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랑자들의 거리에 새벽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오늘도 살아가기 위해, 그들은 떠돌아다녀야 한다. 가장 절박한 자들은 벌써 바닥에서 일어났다.
험악하고 구질구질한 남성 여섯 명 정도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그리고 그 거리에, 깨어있지만 일어나지 않는 남자가 있었다.
"아저씨, 살아있어요?"
"아직 그렇게 불릴 나이는 아니다."
"몇 살인데요?"
"스물넷."
"어른이다!"
"그래...."
"아저씨이...."
"...그래, 그렇다고 치자. 너는 몇 살이냐 꼬맹아."
"나는 여섯 살. 다 컸죠."
"......."
바닥에 누운 남자는 소녀의 말에 눈을 감았다. 하. 하하. 속으로 웃음을 뱉고, 다시 눈을 뜨면 네 살배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아이가 보인다.
더러운 원피스를 입었고, 그마저도 헐렁해 앙상한 몸이 드러나 보이는, 검은 머리의 여자아이.
저 아이도 이 거리의 사람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런 거리에서 굳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사는 건 창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라면 이런 혹덩이는 진즉에 떼어내버린다.
물론 예외일 수도 있지만.
"부모가 있니?"
"응, 엄마. 있어요."
"그렇구나."
역시 이렇다.
일부 창녀들만이 아이를 키우려 한다. 꼴에 맞지 않는 모성애.... 남자는 그게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창녀의 딸이라면 다섯 살도 되기 전에 이런 거리의 일부가 되어버리니까.......
그러니까,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남자는 문득 저 왜소한 아이가 순수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꼬맹..."
"아저씨, 꽃 꺾으러 갈래요?"
꽃. 남자가 순간 멈칫했다. 놀라진 않았다.
이 아이는 어머니의 매춘을 도우러 이 새벽에 일어난 것인가.
슬프게도, 예상한 일이었다.
"너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니?"
"나도 어른이라니까요. 당연하죠."
"뭔데?"
"그러니까 아저씨가 쌓인 걸 우리 어머니한테 싸내는 거죠."
"......."
남자는 스스로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어린아이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게 한 것인가?
이 일을 다 어찌해야 하나? 물론 어쩔 수도 없다.
자신에게는 아이를 가르칠 자격이 없다. 남자는 그것을 잘 알았다. 이 부랑자 거리에 누군갈 가르칠 자격을 가진 인간은 없다. 자신도 그 예외에 벗어날 수 없다는 게 남자는 괴로웠다.
성공했다면.
자신도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면....
가슴이 아려온다.
그때.
거리를 배회하던 구린 인상의 남자가 왁!! 소리를 질렀다. 잠들어있던 노인을 발길질하더니 깔고 있던 베개를 낚아챈다.
공기가 눈에 띄게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욕지기를 뱉으며 몇몇 남자가 일어난다. 그들도 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하고, 베개를 낚아챈 강도는 그것을 찢어 노인의 비상금을 꺼낸 뒤 유유히 거리를 떠났다.
그리고 누워있던 그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러 가자. 꽃이 얼마나 예쁜지."
"한 번 보시면 허리가 빠질 거예요."
누가 가르친 말일까.
"...극."
가슴이 강하게 아려온다. 남자는 핏물을 손바닥에 토해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숨긴다. 강한 눈빛으로, 소녀에게 길안내를 재촉했다.
왜소한 아이가 종종걸음으로 더러운 길을 헤쳐나간다.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벼운 그녀의 걸음은 암담한 이 세상의 공기 하나하나를 헤쳐내고 관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전진을, 막는 것이 있었다.
"야. 뭐 이딴 꼬맹이가 다 있나?"
"......."
소녀는 걸음을 멈춘다. 그저 물끄러미, 자신을 가로막은 남자를 쳐다본다. 늘어진 얼룩덜룩한 셔츠에 바닥에 끌리는 청바지. 더럽고 퀭한 눈.
그는 소아성애자였다.
"어린애는 이런 데 있으면 안 되지. 따라와."
"꺼져."
"넌 또 뭐야. 해볼 거냐? 얘 아빠라도 되냐?"
"그래."
"지랄. 넌 어린애나 따먹으려고 하는 페도필리아일 뿐이지? 내가 다 알아."
"그건 너고 소추 새끼야."
다시 가슴이 아려왔다. 남자는 소아성애자에게 주먹을 날렸다. 스트레이트, 헛방. 곧장 다시 파고들어 놈을 끌어안는다. 잠깐이지만 행동을 제한시켰다.
전력을 다한 이마 박치기.
