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취미로 무료연재하는 흔하디 흔한 아마추어 글쟁이다. 출판 제의 딱 한 번 받아봤고 내 글로 땡전 한 푼 벌어본 적 없지. 즉, 노재능러지. 특히 여기 상주하는 대다수 갤러들에 비교하면. 글 써서 월 몇 백씩 벌고 연재 몇 화 하면 출판 제의 오고... 나한텐 다 꿈 같은 얘기다


난 기억 안 나는데 글 처음 쓴 게 7살 때라고 하더라. 우리 어머니가 아직도 책자 갖고 있음. 작은 수첩 같은 거에 어떤 꼬마 모험물이었다. 뭐라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억 나는 건 초딩 3학년 때 셜록홈즈 읽고 탐정물 쓰려고 시도했던 거? 당연 잘 쓰진 못했다. 탐정이 미국인이었는데 난 그때까지 아메리카가 미국인지 몰랐음. 무식쟁이였거든


이렇게 어릴 때부터 틈틈히 글을 쓰긴 했는데 귀차니즘이 강해서 글을 오래 써 본 기억은 없다. 오히려 만화를 좋아했다. 만화가가 꿈이었지. 하지만 그림을 너무 못그려서 쉽게 포기함. 


고딩 때도 만화를 좋아했다. 특히 원나블을 좋아했고 테니스의 왕자랑 사무라이 디퍼 쿄우를 즐겨봄. 근데 나는 팬아트를 못그리잖아. 그래서 단편으로 팬픽 같은 거 써서 카페에 올리고 그랬음. BL은 안 썼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글 쓰기 시작했음. 이미 그전부터 내 만화 취향은 이능력 배틀물 쪽이었는데, 페이트를 접하게 되면서 완전히 이능력 배틀물성애자로 정체성이 확립돼 버림. 그때 페이트 팬픽 썼다. 생전 처음으로 길게 썼다. 인기는 크게 없었지만. 난 팬픽을 썼지만 세계관만 빌려왔고 캐릭터는 전부 오리지널 캐릭터를 썼거든. 근데 그러니까 한계가 있더라. 원작자의 세계관에 거스르면 안 되니까 뭐 하나 쓰는데도 제약이 존나 많았음. 그래서 결국 글을 완결도 안 짓고 오리지널 소설 쓰는 걸 꿈꾸기 시작했지.


그리고 대학 1학년. 그때 접한 게 라노베다. 지금은 러코 학원물 일상물 이런 게 주지만 당시만 해도 배틀물이 라노베 트렌드였음. 난 일본 라노베는 안 접하고 바로 시드노벨이라고 한국 브랜드를 접함. 라노베는 여러가지로 내 입맛에 잘 맞았다. 뭔가 만화스러운 글, 일러도 들어가 있고, 공모전을 통해 나 같이 경험도 없는 놈도 작가 시켜준다 하고. 당시 내 꿈이 출판해보는 거였음. 그래서 그때부터 라노베를 쓰기 시작함. 물론 배틀물을. 그때 내가 시드노벨에서 읽은 배틀물들이 여럿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돈이 아까운 불쏘시개들이었음. 그렇지만 딱 하나 굉장히 감명 깊게 읽었던 소설이 미얄 시리즈였다. 오트슨의 간결한 문체와 위트에 반했지. 뭐 나중엔 좀 억지스러워지긴 했고 잘 나오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군대를 가고, 상병 달 때까진 꿈도 못 꿨지만 상병 이후부터 틈틈히 글을 쓰기 시작함. 두 세 편 정도 썼던 걸로 기억. 공모전에 도전함. 떨어짐. 제대하고 복학하고 나서도 학교 공부하면서 계속 틈틈히 글 쓰고 공모전에 도전 떨어지길 반복... 노엔 시벨 둘 다 도전했는데 둘 다 계속 떨어짐. 시벨 1차 통과가 내 최고 커리어였다. 그렇게 실패를 거듭하는 사이 라노베 트렌드가 확 바뀌었고... 뭐 지금처럼 됐다. 내 취향이 아니었지. 더 이상 라노베도 읽지 않게 됐고... 그렇지만 출판은 하고 싶고, 만화스러운 배틀물을 출판할 수 있는 포맷은 역시 라노베 뿐이다 라고 생각해서 계속 도전했지만 계속 실패. 공모전 도전할 때마다 새로운 글을 써야 했는데 결국 아이디어도 고갈돼 버리고. 출판을 위해 나도 러코를 써볼까 시도해 봤지만 전혀 안 되더라고 (배틀물 밖에 쓸 수 없는 몸이 돼버렸어!). 그러다가 배틀물과 러코를 적당히 섞은 내 인생 최후의 라노베를 썼는데...... 칭찬 받았다. 다른 작가 지망생들이 이번에야 말로 될 거라고 장담해주고 그랬다. 기분 좋았다. 근데 1차도 통과 못하고 떨어졌다. 충격이 컸다 (나중에 그걸로 조아라 공모전 final까지 가긴 갔다..... 근데 결국 입상은 못함)


