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난 남자임. 물론 필명은 누가 봐도 여자고 모든 출판사에서 강권하는 거라 앞으로도 더러운 넷마카행..


여튼 처음 글쓸 때는 흔히 클리셰 극혐하고 필력 타령만 하던 부류의 지망생이였음.


작법서 작법론만 디비파며 매일 8~10시간씩 무식하고 쓰고 무식하게 리라이팅만 했었고


그렇게 판타지부터 시작했는데 생활비가 안 나오더라. 공모전도 최심만 가고 당선은 안 됨.


그러다 누나 때문에 생각이 변했다.


우리 누나는 드라마 볼 때 거실 TV로 안 보고 항상 ㅌㅂ결제해서 컴퓨터로 보거든. 처음엔 어무이랑 같이 보기 껄끄럽나 했었지.


근데 어느 날 누나 컴이 맛가서 내 방에 와서 볼 때가 있었음. 난 쳐자느라 드르렁하다 그 소리 때문에 깨서 얼떨결에 그걸 같이 보게 됐고.


한 쪽엔 드라마 켜놓고 다른 쪽엔 인터넷 켜서 거의 실시간으로 공감 / 비공감 나누면서 보더라.


근데 이게 사람 수가 최소 수백에서 천 단위니까 매우 다양한 피드백들이 순도100%급으로 쏟아지는 거야. 쌍욕이야 차단먹으니 안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익명게시판이라 거리낄 게 없거든. 러닝타임 내내 좋고 나쁘고 미묘하고 등등이 다다닥 달리더라고. 되게 신기했다.


남자들도 실시간까진 아니지만 반응 나누고 토론도 하고 하지만 지들이 빠는 캐릭터로 vs싸움질이 더 많아서..


남자는 A vs B  여자는 A x B란 소리가 거기서 와닿을 줄은 몰랐지.


여하간 난 그게 신기해서 누나한테 부탁해 아디 빌려다 그 커뮤니티에 들어가게 됐음. 그리고 드라마 말고 소설에 대한 반응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그러다 보니까 클리셰나 마스터플롯 같은 건 그 장르의 기본 언어나 토양같은 거라고 깨닫게 됐음. 내 색이 들어가는 건 캐릭터/드라마/연출이라고.


자세하게 쓰자면 끝이 없어서 길게는 말 못하겠는데 한 마디로 일축하면 새로운 시야가 트였다고 할까. 그때 눈팅하면서 메모한 내용만 a5 1권 분량 나오더라.


결과적으로 그 시점을 기준으로 마인드가 달라졌달까 풍부해졌는데 영향받은 루트가 여성향이라 판무보다는 로설이 나한테 맞더라고.


로설 판무는 서로 포맷이 달라도 너무 다른데다 내가 추구하던 판무는 지금 트렌드랑 안 맞더라.


그래서 자딸은 단편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일단 로설로 데뷔하게 됐음.



1줄 요약. 매주 1치킨씩 누나한테 조공하는 대신 로설로 글밥 먹고 산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