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혹시, 이걸 상정하고 가까이 앉은, 건가?)

 내심 토혈하면서 얼마간 먼 눈이 되는 마사치카. 하지만 현재진행형으로 힐끔거리는 시선에 추가 데미지가 들어오고 있으니, 어떻게든 표정을 다잡으며 아리사에게 말을 걸었다.

"어, 음 그러니까. 미안. 역시 잘 모르겠는 게……"

"어, 어머. 그래?"

"응, 이 부분 좀 알려줄 수 있어?"

"흐응~? 어쩔 수 없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딘지 기뻐 보이는 모습으로 머리를 팟 하고 흩날리는 아리사. 그 알기 쉬운 태도에 추가타를 먹으면서도 마사치카는 허벅지를 꼬집으며 필사적으로 표정을 유지한다.

 그러자, 그 순간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울렸다. 넷이서 얼굴을 마주 보며, 대표로서 아리사가 입을 열었다.

"? 들어오세요"

"다들~ 수고가 많아~"

 아리사의 목소리에 응하여 둥실둥실한 웃음을 띄우며 학생회실로 들어온 것은 아리사의 누나, 마리야였다.

"마샤? 분명 친구랑 시험공부 한다고 하지 않았어?"

"응. 이제 끝났거든. 다들 열심히 하는 것 같으니 돌아가기 전에 차라도 끓여줄까 싶어서"

"어머나. 그건 무척 감사하네요"

 곧바로 요조숙녀다운 미소를 머금으며 유키가 일어섰고, 마찬가지로 일어서려는 아야노를 제지하며 마리야를 도우러 간다. 그리고 기다리기를 수분. 마리야가 끓인 홍차가 모두에게 나누어졌고, 일동은 잠시 휴식하기로 했다.

"어머나? 이건?"

 돌연 마리야가 신기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회장의 집무 책상 위에 놓여있는 한 권의 책을 손에 들었다. 표지에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최면술 입문 ~오늘부터 당신도 최면술사다!~』라는 실로 수상쩍은 타이틀이 쓰여 있었다.

"아~, 뭔가 사라시나 선배가 몰수한 책인 것 같아요. 나중에 풍기위원에게 넘길 생각 아니었을까요?"

"흐응"

 마리야는 흥미가 동한 모습으로 팔락팔락 책을 넘기더니, 천천히 아리사의 옆자리에 앉아, 아리사의 얼굴 앞으로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뭐야?"

"자~아, 이 손가락을 잘~ 봐주세요~? 당신은 점점 의식이 멍해질 거예요~?"

"아니, 무슨 소릴……"

"어디 보자……내가 짝, 하고 손바닥을 치면 당신은 꿈의 세계로 떨어져 갑니다. 갑니다? 셋 둘 하나, 짝!"

 그렇게 말하면서 마리야는 책을 책상 위에 둔 뒤, 짝하고 손뼉을 쳤다. 그리고 기대로 가득 찬 눈으로 아리사를 보았다. 그 마리야를, 아리사는 귀찮은 것이라도 보는 것처럼 쳐다보았다.

"……어때?"

"아니, 안 걸린다고. 걸릴 리가 없잖아? 이런 건 어차피 속임수니까"

"뭐어~? 으음~~그럼, 한 번만 더, 딱 한 번만 더"

"안 해. 공부 방해할 거면 돌아가"

"그럼, 아랴쨩이 최면술 걸어 볼래?"

"싫어"

"왜애~ 언니도 해보고 싶어. 해보고 싶다구우~"

 뺨을 부풀리면서 의자 위에서 몸을 흔드는 마리야였지만, 아리사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 매정한 여동생에게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더니, 마리야는 아리사 너머에 있는 마사치카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그럼 쿠제 군. 쿠제 군이 해줄래?"

"엥, 제가요?"

"그치만……아랴쨩이 차가운걸"

 삐친 것처럼 그렇게 말하는 마리야에게 쓴웃음을 내보이면서 마사치카는 자리를 일어나, 마리야의 옆에 서서 책상 위의 책을 손에 들었다.

"어디 보자, 우선……최면 유도? 이건가……"

 조금 전 마리야가 했던 부분의 페이지를 펼치며 그것을 보고 따라 해 본다.

