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케이건, 오딱꾸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흔히 인식하는 '니코니코니'를 느닷없이 외치거나, '쿰척쿰척' '닝겐들은 역시.. 훗..' 이라고 혼잣말로 중얼대는..
그런 부류의 심한 오덕후는 아니다.
그저 매분기마다 나오는 애니메이션들의 목록을 훑으며 그 중 나의 취향에 맞는 메카물이나 평이 좋은 大작, 또는 액션물을 주로 찾아보는 편이다.
최근 덕후 뿐만 아닌 일반인(애니 챙겨보는 사람을 덕후라고 하는 대부분의 인간들이라 생각하면 되겠다.)들도 챙겨볼 정도로 인기가 많던 '진격의 거인'은 처음 1화를 보고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여 만화책을 전부 다 챙겨본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작가는 대단한 양반 혹은 또라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난 이렇게 애니메이션을 보는 걸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주변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에게는 이 사실을 구태여 말하고 다니지 않았다.
간혹 최근 이슈가 된 '원펀치맨'에 대한 이야기가 친구들과의 단체톡의 화제에 올라도 '그게 그렇게 재밌냐? 나도 한번 챙겨봐야겠다...' 라거나, 원피스 이야기를 열심히 떠드는 여성 직장동료들과의 대화에도 '아.. 나 그거 만화책으로 잠깐 보다 너무 길어서 그만뒀어..' 라는 등,
그 화제를 피하거나 애니에 관한 그 어떤 이야기도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가장하고 있다.
그냥 자주 챙겨본다고 말하면 될 걸 왜 이리 피곤하게 사느냐고?
나라고 이러고 싶었던 게 아니다. 모든 건 나의 외모로부터 그 이유가 나오고 상황이 대강 설명 된다.
풍성하게 보이려고 자주 파마를 하는데 그리 함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숱의 머리칼과 항상 눌린 듯이 보이는 나의 얼굴보다 작은 두상,
얼굴 밖으로 치솟은 광대뼈, 그리고 눈이 작아 렌즈도 끼지 못해 차고 다니는 검정 뿔테 안경(나름 유행한다는 고급 소재의 안경으로도 바꾸어 보았으나 어떤 안경이든 파묻어버리는 주변 살 탓에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까지 그야말로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전형적인 안경 오딱꾸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마디로 나는 못생겼으며 쓰레기다. 살은 빼면 되지 왜 노력을 하지 않고 신세 한탄을 하느냐고?
나이 서른을 넘기고부터 어느 순간 포기하고 지내서 이렇게 쪘으나 20대 후반까지는 나름 머슬머슬한 근육도 다졌으며 좋은 몸매와 체중을 자랑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도 여전히 못생겼으며 정말 장난 삼아 친한 친구들에게 '야, 나 소개팅 좀 시켜줘.' 라고 말해도 진지하게 눈을 굴리며 고민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깊은 상처를 받은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거면 왜 나한테 연애 안하냐고 묻지를 마라.. 씨발새끼들아...'
여기까지 말한 내 모습과 성격을 살펴보면 친구와의 교류를 꺼려하는 은둔형 외톨이와 자기 할말조차 제대로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을 상상하기 쉽겠지만 현실의 난 또 그와는 다르다.
유머러스한 성격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중,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있었으며 직장에서도 똑 부러지는 성격과 실수 없는 업무처리로 나름 인정을 얻어낸 그런 사람이다.
대학시절에는 동아리 회장까지 하며 나름 센스 있는 성격으로 3살 연하의 귀여운 후배를 꼬셔서 장장 4년동안 긴 장기연애도 해보았었다.
첫 연애이기도 했고 그 후로부터 지금까지 연애는 아직 못하고 있으나 연애에 대한 감이나 여자에 대한 이해는 일반 남자들에 비해 부족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도.
뭐 이런 거야 여자가 판단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시발 그러고 보니 뿌야와 헤어진 이유도 얼굴 때문이었네.'