소아성애자는 퀭한 눈을 뜬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남자도 한동안 자신의 머리를 꾹 누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있다, 남자가 피를 토했다.
이번엔 숨기지 못했다.
"괜찮아요?"
"그래."
소녀는 그에게 고개를 숙인 뒤, 종종걸음으로 안내를 재개한다.
이번엔 누구도 막아서지 않았다.
"너 이름이 뭐니?"
"제 이름요? 그런 게 무슨 상관이죠."
"나는 단버드다."
"...뮤리예요. 이제 다 왔어요. 들어가세요."
오물색의 작은 천막. 단버드는 그 안으로 들어가서, 보이는 대로 좁은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흐릿한 조명에 조악한 향수냄새. 덩그러니 놓여진 침대 하나. 거기에 나신의 여성이 걸터앉아 있다. 어깨 아래까지 내려가는 검은 머리칼을 가진, 눈이 예쁜 여자였다.
"어떻게 왔죠?"
"뮤리가 데려왔지."
여성은 눈에 띄게 경계심을 보였다.
"왜 그 애의 이름을 아는 거죠."
"진정해. 내 이름은 단버드. 그저 이름을 교환한 것뿐이야."
"뮤리."
"엄마! 그 아저씨가 나쁜 아저씨 혼내줬어."
뮤리의 어머니는 한숨을 쉰 뒤 소녀를 돌려보냈다.
"손님이 아니군요."
"아니. 맞아. 꽃을 보러 가겠다고 했지."
"그런가요."
"하지만 나한텐 꽃을 꺾을 힘이 남아있지 않아."
"......."
"나는 어차피 곧 죽어. 이 돈은 쓸 데가 없고."
"동정하는 겁니까?"
"......."
"꺼져, 주세요."
"...너는. 도대체 왜 아이를 키우는 거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우리의 삶이에요. 나가주세요."
"이 돈을 받아. 어차피 큰 도움도 못 될 돈인데."
"받지 않습니다. 나가주세요."
"고집불통....... 하긴 그러니까 이런 데서 아이를 키우려 드는 거겠지. 뭐가 문제야. 그냥 받는 돈은 싫어? 그러면 사지. 이건 당신을 안는 돈이야."
단버드는 그렇게 말한 후 침대 위의 창녀를 끌어안았다. 강하게. 부드러운 살 느낌이 단버드에게 닿고, 그으으, 그는 신음했다. 이내 몸을 물렸다. 침대에 돈들을 놓았다.
"당신...!"
그녀의 얼굴에 격노가 떠오르는 순간 단버드는 각혈했다.
여러 감정이 뒤섞인 표정에게 단버드는 말했다.
"나는 당신을 끝까지 품기 전에 죽을 거야. 난 알아. 머지않았어. 영업장에서 시체가 나오길 바래?"
"무슨...."
그리고 재빨리 천막을 나왔다. 뮤리가 그에게 물었다.
"우리 엄마가 예쁘지 않은가요?"
"예뻤어. 너무 예뻐서 건드릴 엄두가 안 나더군."
"그게 뭐에요."
단버드는 쓰게 웃었다.
"뮤리. 이 근처에 기대서 앉을 만한 곳 없나?"
"그냥 다시 누워요."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겠군."
"저도 다른 손님을 찾아야 되요."
뮤리와 단버드는 느리게 걸었다.
날이 상당히 밝아와있다. 더 큰 거리로, 더 음습한 골목으로, 자신의 조직이 있는 곳으로, 약탈할 약자가 있는 곳으로, 수많은 곳으로 부랑자들이 향하고 있다.
가라앉은 공기를 두 사람은 헤쳐나갔다.
"나는 던전 도전자였어."
단버드가 읊조렸다.
"내게는 어떤 재능도 없었지. 그래서 던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어. 나한텐 가진 것도 없었고 지킬 것도 없었어. 잃을 게 없었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었어. 가져본 기억이 없으니까 뭘 가져야 할지도 몰랐던 거지. 아버지도 어머니도 본 적이 없어. 고아원에선 괴롭힘 당하는 역할이었어. 열두 살이 되서 그곳을 뛰쳐나오고, 열다섯 살이 되어 빚쟁이에게 쫓겼어. 열여섯 살에, 그놈들을 피해서 들어간 곳이 던전이야. 불구가 될 뻔 했어. 실제로 나는 혼수상태에 빠졌지."
뮤리는 매번 그런가요, 그랬군요,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1년이 지나고 일어나서 기억해냈어. 나를 구해주고 그날 던전을 공략한 영웅을."
어느새 처음 단버드가 누워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그를 진정한 영웅이라 불렀고, 그는 부와 명예를 얻었어. ......나를 구해주던 그놈의 모습을 떠올리고, 처음으로 부럽다고 생각했어."
