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낳는 만화랑 송곳은 본질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의 불이익을 다룬다는 점에서 유사함을 가지고 있다. 근데 그걸 제외하면 전부 반대인데 그 덕에 이 에미 디진 만화가 송곳이랑 다르게 인기가 짜장함.

1. 그림체
그냥 딱 보면 나오지. 송곳은 기본적으로 흑백에 사람들의 얼굴에 데포르메를 잘 안해. 그냥 딱 보면 "아. 이거 존나 진지하구나!" 하는 마음에 각잡고 볼 수 밖에 없음.
근데 이 애낳는 만화는(이하 애만) 어떻냐? 죄다 동물 면상이지? 인체? ㅋㅋㅋ 채색도 가볍고 밝은 톤임. 목표가 애초에 고발, 의제 제기 따위가 아니란 게 그림에서부터 드러나.

2. 프로의식
사실 그림체만 봐도 두 작가가 무슨 태도로 의제를 다루는지는 엄청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보자면 그냥... 프로의식부터가 다름.
송곳을 그리겠다고 최규석은 노동운동 현장에 찾아가고 노동운동가들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따고 캐릭터를 구현함. 그러니까 하종강(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이 자기가 어디에 강의하러 가면 그냥 송곳 보라고 할 만큼 당사자들한테도 높이 평가받음. 그냥 '공감' 수준이 아니라, '이 작품이 우리의 심정, 우리의 논리적 근거를 대변할 수 있다' 할 만큼 높이 평가받는단 소리임. 그리고 그 근거가 작가가 당당히 자기 실명으로, 여러 수치를 작품 안에서 드러내면서, 논리를 갖추고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인정받으며, 동시에 틀리거나 오류가 있을 때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애만은 어떠냐? 이게 일선 페미니즘 운동가가 당당하게 우리 교재같은 거라고 내놓을 수 있는 퀄리티냐? 전혀 아니지. 끽해야 프레젠테이션에 자료로 한두장 찍어서 첨부하면 다행이지. 그냥 내용은 철저하게 '나'에 맞춰져 있음. 내가 느낀 거, 내가 본 거, 내가 생각한 거, 근데 이미 이 작품은 주제 자체가 그냥 개인의 감상으로 남을 수 없는 작품임. 당연하잖아. 페미니즘이 핫토픽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여성성'의 본질에 가까운 임신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근데 이런 개인을 넘어선 의제를 다루는 방식이 뇌피셜임. 이건 그냥 작가가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선언이다. 나는 작가라는 이름을 단 게 아니라 한 명의 임산부로서 이걸 그렸고, 그러니까 모를 수도 있고, 고증이 틀릴수도 있고 이딴식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두는 거라고. 프로라는 새끼가 파워블로거만도 못한 책임감으로 말을 싸지르는거임.

3. 작품의 형식

송곳은 철저하게 캐릭터들을 구현하고, 이들의 결점을 주동인물이든 반동인물이든 다각도로 마련해서 현실적으로 절대 선은 없다는 걸 보여줌. 그리고 이 인간적인 캐릭터들을 움직여서 갈등을 자연스레 만들고, 그 모순과 갈등을 결국 타파해야된다는 메세지를 하나의 이야기로서 풀어낸다.

애만은 어떠냐? 일단 소위 작가의 생활툰의 형식을 빌렸지? 생활툰+일상툰인데, 일단 여기서 작가로서의 역량 중에 캐릭터 조형이 까여나간다. 평가를 할 수가 없어. 왜냐? 실제 인물이니까. 그나마 어떻게 그 인물을 배치해서 어떤 역할을 부여하냐 정도로 제한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말까 수준임. 그리고 주동/반동인물의 입체성? ㅋㅋㅋ 그딴 거 없음. 걍 나만 착한년이고 주변은 죄다 자기 고통을 이해를 못하거나. 지 멋대로 내게 행동을 강요하거나, 무시하거나 시발 세상이 아와 비아로 나눠져서 그게 선악이랑 동일시됨. 그리고 그게 갈등구조의 전부야. 이딴 게 작품성이 어디있음? 나르시시즘도 정도가 있지 시발ㅋㅋ

일단 간단하게 따져도 이렇고, 더 깊게 갈 수도 있을 것같다 더 보니까. 근데 귀찮기도 하고 이미 쓴 김에 쓰긴 했지만, 굳이 이런 거 해봤자 의미 없는거 아니까 관두련다.

그런 걸 알면서도 등신같이 이 글을 쓴 이유는, 진짜 무슨 사회적인 모순을 대충 팔아먹으려는 새끼들이 짜증나서임. 내 정치성향은 좌파지만, 걍 의도만 좋으면 다 용서될거라고 믿는 새끼들이 존나 싫거든. 이 웹툰은 의도도 불순해 보이지만.

페미니즘도, 나아가 낙태나 임신에 대한 이야기도, 이딴 웹툰이 대충 공감팔아 지 고료 챙기는 것보다 훨신 중요하게 다뤄질 가치가 있는 주제야. 포털에 빌붙어서 고료나 챙기는 작가조무사년이나, 그 년 선동질에 껴서 같이 몇 마디 하고 지가 페미투사인줄 아는 띨띨한 년들 딸딸이에 소비될 건 아니란 말야.

제발 더 치밀한 작가정신과 취재로 작품과 의제를 대하는 작가가 더 대우받길 바란다. 이딴 페미는 돈이된다는 빈정거림 예시 하나 더 적립하지 말고.

3줄 요약

1. 송곳이랑 비교해보면 애낳는 만화는 쓰레기

2. 그 이유는 회화 기술적인 점, 작가의 프로의식, 작품 내적인 완성도.

3. 이딴 봊풍당당 딸딸이 집어치우고 더 좋은 작품에 관심을 가지길 바람.

이상. 좋은 밤 보내라.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