"자, 이 손가락을 잘 봐주세요. 당신은 점점 의식이 흐릿해지기 시작합니다"

 살짝 허리를 숙이고, 의자에 앉아 있는 마리야 앞으로 집게손가락을 세우며 그렇게 말을 걸었다.

 변화는…… 순식간에 나타났다. 지금까지 둥실둥실하던 표정으로 눈동자를 빛내고 있던 마리야가, 갑자기 눈이 풀리며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 것이다.

"응, 앗……?"

 갑작스런 변화에 놀라면서도 마사치카는 아직 연기일지도 모른다며 그대로 속행을 결정했다.

"……제가 손뼉을 치면 당신은 꿈의 세계로 떨어져 갑니다. 준비됐습니까? 셋 둘 하나, 자!"

 그리고 마사치카가 짝하고 손뼉을 울린 순간, 마리야의 머리가 꾸벅하고 기울었다. 완전히 공허한 표정으로 인형처럼 바닥만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다.

"음, 그다음은……엥? 마샤 씨? 마샤 씨?"

 그, 연기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박력 넘치는 모습에 마사치카는 당황하며 마리야의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었지만, 마리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어머? 마샤 선배……혹시 정말로 걸린 건가요?"

"아니, 글쎄……어떠려나, 이거"

 눈을 끔뻑거리면서 묻는 유키에게 마사치카도 난처한 듯 대답했다. 거기서, 질린 듯한 모습으로 얼굴을 든 아리사가 등 뒤에서 언니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래그래, 그런 건 이제 됐으니까……마샤?"

 하지만 마리야는 그저 몸이 흔들릴 뿐, 아리사의 목소리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잠깐……무슨──"

 입술을 내밀고 미간을 좁히면서 일어난 아리사는 마리야의 정면으로 돌아섰지만, 언니의 심상치 않은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그리 간단히 받아들이진 못하는지, 금세 눈살을 찌푸리며 마사치카 쪽을 보았다.

"잠깐, 적당히 좀 하지? 다들 한통속으로 날 놀리려고……"

"아니, 그런 거 아니라니까. 나도 예상을 초월해서 깜짝 놀랐다고 해야 하나……"

"거짓말. 그런 적당한 최면술이 실제로 걸릴 리 없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봐 봐, 여기에 걸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만큼 최면술에 잘 걸린다고 쓰여 있잖아. 뭐, 그런 게 아닐까?"

 횡설수설 설명하는 마사치카를 아리사는 수상쩍다는 듯한 눈빛으로 보았다. 하지만 실제로 아무런 꼼수도 쓰지 않은 마사치카 입장에서 보자면, 그런 눈빛으로 쳐다봐도 곤란할 뿐이었다.

"아, 아무튼 일단 최면술을 풀어 볼게……"

 아리사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듯 책으로 고개를 떨구는 마사치카는 최면을 푸는 방법을 조사한 뒤, 다시 한번 마리야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

"어, 그러니까, 그럼 제가 어깨를 만지면 최면이 풀립니다. 알겠습니까? 하나 둘─, 자!"

 말하면서 어깨를 붙잡아 흔들자, 마리야가 팟 하고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 얼굴에 서서히 표정이 돌아오고, 꿈에서 깬 것처럼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어라, 쿠제 군? 이다음은?"

"네?"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사치카에게 마리야는 뺨을 부풀리면서 책을 손으로 가리켰다.

"증말, 거기에 쓰여 있잖아? 손가락을 세운 뒤에 짝하고 손뼉 치라고"

"아니……아니아니아니, 어라? 기억 못, 하시는 거예요?"

"응? 뭘?"

 멍청한 표정을 띄우는 마리야에게 마사치카는 「아, 이거 진짜네」라며 얼굴이 굳어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서도 아직 믿지 못하는 사람이 약 한 명.

"마샤……그런 건 이제 됐으니까"

"아랴쨩? 왜 그래?"

"그러니까, 하아……진짜"

 상대하기 피곤하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아리사에게 유키가 책상 건너편에서 말을 걸어왔다.

"그럼 아랴 씨도 마사치카 군에게 최면술을 걸어달라고 해보는 게 어때요?"

"뭐?"

"허?"

 유키를 돌아보는 아리사와 마사치카에게, 유키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손을 맞잡았다.

