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



예전에 글을 쓸 때 욕설이 들어가면 글이 천박해보이고 조잡해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씨발 말고는 지금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



씨발.



두 번이나 말했더니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고 여전히 머리엔 욕설 이외에 단어는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백날, 천날, 만날, 억날 영원히 욕설만 지껄여봐야 아무런 진행도 되지 않으니 욕설은 치워버리고 내 현재 상황을 설명하겠다.



그리고 되도록 앞으로는 욕설을 하지 않을 셈이다. 되도록.







내가 빌어처먹을 이 세계에 오게 된 경위는 잘 모르겠다. 아침에 눈을 떴더니 이세계였다.



이 세계는 이세계였다. 이런 염병할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맞이하게 되면 탐정이 아니더라도 지난 밤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다행히 내 몸은 고등학생 그대로였고 초등학생으로 돌아가진 않았다만 차라리 초등학생으로 돌아가느니만 못한 상황이었다고 나는 자부할 수 있다.



드넓은 초원에 나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누워있었다. 이야~ 게임속의 한장면, 자유를 만끽하는 모험가... 라면서 좋아할 것 같냐, 씨발.



이런 흥분해서 그만 욕이 나왔네요. 죄송합니다.



신중하게 어제 저녁부터의 기억을 뇌내 VTR로 재생시켜보았으나 어제는 평범하게 배달 돈까스를 먹고 잠을 잔 게 전부다.



트럭에 치이지도, 하다못해 누구한테 맞은 적도 없다. 미소녀라도 만나서 트러블이라도 겪었으면 이해를 하는데 말야...



아니면 뭐야. 돈까스 처먹고 소화불량으로 심장마비라도 일으켜서 뒈진 거냐? 그래서 그대로 이세계로 날아온 거야?



그럼 그거냐? 이 세계는 얼간이 같은 방식으로 뒈진 놈들을 모아놓는 감옥이야? 마왕을 쓰러트린 한 놈만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거야? 시발, 고저스하구만. 지저스 크라이스트다, 시발!



그래. 다 좋아. 하나도 안 좋지만, 다 좋다 치자.



그런데 이세계에 던져놨으면 가이드라든가, 아이템 같은 건 붙여줘야 하는 거 아니냐. 최소한의 양심이라는 게 있으면 이러면 안되지. 아무리 어려운 RPG라도 기본 아이템은 쥐어주고 시작한다고. 도움말 정돈 당연히 붙어있다고!



현실에 도움말이나 NPC가 어디 있냐고?



그럼 씨발 이세계는 있냐!



왜 그 부분만 치사하게 리얼리티 있는 건데? 어? 이럴 거면 차라리 고등학생의 몸으로 전생시키지 말고 아기부터 시작하라고! 낙동강 오리알한테 뭘 바라는 거야!



하아... 지친다.



아냐.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여긴 드넓은 초원일 뿐이고 아직 이세계라고 확정난 건 아니다. 판타지풍의 유럽 어딘가일 수도 있다.



그래, 왜 벌써부터 이세계라고 확정지었지? 영어는 커녕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지만 아직 내 세계라면 집으로 갈 방법은 충분히 있다. 희망을 갖자. 현실이라면 됐어. NPC도 도움말도 필요 없어.



나는 집으로 돌아갈 거야.



일어서서 초점을 최대한 먼 곳으로 맞추니 중세 유럽풍의 거대한 돌벽 같은 게 보였다.



씨발,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



영어 마을 같은 컨셉풍 공원 같은 게 아닐까 하는 기대를 품으며 나는 별 수 없이 그 곳으로 향했다.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다.



아직도 도착하지 못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핸드폰도 없어서 알 방법도 없다. 눈 앞에 있는데 신기루처럼 거리가 안 좁혀져서 더럽게 오래 걸렸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



위험으로 가득 찬 이불 밖을 싫어하는 나의 연약한 다리는 혹사로 인해 죽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수확이라면 있었다.



아니, 이걸 수확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다. 정정. 별로 도움도 안되는 사실 하나를 확인했다.



이 세계는 이세계였다.



역시?



응, 역시.



갑자기 무슨 얘길 하는지 이해 못할, 혹은 이제 와서 무슨 당연한 소릴 하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소리다.



지금 방금 나는 녹색 점액 덩어리를 만났다.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니까 방금 녹색 점액 덩어리를 만나서 지금도 만나는 중이다.



녹색 점액 덩어리는 통칭 슬라임이라고 불리는 그거였다. 정액덩어리, 아니 점액덩어리는 내 무릎 높이의 덩치에 내 얼굴 크기만한 눈알이 두 개 처박아놔서 젓가락으로 찔러서 터트려주고 싶게 생긴 외형을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이세계의 생물에 잠깐 당황한 나였지만 슬라임은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 적의는 없어보였다. 눈알이 더럽게 커서 그런지 천진난만하게도 보였다.



