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이거 한마디만 하고 갈게.
내가 한말이 뭔가 오해를 줄수 있을거 같아서 덧붙이는 말인데
내가 남들 좋아하는 글 써야한다는 말을 했다고 해서
처음부터 남들 좋아하는 글은 어떤 글인가 고민해가면서 쓰라는 건 아냐.
처음엔 당연히 자기가 좋아하는 글 써야지. 일단 그렇게 써보고 반응이 좋으면 좋은거고
반응이 안좋으면 고쳐야겠지. 그렇게 고치고 열심히 쓰다보면
인기도 조금씩 생기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생겨.
그걸 부정하는 건 아냐.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수도 있고 생긴다해도
그 사람들의 숫자가 널 먹여살릴만큼 충분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거야.
나도 그랬어. 꾸준히 쓰다보니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어.
나는 그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썼어. 그런데 그 사람들은 날 먹여살릴만큼 충분하지 못했어.
작가로서 자립할수는 없었던 거야.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글 대신 남이 좋아하는 글을 썼어.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날 먹여살릴수 있을만큼 독자를 얻었어.
예전의 독자들은 잃어버렸고 그다지 행복하지도 않았지만 말이야.
자기가 재미있지 않은 글을 쓰면 남들도 재미있지 않다고 하는데 난 그말도 믿지 않아.
글이란 것은 화학식 같은 것이고 독자들은 그 화학식대로 반응하는 분자같아.
화학식대로 조합을 하면 반응하게 되어 있어. 적어도 네가 겪어온 독자들은 그래.
지금도 조아라나 문피아의 리플들은 읽어보면 내가 알고 있는 예전의 독자들과 한치도 틀리지 않더군.
즉 자기가 재미있지 않아도 남들은 재미있는 글을 쓸수도 있어.
그것도 하나의 선택이지.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노엘 갤러거가 그런 말을 했지.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직업을 위해서는 안된다, 네가 즐거워하는 일이어야 한다.
만약에 한 5년쯤 후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고 해도 뭐 어떠냐, 그냥 벽에다만 걸어둬도 멋진데.
그런거야. 열심히 재미있게 네가 쓰고 싶은 글을 쓸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을 하고 돈을 번다는 보장은 없어.
잘될수도 있지만 안된다면 기타를 벽에 걸어놓고 떠날수밖에 없는 거야.
나도 옛날의 독자를 잃어버렸고 새 독자를 얻었지. 과거의 독자는 날 먹여살려주지 못했고 새로운 독자는 날먹여살려주고 있는데 과연 이들이 얼마나 다를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글을 쓸때 즐거워해야한다는 건 동의하지만 과연 무엇이 즐거운지는 지금도 시시각각 변하기에 딱히 말할수가 없다. 나 역시 예전에는 정말로 고되고 힘든 이야기를좋아했고 그렇게 썼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가벼운 글도 즐기게 되었고 지금은 예전에 고된 이야기를 할때보다 즐겁운 감정을 느끼고 있다. 또한 하나 짚고가야할 점은 장르의 선택 분위기의 선택 그런것을 떠나서 하나씩 연결하고 조립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조차 나이를 먹으면서 바뀌는 부분도 있다. 자극받아서 나도 한글자 더함.
개추 하고 간다. 나는 지금 새로운 독자를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야. 세권 정도 출간을 하면서 내 세계를 따라와준 소수의 독자가 있었어. 정말 고마운 분들이고, 좋은 댓글 달아주고 리뷰남겨주고. 그랬던 분들 하나하나 만나서 인사 드리고 싶어. 그런데 시간이 흘러서 지금 내가 선택한건 필명 갈아서 조금 더 보편화되고 어떻게보면 상업에 가까운 글이야. 처음엔 뭔가 자괴감도 들고 내 글이 재미없게 느껴졌는데, 요즘은 이런 가벼운 글에서도 캐릭터가 막 살아서 움직이는걸 보면서 애착을 갖게 됐어. 아무튼, 예전보다 잘 안될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냥, 내가 쓴 글과 내 필명을 어딘가에 말이라도 해볼 수 있다는게 즐거울 따름이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니까 뭔말하는지 모르겠다 ㅋㅋㅋ) 아무튼 개추머겅
ㅇㅇ 개추. 꼭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 그냥.... 뭐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꾸준하고 성실히 하는데서 답이 있다고 믿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되면 기타 벽에 걸어놓고 떠나는 게 자신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글 쓰는게 재미있지 않으면 작가를 할 이유가 있을까? 아무리 그게 자기 취향을 버리고 공식대로, 기계적으로 쓰는 글이라고 해도 정말 자기 취향이 1mg도 담겨있지 않을 수는 없다고 봐. 만약 정말 그렇다면, 그건 작가가 아닌 노동자겠지. 그렇게 해서 다른 직장보다 들어가는 노력 대비 버는 돈이 나쁘지 않다면 말릴 순 없지만 말야.
말하고 보니 나도 모르겠다. 옛날 판무 암흑기 시절에는 진짜 '노동'으로서 글을 쓰는 것보다는 차라리 편의점 알바를 하는 게 수입과 안전성 모든 면에서 나았으니까. 요즘같은 시대라면 관점이 다를 수도 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