"방금 전 마샤 선배의 최면술은 먹히지 않았지만, 마사치카 군의 최면술이라면 먹힐지도 모르잖아요. 조금이라도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면 의심도 풀리지 않겠어요?"

 얼핏 보기엔 아무런 악의도 없는 듯한 숙녀의 미소.

 그 뒷면에 있는 「이거 재밌는 떡밥을 발견했구만」이라는, 진심으로 유쾌한 듯 악질적인 웃음을 피부로 따끔따끔 느끼면서 마사치카는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아리사는 그런 유키의 속내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수상쩍다는 듯 의심하는 시선으로 마사치카를 올려다보았다.

"……난 괜찮으니 어디 해봐"

"에……진짜로 할 거야?"

"됐으니 어서 해. 이런 유치한 장난질은 빨리 끝내버리겠어"

 전혀 걸릴 생각이 없는 듯한 태도로 코를 울리는 아리사에게 마사치카는 공연히 안 좋은 예감을 느끼면서 다가갔다.

"으에~……그럼 이 손가락을 잘 봐주세요. 당신은 점점 의식이 흐릿해집니다"

 그리고 아리사의 앞으로 손가락을 세우며 말하자…… 수상쩍게 여기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던 아리사가 스윽 무표정으로 변했다.

"……제가 손뼉을 치면, 당신은 꿈의 세계로 떨어져 갑니다. 준비됐습니까? 셋 둘 하나, 자!"

 마사치카가 손뼉을 치자, 아리사의 머리가 꾸벅하고 기울어진다. 그 멍해 보이는 얼굴에 마사치카는 죽은 생선 같은 눈을 하면서 반쯤 국어책 읽는 듯한 어조로 계속했다.

"네, 자 그럼 제가 어깨를 만지면 최면이 풀립뉘~다. 아시겠죠~? 하나 둘, 자!"

 그리고, 아리사의 양어깨를 붙잡아 흔들자, 팟 하고 고개를 든 아리사가 멍하니 눈을 깜빡인다. 수초 후, 초점이 맞기 시작한 눈으로 마사치카를 노려보더니,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잠깐, 중간에 그만두지 말라고. 계속 안 해?"

"똑같은 반응이잖아─! 완죤히 똑같은 반응이잖아─!!"

"어? 뭐가?"

 저도 모르게 버럭 외치고만 마사치카에게 아리사는 의아스러운 듯 눈썹을 끌어올린다. 거기에 유키가 쓴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아랴 씨……방금, 완전히 최면에 걸리셨다구요?"

"뭐……거짓말"

"정말이예요. 그렇지, 아야노?"

"네. 제 눈으로 보아도 확실하게 걸린 것 같았습니다"

 유키와 아야노의 말을 들은 아리사의 눈동자에 동요가 퍼진다. 하지만 곧바로 째릿 하고 마사치카 쪽을 노려보더니, 드센 목소리로 따지기 시작했다.

"즈, 증거! 증거를 보여줘! 동영상이라도 보여주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고!"

"뭐어~……아니, 이제 됐잖아. 별로 그렇게 집착하지 않아도……"

"싫어! 내가 최면술 따위에 걸리는 여자라고 생각되는 건 기분 나쁘잖아!"

"아니,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도대체 무슨 프라이드인데"

"됐으니까 다시 한번!"

"그래그래"

 그리고 마사치카는 아리사가 시키는 대로 다시 한번 최면 유도를 실시하고……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 쉽게 빠지잖아……플래그 회수가 너무 빨라서 깜놀이라고"

 공허한 눈동자를 한 아리사 앞에서 두통이라도 생긴 듯 이마를 짚는 마사치카 옆으로 유키가 아리사의 앞으로 흔들흔들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 상태에선 기억이 남지 않는다는 걸 안 탓일까, 완전히 아가씨 모드를 해제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아랴 씨~? 일어나 계신가요~?"

"……"

"안 되겠다. 반응이 전혀 없어. 단순한 시체인 듯하다"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좀"

 맥없이 딴지를 걸면서 마사치카는 작게 웃었다. 유키는 아리사 옆에 앉은 마리야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그래서? 어째서 마샤 선배는 걸지도 않았던 최면에 걸려 있는 거?"

