝내고 싶었는데 안 될 거 ㄱ ㅏㅌ다...
패배히로인 2권 로시데레 3권 번역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 노예새끼 모집한다
두번째여친 다나카도 할 마음 있으면 환영한다
항상 고맙게 읽고 있으니 어디처럼 중단만 안시키면 꼴릴때 번역해도 ㄱㅊ음 그나저나 하야사카 ㅈㄴ 매력적이노...
왜진짜하라하니까 함
사실 이 편만 평일 떄부터 붙잡고 있던 거임... 11화 하고 바로 붙잡고 있다가 아까 끝난 거
더내놔
ㅊㅊ 고생했어
심심해서 읽어봤는데 숨참고봤다 ㅋㅋㅋㅋㅋ 무지성구매 마렵네 ㅋㅋㅋ
잘 보고 있음 고생이 많네 여유있는 때라도 번역 앙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