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행운아야.'
언제나 그랬듯 난데없이 들이닥쳤다.
해맑게 웃는 얼굴로 내게 내민다. 핵 불닭볶음면. 한정생산 된 제품이다. 양순이가 뚜껑을 열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에 코끝이 싸해진다.
'하아...... 뭐?'
어차피 이상한 소릴 할 게 뻔하다.
해가 기운 석식시간. 들이닥친 그녀, 양순이는 내 영어문제집에 라면 용기를 올리고는 빙긋 웃는다.
'왜 행운인지 하나하나 알려줄게. 첫째, 내가 그걸 설명해준다는 게 행운이야.'
우웩 소리 나게 우쭐대는 목소리. 이건 자기긍정이 강한 게 아니다. 그저 자신을 감추는 페르소나일 뿐이다.
어울리지 않는 강한 척이 짜증난다.
라면 용기를 치우려 했으나 실패했다. 양순이가 용기 외곽을 위에서 잡고 누르면서 치우는 걸 막았다.
힘씨름을 하다간 쏟을 우려가 있으므로 내가 포기했다.
냄새 때문에 침이 나온다. 삼켰다.
'둘째로 나 같은 미소녀 안다는 게 행운이야.'
예쁘긴 하다.
이런 게 내 소꿉친구라서 19년 평생 다른 여자애들한테 전혀 관심이 안 생겼을 정도로. 그래. 예쁜 건 무시할 수 없다. 짜증나지만 무시할 수 없다....
안경이건 렌즈건. 교복이건 세라복이건. 잠옷이건 체육복이건. 맨다리건 스타킹이건. 부츠건 슬리퍼건. 코스프레건 롤리타건 메이드복이건. 이 녀석 양순이는 모조리 소화해낸 것이다.
아. 뭐. 개소리 같겠지. 인정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이란 건 때때로 언어로써 서술하는 게 불가능한 법이다. 저 모든 모습의 양순이를 본 내가 보증한다. 아무튼 예쁘다. 예쁘단 말이다. 미친듯이.
양순아. 너는 미소녀다.
참고로 지금의 양순이는 교복 차림이다. 회색 조끼와 흰 와이셔츠. 검은 치마. 렌즈. 뒤로 한 갈래 묶은 머리. 교복은 모범적. 줄이거나 꽉 끼게 입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연히 예쁘고, 흑백 조합의 아름다움 추가 보정으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나 같은 미소녀가 끓여준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게 행운이야.'
그렇지만 말이다.
그래도.
개소리 좀 하지 마.
핵 불닭볶음면이 뭐냐 대체.
'......저기, 양순아. 나 매운 거 못 먹는데.'
'야.'
순간.
우쭐대는 페르소나가 사라졌다.
'그 이름 부르지 말랬지.'
낮게 깔려 했으나 되레 가성이 된 목소리.
......솔직히 안 무섭다. 얜 자타공인 미소녀라서, 미간에 힘 줘봐야 위압감이 없다. 오히려 너 귀엽네 하고 말해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 양순이가 아니다. 개소리는 하지 않는다. 양순이가 자기 이름을 진심으로 싫어하는 것 정도는 안다. 놀림 당했었으니까.
'...미안.'
'그래, 괜찮아. 그보다 어서 먹어봐. 미소녀 특제 라면.'
웃기지 마.
'아니, 근데 나 이거 못 먹....'
'먹어.'
'.......'
허허. 양순아. 너는 내가 이걸 진심으로 싫어한다는 걸 모르는 것이냐...? 뭐, 모르겠지.
양순이는 언제나 이랬다.
'싫어.'
'먹으라니까!'
'싫다고 등신아!'
'드, 등신!? 뭐, 뭐라고?'
자타공인 미소녀 양순이는 멘탈이 약하다.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나는 양순이에게 다정한 눈빛을 보냈다.
'등신이라 못 들었구나. 미안해. 배려가 부족했어. 등. 신.'
'.......'
양순이가 내게서 한 발짝 물러선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나도 똑바로 바라봤다. 영혼의 교감. 그 결과 양순이의 눈과 입이 허물어졌다.
'우.......'
'.......'
