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뭐, 그걸 나쁘다고는 할 수 없겠지. 여기 기성작가들이 익명으로 정보 전달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익명성 유용하게 쓰고 있는 곳이고...

덕분에 이 갤의 정보 밀도는 되게 높단 말이야. 기본적으로 청정하고.



근데, 결국 '독자'가 없다는 게 여기가 언제나 분탕과 싸움 한 번 나면 한동안 그 내용만으로 한 페이지 가는 가장 큰 이유인 거 같다.

결국, '갤의 방어력은 글 리젠률에 비례한다'는 절대적인 진리거든.

평소에 뻘글이나 유머글 올리는, 판갤에서 볼 수 있는 '라이트한 갤러'들이 하는 일이 떡밥 순환시키고, 병신을 구축하고, 이런 면역 기능이란 말야.

일반적인 디씨 갤러리였다면, 장땡 같은 놈은 그냥 뻘글의 홍수에 묻히는 한심한 화력의 어그로에 지나지 않을 테고,

누가 좀 경솔하게 말하더라도,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기 전에 뻘글러들이 갈구고 다음 페이지 너머로 보내버린단 말이지. 이렇게 다툼이 커지기 힘들어.

동시에, 사실 작가 위주의 사이트면 진입장벽이 엄청 높게 느껴짐. 나도 사실 웹갤 분위기 적응 못 하겠고...

떡밥 자체가 돈 버는 이야기, 계약하는 이야기, 업계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고, 게다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 남자들은 잘 모르는 로맨스 작가들.

때문에 그냥 평범한 독자들, 애초에 돈이 목적이 아니라 글쓰기가 취미인 판타지/애니 팬픽 작가들, 단편 위주로 집필하는 작가들에게 있어,
사실 끼어들기가 되게 힘든 분위기란 말이야.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 여러 개로 여기서 디씨스럽게 행동해선 안 된다는 거 같은 분위기도 잡혔고...

나만 하더라도, 이번 인공지능 관련 뻘글이 좀 까여서 여기서 뻘글 못 싸겠다 ㅋㅋ

그런 의미에서, 저번에 누가 '차라리 뻘글이라도 싸라'고 했던 말에 난 되게 공감함.

갤러들이 모조리 생산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봄. 소설 등장인물들이 모두 비중이 배분되어야 하는 건 아니듯이.

평소엔 얄미울 정도로 신나게 놀다가, 좋은 이야기 할 때 등장해서 박수 쳐 주고, 이상한 소리하면 쫓아내는 '가벼운 사람들'이 여기엔 필요하다.

꼭 그런 게 아니여도, 상주인구가 늘면 이것저것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점도 좋지.

판갤에는 서양 검술 수련하는 아재가 한 분 있는데, 평소에는 그냥 도검들 짤 올리면서 소일하는 분임.

그러다가 판갤러 중 한 명이 주인공이 칼 휘두르는 장면 쓰다가, 궁금한 게 생기면 이 아재가 올린 짤 아래에 댓글로 물어본단 말야.

사실 글 쓰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하는 게 가장 도움 될 때는 이런 때잖아.
독일어 작문을 해야 할 때, 중세의 전술에 대한 자료가 필요할 때, 법에 대해 아는 게 없을때... 아니야?


그렇게 생각해 보면, 나 오기 전에 목마 건으로 여기랑 판갤 사이 감정골이 심해진 건 좀 아쉬움...

그 때 좀 원만하게 해결됐더라면, 여기도 판타지/SF 관련으로 떡밥도 좀 돌고, 웃고 즐길 이야기도 많이 올라오고,

좀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웹소설은 작가만으로 만들어진 장르가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