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교문 앞에서 타치바나 씨가 나를 부른다.

"좋은 아침, 부장"

 가슴팍에는 남자용 넥타이가 매어져 있다.

"이거, 어때?"

"잘 어울려. 리본 타이보다 쿨해"

"부장, 지금 어떤 기분?"

"그냥 보통"

 내 반응이 재미없었는지, 타치바나 씨는 「흐응」 이라고 말하면서 떠나갔다.

 정말로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여름 아침과 타치바나 씨, 그 조합이 상큼하다고 느꼈을 뿐이다.

 한편, 타치바나 팬인 남자들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그들이 의지하고 있던 한 줄기 동아줄은 타치바나 씨가 남자친구에게도 쌀쌀맞게 군다는 점이다. 허울뿐인 남자친구라면 파고들 틈이 있다. 하지만 그 희망이 이 러브러브 넥타이 소동으로 무너지고 만 것이다.

"키리시마 군, 괜찮아?"

 복도에서 하야사카 씨가 말을 걸어온다.

 1교시가 화학 실험이라, 실험실로 이동하려던 때의 일이다.

"무슨 소리야?"

"그 왜, 타치바나 씨. 남친이랑 잘 지내는 것 같잖아"

"이 정도쯤은 끄떡없어. 별것도 아니지"

"혹시 또 분해하면서 쾌감 느끼고 있는 거야?"

 그런 대화를 하고 있자니, 타치바나 씨가 반대 측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는 종이팩 흑초 드링크. 건강지향이다.

"왠지 분위기 좋네"

 타치바나 씨가 하야사카 씨에게 말을 건다.

 역의 빌딩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이래, 두 사람은 그럭저럭 사이좋게 지내는 것 같았다.

"하야사카 씨, 역시 부장을 좋아해?"

"아, 아닌데"

 직설적인 질문에 하야사카 씨는 당황하며 대답한다.

"평범하다구, 평범"

"흐응. 난 부장이랑 친해"

 그렇게 말하면서 타치바나 씨가 내 팔에 달라붙는다. 순간, 하야사카 씨의 얼굴이 경직된다.

"잠깐, 타치바나 씨. 여긴 학교라고"

"그렇네"

"게다가 남친도 있지?"

"그게 어쨌는데?"

"남친이 있는데 키리시마 군이랑 그런, 그, 그렇게 달라붙다니……"

"부장이랑 부원의 스킨십"

"그, 그래. 응, 그렇구나. 사이가 좋은 건 좋은 일이지. 둘이 사이가 좋으면 나도 기뻐"

 하야사카 씨는 딱딱한 웃음을 띄운다.

 하야사카 씨, 그렇게 알기 쉬운 얼굴을 하면 안 돼.

 타치바나 씨는 우리를 시험하고 있을 뿐이다. 타치바나 씨는 하야사카 씨의 반응에 만족한 듯,

"아, 수업 시작하겠다"

 그런 말을 흘리면서 흑초 드링크에 빨대를 꽂아 입에 물고는 떠나갔다.

"키리시마 군, 잠깐 교실로 돌아갈까?"

 하야사카 씨가 여전히 굳은 미소로 「잠깐 낯짝 좀 빌리자」 같은 분위기로 말하는 바람에, 우리는 아무도 없는 교실로 돌아왔다.

"타치바나 씨랑 순조롭게 친해지고 있는 모양이네"

"뭔가, 미안"

"아니야, 괜찮아. 이거면 된 거야. 그야, 첫 번째가 상대인걸"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하야사카 씨의 교과서를 든 손에 힘이 지나치게 들어간 듯, 손가락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키리시마 군, 평소보다 뭔가 가슴 근처가 시원해 보여"

"그런가?"

"단추를 두 개나 풀었잖아. 그나저나 타치바나 씨, 갑자기 왜 그러는 걸까. 남친이랑 잘 되는 것 같더니 키리시마 군에게 달라붙기나 하고"

"그게 말이야"

 나는 타치바나 씨가 우리의 마음을 시험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설명한다.

"흐응, 그러면 그런 짓을 해서 내가 질투하게 만들려고 그런 거구나"

"아마 그럴 거라 생각해"

"뭐, 나는 그런 거 전혀 신경 쓰지 않는데"

 엄청 신경 쓰고 있다.

"얼굴에 전혀 안 드러나잖아"

 웃는 얼굴이 무섭다.

"내가 두 번째라는 거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과시해봤자 아무렇지도 않거든. 완전 끄떡없거든"

 등 뒤로 인왕상이 보인다. 그런 하야사카 씨는 한 호흡 두고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러고 보니 키리시마 군, 왁스 샀는데 별로 안 쓰네"

"아침은 시간이 없어서. 아무래도 자꾸 까먹는단 말이지"

"그러면 안 되지. 몸단장은 빈틈없이 해야지. 내가 발라줄게"

 그렇게 말하면서 하야사카 씨는 가방에서 자신의 헤어 왁스를 꺼낸다.