...웃기지 마라. 웃기지 마. 이봐 웃기지 말라니까. 운다고? 울어? 뭐? 왜? 도대체 뭐가 문제야. 너 웃기지 마. 난 공부하고 있었다고. 석식 같이 먹기로 한 약속을 내가 깨긴 했지만, 아니, 애초에 그 약속도 무리라고 말했잖아!! 분명히!!
그때 울어놓고 지금 또 운다고? 웃기지 마라!
...허, 이거 내 잘못이냐?
아아니, 아니야, 웃기지 마.... 나는 평범한 남자라고. 정말. 평범해지고 싶었던 남자다. 미소녀와 함께 식사하는 날이면, 난 언제나 누가 죽창을, 아니면 쇠젓가락 끝을 내게 향하는 건 아닌지 두려웠단 말이다.
아무리 양순이가 '소외' 당하고 있다 해도. 남자놈들 망상 속에선 다르다고! 음침한 새끼들!
아아. 젠장. 울지 마라 제발. 그렇게 '참으려는 듯 일그러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지 마라. ...이것도 이것 대로 죽창이 두려운 일이지. 하지만 양순이가 우는 모습은, 그저 그뿐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적어도 내 안에선.
소꿉친구가, 울고 있잖아.
나는 양순이와 달리 상식인이다.
'......흑.'
더 이상 참기 힘들어졌는지, 양순이가 반을 나가려 한다.
'기다려. 기다려 봐! 먹을 테니까!'
젠장.
이래서 싫다.
아직 양순이는 울먹이고 있다.
뚜껑 까인 핵 불닭볶음면은 침을 계속 삼키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그래. 그래. 내가 잘못한 거니까. 소꿉친구가 울고 있으니까. 그래도 친구라고 있는 친구인데. 무시할 순 없잖아.
아아. 그래. 좋게 생각하자. 미소녀가 나를 위해 가져온 거잖아. 내가 먹어주길 바라머 손수 만들어온 거라고.... 어차피 양순이지만. 젠장.
먹어준다.
그래도 강한 척 하는 것보단 우는 네가 더 좋아.
#
그녀는 말하자면, 친구가 없다. 한 10년 이상 없었다.
어릴 적 일이다.... 그 애, 양순이는 그때도 미소녀였기 때문에 주변 아이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달리 말하자면 평범한 사람들을 압도했다.
나도 압도 당해 있었다.
양순이는 너무 멀리 있는 아이였고. 반의 주류가 되는 아이들과 노는 아이였다. 주류가 아닌 내게, 양순이는 두려운 존재였다. 양순이란 소녀는, 내 세계 밖에 있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 시절엔 나도 그녀를 잘 몰랐다.
-애들이, 내 이름 구리대.
-멍청해보인대.
-바보 같대.
-바보가 옮을 거 같대.
-아닌데.... 엄마아빠가...... 지어준 이름인데.
-나 바보 같나? 그런가?
-남자애들이 병신이라고 했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치만 그게.... 그 눈이...... 무서워서....... 병신이 뭐지?
초등학교 1학년. 6월쯤 된. 비 내리던 날이었다.
강에라도 빠진 아이처럼, 양순이는 울고 있었다.
-......아니야.
-나 죽고 싶어. 내 이름이 대체 어때서....
-아니라니까! 양순이는 이상하지 않아!
-그래?
-응.
-......그렇지만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
-그러면?
-......모르겠어. 그냥 부르지 마.
-그래.
그리고 나와 그녀는 친구가 되었다.
...당황스러운 일이다.
처음엔, 그 양순이와 대화를 하다니, 기쁘다, 그렇지만 내일이면 모르는 사이겠지, 생각했다. 아니었다. 아이들의 주류 집단은 양순이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 이유를 양순이와 지내며 알게 됐다.
요컨대 그녀는, 장난이 심했다. 도를 몰랐다. 자기중심적? 조금 다르다. 좀 더 악질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상대가 즐거워하라고 그런 일들을 벌인 것이니까.
비 오던 그날도, 그랬다. 양순이는 아이들과 대화하며 1층을 지나가다 문득 옆의 아이를 밖으로 밀었다. 그 아이는 비에 젖었고, 양순이는 그걸 모두들 재밌어 할 거라고 생각했다. 유아적 사고.
