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소재가 되는 게 진짜 미묘하디 미묘한 감정적 뉘앙스랄까 그런 건데. (Ex. 옳은 일을 자기만족적인 본위로 해도 괜찮을까?)

걍 아무래도 좋을 그딴 내용에 고뇌하고 그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 데 분량을 쏟다 보니까 걍 작품이 무슨 메시지를 전하는 건지를 잘 모르겠음.


예를 들어서 가짜 이야기의 테마는 이거잖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기준이 뭔가? 진짜와 가짜 중에 어디에 더 가치가 있는가?"

(츠키히 편은 변화와 성장이라는 추가적인 서브플롯... 까지는 아니고 서브텍스트가 있지만)


츠키히 피닉스(하권) 에서는 이 테마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됨.

아니 주인공 여동생이 두견새 괴이니까 퇴마하겠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걔는 괴이든 아니든 날때부터 내 동생이라고!" 의 울림이 있는 거지.

(아니 사실 이것도 곱씹어 보니까 개병신같긴 함. 아라라기가 암튼 츠키히는 내 동생임 주장하는 건 그렇다 치는데, 츠키히 때려잡겠다고 온 카게누이가 그거 보고 성악설이랑 가짜의 가치 쏼라쏼라하다가 돌아가는 건 좀 얼탱이가 없음. 고작 그 정도 항변 듣고 포기할 거면 ㅅㅂ 대체 왜 싸운 거임?)


근데 카렌 비(상권)에서는 걍 테마가 병신임.

안 그래도 만담으로 분량 다 잡아먹어서 플롯 자체가 없는데 하이라이트 파트인 카렌 대 아라라기는 이 새끼들이 왜 싸우는지는 물론이고 뭘 놓고 대립을 하는지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감.

대화내용을 정리해보면 이럼.


카렌: 카이키 그 새끼 내가 참교육하러 간다.

아라라기: 가지 마라. 넌 정의를 자처할 만큼 강하지 않아.

카렌: 나한테 개쳐맞아놓고서 할 말?

아라라기: 난 몸의 강함이 아니라 의지의 강함을 말하는 거다. (궤변 1스택)

카렌: ?

아라라기: 네가 카이키를 참교육하겠다는 그 마음은 네 마음이 아니라 남의 바람일 뿐이다. 넌 너 스스로의 의지가 없는 철부지 가짜에 불과하다. (궤변 2스택)

카렌: 남을 돕겠다는 게 뭐가 나빠?

아라라기: 나쁘다는 말은 안했어. 가짜라도 진짜일 수 있지. (지금까지 자기가 펼친 논리 자체를 부정하는 궤변 3스택)

카렌: ?

아라라기: 너희는 내 자랑이고 그런 자랑을 욕보인 카이키는 내가 참교육할거다.

카렌: 크흑... 오니짱... 뒤는 맡길게...


대체 카렌은 뭘 듣고 납득하는 거임?

아라라기는 논리고 나발이고 걍 머릿속에서 떠오른 그럴듯한 말들 되는 대로 내뱉고 있는데 갑자기 알아서 GG치잖아.

이걸 보고 "아하! 가짜라도 진짜와 같은 가치가 있구나!" 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면 그 새끼가 또라이 아님?

걍 논쟁에서 졌을 경우 잃는 것도 없고 논쟁의 주제도 시시하고 논리는 더더 시시한데 이걸 보고 뭘 느껴야 함?



꽃 이야기도 마찬가지임.

난 꽃 이야기의 테마가 뭔지도 모르겠고, 어떤 부분에서 칸바루한테 이입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음.

뭔가 자기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하긴 하는데 그 생각들이 딱히 서로에게 이어지지도 않고 그 생각들이 왜 칸바루가 누마치와 승부를 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음.

진짜 의식의 흐름으로 서술한 책 그 자체임.



사랑 이야기는 그래도 카이키가 논변다운 논변을 펼치니까 나름 재밌는데, 다른 책들에서는 걍 시답잖은 게 쟁점이 되고 시답잖은 쟁점에 시답잖은 결론을 내리니까 현타가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