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까지 본 라노벨이라는 건 생각보다 적습니다. 특히 그것이 한국 라노벨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마 손만 잡고 잤을텐데? 가 제가 본 첫 완결 한국 라노벨일 것이고, 단권인 라노벨, 혹은 연중난 라노벨을 빼고서는 완결까지 본 작품이 손잡잤, 숨덕부를 제외하고는 없는 듯 합니다. 애초에 완결이 난 작품이 적은 탓도 있겠지만. 그리고 어제 한 시리즈를 완결까지 다 읽은 시리즈에 추가했습니다. 바로 제가 최고의 라노벨로 평가하는 '우리집 아기고양이'입니다. 사실 완결까지 낸 라노벨이 적다는 것만 봐도, 완결을 낼 정도로 인기가 있던 작품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스토리
제3회『노블엔진 라이트노벨 대상』 우수상 수상작, 귀여운 아기고양이와 함께 하는 따끈따끈 훈훈한 치유계 코미디!
개는 물론이요, 지나가는 비둘기에게마저 습격받을 만큼 동물들에게 미움받는 허약한 소년 ‘다한울’. 그를 따르는 아이들은 집 마당에 눌러앉은 어미고양이와 아기고양이 ‘누리’뿐!
그러던 어느 날, 어미고양이와 아기고양이가 길바닥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고, 허겁지겁 동물병원으로 달려가지만…… 한울의 손에는 새근대는 누리밖에 남지 않았다.
어미 잃은 아기고양이 누리를 맡기로 하지만, 그런 한울에게 동물병원 선생님의 여동생 ‘하유라’는 어째선지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그 귀여운 아이는 제 아이예요!”
“누리를 데리고 온 것도 나였고, 처음부터 맡게 된 것도 나라고!”
유라의 감시와 함께, 한울과 아기고양이 누리의 파란만장한 동거생활이 시작되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동물을 기르는 장르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누리'를 포함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영물'이라는 설정으로, 인간에게 사랑받던 동물들이 환생하여 인간의 형체가 되는 것, 정도로 간단히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즉 '누리'는 1권 표지의 여자 아이로, 실제로는 고양이의 영물인 것이지요. 주인공 '한울'이는 따듯하게 자신의 곁에 있어주었던 '누리'의 어미와 '누리'를 떠올리며 자기가 누리의 아버지가 되주기로 합니다. 이것이 우리집 아기고양이를 관통하는 스토리가 되겠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주제는 '가족애'와 '반려 동물' 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애를 다룬 라이트노벨은 몇 있습니다. 마츠 토모히로 작가님의 '길 잃은 고양이 오버런'과 '아빠 말 좀 들어라!', 류호성 작가님의 '손만 잡고 잤을 텐데?' 또한 가족애를 다룬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이점을 짚어보면 길 잃은 고양이 오버런 같은 경우는 갈 곳이 없던, 혹은 친구가 없던 아이들이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고, 아빠 말좀 들어라! 같은 경우는 서로를 잘 몰랐던 친척이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손만 잡고 잤을 텐데?! 같은 경우에는 미래의 자식이 가족을 좀 더 화목하게 만들기 위해 과거로 돌아오는 SF적 요소가 섞여 들어갔습니다.
이처럼 가족애를 다른 작품들은 각자의 특이한 요소가 하나씩은 섞여 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집 아기고양이 같은 경우, 반려 동물이 그에 속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위에 상술한 네 작품 모두 저는 높게 평가합니다만, 우아고는 손만 잡고 잤을 텐데와 같이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라이트 노벨입니다. 양대산맥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이 작품이 재밌는 요소라고 하면 작가님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사실 육아물, 일상물, 치유계 등은 라이트 노벨에서는 상당한 마이너라고 생각합니다. 일상물 (러브코미디가 주류가 아닌) 라이트 노벨이라고 한다면 마츠 토모히로 작가님의 작품들, 혹은 아오야마 시구 작가님의 로큐브!나 천사의 3P! 정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작품들이 특이한 예시이고 현 라이트노벨 시장은 대부분 판타지 쪽이 강세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라이트노벨 시장도 대부분은 러브코미디가 강세였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호랑이님과 숨덕부 등이 예시가 되겠네요.
그런 작품들 틈에서 일상물이라는 국내에선 거의 유일한 장르로 성공한 것이 이 우리집 아기고양이 입니다. 이 정도로도 충분히 설명이 되리라 싶습니다. 가랑 작가님은 엄청나게 글을 재밌게 쓰신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우리집 아기고양이에서만 한정지어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님의 다른 작품인 '그래도 봄은 온다'와, '여고생과 일하는 방법' 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웹연재중이라는 '공작가의 마마보이'는 제가 웹소를 읽는 편이 아니라서 아직 보고 있지 않지만 그것도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이러한 마이너 장르로 성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이렇게 되기까진 작가님의 많은 노력도 있었겠지만 작가님이 글을 잘 쓰는 것 또한 사실이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일상물 덕후로 꽤 많은 일상물을 봐 왔지만 만화책을 포함해서 이 작품에 비견될 일상물은 한 두 작품 정도 외엔 없다고 생각합니다. 라노벨도 한 두 작품 정도고요.