그 이전부터 그랬다. 양순이는 아이들에게. 재미로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발을 걸거나. 놀래키거나. 집단의 웃음거리로 삼거나(양순이가 웃으면 다들 웃었다). 기타 등등.
아이들은 양순이가 재수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도 이해가 간다. 양순이는 압도적인 아이였으니까. 그런 아이가 무리의 정점에서 폭정을 벌인 것이다. 증오할 법하다.
그러나 그녀에겐 악의가 없었다. 그녀와 지내온 내가 안다.
그건 그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다. 틀렸을 수도 있다. 과도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랬고. 하지만... 그러면 타이르고, 설명하고, 화해하면 될 일이다.
뭐... 결론만 말하자면 그녀의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악의 탓은 아니었다. 그냥. 인간과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거다.
너무 예쁘게 자라서? 과보호 당해서? 글쎄.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보호 당한 아이가 뭐 어쨌단 말인가? 그 아이도 피해자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양순이의 행동은 변함이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사람이 좀 어리숙할 수도 있지.
거기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양순이는 내게 집착했다.
그녀는 다소간 이상한 방향으로 변화해버렸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녀는 조용히 지냈다.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고. 접촉하지 않고. 이따금 나를 찾아와서 장난을 쳤다. 그러고는 꾸욱 껴안았다.
...껴안는 건 사실 내가 제안한 방식이었다. 네가 하는 장난이 모두 친해지고 싶어서 한 것이었다면, 그걸 증명해보자고.
웃기는 수작 같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냥 진지하게 말한 거다. 후회는 하고 있다.
중학교에 들어간 그녀의 음담패설은 지금도 내게 정신적 외상으로 남아있다. 그녀를 이해하려 한 나조차 견딜 수 없었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뭐 어차피 그것도 그냥 친하니까 한 거였겠지.
중학교에서 1년이 흐르고, 반이 갈라졌다. 나는 그녀, 양순이도 이제 좀 자립하겠지 생각했다. 전혀 아니었다.
매 쉬는 시간마다 날 찾아왔다. 아이들은 그냥 둘이 사귀나 보다 생각했지만...... 그 여론은 점차 '사귀더라도 자제 좀 해라'로 바뀌었다. 그 시점에서 나도 고립됐다.
동성친구와 놀려 해도 양순이가 나를 끌고 사람 없는 곳으로 데려갔다. 거기서 그녀는 같은 반 애들을 깠다. 아주 찰지게 깠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중2병이었던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슬슬 나도 포기했다. 그래서 심한 짓을 해버렸다.
...같이 애니메이션을 본 것이다.
친구라고는 양순이밖에 없고. 난 우울했다. 외톨이. 아웃사이더. 내 꼴은 왜 이렇지.... 그래도 여자아이를 감싸주고 싶었어. 이런 나는 히어로? 지랄 염병이다.
아무튼.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이 문제였다. 양순이. 서툴러도 사랑스러웠던 소녀가, '모에 히로인'을 자신의 페르소나로 삼게 된 건 순식간이었다.
세라복이라든가. 고스로리라든가. 메이드라든가. 아스카나 미쿠로 코스프레한 양순이가 보고 싶었다. 구슬리는 과정에서 무조건적으로 떠받들어줬더니...... 지금 이 꼴이 되어버렸다. 스스로를 미소녀라고 부른다.
그래. 내 책임이다.
나는 책임을 느끼고 있다.
오늘 일도 그 연장이었다.
약속을 어긴 건 내 잘못이 맞지만, 양순이가 석식을 혼자 먹긴 했지만, 그녀가 불닭볶음면을 가져온 건 응징만을 뜻하진 않는다.
왜냐면,
#
내 전신이 불탔다.
미친듯이 체액을 내뿜었다.
그녀가 그런 날 보며 꺌꺌대며 웃었다.
악의 없는 순수한 웃음이었다.
#
세면대에서 다시 미친듯이 토해내고 돌아서자,
'헤헤, 지철아. 좋아해.'
.......
아니. 길게 설명하긴 했지만.
연애감정은 아니다.
양순이가 내게 느끼는 건 연애감정이 아니다. 그럴 리 없다. 나는 상식인이니까. 알 수 있단 말이다.
