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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 [회귀물], [용사물], [마왕물]



용사가 마왕을 격파함으로써, 세계에서 용사보다 가장 위험한 적은 사라졌다.

그리고 드디어 용사라는 이름의 무력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진 나라는 용사의 손에 파멸하기에 이르고, 나의 인생도 파괴되었다.


하지만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해 쉬이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살려고 발버둥을 치다 보니 어느새 난 용사의 눈을 피해 가족을 데리고 도망쳤고, 나는 그렇게 용사에게 대적하고자 하는 최초의 겁을 상실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렇다, 용사의 등 뒤. 이곳이 나의 홈그라운드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맞설 수가 없다. 마왕을 격파한 그를 죽인다는 건 농담이라기에도 뭣한 고약한 무엇인가다.



그래서 나는 마왕이 없어진 이 세계에서 다시 그 마왕을 강림시키고자 한다.



* * * *



그리고-,



나는 마왕을 강림시키기에 이른다.






0화 - Prologue ; 나무꾼은 두 번 웃는다.





쩌적-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나무가 쓰러진다. 내 허리만한 제법 커다란 나무였지만, 이제 도끼질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베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도끼질은 식구들의 입을 책임져야 됐을 때부터 계속 해온 일이고 이거 말고 할 줄 아는 일도 없다. 

예전에는 나무를 베고 있으면 누이와 어머니가 등 따시고 배부르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지만 지금은 멍할 뿐이다. 

잠시나마 우울한 생각을 잊기 위해 나무를 벤다. 가슴 속에 아무 것도 없도록 변한 게 싫은 건 아니다. 

오히려 나무를 패는 동안은 아무 생각을 안 해도 되서 참 좋다.





생각에 잠겨 하루를 보내기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현실을 잊기 위해 머리를 비운다. 

그렇게 나 자신을 잃고 한참을 도끼질을 하자 어느새 해가 졌다. 

이제 집에 가야지하고 주위를 둘러보자 수많은 나무들이 쓰러져 커다란 공터가 생겼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나무들을 보자 집중이 풀려서인지 삭신이 쑤시기 시작했다.           




이미 밤은 깊었고 날라야 할 나무들은 많다. 오늘 쓸 것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내일 가져가도록 할까? 

어차피 오늘 나무를 너무 많이 해서 내일 몫을 쓰고 고기 덩어리를 살 수 있을 정도다. 





오늘따라 몸이 피곤하기도 해서 적당히 작은 나무를 골라 가져가기 편하게 손질한다. 

생각보다 손질은 빨리 끝났고 집하고 제법 가까운 곳에서 나무를 했기 때문에 저녁식사 전에는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거다.





집 생각을 하자 허무하게 비어있던 내 가슴이 가득 찼다. 

떠올릴수록 따스한 애정이 흘러넘치던 예전과는 달리 

참을 수 없는 패배감과 절망감이 바짝 졸인 기름처럼 끈적거리며 내 가슴 속을 맴돌았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 안 들어가고 싶었지만, 내게는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다. 

한숨을 쉬며 집으로 걸음을 옮긴다. 양팔에 느껴지는 묵직한 나무의 무게만이 날아가 버린 현실감을 되찾아주었다.





집 안에 들어가자 어머니가 보였다. 낡아빠진 문이 시끄러운 소리를 냈기 때문일까

옆을 흘끗 본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지만  서로 외면했다. 

때로는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모른 척 하는 게 편할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렇다. 

현실을 마주보면 미쳐버리지 않을지라도 충분히 고통스럽다. 이제 와서 아는 척하기에 우리들은 너무 비틀어졌다.





어머니.



세 아이를 낳았지만, 여전한 그 미모로 마을 남정네들의 가슴을 불 지폈던 어머니. 

실제로 책임져주겠다며 고백하는 홀아비들과 젊은이들은 많앗지만 먼저 가신 아버지를 잊지 못했다고 그 고운 미소를 지으며 거절하시던 어머니.