"몰라"

 남매의 시선 끝에는 마리야가 설마 했던 여파(?)만으로 최면에 걸려 있었다.

 공허한 표정으로 추욱 늘어져서 의자에 앉아 있는 자매를 보며, 유키가 꿀꺽 침을 삼킨다.

"실화냐……야한 짓 마음대로 막 해도 되는 거 아냐?"

"그런 건 생각으로 끝내라고. 입 밖에 내지 마!"

"어이어이, 어쩔거야 형님…… 얇은 책이 두꺼워지겠다구"

"왜 네가 제일 두근거리고 있냐?"

"그야 두근거리지……레알 최면술이라고? 정말이지, 이러니까 《획득 경험치 10배(공놀이는 빼고)》인 치트를 가진 녀석은"

"치트라고 하지 마"

"스테이터스 화면 열어 보라니까? 아마 스킬란에 《최면술Lv.3》이라고 추가돼 있을걸"

"우선 스테이터스 화면부터 안 열리잖아"

"참고로 최면술 스킬 레벨이 MAX가 되면 학원 전체에 최면을 걸 수 있게 돼서, 터무니없는 에로 교칙이"

"오케이 잠깐 입 좀 다물까?"

 이 녀석은 어째서 19금 정석 패턴에도 능통한 걸까. 저도 모르게 차가운 눈이 되는 마사치카. 그런 오빠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하며 유키는 손을 꼬물꼬물하기 시작했다.

"어어어어어어쩌지? 일단 슴가부터 주무를 거야??"

"안 주무를 거거든!?"

"그럼 내가 주무를래"

"야, 이 바보야 그만둬!"

 정말로 아리사의 가슴으로 손을 뻗는 유키를 마사치카가 당황하며 제지한다.

 그러자 유키는 멍청한 얼굴을 하더니, 「갸악」 하고 외치면서 손을 쳐냈다. 그리고 히죽 웃으며 엄지를 세우더니, 찡긋 윙크를 날렸다.

"안심하라구 형님……키스랑 똑같아. 여자끼리 하는 슴가 터치는 노카운트라는 게 통설이라니까?"

"아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 그런 게 아니라, 아무리 여자끼리라도 의식이 없는 상대한테 그런 짓을 하는 건 아웃이잖아"

"으……그치만 마샤 선배는 아무튼, 아랴 씨는 평소에 그런 빈틈을 안 보여 주잖아……"

"애초에 여자인 네가 왜 그렇게 가슴을 주무르고 싶어 하는데?"

 마사치카의 소박한 의문에 유키는 눈을 부릅뜨며 힘차게 외쳤다.

"바보 자식!! 여자라도 커다란 슴가는 무쟈게 좋아한다고!! 할 수만 있다면 마샤 선배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싶다고! 분명 기분 좋을 텐데!"

"……그러냐"

"자, 그런 고로"

"아니, 내가 놔둘 것 같냐?"

 정말로 마리야의 가슴으로 다이브 하려는 유키의 뒷덜미를 붙잡아 난폭하게 떼어낸다.

"우냐아─! 난 고양이가 아니라구!"

"알고 있어"

 고양이마냥 뒷덜미를 잡아당기자, 유키는 불만스럽게 마사치카를 올려다보면서 머리를 정돈했다. 그쪽을 질린 듯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마사치카는 뒤에서 기척을 지우고 있는 아야노에게 말을 걸었다.

"아~ 음~, 아야노? 유키가 거유를 좋아한다고 괜히 애쓸 필요는 없다? 아니, 그보다, 여자애가 이런 장소에서 자신의 가슴을 들이밀거나 어필하지 마세요"

 여전히 무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주물주물 만지면서 힐끔힐끔 이쪽을 쳐다보는 아야노였지만, 마사치카의 지적에 고개를 들더니 얌전하게 자신의 가슴에서 손을 떼었다.

 그런 아야노에게 유키는 근사한 미소와 함께 따봉을 날린다.

"안심해라 아야노. 이 몸은 아야노의 젖가슴도 아주 좋아한다구?"

"너 인마, 성희롱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냐?"

"알고 있지. 섹시 할레이션이잖아?"

"아랴한테 혼난다"

"……농담이라구. Secretary Harassment(*비서를 향한 희롱)이지?"