이건 그냥,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친구에게 하는 말일 뿐다. 집착도 단 하나뿐인 친구에게 하는 집착이었다.
내 책임도 어디까지나 친구로서의 그것이다.
정리 완료. 두근거리고 만 나 자신을 가라앉혔다.
'거짓말은 그럴 듯하게 해라.'
'응. 거짓말이야. 나 같은 미소녀가 널 좋아할 리 없잖아. 흐, 흥... 흥흥흥. 그럴 듯하게 안 할 거다. 그러면 니가 착각하잖아. 기분나쁘게.'
아, 그래.
잘 알겠다....... 뭐. 됐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네가 즐거우면 됐지. 칙칙한 남고생보다는 미소녀 여고생이 즐거운 편이 세상의 이익이다.
'석식은 잘 먹었냐?'
'너. 알면서 묻는 거지.'
어이쿠.
'내일도 혼자 먹을 수 있지?'
'같이 먹는다고 약속 안 하면 학교 안 나올 거야.'
미쳤냐.
'수능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상관없어. 너랑 결혼하면 되지.'
또 거짓말.
'너랑 같이 먹으면 주변이 신경 쓰인다니까.'
'그게 뭐 어때서? 미소녀인 나한테 주목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
역시 좀 짜증나네. 아아. 그렇지만...
'알았어. 너랑 같이 먹을 사람이 나 말고 누구 있겠냐.'
또 휘둘려버린다. 이러고 다시 후회하는데. 젠장.
창밖을 보니 해가 조금 더 기울었다.
야간자율학습이 곧 시작된다.
'너랑 같이 먹을 여자도 나 말곤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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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까치 긴데 읽은 사람 있으면 감사를 표한다.
전에 라한대 썼을 때
다음엔 행복한 얘기도 쓰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 말 지켰다.
언제나 그랬듯 난데없이 들이닥쳤다.
해맑게 웃는 얼굴로 내게 내민다. 핵 불닭볶음면. 한정생산 된 제품이다. 양순이가 뚜껑을 열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에 코끝이 싸해진다.
'하아...... 뭐?'
어차피 이상한 소릴 할 게 뻔하다.
해가 기운 석식시간. 들이닥친 그녀, 양순이는 내 영어문제집에 라면 용기를 올리고는 빙긋 웃는다.
'왜 행운인지 하나하나 알려줄게. 첫째, 내가 그걸 설명해준다는 게 행운이야.'
우웩 소리 나게 우쭐대는 목소리. 이건 자기긍정이 강한 게 아니다. 그저 자신을 감추는 페르소나일 뿐이다.
어울리지 않는 강한 척이 짜증난다.
라면 용기를 치우려 했으나 실패했다. 양순이가 용기 외곽을 위에서 잡고 누르면서 치우는 걸 막았다.
힘씨름을 하다간 쏟을 우려가 있으므로 내가 포기했다.
냄새 때문에 침이 나온다. 삼켰다.
'둘째로 나 같은 미소녀 안다는 게 행운이야.'
예쁘긴 하다.
이런 게 내 소꿉친구라서 19년 평생 다른 여자애들한테 전혀 관심이 안 생겼을 정도로. 그래. 예쁜 건 무시할 수 없다. 짜증나지만 무시할 수 없다....
안경이건 렌즈건. 교복이건 세라복이건. 잠옷이건 체육복이건. 맨다리건 스타킹이건. 부츠건 슬리퍼건. 코스프레건 롤리타건 메이드복이건. 이 녀석 양순이는 모조리 소화해낸 것이다.
아. 뭐. 개소리 같겠지. 인정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이란 건 때때로 언어로써 서술하는 게 불가능한 법이다. 저 모든 모습의 양순이를 본 내가 보증한다. 아무튼 예쁘다. 예쁘단 말이다. 미친듯이.
양순아. 너는 미소녀다.
참고로 지금의 양순이는 교복 차림이다. 회색 조끼와 흰 와이셔츠. 검은 치마. 렌즈. 뒤로 한 갈래 묶은 머리. 교복은 모범적. 줄이거나 꽉 끼게 입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연히 예쁘고, 흑백 조합의 아름다움 추가 보정으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나 같은 미소녀가 끓여준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게 행운이야.'
그렇지만 말이다.
그래도.
개소리 좀 하지 마.