어릴 적 내가 천둥소리가 무서워서 잠이 안 온다고 울먹이자,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날 쓰다듬고 자장가를 불러줬던 어머니.


그 어머니가 무릎을 꿇고 낯선 남자의 성기를 빨고 있었다.




-춥...추릅




음탕한 물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하며 적당한 크기로 잘라둔 나무를 화덕 옆에 쌓아뒀다. 

화덕 옆에서 누나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딱딱한 호밀빵하고 같이 먹을 간단한 스튜를 만들 뿐이지만 나는 살짝 안쓰럽게 그녀를 봤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알몸으로 요리를 하고 있었기에 불씨가 튈까 걱정된다. 

시골여자답지 않은 희고 고운 피부에 흉터가 날까 걱정됬다. 하지만 이건 헛된 걱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녀에게는 이미 평생 잊지 못할 낙인이 새겨졌으니까. 

그래, 안쓰럽게 보는 것은 그녀에 대한 실례일지도 모르겠다. 

항상 유쾌하게 웃으며 내 기운을 북돋워 주던 누나가 우울한 무표정을 짓는 걸 보는 일이 이제는 익숙해 진 것을 보면 내 심장은 이미 망가진 거 같다. 





원래 우리 가족은 이러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굳세셨고, 나와 누이들을 애정으로 보살피셨다.

누나도 나한테는 사나운 눈초리로 협박하고 괴롭혔지만, 밖에서는 조신하게 다닌 모양인지 중매가 오갔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신부라고 신나하던 누나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항상 밝고 힘차던 그녀가 남몰래 어머니를 이제 못 본다고 울던 것도 나만의 비밀이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내 여동생. 내게 애교도 많이 부리고 커서 오빠와 결혼하겠다고 말하던 그녀. 

정작 성인이 된 그녀에게 웃으며 네가 그런 말을 했었다고 말하자 한 대 맞았다.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던 내 여동생. 그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그립다.




부유하고 여유롭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화목했던 가족들이 그립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지만 가끔 꿈으로 꾸곤 한다. 





큿- 하고 듣기 흉한 남성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릴 뻔 했지만 다행히 무력해진 몸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뻔하다. 낯선 남성이 절정에 올랐고, 어머니의 입 안에 정액을 싸지른 거다. 

하지만 여전히 추잡한 물소리가 들린다. 요도에 남아있는 정액을 모두 청소하라는 거겠지.

이제는 익숙해질 정도로 반복된 행위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 구역질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귀중한 정액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사님."


얼마 전에는 눈물을 흘리며 차마 말을 잊지 못하던 어머니셨지만, 이제는 익숙한지 추잡한 성행위가 끝났음을 말한다. 

낯선 남자. 용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어머니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용사. 그래, 우리 가정을 파괴시킨 원인은 용사다.




그는 강한 힘으로 우리를 억압하고 강간했다. 만약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봉사를 받았다. 

그를 죽이려는 생각이 끝도 없이 들었지만, 용사를 죽이려다 오히려 죽음을 바랄정도의 고문을 받고 

결국 마을사람 전체가 죽었다는 소리가 흔치 않게 들려왔기에 나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예전이었으면, 그래도 나라가 제 역할을 하던 예전이었다면 용사가 저렇게 함부로 행동 할 수 없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들은 현실에서 눈을 돌린 채 그들에게 당할 수밖에 없다.




용사가 개인이었을 때,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소환된 초대 용사가 혼자 마물들을 잡으러 돌아다녔을 때는 이런 일은 없었다. 

초대 용사가 항상 발정 난 상태로 돌아다녀도 나라의 통제를 받았기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몇 번의 사고가 일어났지만 마물들을 무찌르기 위해 희생했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문제는 초대 용사가 마왕을 죽인 뒤에 일어났다.





초대 용사는 색골이었다. 항시 발정해서 여자와 섹스 할 생각밖에 없었다. 

나라의 높은 사람들이 통제를 했다지만 그들의 감시를 피해서 여자들을 강간하기도 했고, 

초대 용사의 성욕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허락된 몇 명의 계집애에게 그의 정을 싸지르기도 했다. 