"틀렸지만 맞기도 하네"

"괜찮습니다. 저는 Harassment라고 느끼지 않으니까요"

"아니, 그니까 옷깃 잡아당기지 말래도"

 발끝으로 까치발 서면서 오빠에게 항의의 시선을 향하는 유키. 이것이 만화였다면, 대롱~ 하고 매달아 올렸을 상태였다. 물론 마사치카에게 그만한 근력은 없지만.

"하아……아무튼 당장 최면 풀자"

"어이어이, 증거 영상 안 찍어도 되겠어?"

"어?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들었던 걸 떠올리면서 마사치카는 「일단 사진이라도 찍어두면 괜찮겠지」라며 스마트폰을 꺼내려고──

"여기서 갑작스러운 오타쿠 퀴즈! 문제! 미소녀에게 최면술을 걸어버렸다♪ 처음으로 걸 암시라 하면 과연 무엇!?"

 ……라면서 갑자기 외치는 유키의 말에,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로 멋들어진 얼굴을 만들어 재빠르게 답을 외치는 마사치카.

"유아퇴행 시킨다!"

 마사치카를 따라 신나게 외치는 유키.

"개방적인 성격으로 만들어 탈의시킨다!"

"어, 음……뭔가 부끄러운 비밀을 털어놓게 만든다, 같은 걸까요"

 마지막으로 아야노가 답을 내고, 셋이서 시선을 섞는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마사치카였다.

"개방적인 성격이라고 했는데, 너무 대략적이지 않나? 애초에 「개방적인 성격」 = 「벗는다」라는 게 너무 비약됐잖아"

"아니아니, 유아퇴행이야말로 처음에 걸 만한 암시로는 너무 공격적이잖아. 그걸 하려면 어느 정도 단계를 밟은 뒤에 해야지"

"음……"

 마사치카를 입 다물게 만든 유키는 이어서 아야노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아야노는 말이지~……으~음, 나쁘진 않은데, 좀 약하려나. 뭔가 터무니없는 비밀이라도 튀어나왔다간 분위기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고"

"그렇습니까……"

"반대로 좀 더 질문의 내용을 한정시키면 좋을지도 모르겠네. 쓰리 사이즈라든지 남성 경험이라든지 물어보는 건 괜찮을지도"

"공부가 됐습니다"

"아니아니, 성실하게 배우지 않아도 되거든"

"그런 점에서! 내 개방적인 성격으로 만든다는 대답은 완벽한 정답 아니야? 개방적인 성격이라 하면 무난하게 부끄러운 비밀 같은 것도 평범하게 말해줄 것 같고!"

"치사해! 그건 좀 치사하지 않냐!?"

"제 대답도 이미 아우르고 계실 줄이야……훌륭하십니다, 유키 님"

"자, 다수결로 내 승리! 문제 『미소녀에게 최면술을 걸었을 때, 가장 먼저 걸 암시는?』의 정답은 『개방적인 성격으로 만든다』로 결정!"

 이겼다는 듯 주먹을 힘차게 추어올리며 유키는 히죽 웃은 뒤, 아리사와 마리야 앞에 섰다.

"자, 그런 이유로 두 사람은 개방적인 성격이 되어 주셔야겠습니다~"

"하지 마, 하지 말라니까"

"흐흐흣~ 아랴 씨, 마샤 선배, 당신들은 점점 개방적인 성격이 됩니다. 이성이 없어지고, 몸도 마음도 훤히 드러내게 되는 겁니다!"

"아니, 애초에 두 사람이 동시에 최면술에 걸린다는 건 들어본 적이──"

 마사치카가 질린 기색으로 말하는 순간, 아리사와 마리야의 꾸벅하고 앞으로 축 처졌다. 그 직후 멍한 표정으로 얼굴을 든다. 그 명백하게 평범하지 않은 모습에 유키가 허를 찔린 표정이 됐다.

"어……으엥? 설마, 진짜로?"