“괜찮은 건가?”



안심이 되자 눈알을 터트려보고 싶었다. 생각한 걸 옮기지 않을 이유도 없어 진짜로 찔러 보려고 나뭇가지를 주워와 눈알을 찌르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꿈틀꿈틀 거리며 몸을 늘려서 나를 집어 삼키려고 했다.



씨발.



욕도 뱉지 못할 만큼 놀랐다. 새하얗게 절규가 머리속을 가득 메워서 잠깐동안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도 들었다.



가만히 서있으면 십중팔구 죽을 것이다.



그럼 용감하게 싸울 거냐고? 아니, 전혀.



슬라임이 늘어나면서 살짝 닿은 나뭇가지 끝부분이 녹아내리는 걸 보고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직감했다.



슬라임은 보통 RPG에서 레벨 1짜리 몬스터로 나오지만 그딴 거 판타지 인간의 기준이고 평범한 인간인 나한테는 만렙보스나 다름 없었다. 못이긴다. 문자 그대로 사는 차원이 다른 존재다.



내가 겨우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겁쟁이답게 뒷걸음질 치는 일 정도다.



아니다. 나는 뒷걸음질도 만족스럽게 치지 못하는 얼간이었다.



내가 내 발에 걸려서 꼴사납게 넘어졌다.



“쿠확!”



턱부터 찧는 장절한 떡방아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러나 상대하고 있는 것은 이세계의 괴물, 귀여운 단말마를 지르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넘어지자마자 발목에 슬라임이 달라붙었다.



녹는다고 거의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발을 뺐다. 발바닥의 피부가 문드러진 것처럼 녹아있었다.



“장난 하냐아아아아아아아아!”



미친, 이런 게 어딨어? 공격당할지도 모른다는 건 고려하고 있었지만 내 발에 걸려 넘어질 거라곤 상상도... 아니 그 이전에 무슨 슬라임이 닿자마자 살갗을 녹이냐? 이런 거 총을 들고와도 이길 수 있긴 해? 뭐 이런 게 다 있어!



아냐, 아냐, 아냐. 불평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멍하니 있다간 이번에야 말로 뒈진다. 돈까스를 먹고 뒈진 것에 비하면 슬라임에게 녹아서 죽는 건 훨씬 멀쩡한 죽음이지만 그렇다고 뒈져 줄 수는 없어...!



굴러 슬라임의 사정권에서 빠져 나와 녹아내린 두 발로 땅을 짚으니 치이익 하고 맛있는 소리와 향기가 올라왔다.



더불어 아픔도.



아픔이 안쪽에서 울리는 듯, 머리까지 아파온다.



“내가 왜 이런 꼴을...!”



서러움때문인지, 아픔때문인지 눈 끝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찌질하게 울고 있을 시간도 없다. 슬라임에게 흔적도 없이 삼켜지기 싫으면 도망쳐야 한다.



크게 내딛은 발걸음이 흔들린다. 무게를 버티기엔 발의 상태가 심각했다. 하지만 등 뒤에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지자 내가 무언가 생각하기도 전에 발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고통은 온전히 나의 몫이지만 멈추지도 못한다.



신발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맨발로 달리자니 사포에 발을 갈고 있는 기분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못됐다. 멈추는 순간 내가 찬밥인가, 더운밥인가 둘 중 하나가 될 테니까.



다행히도 슬라임의 속도는 느릿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뒤를 돌아 보자 잠깐 사이에 꽤 거리가 벌려져 있었다.



안전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발바닥이 쉬고 싶다며 울부짖었다. 나라고 달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 정도 거리라면 괜찮겠지... 잠깐만. 잠깐만 쉬자.”



슬라임을 시야에 두고 등을 나무에 기댔다.



슬라임은 천천히 거리를 좁히고 있다.



오래 있을 순 없을 것 같다.



라고 생각하자마자 나를 재촉하듯이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내 뺨을 스치고 날아들었다.



무언가가 날아온 쪽으로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시야에 이족 보행하는 파충류가 비쳤다. 악어... 라기 보다 벨로시랩터에 인간의 팔이 붙어있는 느낌이었다. 발톱으로 찍어누른 것 같은 눈동자와 의미도 없이 붉은 비늘이 인상적이다.



저런 걸 뭐라고 부르지? 파이리맨? 파이리맨은 저작권법적으로 위험한가.



파이리몬 X항체다. 이걸로 저작권법적으로 완벽해졌다.



누가봐도 육식적인 외형에 발톱이 위험해보이지만 달려들 맘은 없어 보이고 방금 던진 무언가도 한 발 뿐인 기술이었던 듯 하니 슬금슬금 도망치면 될 것 같았다.



