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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합니다
전신이 딱딱하다.
바닥에 누워서 자서일까? 쭈뻣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잘 잤어?”
“으, 응. 아...으읍!”
혜민이의 목소리에 인사하며 옆으로 돌아보는 순간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올 번 한 것을 겨우 틀어 막았다.
“왜 와이셔츠에 팬티 바람이냐고! 거기다 와이셔츠 단추를 안 잠군 이유는 뭔데!” “입기 편해서? 잠그기 귀찮아서?”
“퍽이나 대단한 이유다.”
어쨌거나 눈을 둘 곳이 없어서 고개를 돌리며 이것저것 대꾸한다.
“뭐, 어때. 겨우 이정도 가지고 말이야. 개변태님 앞에서는 아무거도 아니잖아?”
“꽤나 먹히거든. 거기에 너 원래 이런 성격도 아니잖아. 빨리 평소의 귀차니즘이나 보여달라고.”
“자고 일어나서 한 시간정도는 힘이 방전되기 전이라 꽤나 대담해지는데?”
무슨 로봇이냐!
한숨을 쉬며 물이나 마시려고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건 그거고, 어제 머리 잘 만지던데 오늘 스타일도 한번 만들어줘.”
그 말에 혹했다.
확실히 어제 만진 손의 그 감촉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이번엔 먼저 그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니 손이 근질근질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 먼저 옷이나 잠궈라. 여자가 말이야. 그런 모습으로 부끄럽게 말이야.”
혜민이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간다.
“그럼 잠글테니까 잘 봐~”
보, 보긴 뭘 보란 말이야.
보면 안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문 쪽으로 확 돌리고 있으니 문 쪽으로 나와 정면으로 대치하게 되었다.
다시 한번 씩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밑에서부터 단추를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하나씩 올라가는 단추를 보면서 점점 특이점이 오기 시작한다.
조금씩 점점 팽팽해지기 시작하는 와이셔츠에 단추가 꽉 끼기 시작한다.
점점 하나를 채우기도 힘들어지는 모습에 눈을 땔 수도 없고 양손은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을 얼굴을 가리기에 급급했다.
물론 손가락 틈새로 다 보고 있지만.
엄지와 검지로 단추를 잡으며 반대 손으로 구멍을 넓혀 옷이 작아 팽팽해서 거리가 닿지도 않는 그곳에 억지고 밀어 넣기 시작한다.
“으... 숨쉬기가 힘들...어.”
이게 최선이라는 듯 금방이라도 폭발한 거 같은 와이셔츠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이...이...!”
“더 이상 잠그면 질식사로 죽을 거야.”
“이 변녀가!”
더 이상 욕망을 참지 못할 것만 같은 나는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갑자기.”
“그치만 어쩔 수가 없잖아!”
“뭐라는거야! 이 개변태가.”
어쩔 수 없다.
바로 눈 앞에 금방이라도 단추가 사방팔방으로 터질 거 같은 와이셔츠를 입은 혼혈의 금발 여자가 있다고 생각해봐라.
그걸 맨 정신으로 참을 수 있는 건 진정한 부처가 아닐까?
거기다 혈기왕성할 고등학생이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개변태가 하아... 아니니까 말이야. 적어도 너한테만큼은 그런 말을 듣기 싫어.”
“아, 알았으니까 그만해.”
“싫어! 그만 못해! 하아하아...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하아... 옷을 갈아입는 게 좋을 걸?”
“알았으니까 갑자기 팔굽혀펴기 같은 걸 하지 말란 말이야!”
그렇다.
운동은 건전한 생활의 원천이다.
들끓어 오르던 성욕을 가지고 있던 사람일지라도 전력으로 운동을 하고 난 뒤에는 성욕이 감소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걔 중에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다행이게도 나는 그런 쪽의 분류에 속했다.
“진짜 이상한 애야.”
혜민이는 옷장에서 코트를 꺼내 걸치면서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
“자, 됐지. 개변태.”
“후우~ 뭐 아슬아슬하게 세이브인가. 덜 야해졌어.”