뮤리는 잠자코 단버드의 이야기를 들었다.
"부와 명예. 그 정도는 아무 연고가 없는 나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던전을 공략하기만 하면......."
단버드는 오열했다.
"이 손에, 영광을 쥘 수 있었을 텐데."
그는 가슴의 아픔이 어느새 멎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정말로 죽는다. 눈의 초점 사라진다.
"나는 실패했어. 독에 당해서 심폐기관이 엉망이야. 저기 보이는 던전에서, 여기까지 기어왔지. 이제 곧 죽어. ...있잖아, 이런 삶은 비참하지? 끔찍하지? 삶이란 건 좀 더 빛나도 될 텐데. 뮤리. 뮤리, 너라도 도망쳐. 이런 썩을 거리에서 살지 마. 어떻게든.... 더 행복하게......."
단버드가 쓰러졌다.
그것에 신경쓰는 사람은 거리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뮤리라는 왜소한 소녀만이, 그를 지켜보다가 말했다.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단버드 아저씨."
그녀는 쓰러진 그를 향해 쭈그려 앉았다. 영광을 얻지 못하고 좌절한 그의 손을 작은 손으로 감쌌다.
"노력하셨군요. 죽어버릴 때까지. 그렇다면 됐어요. 그걸로 충분하다고 제가 누구에게든 말해드릴게요. 단버드 아저씨는 노력했다고."
뮤리는 그 손이 차가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니까 자신을 부정하지 마세요. ...이 삶이 당신에게 있어 잠깐이었지만 즐거운 여행이었기를."
단버드의 눈을 감겨주고,
"그러면 잘 있어요."
영광조차 바라지 않는 소녀는 종종걸음으로 거리에 돌아갔다.
ㅡㅡㅡ
소재 받은 걸로 써봤음. 바로 쓰려고 했는데 일 생겨서 늦었고, 짧게 하려고 했는데 또 생각보다 분량이 늘어나버림.
행갈이.
거리묘사.
소녀말투 등에서 한계를 느꼈다.
험악하고 구질구질한 남성 여섯 명 정도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그리고 그 거리에, 깨어있지만 일어나지 않는 남자가 있었다.
"아저씨, 살아있어요?"
"아직 그렇게 불릴 나이는 아니다."
"몇 살인데요?"
"스물넷."
"어른이다!"
"그래...."
"아저씨이...."
"...그래, 그렇다고 치자. 너는 몇 살이냐 꼬맹아."
"나는 여섯 살. 다 컸죠."
"......."
바닥에 누운 남자는 소녀의 말에 눈을 감았다. 하. 하하. 속으로 웃음을 뱉고, 다시 눈을 뜨면 네 살배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아이가 보인다.
더러운 원피스를 입었고, 그마저도 헐렁해 앙상한 몸이 드러나 보이는, 검은 머리의 여자아이.
저 아이도 이 거리의 사람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런 거리에서 굳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사는 건 창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라면 이런 혹덩이는 진즉에 떼어내버린다.
물론 예외일 수도 있지만.
"부모가 있니?"
"응, 엄마. 있어요."
"그렇구나."
역시 이렇다.
일부 창녀들만이 아이를 키우려 한다. 꼴에 맞지 않는 모성애.... 남자는 그게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창녀의 딸이라면 다섯 살도 되기 전에 이런 거리의 일부가 되어버리니까.......
그러니까,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남자는 문득 저 왜소한 아이가 순수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꼬맹..."
"아저씨, 꽃 꺾으러 갈래요?"
꽃. 남자가 순간 멈칫했다. 놀라진 않았다.
이 아이는 어머니의 매춘을 도우러 이 새벽에 일어난 것인가.
슬프게도, 예상한 일이었다.
"너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니?"
"나도 어른이라니까요. 당연하죠."
"뭔데?"
"그러니까 아저씨가 쌓인 걸 우리 어머니한테 싸내는 거죠."
"......."
남자는 스스로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어린아이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게 한 것인가?
이 일을 다 어찌해야 하나? 물론 어쩔 수도 없다.
자신에게는 아이를 가르칠 자격이 없다. 남자는 그것을 잘 알았다. 이 부랑자 거리에 누군갈 가르칠 자격을 가진 인간은 없다. 자신도 그 예외에 벗어날 수 없다는 게 남자는 괴로웠다.
성공했다면.
자신도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면....
가슴이 아려온다.
그때.
거리를 배회하던 구린 인상의 남자가 왁!! 소리를 질렀다. 잠들어있던 노인을 발길질하더니 깔고 있던 베개를 낚아챈다.
