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3ab8d219e3db3b&no=29bcc427b28677a16fb3dab004c86b6fae7cfdc6a7b48ad934a3d1d03700a796fdfad583e025e0bb582c0a13eec7acb8ea9a98021ad7de3271a51c9eb76a9607f90d1bc9afc92aa575d9e34ead450bcbfd44a483bb5c9ca5f33ffe

1. 사실 난 이 물건에 대해서 평가를 박하게 줄 생각은 그닥 없다. 아니 정확히는 없었다. 난 팝콘을 기대하고 팝콘을 샀고 먹어보니 팝콘이었다. 다만 내가 기대한 팝콘은 좀 더 짜고 좀 더 느끼하며 그야말로 junky한 맛이었다면 이 팝콘은 밍밍하고 씹는 맛이 부족하며 중간중간 덜 튀겨진 옥수수 알갱이들이 있었다는 게 문제지.

2. 스토리는 전형적인 환생물이다. 열도에서 잘 나가던 30대 중반 정도로 추정되는 남자 세일즈맨이 죽어서 신하고 만났더니 신이 이 새끼 너 건방져! 하고 발터...가 아니라 여하튼 신비의 힘을 써서 어떤 다른 세계의 여자아이로 태어나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 뒤야 뭐 먼치킨 활약 꿍! 꽝!

3. 내가 가장 불만을 느낀 지점은 바로 캐릭터. 캐릭터가 없다. 진짜 캐릭터가 아무도 인상에 안 남는다. 심지어 책 내부의 독백 합쳐서 여하튼 사람의 대사 및 생각의 흐름으로 8할 이상을 차지하는 주인공조차도 어떠한 캐릭터도 없다. 이런 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라 달걀귀신형 에로게 주인공이 가져야 할 특성인데 그걸 무려 유녀전기라고 이름과 표지부터 유녀로 박아넣고 마치 뭔가 갭모에라도 줄 것 같이 살랑살랑 독자를 낚은 주제에 캐릭터가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초반에는 꽤나 문란한 성생활을 즐겼던것처럼 암시를 줘놓고도 작중에서는 음란방탕한 생활은 커녕 그냥 전형적인 워커홀릭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 주인공, 일한다. 끝! 뭐 주변에서는 흡혈귀니 피도 눈물도 없니 하는데 그거는 그냥 작가가 써 넣어서 그렇다는 말이고 캐릭터 자체가 그냥 마우스 클릭 하면 넘어가는 류의 주인공인데 뭐 느낄 거리가 있어야지?

그렇다고 주변인물들이 뭐 있나? 제로. 낫씽. 뭐 중간에 부관인지 뭔지 하나 여캐가 나오긴 하는데 이거 없어도 스토리 진행에 아무 지장도 없다. 정말로 백프로. 저 여캐 빼고 대머리 배불뚝이 바바리 변태 중년남 넣어도 상관도 없고 영향도 없으며 캐릭터적으로도 아무 상관 없다. 그 이외엔 더 말할 필요도 없고.

4. 스토리는 너무나도 전형적 왕도 전개 그 자체로 흘러가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밍밍하기 그지 없다. 주인공이 초인적을 힘을 발휘! 하지만 높으신 분들은 감사하지 않고 또 새로운 전장으로! 으아아 일하기 싫어! 농땡이 친다! 어엇 그것이 이런 나비효과!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나? 거 한 10년전부터 국내 양판소 누적된 것들 아무거나 적당히 집어서 펼쳐보면 이런 거 발에 채일거다. 문젠 이런 개그 아닌 개그도 솔직히 별 거 아니라는 거. 그냥 작가가 스토리를 이렇게 끌고가니까 이렇게 흘러가는거지 뭐 딱히 당위성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굳이 그래야 할 것도 아니고...정말로 맘대로 아무 길이나 가도 되니까 작가가 그냥 그 중에서 아무거나 고른 것 같다.

5. 어쨌거나 스토리가 저러면 캐릭터로 만회를 해야하는데 캐릭터도 없지 그렇다고 뭔가 엄청 깨는 설정이 있다거나 필력이 좋다거나 하면 모르겠는데 설정은 나름 신경써서 만들긴 했어도 딱히 특별할 것도 없고 필력은 이 새끼 사실 언어와 문화와 국가의 장벽을 넘어서 엔X위X에서 맨날 항목 수정하고 앉아있던 위키 페어리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잡다하고 깊이라고는 전혀 없는 잡학만 줄줄 늘어놓고 있으며 아무래도 작가 자신은 밀턴 프리드먼에게 후장 개통 당하는 것이 꿈인 얼치기 경제학도 워너비라도 되는지 뭐 틈만 나면 시카고 학파 만세만 외치고 앉아있다.

아 말 나온 김에 더 말하자면 저 놈의 쓸데없는 잡학다식함을 주인공은 어째서인지 완벽하게 다 갖추고 있어서 그야말로 말도 안 되게 편리하게 스토리가 진행된다. 가장 뿜었던 건 대체 일본의 샐러리맨에 불과한 주인공이 뭔 수로 미국 해병대랑 레인저랑 특수부대 훈련코스를 꿰고 있어서 교관 노릇을 그렇게 완벽하게 수행하냐는거. 거 회사에서 대학원 보내준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데브그루 보내준다는 소리는 내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말이지.

6. 걍 까놓고 말하자.

재미 없었다.

진짜 일러스트가 아까웠다. 난 기본적으로 텍스트에 비중을 더 많이 두기 때문에 그림이 책에 못 따라가는 경우를 체감한 적은 많아도 일러스트가 아깝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는데 이 물건에 한해서는 그 말 해줄 수 있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책 내부 흑백 일러는 걍 텍스트에 어울리는 정도 수준이었지만 어쨌거나 앞의 컬러는 기똥차게 그렸잖아? 그 점에 있어서는 정말로 일러스트가 아까웠다.

환생물 양판소 중에서도 재미 없는 축에 속하는 물건이었다. 1권 보고 나니까 누가 나한테 2권 공짜로 주면서 야 할 일 없을 때 봐! 하고 주면 난 두어달 정도 잊고 있다가 라노베 무시무시하게 나오는 게 없어서 으아아 뭔가 읽고 싶어 하면 그 때 먼지털고 읽을 것 같긴 한데 어쨌거나 내 돈은 단돈 백원도 더 투자하고 싶지 않다. 지금 있는 1권도 누가 받아가겠다면 공짜 증정 가능하다. 물론 날 찾아와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