물론, 홍등가의 창녀들을 따먹기도 했을 것이다. 그 시대에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나는 그냥 들리는 소문으로만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으니까.




아무튼 초대 용사의 정을 받은 여자들은 용사의 힘 때문인지 모두 임신을 했고, 무사히 출산을 했다. 

그리고 그들이 낳은 자식들은 모두 초대 용사보다는 못하지만 용사의 힘을 갖고 있었다. 

나라의 지도자들은 처음에는 좋아했다. 자신의 국민들, 즉 소모품들 중에 강한 힘을 가진 소모품이 생긴 거니까. 

그리고 용사의 자식들이 또 자식을 낳았을 때쯤에 상황은 급변했다.




나라는 강한 힘을 가진 그들을 통제하고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하려고 했고, 

초대 용사의 후손, 용사들은 초대 용사의 가르침에 따라 이를 거부했다. 

결국 용사들과 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고 용사들이 이겨버렸다.

 나라의 지도자들의 목을 모조리 베어서 성문 앞에 걸어 두었으며 이제부터는 자신들이 이 세계의 지배자라고 선포했다. 

결국 용사들을 막을 존재가 없어졌으며, 초대 용사의 성욕을 그대로 물려받은 용사들은 성욕을 풀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강간을 했다.




그리고 결국 우리 마을에도 용사가 나타났고, 운이 나쁘게도 우리 가족이 그의 눈길을 끈 것이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동안 식사가 완성된 것 같다. 

어느새 용사는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의 뒤에서 그를 껴안으며 그녀의 풍만한 가슴으로 그의 등을, 혹은 성욕을 자극하도록 누르고 있었으며, 

누나는 그의 다리 위에 앉아 용사에게 안겨 있었다. 




누나가 나긋나긋한 팔을 들어 전해준 빵을 베어 물고 스튜를 먹던 용사는 심심한지 누나에게 입맞춤을 한다. 

열린 입 사이로 혀와 끈적한 액체가 넘나든다. 누나의 입 들어간 그건 분명 침만은 아니겠지. 





누나의 목울대가 꿀꺽하고 움직이는 게 보인다. 

그녀들에게 허락된 음식이 용사가 구강으로 전해준 음식과 용사의 정액 뿐이라,배를 채우기 위해서 그녀는 먹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아니, 애초에 먹지 않는다고 하면 우리 가족은 용사한테 죽기 직전 까지 괴롭힘 당하거나 혹은 죽을 것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들은 이렇게 고생하는데 내가 하는 거라고는 나무 몇 토막을 가져올 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용사는 절대적인 강자였으니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던, 어떤 일을 하던 지는 상관없다. 

그저 그에게 조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당할 뿐이다. 

이 자리에서 식사를 하기가 죽을 만큼 싫었지만, 만약 거부한다면 우리 가정은 더더욱 부셔지고 말 것이다.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나는 모래같이 느껴지는 호밀 빵을 억지로 씹어 넘겼다. 




그 때 식탁이 살짝 움직인 게 느껴졌다. 

무심한 척 눈을 내리까고 흘끗 살펴보니 여동생이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채 쪼그려 앉아 있었다. 

시골 깡촌의 가정집치고는 제법 커다란 식탁에 가려 자세히 보지는 못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충분이 상상이 가능했다. 

아마 여동생은 용사의 자지를 핥고 있을 거다. 

누나가 용사의 허벅지 위에 앉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노출된 그의 자지를 열심히 핥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밥 먹을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남은 빵을 억지로 입에 밀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나는 나를 흘끗 보더니 다시 용사에게 매달렸다. 

용사는 누나의 젖가슴을 주무를 뿐 나한테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나무를 했고 밥을 먹었다. 이 이상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것이 나는 아무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예전이었으면 가족들과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웃고 떠들었을 텐데... 불씨가 튄 것처럼 눈이 따가웠다. 