또한 이 작품이 들여다 보고 있는 점 중 하나는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입니다. 모든 반려 동물이 사랑받는 것은 아니고, 괴로운 경험을 겪는 반려동물 또한 있음을 이 작품에서는 묘사합니다. 유기동물에 대한 얘기 또한 놓치지 않습니다. 만화책 일상물에서는 갈등이 깊게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케이온'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고난은 쉽게 해결되고, 금방 사이가 좋아지곤 하죠. 하지만 라이트노벨에서의 다른 점으로 갈등이 깊게 묘사가 되는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도 단순히 치유계 일상물이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갈등과 고난을 그림으로써 유기 동물과 괴롭힘당하는 반려동물들의 슬픔에 대해서도 잘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입체적인 시각이 이 작품의 질을 좀 더 끌어올려 줄 수 있었던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캐릭터에 대해서도 상당히 저는 고평가합니다. 체력은 딸리지만 딸들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주인공 다한울. 언제나 까칠한 소라. 바보고양이 누리. 이 세명의 캐릭터가 적절히 케미를 이루어 스토리에 잘 녹아듭니다. 이유없이 소모되는 캐릭터도 없고, 각각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갖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인데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 없이 소모되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 작은 단역 하나도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 중요하게 쓰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솔직히 말하면 학교 친구 설이 같은 경우는 적은 분량을 갖고 있지만, 중요할 때 주인공에게 조언을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가짐으로써 독자들에게 잊혀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비중이 적더라도 주인공들 하나하나 매력이 살아 있는 것 만큼 라이트노벨에서 중요한 일도 없겠죠.
일러스트에 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DS마일군님의 미려한 그림체가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해준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럼 장점을 길게 늘어 놓았다면, 단점에 대해서도 서술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길게 장점을 늘어놓고 이 작품을 독보적인 원탑으로 두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양대산맥의 작품 손만 잡고 잤을 텐데와 비교해 보았을때 임팩트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판타지가 가미된 일상물이라는 점에선 둘이 유사하지만, 손만 잡고 잤을 텐데는 읽으면서 임팩트가 더 강하게 느껴졌었습니다. 둘의 느낌은 다르긴 합니다. 손만 잡고 잤을 텐데와 비교하면 우리집 아기고양이 쪽은 평탄하게 재미있고, 손만 잡고 잤을 텐데는 스토리의 굴곡이 심하죠. 밝을 때는 전형적 라이트노벨만큼 밝지만 어두울 때는 라노벨에서 보기 힘든 어두움이 보일 때도 있을 정도니까요. 이 둘을 놓고 비교해보면 저는 장면의 임팩트 쪽은 손만 잡고 잤을 텐데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작품의 차이 정도로 봐도 상관 없을 정도지만, 그래도 개인의 호불호라는 입장으로 보면 아쉬운 부분입니다.
육아물이라는 장르 자체도 호불호가 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단비처럼 마냥 생각없는 아이들은 아니지만, 답답하다는 생각은 충분히 가질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최근 메타는 사이다같은 전개라고 하니까, 그런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실망하실수도 있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단점으로는 호불호가 갈릴 듯한 작품이다 정도밖에 생각하지 못합니다. 마지막 권까지 보신다면 열린 결말같은 엔딩에 조금 실망하실 수도 있겠지만, 일상물의 대부분이 열린 결말로 엔딩을 맞이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집 아기고양이만의 문제는 아니리라 생각됩니다.
총정리하자면 이 작품에 대한 저의 평가는 '대박'입니다. 이 라노벨만큼 좋아하는 라노벨은 5작품 정도이며, 그 중에 라이트 문예가 두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순수 라이트노벨로는 탑 3에 드는 작품입니다. 마지막 권을 덮으면서는 아쉽지만 이제 우리집 아기고양이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작품들을 떠나 보낼때도 한 생각이지만 우리 집 아기고양이는 특히 심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이 아이들을 싫어하고 육아물 같은 것은 보고 싶지도 않다 하시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다 좋아할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평가는 5/5점으로 만점입니다.
여담으로, 작가님은 현재 문피아에서 '공작가의 마마보이'를 연재중이시고, 라이트노벨 쪽은 한동안 쓰지 않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대단한 작가님도 라이트노벨 판을 떠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더욱이 작가님의 작품중 차기작을 예고한 '그래도 봄은 온다'와 '여고생과 일하는 방법' 이 남아 있기에 더욱 안타깝습니다. 외적으로도 자주 활동하시는 분도 아니라서 차기작에 대한 얘기를 들을 방법 또한 거의 없으니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작가님이 작품을 내시던 노블엔진 또한 한국 라노벨에 대해서는 최근 활동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더욱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렇대도 저는 작가님이 무슨 작품을 쓰시든 응원하고, 차기작 또한 몇 년이고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루히도 7년 째 기다리고 있는데 뭐 어떻겠습니까. 지금 집필을 중단하신 것도 아니고 아직 글을 쓰고 계시고 있으니까 기대할 수 있겠죠. 시노바 일러스트레이터님, DS마일군 일러스트레이터님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춰 라이트노벨로 가랑 작가님을 다시 뵐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덤으로 마일군님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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