 수영 수업이 있어서 갖고 온 것 같다.

 하야사카 씨는 까치발을 들고 손을 뻗어서 내 머리에 왁스를 바른다.

"자, 완성. 좋은 느낌이야"

 체리 블로썸과 은방울꽃의 플로럴한 향기가 난다.

 늘 하야사카 씨의 머리에서 나는 향이다.

"타치바나 씨 앞에선 제대로 몸단장해야지. 타치바나 씨 앞에서는, 꼭"



 점심시간.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소파에 드러누웠다. 음악을 들을 생각이었는데, 그럴 수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잠이라도 자려고 했더니 타치바나 씨가 들어온다.

 타치바나 씨는 가까이 다가오자마자 또다시 내 안경 렌즈를 손끝으로 만졌다.

"그런 짓 해봤자 화 안 낸다고"

"나는 다양한 얼굴이 보고 싶을 뿐인데"

 거기서 타치바나 씨는 코를 킁킁거린다. 다음 순간, 내 머리를 양손으로 거칠게 붙잡아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흐응. 그렇단 말이지"

 차가운 표정으로 말한다.

"이거, 나에 대한 도전장이구나"

"타치바나 씨는 코가 좋네"

"하야사카 씨의 달콤한 냄새, 부장에게는 안 어울려"

 그렇게 말하더니 타치바나 씨는 어디선가 자신의 왁스를 꺼내, 양손에 치덕치덕 묻혀 내 머리에 발랐다. 산뜻한 시트러스 민트 향이 덧씌워진다.

 머리를 감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대로 지내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끝난 뒤, 복도에서 엇갈리는 사이에 하야사카 씨가 귀엣말을 속삭였다.

"타치바나 씨의 냄새가 나"

 곧바로 돌아보자, 하야사카 씨는 이쪽을 보면서 생긋 웃었다.

"잘됐네"

 웃는 얼굴이 오히려 무섭다. 눈썹이 희미하게 경련하고 있다. 도발에 대한 내성이 제로다.

"나, 완전 끄떡없어. 아무렇지도 않거든. 그야 처음부터 두 번째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질투 같은 거 안 하니까 괜찮다구"

 그렇게 말하면서 떠나가는 하야사카 씨.

 나도 교실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하야사카 씨가 걱정되어 그 뒤를 쫓는다.

 하야사카 씨는 복도에서 공허한 눈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째서 내 키리시마 군에게 손을 대는 걸까……남친 있는 주제에……자기가 예쁘다고 잘도……"



 타치바나 히카리의 감정 시험은 아직도 계속 된다.

 어느 날, 또다시 타치바나 팬의 비명이 들렸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던 것이다. 본래 타치바나 씨는 헤드폰 파로 늘 중저음으로 정평이 난, 흰 바탕에 금색 로고가 들어간 무선 헤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그 이어폰은 남자친구의 물건이라는 소문이 된다.

 게다가 절대 들을 것 같지 않은 얼터너티브 락을 흥얼거렸다는 모양이다. 날카로운 사운드가 찌르는 느낌. 여자는 사귀는 남자의 영향으로 음악의 취향이 변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방과 후, 그런 타치바나 씨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얼터너티브 락을 흥얼거리면서 부실에 들어온다.

"어때?"

"여름은 이어폰이 시원해서 좋지"

"흐응"

 타치바나 씨는 재미없다는 얼굴로 커피 테이블 위에 두었던 내 필통으로부터 연필을 두 개 꺼내며 떠나갔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하야사카 씨는 그렇지 않다. 재밌을 정도로 즐거운 반응을 보여준다.

"연필, 타치바나 씨에게도 줬구나"

 쉬는 시간, 하야사카 씨가 말을 걸어왔다.

 타치바나 씨가 수업 중에 연필 사용하는 걸 본 모양이다.

"나한테만 준 게 아니었구나"

"미안"

"전혀, 상관은 없는데!"

 전혀 상관없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키리시마 군, 체육복 좀 빌려주지 않을래?"

"체육복?"

"기술 시간에 필요한데, 잊어버렸어"

"하지만 체육 시간 때 썼던 거라고. 땀도 흘렸는데"

"그거면 돼. 그게 좋아"

 이번에는 하야사카 팬이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질렀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남자 체육복을 입고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이른바 『남친 셔츠』의 체육복 버전.

 그 청순한 하야사카 씨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보건실에서 빌린 체육복이 우연히 남자용이었을 뿐이다. 열광적인 하야사카 팬은 반쯤 어거지로 그리 결론 지었다.

 하지만 관찰안이 뛰어난 타치바나 씨가 그것을 놓칠 턱이 없다.

 체육 수업 뒤에 곧장 복도에서 타치바나 씨에게 붙잡혔다.