너무 넋 놓고 있으면 슬라임이 따라온다. 찰나와 같았던 휴식을 끝내야 했다. 나무에서 등을 떼고 두 발에 힘을 주었다. 짜릿하기까지한 고통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그 때, 파이리몬이 반응을 보였다. 입을 떡 하고 나를 향해 벌렸다.



“뭐 하는...”



의문의 해답을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파이리몬의 입안에서 불꽃이 혓바닥을 에워싸듯이 타올랐다.



아까 뺨을 스친 게 무엇인지 확인했었던가?



안했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아서...



“파충류가 도구를 쓰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자신의 어리석음을 반성할 시간도 없이 불덩이가 날아올랐다. 멈춰 있으면 죽을 것이고 죽고 싶지 않은 것은 물으나마나인 일이다.



전력을 다해 몸을 던져서 굴렀다.



불덩이는 아슬아슬하게 나를 스쳐지나간다.



비틀, 뇌를 흔들며 일어선다.



동시에 환한 조명이 켜졌다.



아니, 이 세계에 조명 같은 건 없다. 빛을 쫓아 눈을 가늘게 든다. 방금까지 내가 기대고 있던 나무는 어느샌가 열정적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야~ 진짜로 오래 있을 순 없겠네. 오래있다간 뒈질테니까!



시작 지점을 마을이 아니라 사냥터 한 가운데다 갖다 놓은 자식 누구야?! 매너라는 게 없어! 매너라는 게! 하긴 그딴 거 아셨으면 이렇게 아무 것도 없는 상태로 던져놓진 않으셨겠지요! 네, 네! 그렇구 말구요!



“진짜, 일진 더럽게 사납네...!”



한 차례 더 불덩이가 나를 향해 발사되었다. 두 번째라고 익숙해진 건지 아까 보다는, 어디까지나 아까 보다는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피하고 나서 일어나니 조명이 하나 더 만들어져 있었다.



내 배후에서 슬금슬금 다가오던 슬라임이다. 만약 피하는 게 한 순간이라도 늦었으면 백골행이었을 것이다.



슬라임은 빠르게 연소되어 그을음만을 남기고 사라진다. 잘못피했다면 내가 저 꼴이 되었겠지.



곰탕과 불고기의 기로에서 발버둥 치는 나란 고기.



“진짜 못해먹겠다...! 씨발!”



툴툴 거리면서도 나는 죽기 싫어서 발을 재촉한다.



나는 이 세계가 너무 싫다.















정말로 죽는 줄 알았다. 세상은 넓고 몬스터는 많았다.



파이리몬들에게 원으로 둘러 쌓였을 때는 정말 눈 앞이 깜깜해졌었다. 둘이 보다 하나 죽어도 모를 불꽃놀이를 봤다.



이런 경험을 하고도 이세계를 모험하자며 신이 나서 떠느는 놈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차원의 벽을 넘으면서 대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이 틀림 없다.



하늘은 완전히 새까맣다. 시간은 모르지만 추측으로는 이미 심야일 것이다. 다행히 성까지 도착은 했다. 몬스터들도 따돌렸다. 일단은 안전.



이 문을 넘으면 한 고비 넘겼다고 봐도 좋겠지.



안이 몬스터 성이 아닌 이상은. 나만이 몬스터가 아닌 이세계도 아니고 설마 그렇게까지 쓰레기 같은 설정이겠어? 만약 진짜로 그렇다면... 그 때 가서 생각하겠다.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오늘의 감상은 ‘엄마가 보고싶다.’ 아니면 ‘집 나가면 개고생.’정도가 되겠다. 진짜 엄마가 보고 싶다.



아빠는 됐어. 엄마가 보고 싶어.



우선은 숙소다. 해야할 일은 많지만 오늘은 첫 날이니까 휴식이 필요하다. 이런 꼴을 한 사람을 받아줄까? 말은 통할까? 돈도 없는데 숙박비는 어쩌지?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좋다지만 막상 개똥밭에서 굴러보면 다양한 감회에 휩싸이게 되는구나. 앞으로 내 인생은 어찌되는 걸까.



많은 생각을 하며 나는 굳게 잠긴 성문을 두드렸다.







나는 주먹을 쥐고 전력을 다해 안면을 후려갈겼다.



파워가 부족하다.



나는 팔꿈치로 복부를 찍어눌렀다.



아프다. 돈까스를 먹고 죽어버릴 정도의 소화불량은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팠다.



아프다는 것은 꿈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세계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자해를 한 건 아니다. 그게 문제였으면 처음부터 했겠지.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건 이 시간, 이 장소였다.



분명 조금 전까지 성문 앞에 있었을 터였던 나는 낮의 초원으로 돌아와 있었다.