공기가 눈에 띄게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욕지기를 뱉으며 몇몇 남자가 일어난다. 그들도 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하고, 베개를 낚아챈 강도는 그것을 찢어 노인의 비상금을 꺼낸 뒤 유유히 거리를 떠났다.
그리고 누워있던 그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러 가자. 꽃이 얼마나 예쁜지."
"한 번 보시면 허리가 빠질 거예요."
누가 가르친 말일까.
"...극."
가슴이 강하게 아려온다. 남자는 핏물을 손바닥에 토해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숨긴다. 강한 눈빛으로, 소녀에게 길안내를 재촉했다.
왜소한 아이가 종종걸음으로 더러운 길을 헤쳐나간다.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벼운 그녀의 걸음은 암담한 이 세상의 공기 하나하나를 헤쳐내고 관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전진을, 막는 것이 있었다.
"야. 뭐 이딴 꼬맹이가 다 있나?"
"......."
소녀는 걸음을 멈춘다. 그저 물끄러미, 자신을 가로막은 남자를 쳐다본다. 늘어진 얼룩덜룩한 셔츠에 바닥에 끌리는 청바지. 더럽고 퀭한 눈.
그는 소아성애자였다.
"어린애는 이런 데 있으면 안 되지. 따라와."
"꺼져."
"넌 또 뭐야. 해볼 거냐? 얘 아빠라도 되냐?"
"그래."
"지랄. 넌 어린애나 따먹으려고 하는 페도필리아일 뿐이지? 내가 다 알아."
"그건 너고 소추 새끼야."
다시 가슴이 아려왔다. 남자는 소아성애자에게 주먹을 날렸다. 스트레이트, 헛방. 곧장 다시 파고들어 놈을 끌어안는다. 잠깐이지만 행동을 제한시켰다.
전력을 다한 이마 박치기.
소아성애자는 퀭한 눈을 뜬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남자도 한동안 자신의 머리를 꾹 누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있다, 남자가 피를 토했다.
이번엔 숨기지 못했다.
"괜찮아요?"
"그래."
소녀는 그에게 고개를 숙인 뒤, 종종걸음으로 안내를 재개한다.
이번엔 누구도 막아서지 않았다.
"너 이름이 뭐니?"
"제 이름요? 그런 게 무슨 상관이죠."
"나는 단버드다."
"...뮤리예요. 이제 다 왔어요. 들어가세요."
오물색의 작은 천막. 단버드는 그 안으로 들어가서, 보이는 대로 좁은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흐릿한 조명에 조악한 향수냄새. 덩그러니 놓여진 침대 하나. 거기에 나신의 여성이 걸터앉아 있다. 어깨 아래까지 내려가는 검은 머리칼을 가진, 눈이 예쁜 여자였다.
"어떻게 왔죠?"
"뮤리가 데려왔지."
여성은 눈에 띄게 경계심을 보였다.
"왜 그 애의 이름을 아는 거죠."
"진정해. 내 이름은 단버드. 그저 이름을 교환한 것뿐이야."
"뮤리."
"엄마! 그 아저씨가 나쁜 아저씨 혼내줬어."
뮤리의 어머니는 한숨을 쉰 뒤 소녀를 돌려보냈다.
"손님이 아니군요."
"아니. 맞아. 꽃을 보러 가겠다고 했지."
"그런가요."
"하지만 나한텐 꽃을 꺾을 힘이 남아있지 않아."
"......."
"나는 어차피 곧 죽어. 이 돈은 쓸 데가 없고."
"동정하는 겁니까?"
"......."
"꺼져, 주세요."
"...너는. 도대체 왜 아이를 키우는 거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우리의 삶이에요. 나가주세요."
"이 돈을 받아. 어차피 큰 도움도 못 될 돈인데."
"받지 않습니다. 나가주세요."
"고집불통....... 하긴 그러니까 이런 데서 아이를 키우려 드는 거겠지. 뭐가 문제야. 그냥 받는 돈은 싫어? 그러면 사지. 이건 당신을 안는 돈이야."
단버드는 그렇게 말한 후 침대 위의 창녀를 끌어안았다. 강하게. 부드러운 살 느낌이 단버드에게 닿고, 그으으, 그는 신음했다. 이내 몸을 물렸다. 침대에 돈들을 놓았다.
"당신...!"
그녀의 얼굴에 격노가 떠오르는 순간 단버드는 각혈했다.
여러 감정이 뒤섞인 표정에게 단버드는 말했다.
"나는 당신을 끝까지 품기 전에 죽을 거야. 난 알아. 머지않았어. 영업장에서 시체가 나오길 바래?"