"그거, 부장 거지"

"어쩌다 보니"

"하야사카 씨, 완전히 나한테 어필하고 있는 거지"

"너무 자극하지 말아줘"

"이거 보란 듯이 연필을 쓰면서 과시한 건 그쪽이 먼저였는데"

 하야사카 씨, 그런 짓을 하고 있었던 건가.

"아무튼, 부장의 체육복, 나도 빌려줘"

"아니, 오늘은 더이상 쓸 일 없잖아"

"집에서 입을래"

"그건 무슨 감정인데?"


 

 두 사람의 수수께끼 싸움은 나날이 에스컬레이트 해간다.

 타치바나 씨가 내 가방에서 데오드란트 수플레를 끄집어내, 눈앞에서 블라우스 안쪽으로 집어넣어 사용하면서, 노골적으로 하야사카 씨의 앞을 지나간다.

 하야사카 씨는 교과서를 잊었다면서 내 걸 가져간다.

 두 사람이 아무튼 이러쿵저러쿵 다투는 바람에 쉬는 시간 때면 나는 결국 학생회실로 피난하게 됐다.

"키리시마, 너 완전 걸레짝이네"

 마키가 계속해서 말한다.

"뭐냐 그 머리는?"

"두 종류의 왁스가 몇 번이고 뒤섞여서 이렇게 된 느낌인가?"

 나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마키에게 설명했다.

"타치바나가 남친이랑 러브러브 중이라고 다들 소란을 떨던데, 키리시마에게 과시하던 거였나"

"감정을 시험 받는 중이야"

"하야사카는 단순하니까 보기 좋게 도발에 낚였고, 타치바나도 의외로 호전적이라 싸우는 느낌이 됐다 이건가. 어쩐지 키리시마의 물건이 자꾸 없어진다 했다"

 마키는 줄곧 신경 쓰고 있던 모양이다. 연필, 체육복, 그 외에도 이것저것.

"여학교 같은 데서는 남학교의 가방으로 등교하고 그러는 게 스테이터스가 되고 그런다더라. 남친 어필이라고 하나. 그게 키리시마 버전이 된 거구만"

"난 어쩌면 좋을까?"

"관둬라. 관둬. 여자 둘이 싸우고 있을 때 남자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거기서 마키는 갑자기, 「그럼 난 자리 좀 비운다」라는 말을 꺼낸다.

"갑자기 왜 그래"

"키리시마 앞으로 손님이야"

 돌아보니 학생회실의 문 틈새로부터 하야사카 씨의 친구인 사카이의 모습이 엿보인다.

"난 왠지 저 녀석이 거북하더라고"

 그건 아마도 사카이와 마키가 닮았기 때문일걸. 그렇게 생각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사카이는 자신의 정체를 그다지 들키고 싶지 않은 것 같으니까.

 마키가 나가고 사카이가 교대하듯 들어온다.

"지금 아카네에 대한 이야기하고 있었지? 타치바나 씨랑 겨루고 있는 거"

 사카이가 말한다. 그녀도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러 온 모양이다.

"이대로라면 아카네, 얀데레가 될 거야. 그건 그것대로 귀여울 것 같지만"

"그렇게 불안정한 상태야?"

"같이 돌아가는데 계속 혼잣말하고 있었어"

『타치바나 씨, 왜 그런 짓을 하는 걸까. 나에겐 키리시마 군밖에 없는데. 빼앗지 말라구. 어라? 나, 화내도 괜찮은 건가? 아, 안 돼. 난 두 번째인걸. 키리시마 군은 나를……, 뭐였지? 맞아, 두 번째야. 그러니까 나, 얌전하게 굴어야 되는데……』

 사카이가 옆에 있는데 줄곧 그런 말을 했다는 것 같다.

"나로선 여자들의 싸움을 보고 있는 것도 즐겁지만, 아카네의 친구라는 입장으로서는 키리시마가 타치바나 씨에게 관두도록 말해 줬으면 좋겠어. 아카네는 멘탈이 약하거든. 애시당초 본래가 한결같은 타입이라 두 번째 세 번째 같은 걸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요령이 좋지도 않고"

"하지만 타치바나 씨가 내 말을 들어줄까? 마키는 남자가 여자들의 싸움을 막을 순 없다고 그랬는데"

"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타치바나 씨는 키리시마가 하는 말이라면 들을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해?"

"그야 타치바나 씨는 아카네의 마음은 시험해 볼지언정, 키리시마의 마음을 시험해 볼 용기는 없었잖아?"

 역시 타치바나 씨는 연애경험이 없구나, 라면서 사카이는 계속해서 말한다.

"처음부터 전부 알고 있었지?"

"무슨 소리인지"

"시치미 떼기는"

 사카이는 말했다.

"넥타이도 이어폰도, 그거, 전부 키리시마 거잖아?“




---




7fed8277a88369eb3fea96e54691746ae085834b109ef6f2a1a7cd5cad4771c46c58



미친년놈들이 하야사카 멘탈 찢어놓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