핵 불닭볶음면이 뭐냐 대체.
'......저기, 양순아. 나 매운 거 못 먹는데.'
'야.'
순간.
우쭐대는 페르소나가 사라졌다.
'그 이름 부르지 말랬지.'
낮게 깔려 했으나 되레 가성이 된 목소리.
......솔직히 안 무섭다. 얜 자타공인 미소녀라서, 미간에 힘 줘봐야 위압감이 없다. 오히려 너 귀엽네 하고 말해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 양순이가 아니다. 개소리는 하지 않는다. 양순이가 자기 이름을 진심으로 싫어하는 것 정도는 안다. 놀림 당했었으니까.
'...미안.'
'그래, 괜찮아. 그보다 어서 먹어봐. 미소녀 특제 라면.'
웃기지 마.
'아니, 근데 나 이거 못 먹....'
'먹어.'
'.......'
허허. 양순아. 너는 내가 이걸 진심으로 싫어한다는 걸 모르는 것이냐...? 뭐, 모르겠지.
양순이는 언제나 이랬다.
'싫어.'
'먹으라니까!'
'싫다고 등신아!'
'드, 등신!? 뭐, 뭐라고?'
자타공인 미소녀 양순이는 멘탈이 약하다.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나는 양순이에게 다정한 눈빛을 보냈다.
'등신이라 못 들었구나. 미안해. 배려가 부족했어. 등. 신.'
'.......'
양순이가 내게서 한 발짝 물러선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나도 똑바로 바라봤다. 영혼의 교감. 그 결과 양순이의 눈과 입이 허물어졌다.
'우.......'
'.......'
...웃기지 마라. 웃기지 마. 이봐 웃기지 말라니까. 운다고? 울어? 뭐? 왜? 도대체 뭐가 문제야. 너 웃기지 마. 난 공부하고 있었다고. 석식 같이 먹기로 한 약속을 내가 깨긴 했지만, 아니, 애초에 그 약속도 무리라고 말했잖아!! 분명히!!
그때 울어놓고 지금 또 운다고? 웃기지 마라!
...허, 이거 내 잘못이냐?
아아니, 아니야, 웃기지 마.... 나는 평범한 남자라고. 정말. 평범해지고 싶었던 남자다. 미소녀와 함께 식사하는 날이면, 난 언제나 누가 죽창을, 아니면 쇠젓가락 끝을 내게 향하는 건 아닌지 두려웠단 말이다.
아무리 양순이가 '소외' 당하고 있다 해도. 남자놈들 망상 속에선 다르다고! 음침한 새끼들!
아아. 젠장. 울지 마라 제발. 그렇게 '참으려는 듯 일그러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지 마라. ...이것도 이것 대로 죽창이 두려운 일이지. 하지만 양순이가 우는 모습은, 그저 그뿐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적어도 내 안에선.
소꿉친구가, 울고 있잖아.
나는 양순이와 달리 상식인이다.
'......흑.'
더 이상 참기 힘들어졌는지, 양순이가 반을 나가려 한다.
'기다려. 기다려 봐! 먹을 테니까!'
젠장.
이래서 싫다.
아직 양순이는 울먹이고 있다.
뚜껑 까인 핵 불닭볶음면은 침을 계속 삼키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그래. 그래. 내가 잘못한 거니까. 소꿉친구가 울고 있으니까. 그래도 친구라고 있는 친구인데. 무시할 순 없잖아.
아아. 그래. 좋게 생각하자. 미소녀가 나를 위해 가져온 거잖아. 내가 먹어주길 바라머 손수 만들어온 거라고.... 어차피 양순이지만. 젠장.
먹어준다.
그래도 강한 척 하는 것보단 우는 네가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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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말하자면, 친구가 없다. 한 10년 이상 없었다.
어릴 적 일이다.... 그 애, 양순이는 그때도 미소녀였기 때문에 주변 아이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달리 말하자면 평범한 사람들을 압도했다.
나도 압도 당해 있었다.
양순이는 너무 멀리 있는 아이였고. 반의 주류가 되는 아이들과 노는 아이였다. 주류가 아닌 내게, 양순이는 두려운 존재였다. 양순이란 소녀는, 내 세계 밖에 있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 시절엔 나도 그녀를 잘 몰랐다.
