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장르소설만 고집했던 게 아니라서 문창과를 선택하는데 큰 고민은 없었음. 무엇보다 다른 가고 싶은 학과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전국 문창과 숫자가 많지 않아서 가까운데 갈려다보니 국문과/문창과 지원했는데
글쓰기만 놓고 본다면 국문과는 사실 그것과는 무관한 것과 다름 없는 학과라는 걸 알게되서 집 가까운 문창과 가게 됨.
문창과 지원자들 면면을 보면 다음과 같이 나뉨.
1. 문청. 초중고 때부터 문학을 읽고 자란 친구들로 백일장 수상 경력도 화려하고 서울예대처럼 이름 있는 문창과에 가기 위해 입시과외도 받는 친구들. 시를 쓴다면 주로 이쪽.
2. 드라마/라디오/방송작가 지원자들. 최근에는 스토리텔링 쪽도 있음. 방송쪽 취업을 노리는데 신방과와 달리 작가 위주고 취업을 노린다. 시나리오도 이쪽. 우리학교는 희곡쪽은 전혀 없어서 논외로 하겠다.
3. 성적 맞춰서 온 친구들. 지방 문창과의 경우 성적 컷이 낮은 경우가 꽤 있어서 그냥 대학교 오려고 온 친구들. 별 생각이 없다. 문창과란게 뭔지도 모르고 지원하는 경우도 있음.
4. 장르소설 쓰는 친구들. 나너우리.
5. 처음부터 복수전공을 생각하고 지원한 친구들도 있다. 이 경우엔 책은 많이 읽었지만 입학전까지 글을 써본 경험은 잘 없는 경우. 글쓰기는 취미로 하려고 한다.
지방대라서 그런지 나 입학할 때는 3이 꽤 많았는데,
우리 학교 같은 경우엔 나 군대 갔다온 사이 선생님 한 분이 새로 들어오고 학교 분위기가 많이 바뀌면서 3은 아예 없어지고
2가 40%, 1이 20% 4가 35% 정도가 됐음(생각하는 것 보다 1은 잘 없다). 나머지 5가 5%정도. 아마 다른 학교는 이거랑 또 다를 거임.
이게 뭘 의미하는 거냐면,
문창과에서 중요한 건 결국 학교 분위기이고, 학교별로 통일된 커리큘럼이란 게 없기 때문에 학교마다 배우는 것도 차이가 많이난다는 거임.
'문예'라는 건 결국 학문적 성격 보다는 창작 실기의 영역이라는 것.
이건 정해진 코스를 남보다 빠르게 밟아나가면 그 분야의 무언가가 될 수 있는 다른 학과와 달리
그냥 자기혼자 열심히 잘 해야되고, 학과 과정이란 건 그걸 서포트하는 수준이란 말이기도 하다.
문창과 가면 아무도 안 떠먹여주기 때문에(선생님들이 떠먹여주려고 과제를 존나 많이 내긴하지만) 자기 노력을 해야됨
다른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뭐 이건 그렇다고치고, 돌아가서.
저런 다양한 지원자들이 있는데 입학을 한 다음 글을 배우기 시작하면 성향이 다음과 같이 변함.
다음은 내가 학과에서 직접 본 실 사례다.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일반적인 사례라는 것을 참고하기 바람.
2. 방송작가 지원자 B는 필수전공 '시창작입문'을 듣다 시의 재미을 찾아낸다. 방송 작가는 관두고 한국 시인들과 문예지를 섭렵하며 시인 등단을 희망.
4. 장르소설을 쓰는 C는 '한국현대소설읽기' 수업을 듣고는 자신이 과거에 읽고 썼던 장르소설을 혐오하게 된다. 심지어 B는 무협소설을 두 질이나 냈던 출판 작가였음. B는 다시는 무협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1. 중고등학교때부터 백일장을 섭렵해온 A는.. 어.. 그냥 열심히한다. 처음부터 등단할 생각으로 입학했으니까.
성적 맞춰서 온 친구들은 그냥 관련 직종 취업하는 게 보통이다. 처음부터 글쓸 생각이 없으면 그냥 끝까지 글을 안 씀.
복수전공할 생각인 친구들은 보통 문창과 수업쪽은 거의 손놔버리기도 하고, 그냥 공무원 시험 공부하기도 함.
방송작가쪽 꾸준히 지망해서 지역 방송국쪽으로 빠지는 인원도 꽤 많긴한데 그쪽은 처음부터 소설이랑은 좀 무관해서 제외하겠다.
여기서 이야기해볼 수 있는 건 본 갤과 직접적인 4인데.