“미친.”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얼굴 근육이 움직이면서 한 쪽 입 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당한 것은 갚아준다!
“뭘 그렇게 쪼개고 있어? 빨리 머리나 손 봐.”
“아, 네넵. 자~ 보자 오늘은 어떤 머리를 해볼까?”
알몸 와이셔츠 따위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 행하는 일이야 말로 더욱 중요한 일이다.
세심하면서도 수작업이 많이 들어가는 일.
정말이지 혜민이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을 때마다 느껴지는 이 감각은 오싹할 정도로 무섭단 말이야.
중독 되서 더 이상 이 머리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정도야.
아마 앞으로 몇 번만 더 만지게 된다면 나는 헤어 나올 수 없겠지.
“음... 앞머리 까는 건 좋아해?”
“그냥 아무 머리나 해줘. 맡길게.”
핸드폰을 꺼내더니 다리를 꼰 채 발가락을 움직이며 흥얼거리고 있다.
메뉴를 맡기는 게 제일 힘든데 말이야.
아까 물어본 것처럼 앞머리를 확 들어 올려 묶어 올리고 사과머리를 만들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들의 열매인 황금사과는 바로 이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며 금단이 과실이야.
혼자서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콧김을 내뿜으며 뿌듯하고 웃었다.
“몸을 많이... 하아아암~ 졸리다.”
아까 충전이니 뭐니 하더니 벌써 방전된 모양인지 하품을 찍찍하며 이불을 잡아당기며 그대로 침대에 누워버린다.
아직 등교하려면 시간도 좀 남아 있었고 일단 물이나 한잔 마시자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방을 나와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집 안 풍경을 보며 갑자기 어제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소름 돋기 시작하더니 잠이 싹 달아났지만 일단 먼저 물을 쭉 들이켰다.
“나도 한 잔 줘.”
소파에 자연스럽게 앉으며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아줌마의 모습이 보였다.
자연스럽게 뒤에서 물을 주고 이쪽을 눈치 채지 못했을 때 바로 이 층으로 돌아왔다.
더 이상은 못 참겠어.
여러모로 심장에 안 좋은 일들만 계속해서 일어나니 한시라도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혜진, 혜민 자매는 골아 떨어져 있는 상황.
1층 거실에는 아줌마가 있고 외국인이던 아저씨는 아직 방에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밤도 다 끝났고 하니 나가서 바로 학교로 가면 되겠다 생각하며 준비를 마치고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왔다.
뒤는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이쪽은 밤새도록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곧바로 학교로 가서 피곤에 책상에 누워있으니 옆자리에서 앉는 소리가 났다.
“왔어? 어제 우리 집에 가서 별 일 없었어?”
“별일 없었고 오늘 학교 마치고 나서 집에 들어가면 될 거야. 뭐, 어찌됐든 간에 소란 끼쳐서 미안했다.”
깔끔하게 사과하는 모습에 불평 할 수도 없었고 무사히 집에도 들어갈 수 있었으니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괜히 뭐라고 트집 잡아봤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별 일없이 수업을 듣고 여유롭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어제 같은 끔찍한 일을 겪고 돌아온 집은 각별하게 느껴진다.
한 칸밖에 없는 자그마한 공간이지만 그 소중함을 각별하게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 이상한 짓 하지 말고 꾹 참아야겠다.
똑똑.
바닥에 누워 집을 되찾은 기쁨을 누리고 있을 때였다.
이상하리만치 불안한 기분이 들며 나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무시하기에는 계속 되는 노크소리에 몸을 일으키며 누가 있는지 문의 구멍을 통해 살짝 보았다.
쟤들이 왜 여기에?
혜진, 혜민 자매가 꽤나 불편한 눈빛으로 계속해서 노크를 하고 있었다.
열어야하나? 말아야하나?
분명 뭔가 한소리를 하려고 온 거 같은데 이일을 어쩌면 좋을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설마 어제 일에 대해 투덜거리러 온 건가?