"야, 이 치트 자식아. 너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잖냐"

"아, 아니, 설마……"

 유키가 딱딱하게 경직된 표정으로 두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보지만, 그 순간 아리사와 마리야가 동시에 일어나, 마사치카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 잠──"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치는 마사치카였지만, 그 거리는 앗 하는 사이에 좁혀졌고, 마사치카는 소파로 밀쳐서 쓰러졌다. 그리고──

"……저기, 유키"

"……"

"난 왜 밑도 끝도 없이 오냐오냐 당하고 있는 거냐?"

"그, 글쎄? 왜 그럴까요?"

"야 인마, 이쪽 보라고 범인 놈아"

 마사치카는 지금, 마리야에게 머리를 안겨서 한결같이 머리를 쓰다듬어지고 있었다. 그 반대편에서 아리사도 마찬가지로 머리를 쓰다듬어지고 있었다.

 아리사도 마사치카에게 무언가를 하려고 한 것 같지만, 어느샌가 그런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다. 역시, 언니를 이기는 여동생은 없다 이건가.

 그나저나 평소의 아리사라면 거추장스럽다는 듯 마리야의 손을 뿌리쳤을 텐데, 이것도 최면술의 영향일까……지금은 왠지 기분 좋은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면서 얌전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지고 있었다.

(개방적인 성격이라고 할까……솔직한 성격이 된 것 같은데? 마샤 씨도 모성 그 자체처럼 됐고)

 이것도 어느 의미로는 이성과 수치심이 엷어진 결과라 볼 수 있겠다면서, 마사치카는 현실도피처럼 그런 걸 생각했다.

"후훗, 착하지~ 착해~♪"

 오른손으로는 마사치카를, 왼손으로는 아리사의 머리를 껴안은 것처럼 상냥하게 쓰다듬으면서, 극한의 행복을 느끼는 듯한 표정을 띄우는 마리야.

 그것을 보며 유키(일단 아가씨 모드)가 전율하는 표정을 띄웠다.

"설마, 마사치카 군이 아니라 마샤 선배의 하렘 플레이가 개방될 줄이야……!"

"그런 식으로 놀라는 건 좀 이상하지 않냐"

 반쯤 노려보는 듯한 눈으로 딴지를 걸면서 마사치카는 마리야를 흘깃 올려다보며 상태를 살핀다.

"저기~ 마샤 씨? 슬슬 놔주시면……"

"으응~? 안~돼"

"안 되는구나~"

 그런 식으로 말하면 이제는 온몸을 맡겨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만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 자세가 은근히 괴롭기 때문이었다.

 지금, 마사치카는 마리야의 어깨에 머리를 올리고 있는 듯한 상태지만, 앉은키는 마사치카 쪽이 더 높아서, 이런 상태라면 당연히 마사치카의 상체가 마리야 쪽으로 크게 기울게 된다.

 손을 짚어 밸런스를 취하려고 해도, 바로 옆에 마리야의 다리가 있었고, 그 너머에는 아리사의 다리가 있었다. 손을 둘 곳이 없다. 소파 등받이에 팔을 두르려고 해도, 마리야의 몸이 방해되어 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보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지만, 현시점에서 이것저것 닿고 있던 것이다.

"살~짝 실례……"

 근력의 한계로 마리야 위에 쓰러지기 전에 마사치카는 조심스럽게 마리야의 팔로부터 머리를 빼려고 했지만……

"아앙, 정말. 안~돼"

"잠, 힘 세잖──"

 꾸욱, 목 뒤로 팔을 둘러 품에 껴안는다. 견디지 못하고 밸런스가 무너지기에 서둘러 손을 짚으려고 했지만, 그곳은 마리야의 다리가 있었다. 하지만 망설이다간 쓰러진──

 몰캉

 마사치카의 손에 닿는 보드라운 감촉과 뺨과 코에 닿는 그 이상으로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무쟈게 좋은 냄새. 왼손에 허벅지, 눈앞에는 모성의 덩어리(물리).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천국. 괜스레 손을 짚을까 말까 망설인 탓에, 쓸데없이 괘씸하고도 근사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죄성함다──!?"

 당황하며 떨어지려고 하지만, 그게 좀처럼 잘 안 되었다. 목덜미가 눌린 것만으로도 인간은 생각보다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법이었다.

 그렇기도 했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안면에 말랑말랑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촉이 덮쳐오는 바람에 다양한 의미로 위험했다.

"잠, 야! 도와주──"

"아야노! 뒤를 돌아보도록 해!"

