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여자에게 대화로 휘둘려진 것은 처음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여자와 대화를 한 적이 없을 뿐이었다.


 여자와 점심을 함께 먹는 것도 미즈키 씨와의 식사가 처음이었고, 여자와 대화하면서 복도를 걷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라기보다 여자와 인사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공학에 다니면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아야노코지 카즈토. 이거 써~"


"에?"


 후후 하고 상냥한 미소를 짓는 코토네 씨가 연분홍색 손수건을 건네왔다.


"내 손수건이 사하라 사막처럼 말라있어. 그 아름다운 눈물로 적셔줬으면 좋겠어~"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언제까지나 여자와 인연이 없었던 것을 깨달아 버린것이다!


"코토네 씨.... 아니 코토네 님!"


 고맙게 손수건을 받아 눈물을 닦아낸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닫는다.

 

 여자에게 상냥하게 대해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코토네 씨의 손에 이끌려 옥상 앞 층계참에 도착했다.


 여기라면 인기가 없으니 누군가한테 소문날 일도 없겠지.


"아, 카즈 군이다! 오랜만이네!"


 이쪽을 알아차린 쿠루미자카 씨가, 계단에서 휙 뛰어내렸다.


 그 때 스커트가 둥실 떠올라――― 나는 재빠르게 얼굴을 돌렸다.


"응? 왜그래 카즈 군?"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가. 일부러 와줘서 고마워, 카즈 군!"


 기쁜듯한 얼굴을 한 쿠루미자카 씨가 나의 양손을 붙잡았다. 부드러워....


"이것으로 내 역할은 끝일까나~"


"응, 고마워 코토네 짱!"


 쿠루미자카 씨에게 감사의 말을 들은 코토네 씨는 떠나려고 한다.


 그 직전, 코토네 씨는 쿠루미자카 씨 쪽을 돌아보았다.


"아야노코지 카즈토는 성실하고 상냥한 남자일지도~"


"응, 알고있어?"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을 하는 쿠루미자카 씨. 수수께끼의 신뢰감.


 그리고 아직도 내 손을 잡은 채로 있다...!


"응―, 그렇네에"


 코토네 씨가 평가하는 듯한 시선을 내게 향해온다. 기분이 나쁘다.


 잠시 무언가에 납득했는지, 코토네 씨는 응응하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뒤 계단을 내려갔다.


"뭐, 뭐였던거야?"


"뭘까나. 코토네 짱은 아무 이유없이 의미심장한 언동을 하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을지도"


 잘 모르겠지만 쿠루미자카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잊자. .....그것은 그렇다 치고


"저기, 쿠루미자카 씨....?"


 아직도 움켜쥔 두 손을 내려다보며 나는 당황스러움을 어필하고 있다.


"앗, 미안해! 무심코...."


 뺨을 툭 붉히며 한 걸음 물러서는 쿠루미자카 씨.


 아마 나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겠지.


"....그래서 쿠루미자카 씨의 용무가 뭐야?"


"아, 응. 그게 말이지.... 카즈 군에게 부탁이 있어"


"부탁?"


 뭘까. 인터넷 게임 폐인인 내가 아이돌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만약 악수권이 달린 CD를 100장 사라는 말을 들으면 어떡하지....


"린 짱과.... 조금 더 사이좋게 되어 주세요!"


 그렇게 말한 쿠루미자카 씨는, 휙하고 힘차게 고개를 숙였다.


"친하게라니... 나랑 미즈키 씨는, 온라인 게임의 친구 치고는 꽤나 사이가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야. 게임 친구로서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조금 더 다가가줬으면 해"


"그런 말을 들어도...."


 나도 할 수 있다면 일상적으로 미즈키 씨와 대화를 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위험하잖아.


"물론 우리는 아이돌이니까, 특정한 남자아이와 친하게 지내고 있으면 조금 소란스러워지겠지만...."


"조금이라고는 부족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나는 미즈키 씨와 논의하고, 학교에서는 이야기 하지 않도록 결정한거야"


"과연. 그러니까 최근의 린 짱은, 즐거워 보이지만 쓸쓸해하고 있는거구나"


".....?"


 즐거워 보이지만 쓸쓸해? 잘 모르겠는 표현이네.


"카즈 군 쪽에서 린 짱에게 다가가 줄 수 없을까? 그러면 린 짱은 굉장히 기뻐할거라고 생각해"


"남의 앞에서 이야기한다면, 학교나 세간에 소문이 나지 않을까?"


"그렇다면.... 모두에게는 들키지 않도록, 비밀로 사이좋게 지내자!"


"에...."


 명안이라는 듯이 눈을 빛내는 쿠루미자카 씨.


 이쪽으로서는 수수께끼의 푸쉬를 당해 당황스러움을 숨길 수 없다.


"아니면 카즈 군은 린 짱이 싫은거야?"


"아니 그런건 아니지만...."


"부탁합니다! 린 짱이랑 사이좋게 지내주세요!"


 쿠루미자카 씨가 필사적으로 부탁해 온다.


 그런 그녀를 보고, 나는 소박한 의문을 제기하기로 했다.


"....어째서 쿠루미자카 씨는 나와 미즈키 씨가 친해졌으면 좋겠어?"


 아이돌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리스크가 높을 것이다.


 뭣하면 위자료를 나에게 건내주고 『린 짱에게 다가오지마!』 정도는 말해도 좋지 않을까?


 과장된 발상이겠지만 아이돌과 남자의 문제는 그만큼 민감하게 다뤄도 될 것 같다.