그저 일상을 흉내 낼뿐인 나한테 예전은 무슨 예전이란 말인가. 

과거타령만 하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내가 미웠다. 

그러면서 내심 '내가 뭘 어쩌겠어?'라고 무기력하게 생각하는 내가 더욱 미웠다.




침대를 쓰는 것이 금지 당했기 때문에 난로 앞에서 쪼그려 누웠다. 

바닥은 딱딱하고 추웠기에 난로에 가까이 몸을 뉘었다. 

여동생이 몰래 담요를 가져다줬던 적이 있었지만, 용사에게 들키고 여동생은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벌을 받았다. 

어떤 벌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아무런 처벌도 없었던걸 떠올리면 그만큼 심한 짓을 당한 것 같다. 




용사에게 강간을 당한 뒤에도 나를 보면 싱긋하고 작게 웃어주던 그녀는 그 뒤로 웃음을 잃어버렸다. 

장작을 많이 넣어서인지 오늘따라 불씨가 아주 강했다. 눈이 많이 따가웠기 때문에 눈을 감았다. 

잠에 취하면서 멀리서 누군지 모를 여자의 교성이 들려왔다.





-



늪에 빠지는 꿈을 꿨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지만 그럴수록 더욱 빠져드는 늪이었다. 

늪 밖에서는 용사가 가족들을 능욕하고 욕보였지만, 늪에 빠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꿈에서라도 보길 빌었던 아버지가 계셨지만, 아버지도 나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강간당하는 것을 코앞에서 보며 멍하니 있었다. 내 누이들이 아버지의 양 옆에서 교성을 질렀지만, 

텅 비어버린 눈을 한 아버지는 역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있는 힘껏 소리쳤지만 이미 얼굴까지 올라온 늪이 입 안으로 들어올 뿐이었다.

결국 가족들에게 닿지 않았고 늪에 완전히 몸이 잠긴 나는 꿈에서 깨었다.



-


기분 나쁜 꿈을 꾸었기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용사의 방에 잠시 시선을 두었지만 교성은 들리지 않았다. 

창가에 햇빛이 들어오는 걸 보면 아침이겠지만, 용사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나 보다. 

바닥에서 잤기 때문에 몸이 찌뿌둥했지만 이제는 그냥 스트레칭하며 가볍게 넘길 정도로 익숙해졌다. 

이제 겨울에 가까워졌기 때문일까? 약간 쌀쌀한 것만 빼면 문제없다. 


으슬으슬한 몸을 움츠리며 부엌으로 갔다. 부엌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침부터 용사한테 뒤를 박히면서 알몸으로 요리하는 누나나 

식탁 위에서 눕혀져 강제로 당하는 여동생을 보는 것은 유쾌하지 않았기에 

용사가 아직 자고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식탁 위에 놓인 바구니 안에서 빵을 꺼낸다. 

아침에 먹을 것과 점심에 먹을 것, 두 개를 꺼냈다.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용사가 놓아주지 않아서 일을 못하고, 

용사 또한 처먹기만 할 뿐이기에 요즘 집에 돈이 별로 없다.



예전에는 고기조각을 챙겨서 샌드위치처럼 먹었겠지만, 

이제는 우리 집에서 용사만 고기를 먹기 때문에 빵 몇 덩이만 가져갔다.



입구에 대충 놔뒀던 도끼를 챙겨 집 밖으로 나간다. 

갔다 오겠다는 말이나, 잘 다녀오라는 인사는 필요 없다. 

나오는 길에 살짝 본 내 가족들은 자고 있는 용사의 몸을 핥고 있었다.

 아마 변태적인 성벽의 용사가 자신을 저런 식으로 깨우라고 한 거겠지. 


용사의 가슴과 성기를 핥던 내 여동생과 어머니. 

용사의 입에 자신의 성기를 가져다 대던 누나를 일부러 머릿속에서 지웠다.



울컥한 마음에 멈칫했지만 걸음을 재촉했다.

