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해. 


책을 한 5권 이상, 1~2질을 써본 적이 있는 현역작가들한테 

공통적으로 다가오는 슬럼프인데

(주변 지인들에게 설문해 본 결과니까 나름대로의 신빙성은 있다고 봐)


우선 이 레벨의 현역작가들은 필력이 어떻든간에

글자 수에 대한 부담감이 확연하게 일반인보다 적어. 


무슨 말이냐고?


보통 사람들한테 한번 아무 글이나 소설을 6천자 써 보세요, 라고 과제를 냈다고 치자.

이 경우, 70% 이상의 사람들이 굉장한 부담감을 느껴. 

마치 자소서를 2번 쓰라는 말을 들은 듯한 얼굴을 하게 되지. 


현재 웹소설을 지속적으로 연재하고 있거나 

현역작가인 사람들은 잘 이해가 안될지도 모르지만

일반인에게 있어서 5천자나 6천자는 듣기만 해도 아찔해지는 수준이거든. 


그들은 제대로 인터넷에 타자를 쳐서 수천자 단위로 연속해서 써보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의 글자수를 200자 원고지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그러나 현역에서 뛰고 있는 작가 혹은 작가지망생들은 다르지. 

5천자나 6천자는 그냥 하루에 소화해야 될 글자 수 정도에 불과해.

무의식중에 글자수의 기준이 200자원고지 보다는 한글파일에서의 Ctrl Q I 에 뜨는 글자수에 맞춰지게 돼.  

혹은 손이 빠르거나, 많이 쓰기에 익숙한 작가일 경우 

1만자나 1만5천자도 하루에 거뜬하게 해내는 경우가 있어. 


즉 장르소설 작가가 인식하고 있는 글자 연재량과 일반인의 기준은 차이가 있어. 


그런데 여기서...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이 잘 이해해줄 수 없는 

연재작가만의 기묘한 슬럼프가 이따금 나타나곤 해. 


뭐냐 하면, 

딱히 머리를 힘겹게 굴리지 않아도 물흐르듯이 대충대충 키보드를 누빌 정도로 손이 빠르게 된 사람들은,

혹은 그만큼 글쓰기라는 게 버릇처럼 손에 붙어버린 사람들은, 


글자를 쓰는 시간과 글자수를 무의식적으로 매칭을 시켜버려. 


예를 들자면 평소에 수백 편씩 연재하던 경험이 있던 사람들은

대충이나마 자기가 어느정도 시간이 있으면 몇 글자 정도 쓰는지를 알고 있어. 


1시간 정도 열심히 쓰면 3천~4천자가 가능하다, 뭐 이런 식이지. 


또한 이 계산을 머리 한켠에 염두에 두고 장기적으로 진득히 앉아서 쓸 때 이용하기도 하지.

이게 평소에 계획적으로 딱딱 맞춰서 잘 써질 때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버릇이야. 


그러나 만일 글이 조금 막히게 되고 

다른 놀 거리에 신경이 가게 되면

이 버릇이 바로 슬럼프를 불러오게 되어버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야.


' 어? 그러고보니 오늘 연참을 하기로 했으니까 5천자씩 3편을 올려야 하겠네?

어디보자 그럼 시간이 얼마정도 들까?

평소에 5천자 쓰는데 1시간 반 정도였으니까, 에이 뭐 한 5시간 잡고 넉넉하게 쓰면 되겠지.'



이 생각은 언뜻 합리적인 걸로 보이지만 전혀 합리적이지 않아. 

'5시간' 이라는 게 머릿속 한켠에 틀어박힌 순간 자신의 남은 하루시간에서 5시간을 뺄셈해버리게 돼. 

그리고 단언하건대, 저 계획대로 의지가 흔들리지 않고 5시간동안 3편을 써서 올릴 수 있는 사람은 작가들 중에서도 적은 편이야. 


왜냐하면 글이란 게 막힘없이 써질 때만 있는 게 아니거든. 


1시간 반이라는 게 평균적인 속도라고 착각하지만, 별다른 정신적인 장애물 없이 적당한 집중력을 쏟아부었을 때의 결과야. 

즉 조금이라도 막혀버리게 되면 1시간 반이 아니라 2시간이나 2시간 반이 되어도 할 말이 없다는 거고, 

글이 막혔을 때 2중 3중으로 막혀서 머리가 멍해지고 멘탈이 날아갈 때도 부지기수지. 

그걸 억지로 머리가 텅 빈 상태로 손만 움직여서 양만 채우려 들다가면 글의 퀄리티까지 함께 날아가버려. 


단언할 수 있어. 

글을 쓰는 평균시간과 글자수를 매칭시키는 건 연재작가에게 있어서 아주 나쁜 버릇이야. 

특히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라면 무조건 중간에 삐걱거리는 슬럼프를 가져다주게 돼. 


이 딜레마에 빠진 사람들은 

그날 내내 키보드를 못 잡거나 허우적거리다가 2일이고 3일이고 갑작스레 글을 제대로 못 쓰게 되어버려. 


뭐 이런 걸 겪어본 사람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겠지만...

이걸 극복하는 건 아주 간단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집필하려고 키보드를 잡았을 때, 

글자 수나 시간의 연관성은 머릿속에서 지워 버려. 

그냥 소설의 내용만을 생각해. 

연참을 해야하더라도 의식하지 마. 


만일 지금 현재 이 버릇때문에 고민하는 작가가 있다면 아무 생각하지 말고 글 그 자체에만 몰두하기를 바래. 

개인적으로 이 방법을 쓰니까 슬럼프가 확 나아졌던 거 같아. 


웹갤러들 다들 건필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