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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런 류로 가는 물건들 중에서 가장 유명세를 탄 게 아마 단장의 그림이고 그 다음엔 missing 정도가 있으려나. 단장은 한 3권인가 4권 즈음에서 그만뒀고 미싱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이유가 있는데 난 '작위적'인 광기와 어둠의 다크를 싫어한다.

물론 어느 소설이고 작위적이지 않은 건 없으며 솔직히 형태달이건 에바건 다 중2중2하고 어둠의 다크긴 하지. 그런데 이런 식의 호러, 내지는 잔혹동화 식의 플롯을 가진 라노벨들은 진짜 보면서 즐기는 게 아니라 대놓고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전혀 감정이입이 되지 않고 그냥 정해진 틀 안에서 배우들이 정해진 역을 해내는 것 이상으로는 보이지가 않거든.

이 물건에서 그 정점을 찍는 것이 바로 메인 히로인인 마유즈미 아자카.

대놓고 '난 태어날때부터 마유즈미 아자카이고 나 이외엔 인정하지 않겠다'라고 패왕색 패기 줄줄에 헛점도 없고 감정이 변동도 없고 능력은 먼치킨이고 태어난 집은 비인외도의 길을 일직선으로 돌파하는 똘끼 충만 병신력 충만 집단이라 보면서 공포나 광기에 침식되는 게 아니라 그냥 이질적인 존재 이상도 이하도 아님.

호평이 많은 편이라 어떨까 하고 집었는데 내가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의 물건이라 별점이 하나.

이런 류는 작가가 제시하는 광기의 아이덴티티에 동의하지 못하면 그냥 병신들이 삽질하는 물건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안 보인다는 게 문제다. 그런데 난 인간미가 없는 광기는 광기가 아니라 이질감 이상으로는 못 느끼겠어. 다크나이트에서 히스 레저의 조커가 존나 호평받은 이유가 그 놈이 무슨 신화적인 악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를 남겨둔 채 생또라이라서 그런 거다.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카오스의 화신이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행동 어딘가에 인간미라는 게 있어서 섬뜩한 거라고.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가 맨날 매력적인 악역으로 꼽히는 이유도 그 인간이 완전무결한 신의 위치에 있어서가 아니라 한없이 완벽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적으로 뒤틀려버린 정신을 가지고 있어서 그 매력이 빛을 발하는 거지.

하다못해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공포의 포지션을 가진 코스믹 호러인 러브크래프트를 봐도 공포를 느끼는 게 직접적인 아우터 갓이 대상이 아니라 그 아우터 갓에게 영향을 받아 점점 미쳐가는 주변인들의 모습에서 섬뜩함을 느끼게 되지 그냥 작가의 막연한 설명만으로는 난 아무것도 못 느끼겠더라. 그래서 인스머스 스토리 좋아하는 거고.

게다가 일단 최종보스 포지션인 아사토의 경우에도 결국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찌질이 이상도 아니었고. 차라리 엑스트라 A인 것 같았던 그 유우스케가 이 물건에서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게 웃긴 점.

2. 그런 면에서는 주인공도 비호감.
뭐 착한 녀석인 거 알겠고 불쌍한 녀석인 거 알겠고 안습인 것도 알겠는데...그 와중에도 이런 데 나오는 주인공 특유의 나이브함? 내지는 결벽증적인 성향이 짜증스럽다.
자신의 반응과 불행을 즐기는 마유즈미에게 화를 내면서도 '그래도 이 사람이 나를 구해줬잖아, 난 이 사람에게 빚을 지고 있어'라는 식의 좋게 말해서 보은 근성 까놓고 말해서 개호구 근성을 가진지라 패버리고 싶어하면서도 결국 패지 못하는 장면에서 내가 책 집어 던질뻔 했음. 시발 메인 히로인이고 미소녀고 나발이고 결국 지네 집안이 민폐 덩어리라 이렇게 된 건데다가 대놓고 즐기고 있으면 아굴통에 주먹 한 방은 처넣어야지 그 순간마저도 결국 벽이나 때리는 이 찌질이 호구새끼는 그냥 배 터져 뒤지면 안됨?

단장의 그림도 그렇고 문학소녀도 그렇고 난 주인공이 주인공만의 알 수 없는 집착? 결벽증? 편집증? 에 사로잡혀서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어, 식으로 끌고 나가는 게 극단으로 싫기에 말이지. 그나마 막판에 아주 약간은 나아졌다만 애초에 사태가 이렇게 되어버린 순간 뭐 글러먹은 놈이고.

뭐 그나마 시즈카는 리얼 얀데레의 민폐를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3. 나머지 캐릭터들도 죄다 마찬가지. 인간미를 가진 광기가 아니라 완벽하게 광기라는 조형을 위해서 만들어진 광기다 보니까 전혀 매력적이지가 않다.
작가가 대놓고 '봐봐! 얘네 미쳤지! 또라이지? 존나 미친 새끼들이잖아?'라고 강요해 오는 느낌이라 그 오싹오싹 하는 느낌을 즐기는 게 아니라 '아아 그래 니놈들 개또라이다 개또라이야, 됐지?'하고 말게 됨.
솔직히 미친놈들만 있는 세상에 미친 놈들이 미친 짓 해봤자 정상이지 그게 이상일리가 없잖아.

4. 그래서 결과적으로 간만에 읽으면서 여러모로 짜증스러웠던 작품이다. 뭐 이런 류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좋아하겠지만 난 여러모로 비바 인간 파인지라 인간 냄새 없는 물건은 사양이다.

5. 그나저나 앞에 관계 없는 단편들은 대체 뭐하러 넣은거냐. 1권이면 저런 거 넣을 필요 전혀 없어보이는데. 차라리 아예 단편집으로 따로 내던가.

PS. 일러스트가 표지는 존나 분위기 있어보이는데 흑백은 존나 90년대 후반이나 00년대 초반의 저가형 에로게틱함. 특히 채색이. 흑백이니까 농담이라고 해야하나? 특히 남자 새끼들 정말로 과거의 에로게 등장인물들 같아서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