아침 일찍 나왔다지만 숲으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니까. 

다른 생각하느라 자칫하면 꼴도 보기 싫은 사람들을 만날 수 도 있다.


“어 잭이잖아!”


양반은 못되나 보다. 꼴도 보기 싫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렸지만

그는 배알도 없는지 활을 어깨에 걸치며 비어 있던 왼손을 흔들었다



“하하 오랜만이네.”


정겹게 인사를 하지만 그의 눈은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반짝거렸다.


번들거리는 그 미소가 우리 가족들의 불행을 기뻐한다는 것은 알고 있기에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다.


“잠깐, 잠깐. 너무한 거 아니야?”


제법 빠른 걸음으로 걸어 멀어졌지만 금세 따라잡히고 말았다. 

특유의 야성적인 갈색 머리칼을 긁으며 내 앞을 가로막는 크리스. 우리 마을의 유일한 사냥꾼이다.

그리고 내 여동생을 강간하려 했던 개새끼다.



‘어차피 용사한테 따먹혔는데 나한테 한 번 준다고 달라지냐?’

‘씨발, 걸레년이 존나 반항하네.’



그날 내가 조금만 더 늦게 집으로 갔다면

내 동생은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또 하나 얻었겠지.


도끼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용사가 나타난 뒤 는 건 인내뿐이었기에 참았다.



“우리가 팔자 좋게 이야기할 사이는 아닐 텐데요.”

“뭐, 못할 게 뭐있나.”


우리는 같은 마을 사람 아닌가. 용사에게 핍박받는 동지란 말이지 라며 웃는 그의 얼굴이 역겹다.


용사는 우리 집에서 나오지 않고 있기에 자신들이 피해를 입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이 생각하는 걸 알고 있다.

겉으로는 우리 가족을 불쌍하게 여기며 위로하면서도

속으로 계속해서 우리 가족만 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히려 우리 가족들이 용사에게 당하는 걸 기뻐하는 사람도, 

내 누이, 어머니가 강간당하는 걸 몰래 엿보며 흥분하는 새끼들도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크리스는 명백히 후자였다. 


용사가 나타나기 전부터 아버지가 안 계신다는 이유로 우리 가족을 노리던 걸 잊지 않았다.

그가 내 여동생이 어릴 때부터 음탕한 눈으로 훑어본 것은 잊지 못한다.



쓰레기자식.


내게 힘만 있었다면 저 새끼의 팔다리를 찢어버렸을 텐데.

이를 악물고 크리스를 노려봤지만 그는 껄껄 웃을 뿐이었다.



“그래, 일 열심히 하고. 네가 힘을 내야 너희 가족도 힘내지.”


그러면서 육포를 주며 지나가는 크리스. 그는 점차 멀어졌지만, 날 비웃는 웃음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육포는 땅에 떨어져 흙이 잔득 묻어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더렵혀진 누이들과 어머니를 보는 것 같아져서 기분이 나빠졌기에

땅바닥을 구르는 육포를 지그시 밟고 지나갔다.



“시발, 이래서 일찍 나온 건데.”

쓸데없이 부지런해서...



마을 사람들과 만나기 껄끄럽다.

아니, 사실은 쳐다 보기도 싫다. 

나무를 팔아야 될 때는 어쩔 수 없이 만나지만 그마저도 역겹다.

살모사 같은 놈들.



아버지를 잃고 수탄에 잠겨있던 어머니한테 지위와 돈으로 협박해서 몸을 취하려 했던 촌장도.


누나한테 평생을 함께하자고 속삭였으면서, 용사가 나타나기 무섭게 다른 여자와 결혼해 버린 대장장이 한스도.


창 밖에서 내 누이들이 용사에게 강간당하는 걸 보면서 딸감으로 삼는 푸줏간 아들 블라우드도.


시발, 모두 좆같은 새끼들이다.

대가리를 쳐 버릴 새끼들.


“에휴”


그래봤자 뭐하겠는가.

어차피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무꾼일 뿐인데.


털레털레 숲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