"무슨...."
그리고 재빨리 천막을 나왔다. 뮤리가 그에게 물었다.
"우리 엄마가 예쁘지 않은가요?"
"예뻤어. 너무 예뻐서 건드릴 엄두가 안 나더군."
"그게 뭐에요."
단버드는 쓰게 웃었다.
"뮤리. 이 근처에 기대서 앉을 만한 곳 없나?"
"그냥 다시 누워요."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겠군."
"저도 다른 손님을 찾아야 되요."
뮤리와 단버드는 느리게 걸었다.
날이 상당히 밝아와있다. 더 큰 거리로, 더 음습한 골목으로, 자신의 조직이 있는 곳으로, 약탈할 약자가 있는 곳으로, 수많은 곳으로 부랑자들이 향하고 있다.
가라앉은 공기를 두 사람은 헤쳐나갔다.
"나는 던전 도전자였어."
단버드가 읊조렸다.
"내게는 어떤 재능도 없었지. 그래서 던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어. 나한텐 가진 것도 없었고 지킬 것도 없었어. 잃을 게 없었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었어. 가져본 기억이 없으니까 뭘 가져야 할지도 몰랐던 거지. 아버지도 어머니도 본 적이 없어. 고아원에선 괴롭힘 당하는 역할이었어. 열두 살이 되서 그곳을 뛰쳐나오고, 열다섯 살이 되어 빚쟁이에게 쫓겼어. 열여섯 살에, 그놈들을 피해서 들어간 곳이 던전이야. 불구가 될 뻔 했어. 실제로 나는 혼수상태에 빠졌지."
뮤리는 매번 그런가요, 그랬군요,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1년이 지나고 일어나서 기억해냈어. 나를 구해주고 그날 던전을 공략한 영웅을."
어느새 처음 단버드가 누워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그를 진정한 영웅이라 불렀고, 그는 부와 명예를 얻었어. ......나를 구해주던 그놈의 모습을 떠올리고, 처음으로 부럽다고 생각했어."
뮤리는 잠자코 단버드의 이야기를 들었다.
"부와 명예. 그 정도는 아무 연고가 없는 나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던전을 공략하기만 하면......."
단버드는 오열했다.
"이 손에, 영광을 쥘 수 있었을 텐데."
그는 가슴의 아픔이 어느새 멎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정말로 죽는다. 눈의 초점 사라진다.
"나는 실패했어. 독에 당해서 심폐기관이 엉망이야. 저기 보이는 던전에서, 여기까지 기어왔지. 이제 곧 죽어. ...있잖아, 이런 삶은 비참하지? 끔찍하지? 삶이란 건 좀 더 빛나도 될 텐데. 뮤리. 뮤리, 너라도 도망쳐. 이런 썩을 거리에서 살지 마. 어떻게든.... 더 행복하게......."
단버드가 쓰러졌다.
그것에 신경쓰는 사람은 거리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뮤리라는 왜소한 소녀만이, 그를 지켜보다가 말했다.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단버드 아저씨."
그녀는 쓰러진 그를 향해 쭈그려 앉았다. 영광을 얻지 못하고 좌절한 그의 손을 작은 손으로 감쌌다.
"노력하셨군요. 죽어버릴 때까지. 그렇다면 됐어요. 그걸로 충분하다고 제가 누구에게든 말해드릴게요. 단버드 아저씨는 노력했다고."
뮤리는 그 손이 차가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니까 자신을 부정하지 마세요. ...이 삶이 당신에게 있어 잠깐이었지만 즐거운 여행이었기를."
단버드의 눈을 감겨주고,
"그러면 잘 있어요."
영광조차 바라지 않는 소녀는 종종걸음으로 거리에 돌아갔다.
ㅡㅡㅡ
소재 받은 걸로 써봤음. 바로 쓰려고 했는데 일 생겨서 늦었고, 짧게 하려고 했는데 또 생각보다 분량이 늘어나버림.
행갈이.
거리묘사.
소녀말투 등에서 한계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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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존나 잘씀
글이 머리에 잘 들어오네. 글 속 광경이 자연스럽게 연상됨
아쉬운 건 6살 꼬마애라는 설정. 6살인데 말하는게 너무 어른 같음
개잘쓰네
다들 고마워 이만큼 호평 받을 줄 몰랐다 - dc App
6살은 나도 쓰면서 애매하다 싶었음. 특히 마지막 부분... 앞으론 좀 더 설득력 붙여서 쓸게 - dc App
오랜만에 왔습니다. 기억할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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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네요 재밌게 보고 갑니다.
비밀번호 까먹었습니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