C는 남학생이지만 여학생 중에도 로맨스 읽거나 팬픽션 썼던 쓰던 친구들이 많았음. 사실 그런건 잘 이야기해주질 않으니까 나도 후에 가서 알게되긴했지만(숨덕 되게 많다).
나도 완전히 제외하긴 힘든데, 학교의 선생님들 중에 보수적인 사람은
맹탕 헛소리라던가 말도 안된다던가 여기 나오는 대사를 '직접 말해보라'던가 하기 때문에
장르소설을 읽는거에 대해서 주눅들 수 밖에 없음.
그리고 더 당황스러운건 '보수적인 사람'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란거다.
장르소설을 읽어도 좋고, 현대에 와선 장르적인 기법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좋다고 말하는 선생님도 있지만
정작 장르소설을 이야기하자면 '이 분야는 니가 더 잘 알 거 같은데'라고 말해버리기 때문에 자기가 부외자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듬.
이런 일이 생기는 건 장르소설과 리얼리즘 소설은 명백한 선이 있기 때문임.
소설쓰기 그 자체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다면 문창과 가는 것도 괜찮음. 장르소설을 쓰고 읽는 것만으론 소설 쓰기의 전부라고 할 수 없으니까. 소설은 여러 예술 장르와 문예사조 안에서 발전한 장르니까 배워둘만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등단이 목적일 때도. 가끔 들으면 비문창과 등단도 많다는데 문단에서 인정해주는 메이저 문예지 등단자는 하나같이 문창과임. 문창과 대학원이거나.
하지만 웹소설, 연재소설을 연재하고 그것만 쓸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창과에 들어가는 건 무리가 있을 거임.
옛말이긴 하지만 문창과에선 소설 장르의 꽃은 단편소설이라는 말이 있기도 하고 한국은 예나 지금이나 단편이 강세임. 단순히 장르소설/리얼리즘 소설의 구분이 아니라도 애초에 다루는 장르의 격차 때문에 나름 글을 쓰고 습작을 해온 사람이라도, 장르소설만 써왔다면 거의 기초부터 다시 배워야할 거고, 연재 소설의 작법과 차이를 확인하는 것에 불과할거임.
물론 장르소설이라고해서 웹소설만 있는 건 아니지만, 여긴 웹소설갤러리니까.
문창과 이야기가 계속 나오길래 그냥 생각나는대로 마구잡이로 정리가 안 된 글을 썼다.
한 줄 요약: 웹소설만 쓸 거라면 문창과는 도움 안된다.
요즘 문창과 분위기는 모르겠지만 나도 문창과 다니는 내내 이단아 취급 받았다. 심지어 재학중에 시트콤 방송작가로 데뷔한 동기도 교수들은 말리는 분위기였다는거. 교수들 대부분이 시인 소설가 학자들이니 가볍고 대중적인 글은 한심해 하는 분위기. 나도 재학중 종이책을 냈는데 그런 분위기에서 교수들한테 장르소설 쓴다는 거 커밍아웃하기 그랬다. 글 봐 달라고 가져가면 당연히 딴 소리 듣고...
헛소리라든가 말도 안된다든가 말해보라든가 ㅇ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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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이 소설장르의 꽃이야? 난 장편소설 같은데..
역사적으로 손꼽는 문학작품은 거의 장편 아님?
역사적으로 꼽는 것들 다 단편 아닌가..
타임 선정 20세기 도서 중 문학이 30개를 차지하는데 그중 장편이 21개(내가 알기로는. 더 있을 수도 있고, 덜 있을 수도 있지)임. 노벨 연구소라든지 혹은 가까운 서울대라든지, 대개 이런 류에 선정되는 고전 문학들은 일반적으로 장편이 많음
아무래도 장편이 인상에 강하게 남고 선정하기 좋으니까.. 단편이 문학의 꽃이라는 말이 장편은 단편한테 안된다는 말이 아니라 아무래도 기법적으로 더 자유가 있고 접근성이 좋으니까. 약빤듯이 단편을 쓰는 작가가 단편 쓰듯이 장편을 쓴다고 생각해봐라 그게 읽히나.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상의 12월 12일에서 이런 조짐이 보임
나도 문창과 다녔었지만, 그런 문창과 꼴통 교수들이 지금 한국 문학을 이 지경으로 한심한 게 만든 것. 교수들의 꼴통리즘 가려들어라. 아무 도움 안 된다는데 내 손모가지 건다.
한줄 요약 : 헬죠센
대학마다 다른 분위기아님? 어떤 문창과는 개인주의라서 뭘 하건 말건 신경 안 쓰는 경우도 있다고 아는데
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