그렇게 나오신다면 이쪽도 할 말이 많으니 물러설 필요도 없지만 기세에 눌려서 질 것만 같았다.
혜민이는 아침에 해준 머리 그대로 해주고 있구나.
살짝 감동을 느끼며 문을 부여잡고 잘 보이지고 않는 구멍을 여기저기 보고 있었다.
쾅!
“아얏!”
“역시 있잖아! 왜 무시하는 거야!”
머리 속에서 망했다라는 생각만이 스치며 어거지로 문을 열었다.
“아, 안녕 아침에는 그냥 나가서 미안. 잠시 잠들었다가 일어난거거든. 조금 많이 졸리니까 다음에 이야기하자. 그럼 이만.”
일방적인 통보를 마치고 문을 닫았다.
“웃기고 있네!”
닫히는 문 틈새로 발을 끼우면서 문을 열었다.
“집에 가도 할 거도 없고 좀 만 쉬다가 갈게~”
“갈게...”
갑자기 얼굴을 확 풀며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왔다.
내 집인데... 어째서 이런 일이.
막을 힘도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안으로 들여보냈지만 정말 자기 집 마냥 편하게 누워 있는 걸보니 억울하다.
나도 아직 얼마 못 누워 있었는데 남이 저렇게 누워있다니.
한 쪽은 이미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진짜로 자기 시작했고, 한 쪽은 폰이나 보고 있었다.
뭐라 할 말도 없고 상대하기도 귀찮아서 나도 누운 채로 폰 게임이나 했다.
스코어를 올리는 비행게임을 하면서 뉴 스코어에 근접해가던 순간이었다.
화면이 갑자기 확 변하면서 보이스 톡이 뜨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한 번도 오지 않으면서 꼭 이럴 때만 뜨니 짜증난다.
그것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서 왔다.
“.HM??”
이런 사람 친추한 적도 없고 기억에도 없어서 바로 꺼버리고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뜬드든뜨~
“아~ 씨 누구야?”
한 마디 해 줄 생각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냥 불러라고 번거롭게 하지 말고. 어째 알고 전화했어?”
“반에 가서 아무나 잡고 물어보니까 알려주던데? 반에서 친한 사람이 별로 없나봐? 7명 정도 물어보니까 알려주던데?”
별로 없을 수도 있지 엄청 빈정거리면서 말하네.
“게임에 너무 열중해서 말 걸기가 힘들었어.”
“다음엔 그냥 말 걸어라 제발.”
“사실 은지에 관한 건데 어제 일 때문에 한동안 은지는 집 학교만 계속해서 다니게 됐거든.”
“아... 응.”
“그래서 말이지. 우리가 가서 좀 도와주는 건 어때?”
“싫어.”
무서운 아저씨들이 많은 그 집에 가서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괜히 갔다가 협박이나 당하고 살인 예고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제 일만 생각해도 끔찍하다.
진짜 칼을 들고 협박을 하던데, 분명 그쪽으로 가면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랄거야.
“저번에 한번 이런 식으로 집 학교생활을 했을 때가 있었는데 우리가 가서 말하니까 풀어 줬단 말이야. 그러니까 한번만 도와주라. 은지가 없으니 심심하단 말이야.”
심심하다인가?
그럼 혹시 이번에 도와주면 더 이상 내 집에 찾아오지 않는건가?
여러 가지 위험과 앞으로의 일을 저울질 해보며 생각해봤다.
“이번에 도와주면 더 이상 우리 집에 올 일은 없겠네?”
“원한다면 와 줄 수도 있어.”
“괜찮아. 꼭 안 그래도 돼.”
“매정하네~”
그렇다면 이야기야 달라지지.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마지막으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얼른 청산해버리도록 해야겠다.
“그럼 은지 집으로 가볼까?”
“오케~ 따라와.”
혹시 모르니까 폰에 바로 긴급전화를 할 수 있게 패널 위치를 완벽하게 외워두고 반복하면서 눈을 감고도 켤 수 있을 정도로 외우며 뒤따라갔다.
올
라
가
라
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