 마사치카의 SOS에 유키의 날카로운 명령이 겹쳤다. 한순간 마사치카의 구출에 임하려고 했던 아야노가 움찔하고 몸을 경직시키며, 이어지는 「어서!」라는 유키의 외침에 튕기는 것처럼 뒤로 돌았다. 아야노와 함께 몸을 돌린 유키가 등 너머로 마사치카에게 엄지를 척.

"괜찮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 몫까지 충분히 즐겨주십쇼!"

"쓸데없는 배려는 집어치워! 아야노! 됐으니 어서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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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노! 네 주인은 나잖아! 내 말을 따라!"

"……하지만──"

 유키가 강권발동! 아야노의 자궁으로 다이렉트 어택! 아야노의 눈에 하트 마크가 떠올랐다!

"……네, 유키 님에게 따르겠습니다"

"으어이!?"

 유일한 동아줄이었던 아야노에게 버림받은 마사치카는 마지못해 각오를 다졌다.

"아아 진짜……실례하겠습니다!"

 마리야의 팔을 붙잡아 억지로 머리를 빼내고, 그대로 소파에서 일어났다. 흐름에 몸을 맡기고 이런저런 곳을 만지고 만 듯한 기분도 들지만, 모든 건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

(미안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마샤 씨의 남친 씨)

 마음속으로 마리야의 남자친구(왠지 모르게 금발의 꽃미남 이미지)에게 사죄하고 있자, 왠지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던 마리야가 이번에는 아리사를 양손으로 꼬옥 안기 시작했다.

"……짜증 나"

 하지만 아리사는 마리야를 스윽 밀어내면서, 귀찮은 듯한 얼굴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블레이저를 벗는다.

 밀착하고 있던 탓에 더워졌나아~……라면서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하면서 멍하니 생각하고 있던 마사치카였지만……아리사가 등 뒤로 손을 돌리고 지지직,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울리는 순간 「으응?」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해돼……"

"잠, 뭘 하는──"

 말문이 막히는 마사치카를 앞에 두고……아리사는 무려, 점퍼스커트의 어깨끈을 끌어내렸다.

 당연히 중력에 따라 풀썩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스커트. 와이셔츠 옷자락으로부터 엿보이는 새하얀 다리와 하늘색 속옷. 너무나도 선정적인 그 모습에 마사치카는 시선이 꽂히고──

"유능하지만 집에선 흐리터분한 OL의 아침 차림새!"

"그거 알지!"

"응?"

"아──"

 반사적으로 외친 직후 등 뒤에서 들려온 찬동하는 목소리에 돌아보자, 그곳에는 이쪽으로 등을 향한 채면서도……손거울을 통해 빠짐없이 이쪽을 확인하고 있는 유키의 모습이 보였다.

"어이, 아주 그냥 대놓고 보고 있구만"

"그런 소릴 하고 있을 때에요? 뒤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구요?"

"으에──?"

 「엄청난 일」이라는 말에 홱 돌아보니, 무려 어느샌가 리본 타이를 푼 아리사가 마침내 와이셔츠의 버튼을 풀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옆에선 마리야도 블레이저를 벗기 시작했다.

"아니, 잠, 왜 둘 다 사이좋게 벗기 시작한 거!?"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점점」 개방적인 성격이 되어 「몸도 마음도」 훤히 드러내게 된다고……"

"너 인마, 이 자식 천재냐! 정말 감사합니다!"

"솔직한 감상이 흘러나오고 있어요, 마사치카 군"

 그나저나 이러쿵저러쿵하는 사이에도 아리사가 세 번째 버튼을 풀었고, 과연 농담 따먹기 할 상황이 아니게 됐다.

 간신히 혼란과 동요를 억누르며, 서둘러 머릿속에서 주문을 떠올린 마사치카는 반쯤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어디 보자, 그럼 내가 어깨를 만지면 최면이 풀립니다! 알겠죠? 하나 둘─, 자!"

 그리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리사의 눈을 보며……

"……?"

"어이 잠!? 안 풀리는데에!?"

 평범하게 네 번째 버튼이 풀어지고, 숨을 삼킬 정도로 새하얀 쌍 언덕의 계곡과 하늘색 천이 보이는 바람에 마사치카는 시선을 쌩하니 머리 위로 올렸다.

