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며시 류엔의 몸 위에서 일어섰다.
더 이상 이 추운 하늘 밑에서 카루이자와를 방치할 수는 없었다.
"미안. 괴로운 상황에서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버렸지. 상처는 없어?"
"그건... 괜찮아. 너무 추워서 감각은 사라지기 시작했지만"
주저 앉은 채 일부시종을 보고 있었던 카루이자와에게 손을 내민다.
붙잡은 그 손은 얼어붙은 것처럼 차가웠다.
"나한테 환멸이 났냐?"
"당연, 하잖아. 처음부터 배신 당했었던거니까"
"그렇지. 그렇다면 어째서 류엔한테 날 팔지 않은거야"
"...나 자신을 위해. 단지 그것뿐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내 가슴 쪽으로 쓰러지며 몸을 떨었다.
"무서웠어. 무서웠어허으허어...!"
"지금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돼. 단 하나 확실한 건, 오늘 이 순간, 너의 주박은 사라졌다는 것이야. 이제부터 마나베... 아니 다른 누군가가 너의 과거를 끄집어 낼 일은 없어. 앞으로는 지금까지 처럼, 평소와 같이 행동하면 돼"
버티고 서있을 힘도 남아있지 않은지, 그 몸 전부를 나에게 맡기는 카루이자와.
카루이자와 입장에서는 이 몇 달동안 정말로 재난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우발적으로 발생한 마나베 일행에 의한 괴롭힘.
노려지고 있다고 알고 있었으면서 당한 괴롭힘.
류엔에게 과거의 상처를 후벼 파지며,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다 내 탓이라고 알아버린 것.
정신은 불안정하며 너덜너덜한 상태일 것이다.
"과혹한 과거를 극복하여 넌 지금을 만들어 냈어. 그걸 내일부터 재개하기만 하면 돼"
카루이자와 케이라면 아무런 문제 없다.
옥상에서 재회했을 때 그것을 확신했다.
"널 상처 입힌 건 나야. 용서해달라고는 하지 않아. 하지만 하나만 기억해줘. 오늘처럼, 너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난 너를 구하러 온다는 걸"
"키요, 타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