4년이나 나와 긴 연애를 하고 함께 했던 뿌야가 어느 날 나한테 느닷없이 멋지게 잘 차려입고 나오라고 한 날이 있었지.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라고 하면서도 옷장을 열어재껴 셔츠에 니트타이, 코트까지 풀 세트로 장착하여 나갔었다.
평소 같으면 '오, 역시 멋지네 우리 케이건.' 하면서 내 옷 매무새를 만져주었을 뿌야가 조금 실망한 듯한 눈초리로 나를 슥 보고는 눈을 아래로 내리까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보고 촉이 오는 게 있어 조용한 바로 들어갔더니 역시나 헤어지자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뿌야는 아름다웠다. 주변에서 쓱 보면 '어머, 쟤 예쁘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에 이르렀으며 무엇보다 몸매가 죽여줬다.
뿌야는 외모보다는 센스 있고 유머 있는, 그리고 리더십을 갖춘 남자를 좋아했는데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한데 난 이 조건에 나름 부합했던 남자였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며 뿌야의 연애관이 '외모' 보다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로 바뀌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던 거지.
나중에 나와도 친했던 그녀의 친구이자 내 후배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이게 다 나 때문이라고 한다.
뿌야는 나의 이런 성격이 좋아서 오랜 기간 연애를 했던 건데 주변 사람들은 이 오랜 기간동안 뿌야를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었나보다.
역시 사람은 사회의 동물인지는 모르나 뿌야도 점점 사람들의 말에 공감을 하기 시작하였고 나의 외모에 대한 불만이 점차 쌓여갔다고 한다.
'나도 피해자인데 정말 상처 많이 받았었지..'
어려서부터 못생긴 나의 외모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외모.
그거 하나 때문에 내가 거친 노력들과 나의 매력들이 묻히는 걸 정말로 싫어했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외향적이려고 노력하였고, 위트 있고 센스 있는 사람으로 날 만들어 많은 인기를 받고자 행동하였다.
근데 정말 이제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다 보니 알겠다.
이놈의 나라는 지독하게도 '외모지상주의' 의 사회였다.
정말 미친듯이 나의 스펙을 가꾸고 매너를 지키고 센스를 높여도.
주위 사람들 말 다 끊어 먹고 눈치도 없는 4차원의 '존잘(존나 잘생김)' 의 남자보다 못하다는 걸 통감한단 말이다.
'누가 봐도 재미없는데 왜 쟤 얘기에는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냐고.'
주저리 주저리 왜 이렇게 신세한탄이냐?
죽을 때가 돼서 그런다.. 난 지금 허공에 있지.
아까까지만 해도 몸이 붕 뜨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중력에 의해 내려가고 있는 내 몸이 느껴진다.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는데도 이렇게 나란 새끼는 차에 치여 뒈지는구나.
'와, 씨. 그래도 람보르기니한테 치였네..'
노란색 람보르기니에서 허겁지겁 내려 달려오는 젊은 새끼가 보인다.
'새끼 키도 크고 겁나 잘났네.. 부럽네.. 저 나이면 지가 번 것도 아니겠찌? 새끼 하나만 가져라, 네가 다 가지니까 내가 이렇게 사는 거 아니냐.'
그래도 고통은 없다. 아까 치일 때까지만 해도 엄청난 충격에 머리가 울렸는데 사람이 받는 통증이 제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치달으면 도리어 쾌감이 밀려온다는 건 맞는 말이었나보지.
무언가 붕 뜬 느낌과 함께 밀려오는 이런 안락함이라니..
"인간적으로 이렇게 불쌍하게 살아왔으면 다음 생에는 좀 때깔나게 살게 해주십사..."
어쩜 글에서 찐내가 나냐
케이건은 쿰척쿰척하는 오타쿠가 아니라는데
님은 쿰척쿰척 그 이상의 오타쿠인듯
애처로운 자추 1
관심 1그램 드리고 갑니다
소설이었네;; 처음 도입부분 읽을 때 자기소개인줄 앎;
문피아. 오타쿠 성공신화
기왕이면 연재좀 길게 된걸로 가져와봐라. 프롤로거도 아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