"야, 유키 교대하자!"

"어? 촬영하는 걸?"

"악마냐고 넌! 네가 해제하란 말이잖아!"

"아, 응"

 과연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유키가 이쪽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기에, 마사치카는 위를 올려다본 채로 자리를 비켰다.

"어, 그러니까……그럼 내가 어깨를 만지면 최면이 풀립니다. 아시겠죠? 하나 둘─, 짠!"

 유키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어지는 정숙. 아플 정도의 긴장감으로 가득 찬 수초 후, 유키가 툭 하니 중얼거렸다.

"클났다, 안 풀리잖아. 이거"

"야아아아아!! 진짜냐!?"

 절망을 고하는 말과 동시에 풀썩하고 스커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사치카는 다시금 격렬하게 동요한다.

"아니, 진짜로 이거 어쩔──"

"아, 아야노! 난 아랴 씨를 억누를 테니, 아야노는 마샤 선배를 막──"

"마샤~? 이쪽은 벌써 끝났, 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마사치카가 그쪽으로 시선을 향하자, 그곳에는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뜬 치사키의 모습이 있었다.

"……어? 뭐야 이거, 무슨 상황?"

"사, 사라시나 선배! 그게, 말이죠……제가 그게, 최면술 책을 시험해 보다가, 갑자기 안 풀리게 돼서요!?"

 유키의 말에 치사키의 시선이 긴 테이블 위에 놓인 책으로 향하고……한 차례 끄덕이더니, 치사키는 문을 닫으며 뚜벅뚜벅 걸어왔다.

"잠깐 실례"

 그리고 아리사의 양팔을 붙잡고 있는 유키를 물러나게 하더니,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옆으로부터 아리사의 턱을 팟 하고 꿰뚫었다.

 더욱이, 휘청이며 몸을 흔드는 아리사의 관자놀이나 뺨 등을 양손의 손가락으로 톡톡톡 고속으로 튕긴다.

 그러자, 아리사의 눈동자에 빛이 사라지고 완전히 탈력한 신체를 치사키는 상냥하게 소파에 앉혔다. 그러는데 걸린 시간은 실로 3초.

 이어서 마리야에게도 똑같은 흐름으로 반복하자, 자매가 나란히 소파에 몸을 파묻게 됐고, 치사키는 만족스럽게 끄덕여 보였다.

"됐다"

"아니아니아니"

 이 상황은 제아무리 마사치카라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선을 돌리고 있던 것도 잊고서 뺨을 경직시키며 치사키에게 물었다.

"어, 잠──지금, 뭘 한 거예요?"

"응? 리셋"

"그 단어를 인간에게 사용하는 건 매드 사이언티스트 뿐인데요!?"

 비명을 섞어 딴지를 건 직후, 쿠죠 자매가 동시에 「끄응~」거리는 목소리를 흘리자, 마사치카는 움찔하고 몸이 튀어올랐다.

"어, 어라……나, 왜 소파에……?"

"어머……왠지 의식이 날아간 듯한……?"

"그, 아랴 씨, 마샤 선배, 혼란스러운 기분은 알겠습니다만……아무튼 몸단장을……"

"뭐?"

"몸단장……이라니"

 수초 후,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지고, 마사치카는 전력으로 얼굴을 돌렸다. 하지만 불길한 오라를 두른 손길이 어깨를 꽉 붙잡길래, 녹이 슨 고철마냥 끼기긱 고개를 돌려 그쪽을 돌아 보았다.

 그러자 눈앞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는 치사키의 예쁜 얼굴이.

 평범한 남자라면 부끄러움에 무심코 시선을 돌릴 만한 거리였지만……마사치카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눈을 피했다간 당하고 만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쿠제 군……봤지?"

"……"

「뭘요?」 라면서 얼버무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정직하게 「봤습니다」라고 말하기에는 살기가 심상치 않았다.

 결과, 아무런 말도 못 한 채 침을 삼키는 마사치카의 앞으로 치사키는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올려,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면서 까득까득 소리를 울렸다.

"리셋, 해둘래?"

 미소를 머금은 채로 고개를 슬며시 기울이는 치사키에게 마사치카는 고속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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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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