그걸 계기로 라노베를 확실히 접었다. 근데 글은 계속 쓰고 싶더라고. 마침 학교 수업 듣다가 떠오른 판타지물이 있었지. 그거 조아라에 잠깐 연재했었는데, 인기도 없고 또 글 쓰다 막혀버려서 관뒀다. 근데 그러고 2년 후, 라노베 접고, 내 인생에서 많이 힘든 시기에, 다시 그 판타지물을 잡았다. 갑자기 그걸 끝까지 쓰고 싶어진 거다. 그래서 연재를 재개했지. 아무 관심도 못 받고 혼자 쓰는 건 자신이 없어서, 봐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계속 글 쓰는 동력이 돼지 않을까 하고. 조아라에 다시 연재했다. 인기가 없었다. 너무 인기가 없어서 문피아에도 동시연재했다. 더 인기가 없었다 (흐규흐규). 그래도 재밌다고 댓글 달아주는 소수의 독자들이 있었다. 그래서 계속 연재했다. 1권 분량을 끝냈을 땐 노엔팝 공모전에도 한 번 내봤는데 역시나 떨어졌다. 그래도 계속 썼다. 나중에 네이버에서도 판타지 공모전인가 하더라. 거기다도 내봤는데 역시 떨어졌다. 근데 네이버에서도 열 몇 명인가 봐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어차피 조아라랑 문피아에서 연재하던거 조금 수정에서 연재하는 거니까 계속 연재했지. 아까 말했지만 2014년 조아라 공모전이 있었는데 거기다가 마지막 썼던 라노베 투고하고.... 뭐 finalist까지만 갔다. 그게 내 공모전 커리어 최고 기록임.


조아라에서는 선작수 최대 550명. 문피아는 300명 정도? 네이버에서는 30명도 안 됐음. 그렇게 1년 넘게 연재함. 도중에 걍 관둘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음. 성실히 연재만 해도 선작 1만명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연재 시작전 누가 나한테 말해줬는데, 난 세 사이트 다 합쳐도 1000명도 안 되잖냐. 그거 때문에 연재 도중 독자들한테 후기에서 투정도 하고 그랬고...... 또 당시 판갤에서 조아라 소설 연재 열풍이 불었거든. 수입 공개하는 녀석들도 있었고, ts물 연재하고 선작 수천 순식간에 찍어버리는 녀석들도 있었고.... 솔직히 엄청 부러웠다. 부러운 걸 넘어서 거의 열등감에 시달렸던 것 같다. 내가 그렇게 글을 못 쓰나? 계속 그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연재 시작 때 이번만은 반드시 완결짓는다, 중도포기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그냥 계속 썼다. 솔직히 가망이 안 보였는데 말이지


그러다가 뜬금없이 네이버에서 연락이 왔다. 축하한다고. 베스트 리그로 간다고. 이때 진짜 조마조마했다. 혹시 착오였다고 네이버에서 메일 올까봐. 선작수가 이리 적은데 내가 어떻게 베도에 가는건지 도통 이해가 안 됐거든. 근데 어쨌든 갔다. 그리고 베도 가고 몇 달 지나서 처음으로 선작수 1000을 넘게 찍어봤다. 네 연재시작 때 목표 선작수가 네 자리수 였는데, 달성한 거지!


그러던 5월 어느날. 


밖에서 저녁 먹고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맛폰 키고 조아라 들어갔는데 내 소설 선작수가 갑자기 많이 올라있더라. 뭐지 하고 검색해보니 투베 순위 중간쯤 하고 있더라고. 허허. 나 같은 놈도 투베 가는 구나. 기분 좋았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니 다음날 난 투베 1위가 돼있었고 세상이 변해 있었음. 선작수가 3000을 넘어갔다.


난 며칠 간 투베 1위를 차지했고 선작수가 7000을 넘겼다. 뭐 거품이 많이 껴있었다. 현재는 6700명 정도고 계속 빠지는 중이거든. 


그렇지만 글 쓰니까 이런 날도 오는 구나.... 그때 진심 행복했음. 그리고 글 쓰는 내내 날 휘감았던 열등감에서 해방됐지. 최근에는 출판제의도 받음 (사정이 안 되서 거절했지만). 그걸로 다들 출판제의 받는데 출판제의 한 번도 못 받아본 난 대체 뭐지... 하는 열등감도 떨쳐버림.


뭐 지금도 만족하는 건 아니다. 솔직히 글로 돈 번다, 전업한다 라고 하는 갤러들 보면 아직도 부러움. 때때로 나도 글 써서 돈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고. 아무래도 글 쓰는데 시간이 많이 들어가니까. 난 빨리 쓰는 편이지만


그렇지만 거의 포기 상태다. 난 아무래도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 가끔씩 나오는 얘기 있잖아. 인기 있는 글 쓰기 vs 자기가 쓰고 싶은 글 쓰기 이런 거. 전업한 갤러들이나 글 써서 돈 버는 애들 글 보면 시장 트렌드를 잘 파악해서 독자들이 원하는 글을 성실히 쓸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난 그쪽 재능이 바닥인 것 같다. 라노베 쓸 때도 나름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 보려고 한 적 있는데, 결과는 내가 봐도 재미없는 것들 뿐이었지. 내가 쓰고 싶은 것밖엔 못 쓰는 인간이랄까. 그러니 취미로 만족할 밖에.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엔 독자들이 원하는 거에 맞춰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재능이다. 난 도저히 못하겠더라고. 


배불러서 소화도 시킬겸 뻘글 길게 써봤는데...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갤러들도 신경 쓰지 마. 걍 흔한 넋두리임. 하지만 현재 연재 중인 글이 인기가 없어서 낙담하고 있는 갤러가 있다면 날 보고 힘냈으면 좋겠다. 난 글은 오래 썼지만 올해가 오기 전까진 글로 인기 있어 본 적이 없고, 이 인기란 것도 정말 인기 있는 작가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임. 그걸 얻는데만 1년도 넘게 걸렸다. 그렇지만 미친 짓도 10년 하면 인정받는다고, 포기하지 않으니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러니까 본인이 정말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다면, 좀만 더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게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만 디씨질 하고 할 일 해야 하는데... 하기 싫다......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