-애들이, 내 이름 구리대.
-멍청해보인대.
-바보 같대.
-바보가 옮을 거 같대.
-아닌데.... 엄마아빠가...... 지어준 이름인데.
-나 바보 같나? 그런가?
-남자애들이 병신이라고 했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치만 그게.... 그 눈이...... 무서워서....... 병신이 뭐지?
초등학교 1학년. 6월쯤 된. 비 내리던 날이었다.
강에라도 빠진 아이처럼, 양순이는 울고 있었다.
-......아니야.
-나 죽고 싶어. 내 이름이 대체 어때서....
-아니라니까! 양순이는 이상하지 않아!
-그래?
-응.
-......그렇지만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
-그러면?
-......모르겠어. 그냥 부르지 마.
-그래.
그리고 나와 그녀는 친구가 되었다.
...당황스러운 일이다.
처음엔, 그 양순이와 대화를 하다니, 기쁘다, 그렇지만 내일이면 모르는 사이겠지, 생각했다. 아니었다. 아이들의 주류 집단은 양순이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 이유를 양순이와 지내며 알게 됐다.
요컨대 그녀는, 장난이 심했다. 도를 몰랐다. 자기중심적? 조금 다르다. 좀 더 악질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상대가 즐거워하라고 그런 일들을 벌인 것이니까.
비 오던 그날도, 그랬다. 양순이는 아이들과 대화하며 1층을 지나가다 문득 옆의 아이를 밖으로 밀었다. 그 아이는 비에 젖었고, 양순이는 그걸 모두들 재밌어 할 거라고 생각했다. 유아적 사고.
그 이전부터 그랬다. 양순이는 아이들에게. 재미로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발을 걸거나. 놀래키거나. 집단의 웃음거리로 삼거나(양순이가 웃으면 다들 웃었다). 기타 등등.
아이들은 양순이가 재수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도 이해가 간다. 양순이는 압도적인 아이였으니까. 그런 아이가 무리의 정점에서 폭정을 벌인 것이다. 증오할 법하다.
그러나 그녀에겐 악의가 없었다. 그녀와 지내온 내가 안다.
그건 그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다. 틀렸을 수도 있다. 과도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랬고. 하지만... 그러면 타이르고, 설명하고, 화해하면 될 일이다.
뭐... 결론만 말하자면 그녀의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악의 탓은 아니었다. 그냥. 인간과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거다.
너무 예쁘게 자라서? 과보호 당해서? 글쎄.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보호 당한 아이가 뭐 어쨌단 말인가? 그 아이도 피해자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양순이의 행동은 변함이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사람이 좀 어리숙할 수도 있지.
거기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양순이는 내게 집착했다.
그녀는 다소간 이상한 방향으로 변화해버렸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녀는 조용히 지냈다.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고. 접촉하지 않고. 이따금 나를 찾아와서 장난을 쳤다. 그러고는 꾸욱 껴안았다.
...껴안는 건 사실 내가 제안한 방식이었다. 네가 하는 장난이 모두 친해지고 싶어서 한 것이었다면, 그걸 증명해보자고.
웃기는 수작 같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냥 진지하게 말한 거다. 후회는 하고 있다.
중학교에 들어간 그녀의 음담패설은 지금도 내게 정신적 외상으로 남아있다. 그녀를 이해하려 한 나조차 견딜 수 없었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뭐 어차피 그것도 그냥 친하니까 한 거였겠지.
중학교에서 1년이 흐르고, 반이 갈라졌다. 나는 그녀, 양순이도 이제 좀 자립하겠지 생각했다. 전혀 아니었다.
매 쉬는 시간마다 날 찾아왔다. 아이들은 그냥 둘이 사귀나 보다 생각했지만...... 그 여론은 점차 '사귀더라도 자제 좀 해라'로 바뀌었다. 그 시점에서 나도 고립됐다.
동성친구와 놀려 해도 양순이가 나를 끌고 사람 없는 곳으로 데려갔다. 거기서 그녀는 같은 반 애들을 깠다. 아주 찰지게 깠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중2병이었던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슬슬 나도 포기했다. 그래서 심한 짓을 해버렸다.
...같이 애니메이션을 본 것이다.