목숨을 걸고 나선 반나절에 걸친 나의 대모험은 한 순간만에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나더러 뭐 어쩌라고, 씨발?”



누군지는 모르지만 복수할 것이다, 절대로.















어릴 적 놀이공원을 운영하는 게임을 한 적이 있다. 게임의 목적은 최대한 화려하게 꾸며서 멀쩡한 곳인 척 무지한 손님들을 놀이공원으로 끌어들인 뒤 가두고 천천히 고통을 주며 죽이는 것이었다. 물에 빠트린다거나 새로운 놀이기구인 척 하면서 천국으로 가는 익스프레스에 태운다거나 하는 게 메인인 게임이었다. 방법까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관람차와 다른 놀이기구를 부딪혀서 이중폭파도 가능했던 걸로 기억한다.



비슷한 장르의 게임으로 동물원에 사람들을 모은 뒤 일부러 사육장 벽을 허술한 걸로 바꿔치기해 사람들이 잡아먹해는 걸 구경하난 게임도 있었지만 이 쪽은 놀이공원에 비해 금방 질렸고 명맥도 오래가지 못한 걸로 안다.



레일이 끊긴 롤러코스터로 사람들을 몰살시키는 것과 물에 빠트려서 죽이는 것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던 건 사람을 집게로 집어서 미아로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시절의 나는 그것이 죽이지 않으니 가장 인간다운 행위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에 이르러서야 그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성과 초원을 왔다갔다 거리면서 직접 몸으로 체험했다.



이런 기분을 나는 언젠가... 그 때다. 배터리가 고장나서 아무리 충전해도 1분 이상 켜지지 않는 핸드폰을 붙잡고 있던 그 때의 그 기분이다.



문제는 고장난 핸드폰은 버려도 되지만 고장난 내 인생은 버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고장난 핸드폰은 허리를 부러트려도 상관 없지만 내 인생은 그럴 수 없다는 거다.



아, 빌어처먹을.



“5번...!”



5번이나 성문 근처를 왔다갔다 거렸다. 3번 정도는 성문을 두드려보지도 못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평범하게 오래 걸으면 체력이라도 붙어서 건강에라도 좋지, 이건 리셋 되어 버리니까 정신 건강만 나빠지는 최악의 운동이다.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냐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구간반복 버튼이라도 눌러버린 거야, 뭐야!



아는 게 없으니 추측도 못 하고 이런 상황에 나를 던져놓은 빌어처먹을 놈의 한심함에 화가 난다.



아, 짜증나. 진짜 짜증나. 미치게 짜증나. 짜증나는 것도 짜증나!



발악하는 모습이 보고 싶으면 좀 구멍 정돈 만들어 놓고 해야할 거 아냐! 가둬놓고 구경만 해도 즐거운 놈이냐?! 출구가 없는 미로라는 걸 시작부터 깨닫게 하면 어쩌잔 거야! 아, 정말 승질 뻗쳐서!



“하아...”



이렇게 화를 내봐야 나만 손해라는 건 알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때려부수고 싶다. 때려부숴서 가루도 남지 않게 원자레벨로 갈아버리고 싶다.



아, 몰라!







현재 시간을 모르는 아침. 나는 나무 위에 올라와 있다. 리셋 지점 근처에 있던 나무다.



분명 나는 운명을 거스르기를 포기하고 순리에 따라 나무 위에서 잠이나 잘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무 위에서 잠이나 잤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아침인데도 나는 초원이 아닌 나무 위에 있었다.



해가 떠있는데도 내가 나무 위라는 건 매우 기쁘게도 쓰레기 같은 리셋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뭐야.”



어째서냐.



어째서 이번엔 리셋이 되지 않는 거냐.



왜 이제 와서 내일이 찾아오는 건데! 밤사이에 내일을 갈망하는 를르슈라도 찾아왔었냐? 어?!



찢어발겨버려도 시원찮을 이세계...!



“나더러 뭐 어쩌라는 거야?!”



내가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초원을 가로 질러 마을에 도착했을 댄 칼 같이 리셋 시키더니 나무에서 한가하게 잠이나 잘 땐 왜 내버려 둬?! 배려야? 즐거운 한 때를 즐기게 하고 싶은 거야? 그런 거냐고!



그냥 마을에 도착 했을 때, 성벽을 두드릴 때 내버려뒀으면 좀 좋아? 힘 다 빠져서 포기하려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내일로 보내버려?



“뭐냐고!!!”



에이, 진짜! 더러워서 못해먹겠네!



“이세계 진짜 싫다아아아아아! 씨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알!”



---------
주제가 자유라길래 예전에 썼었던 거 좀 고쳐서 올려봄 이미 본 사람도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