 이 시대라면, 더욱 더.


"그, 그것은 그.... 내 쪽에서는 말할 수 없다고 할까, 말하면 안된다고 할까...."


 민망한 듯이 내게서 시선을 돌려 쿠루미자카 씨는 양손의 손가락을 모아 배배 꼬았다.


"설마하니 미즈키 씨에게 뭔가 부탁을 받았다던가?"


"아니야! 린 짱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 내가 멋대로 하고 있을 뿐이니까!"


"아, 그렇구나..."


 엄청난 기세로 부정당했다. 조금 슬프다.


"나 말야, 린 짱이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지금까지 힘든 일이 잔뜩 있었으니까"


 여고생 아이돌로서의 의미가 아니다.


 좀 더 다른 의미로 힘든 일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린 짱은 말이야, 아이돌로서도, 한 명의 여자아이로써도 행복하게 됐으면 좋겠어. 어느 한 쪽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과연...."


 사정은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쿠루미자카 씨의 진지함은 아플 정도로 전해져 왔다.


"린 짱과 현실에서도 사이좋게 지내줄래?"


"뭐어, 알겠어.... 나도 미즈키 씨와 지금 이상으로 친해지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고...."


"정말? 다행이다"


 쿠루미자카 씨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진심으로 미즈키 씨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그래서 사이좋게 지낸다니, 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거야?"


"으음.... 우선 호칭을 바꿔본다던가?"


"호칭?"


"응. 사실 린 짱은 말이야, 카즈 군에게 서먹서먹하게 불리는 것이 싫은 것 같아"


"에? 그래?"


"응. 그러니까 카즈 군도 린카라고 불러줘"


"진짜로? 잠깐만, 그것은...."


 허들이 너무 높잖아.


 타치바나와 사이토에게도 말했지만, 나에게 그런 용기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역시 긴장돼?"


"응. 그렇네"


 하지 않을리가 없다. 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그렇다면 다음 토요일이 기회네. 처음엔 게임의 세계에서 이름으로 부르기를 시작하고, 그리고 현실에서도 익숙해져 가면 괜찮지 않을까?"


"익숙해질까....?"


 린이라고 부르는 것과, 린카라고 부르는 것은 큰 차이다. 의미가 달라진다.


"내가 알게모르게 지원 할테니까, 힘내서 린 짱을 이름으로 불러줘!"


"....알았어"


 적극적인 쿠루미자카 씨에게 나는 밀리는 형태로 수긍해버렸다.


 이 억지로 밀어붙이는 자세는 미즈키 씨와 닮아있구나.


"고마워 카즈 군! 믿고있었어!"


"쿠루미자카 씨는, 생각보다 고집이 세구나..."


 나에게 요구된 것은, 미즈키 씨와 현실에서 사이가 좋은 친구가 되는 것.


 인터넷 게임이라는 공통의 취미가 있는 것이고,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믿고 싶다.


"그러므로 카즈 군, 나와 연락처를 교환해주세요"


"에, 괜찮은거야?"


"물론이야! 린 짱과 카즈 군을 붙이―――가 아니라, 두 사람이 친해지기 위한 작전을 서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지? 서로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 편이 편리하다고 생각해. 이 작전에 대헤서 린 짱에게 알려질 수도 없고"


"그렇구나...."


 이 밀회를 미즈키 씨에게 알려지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의심받을지도 모른다. 쿠루미자카 씨의 입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비밀로 할 필요가 있다.


"그럼 교환하자"


 재촉을 받아 폰을 꺼낸다. 아무 일 없이 연락처 교환을 끝냈다.


"좋아, 이걸로 오케이네!"


 이걸로 내 스마트폰에는 인기 아이돌 두 명의 연락처가 등록된 셈이다.


 ....이 스마트폰,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스마트폰 일지도 모른다.


"린 짱과 카즈 군의 친해지기 대작전, 결행이야!"


"....오,오오?"


 뭘까 이거, 장애물이 사라진 듯한 감각이다.


 내가 뭔가를 생각하기 전에, 억지로 일이 진행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지금보다도 미즈키 씨와 사이좋게 될 수 있다면 기쁘다.


 문제는 주위에 들키는 일이지만....


 다행히, 우리들에게는 현실에서 분리된 공통의 세계가 존재한다.


 어지간한 바보짓을 하지 않는 한 괜찮겠지.










 그날 저녁. 집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있자 미즈키 씨에게 전화가 왔다.


".....?"


 전화는 드물다고 생각하면서, 채굴을 중단하고 스마트폰을 잡는다.


"여보세요, 카즈토 군?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해"


"아냐, 상관없어"


 스마트폰에서는 미즈키 씨의 목소리와는 별도로, 다른 여자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아마도 아이돌 같다.


 미즈키 씨는 레슨의 휴식 중에 전화를 걸어 온 것일까?


"곧 휴식이 끝나기 때문에, 그다지 길게 이야기할 수 없지만... 어떻게 해서든 카즈토 군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어"


"뭐가?"


 별 생각 없이 묻는다.


 ....그것이 실수였다.


 미즈키 씨는 평소의 차가움과는 다른, 낮은 목소리로 질문을 해왔다.






"오늘의 점심시간, 그 여자와 뭘 하고 있었어?"








블루스크린 뜬 이후로 컴 맛탱이 가서 고쳐오느라 늦었음

外堀を埋める 이 표현 잘 아는사람 댓글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