친구라고는 양순이밖에 없고. 난 우울했다. 외톨이. 아웃사이더. 내 꼴은 왜 이렇지.... 그래도 여자아이를 감싸주고 싶었어. 이런 나는 히어로? 지랄 염병이다.
아무튼.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이 문제였다. 양순이. 서툴러도 사랑스러웠던 소녀가, '모에 히로인'을 자신의 페르소나로 삼게 된 건 순식간이었다.
세라복이라든가. 고스로리라든가. 메이드라든가. 아스카나 미쿠로 코스프레한 양순이가 보고 싶었다. 구슬리는 과정에서 무조건적으로 떠받들어줬더니...... 지금 이 꼴이 되어버렸다. 스스로를 미소녀라고 부른다.
그래. 내 책임이다.
나는 책임을 느끼고 있다.
오늘 일도 그 연장이었다.
약속을 어긴 건 내 잘못이 맞지만, 양순이가 석식을 혼자 먹긴 했지만, 그녀가 불닭볶음면을 가져온 건 응징만을 뜻하진 않는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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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신이 불탔다.
미친듯이 체액을 내뿜었다.
그녀가 그런 날 보며 꺌꺌대며 웃었다.
악의 없는 순수한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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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대에서 다시 미친듯이 토해내고 돌아서자,
'헤헤, 지철아. 좋아해.'
.......
아니. 길게 설명하긴 했지만.
연애감정은 아니다.
양순이가 내게 느끼는 건 연애감정이 아니다. 그럴 리 없다. 나는 상식인이니까. 알 수 있단 말이다.
이건 그냥,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친구에게 하는 말일 뿐다. 집착도 단 하나뿐인 친구에게 하는 집착이었다.
내 책임도 어디까지나 친구로서의 그것이다.
정리 완료. 두근거리고 만 나 자신을 가라앉혔다.
'거짓말은 그럴 듯하게 해라.'
'응. 거짓말이야. 나 같은 미소녀가 널 좋아할 리 없잖아. 흐, 흥... 흥흥흥. 그럴 듯하게 안 할 거다. 그러면 니가 착각하잖아. 기분나쁘게.'
아, 그래.
잘 알겠다....... 뭐. 됐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네가 즐거우면 됐지. 칙칙한 남고생보다는 미소녀 여고생이 즐거운 편이 세상의 이익이다.
'석식은 잘 먹었냐?'
'너. 알면서 묻는 거지.'
어이쿠.
'내일도 혼자 먹을 수 있지?'
'같이 먹는다고 약속 안 하면 학교 안 나올 거야.'
미쳤냐.
'수능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상관없어. 너랑 결혼하면 되지.'
또 거짓말.
'너랑 같이 먹으면 주변이 신경 쓰인다니까.'
'그게 뭐 어때서? 미소녀인 나한테 주목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
역시 좀 짜증나네. 아아. 그렇지만...
'알았어. 너랑 같이 먹을 사람이 나 말고 누구 있겠냐.'
또 휘둘려버린다. 이러고 다시 후회하는데. 젠장.
창밖을 보니 해가 조금 더 기울었다.
야간자율학습이 곧 시작된다.
'너랑 같이 먹을 여자도 나 말곤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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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까치 긴데 읽은 사람 있으면 감사를 표한다.
전에 라한대 썼을 때
다음엔 행복한 얘기도 쓰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 말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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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이름하고 인물 하는짓이 다 부자연스러운데 이렇게 설명이 있으니까 납득이 가네. 읽기에 부담도 없고 괜찮다! ...근데 진짜 생각나는 이름이 양숙이밖에 없었어??
ㄴ ㄱㅅㄱㅅ 이름은 봉선, 미자, 말숙, 양순이 중에 고른 거임 - dc App
ㄴ 아재.... 이름짓는 감성이 50년대예요...
ㄴ나는 급식충인데.... - dc App
오. 이름만 빼고 손발가락이 맥반석 오징어처럼 오르라드는게 완벽해
컵라면 들어서 얼굴에 던졌어야함
그리고 피부에 매운거 묻어서 눈물 질질 흘리고 있을때 귀잡고 등신이라고 했으면 토그리 토그리 스토리 완벽
ㄴ 아재... 아재는 심성이 왜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