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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말랐다, 혹은 건강이 안 좋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만큼이나 즐거운 일은 없다. 모든 유머의 원천이 여기니까. 철학보다 소설이 즐거운 궁극적 원천역시 바로 이곳이다. 고로 오늘은 이걸 해보자. 오늘의 독단적 명제는 이것이다. <글 쓰는 사람은 말랐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쪘는가? 좋다, 그러면 명제를 살짝 바꾸자. <글 잘 쓰는 사람은 말랐다> 혹은 <건강이 좋지 않다>도 괜찮겠고. 뭐, 어쨌거나 그렇다.


2009년 영국 런던정경대 사토시 가나자와 교수팀은「왜 저녁형 인간이 더 영리한가?」라는 흥미로운 논문을 하나 발표했는데, 통계적으로 미국의 청소년 20,745명을 대상으로 수면패턴과 IQ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의 핵심골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이런바 <올빼미 유형>의 집단이 그렇지 않은 <일찍 일어나 벌레 잡는 새>보다 IQ가 더 높게 나왔다는 것. 연구팀은 진화론적으로 인간은 낮에는 생활을 위한 일을, 밤에는 독창적인 일을 하며 진화했기 때문에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늦게까지 깨어있도록 발달했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아무래도 인간은 생활과 잠시 떨어져있을 때야 생활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사고를 한다는 묘한 역설을 증명하는 듯하다. 굳이 여기에 속담을 구겨 넣어보자면,「일찍 일어나는 새는 벌레를 잡지만, 어쨌거나 걔가 먹는 식단은 벌레 이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할까나?」


물론 다른 연구발표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이를테면 스페인의 마드리드대학 심리학과 연구팀도 지난 2013년, 12~16세 청소년 88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저녁형>이 창의력이 높고 귀납추리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이 우수하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귀납추리는 일련의 경험자료에 대한 분석을 통해 보편법칙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말하는 것인데, 특별히 시적감수성에 취한 자연파들이 아니고서야, 인간심리와 사회적 현상들의 본질을 꿰뚫어봐야 하는 작가군들에게 이는 아주, 매우, 극도로 예민하게 필요한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여하튼 고로 글쟁이들은 늦게 잔다. 정확히는 늦게 자도록 진화했다. 통계-생물학이 그렇다는데, 그 외의 학문이 여기에 무슨 군소리를 할 수 있을는지요(내가 15세기에 태어났다면 과학을 이겼을 텐데……)? 하지만 단순히 이것만으로 <글 쓰는 사람은 말랐다>라는 명제를 증명하기엔 애매하다. 왜냐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PC방에서 컵라면을 쌓아두고 게임에 몰두하는 폐인들도 밤잠이 없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걔네들이-조금-비만이더라고. 이런 이유에서 연구 자료를 하나 더 갖다 붙여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임상의학 쪽에서 하나 가져보자.


프랑스 툴루즈 대학 병원의 임상역학 조교수인 막심 쿠르노 박사는 체중이 늘어나면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이른바 체중과 인지기능 사이에 연관성을 주장했다. 역시나 통계적인 연구였는데, 32∼62세 연령층의 성인 남녀 2,200명을 대상으로 그 체중을 측정하고 지능검사를 실시한 후 5년 후 같은 조사를 다시 실시했더니, 체질량 지수가 낮은 이들은 어휘시험에서 단어의 56%를 기억할 수 있었던 데 비해, 비만인 이들은 44%만을 기억했다는 것이다. 또다시 이루어진 5년 뒤의 검사에서 비만인 이들의 기억력은 37.5%까지 떨어져다는데, 이 친구가 사회학과나 심리학과가 아닌 관계로, 이 원인을 지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대뇌 세포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쳐 뇌 기능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살찌면 달리기가 느려지듯, 두뇌뉴런에도 살이 올라 사고속도가 느려진다는 것. 고로 이 둘을 적절히 섞어보자면, 소설과 같은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이들은, 생물학적으로 밤잠이 없으면서 식탐에 대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고로 뭘 먹으면서 글 쓰는 소설가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파트가 완성될 때까지 단식(斷食))해버리는 이들이 많은 이유가 설명이 된다. 생각해보면 나도 이 글 쓰면서 녹차 말고는 아무것도 안 먹고 있기는 하네. 어쨌거나 이런 이유에서 <글 쓰는 사람을 말랐다.>


여기서 비극인건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우리사회가 <벌레>먹는 걸 좋아하는 <아침에 일어나는 새>들 위주로 짜인 시간표를 강요하는 분위기란 점이고, 또 하나는 인간에겐 치명적인 정신병이 있는 관계로 글이 잘 써지는 것을 배의 공복과 연관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가 치명적인데, 여기에 빠진 이들은 본인이 무슨 일본의 무뢰파 작가들도 아니고, <밥 굶는 걸 밥 먹듯이>하는 기묘한 수사법에 의해 스스로를 극단적인 영양부족의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간다. 영양이 부족하니 당연히 면역력이 떨어지고, 그러다보면 온갖 질병들에게 노출되게 되지. 그래서 단순한 감기로도 3일 동안 끙끙거리며 종합감기약에 취해 잠만 자게 되는 것이다. 빌어먹을, 그러니까 너네들도 감기조심해라. 나처럼 드러눕지 말고. 연말감기가 독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