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표현하자면, 딸 치는 거야.”
처음 설명을 들었을 때, 나는 딸꾹질을 했다.
비가 주적주적 내리는 5월이었다. 노력도 하지 않은 중간고사 결과에 낙담한 나는 카페에서 홀로 시간을 때웠다. 특별할 건 없었다.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건, 내가 울적한 맘을 달래는데 자주 써먹는 수법이었다. 그 와중에 구름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 본 것도 습관적이었다.
너는 옥상 난간에 서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지, 휘날리는 원피스를 한 손으로 위태롭게 잡았다. 새하얀 허벅지가 아찔했다. 장난기를 가득 머금은 네 눈동자와 시선이 맞았다. 그렇게 너는 난간에서 발을 뗐다. 추락은 순식간이었다.
“다시는 그러지 마요.”
“키스해주면.”
불만 가득히 툴툴거리는 목소리는 내 것이었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는 네 것이었다. 나는 짜증을 섞었다.
“말 돌리지 말구요.”
“진짠데. 키스해주면 안 할 거야.”
나를 바라보는 네 눈빛은 진지했다. 괜시리 핑크빛 입술에 눈길이 간 나는 살짝 시선을 피했다.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최대한 이야기를 내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누가 뛰어내리는 걸 보는 게 얼마나 심장에 안 좋은지 알아요?”
“없어봐서 몰라.”
너는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아담하게 부푼 자신의 가슴팍에 손바닥을 가져다댔다.
“아무것도 뛰지 않아. 만져볼래?”
“됐거든요!”
사실은 무척 만져보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 카페에 앉아 허공에 손을 조물락거리는 변태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럴 바에는 여전히 놀란 내 가슴을 부여잡는 게 나았다. 음. 평평한 남자애 가슴이군. 빌어먹을.
너는 눈웃음을 쳤다.
“나도 스트레스가 쌓인단 말이야.”
너는 키에 비해 높은 의자에 앉아 가느다란 종아리를 흔들었다. 하얀 맨발. 작은 그 끝이 규칙적으로 유리창에 부딪혔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나만, 네가 거기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까 자살할 수밖에 없잖아.”
어불성설이었다. 내가 분통을 터뜨리건 말건, 너는 여유롭게 웃었다.
“그중에서도 뛰어내리는 게 최고지.”
나는 꽤 심각한 고소공포증이었다. 그런 내게 옥상에서 하는 실랑이는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너는 그걸 잘 알았다. 모를 수가 없었다. 지금도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면서 욕하는 애들이 너무 많아.”
“진짜 거기서 뛰어내리기만 해요. 내가 가만 안……, 아니. 알겠으니까 당장 그만 둬요.”
“알아? 알긴 뭘 알아? 네가 나만큼 알아? 어차피 너도 똑같아.”
“그러니까 좀 난간에서 내려와서 이야기하자고!”
“내려가서, 이야기하면,”
네 작은 목울대가 떨었다.
“해결돼?”
전형적인 자살자의 질문이었다.
─해결되는지 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렇게 불평을 삼켰을 땐, 이미 늦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너는 뭐든지 다 알았다. 내 속마음까지도. 너는 그것을 참지 못했다.
“거봐.”
네 발걸음이 허공을 수놓았다. 욕지기가 올랐다.
너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뭘 그리 놀래?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네가 뭐에 꼴렸고 무슨 상상을 했고 어떤 파일을 봤는지 다 말해줘?”
“아뇨. 괜찮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였다. 네가 모르는 게 있을 리 없었다. 너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너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걸 스트레스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지만, 네 표현은 그랬다.
“쌓인 건 다르겠지만 네가 딸딸이로 성욕을 푸는 것처럼, 나도 뭔가 내 속을 해소할 게 필요하다고.”
설명하는 네 눈은 말 그대로 반짝거렸다.
“나는 나를 죽인다는 선택으로 해소하고 있는 거야.”
“어차피 죽지도 않잖아요.”
애초에 너는 살고 죽는다는 행위로 규정지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그게 불만이었다. 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살아있는 척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런 자살 반복의 심리 같은 것, 알고 싶지 않았다.
“시늉이라도 한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건지, 넌 몰라.”
“그러니까 막는 거예요.”
“너도 막는 시늉뿐이면서.”
“높은 곳이 무섭다고! 어차피 죽지도 않잖아!”
결국 우리가 택한 건 반복이었다. 수차례 반복한 우리의 말다툼 끝에 말꼬리를 돌린 건 너였다.
“그러면 왜 막아?”
“어떻게 안 막아요.”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막아달라고 떨어지는 거잖아요. 붙잡아달라고. 붙들어달라고. 애원하다 못해서…….”
“그만.”
너가 내 말을 끊었다.
“그렇게 속에 있는 말 끄집어내지 않아도 돼. 다 아니까.”
나도 알았다. 너는 내 속마음까지도, 일거수일투족까지도 다 알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너는 세상.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세상.
서로와 떨어지고, 서로에게 투정부리고, 서로를 파고드는,
이건 아주 흔한, 빌어먹게 아름다운 나의 세상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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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쓰던 장편 프롤로그
그저 서정적이고 마냥 장난스럽고 언뜻 울적한 그런 글이 목적이었다
지금은 킾해둔 상태...
계약한 게 더 바쁘다ㅠㅠ
먼 계약?
딱 한국 라이트노벨이네. 머 있어보이는 것처럼 그럴 듯한 문장만 늘어놓고 스토리고 대사고 독백이고 뭐하고 싶은 건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제목만 제대로 하지. 다음편이 기다려짐 ㅇㅇ 잘썼다
0.5마왕띠
ㄴ제목 안넣엇네 생각해보니 ㄳ
[장편] 퍼킹월드, 오 마이 퍼킹 월드 00
뭐 이런식으로?
다음은 01이 되겠네
프로 작가 하셔도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