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1줄요약


두서없이 쓰다보니 꽤 길어졌는데, 웹툰 작화 문제는 무계획한 화면 구성이 핵심 아니냐는 얘기임.






그림이 대애애애충 그럴싸하면


손가락에 손톱 없고 입에 입술 없어도 아 저건 손가락이구나 아 저건 입이구나 하고 독자들이 알아서 해석함.


만화 그림은 회화이면서 동시에 기호이기 때문임.


머리카락에 가려진 눈썹이 보인다고 낄낄 대는 게 걍 웃자고 하는 소리지 그게 진지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임.


눈썹이 머리카락을 뚫고 나옴으로써 캐릭터 표정을 더 생생하게 읽을 수 있고 그게 재미로 이어진다는 걸 다들 부지불식 간에 느꼈을 거.




배경그림도 마찬가지임.


스케치업으로 배경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누가 칭찬해주지 않음.


그냥 "아, 쓰리디 썼나 보다" 이런 반응 정도지;


캐릭터, 배경 전부 다 기호고 정보를 드러내는 역할임.



유럽/미국 만화랑 일본 만화랑 배경그림을 취급하는 방식에 차이점이 있음.


서구권은 카툰 제외하면 한 장면, 한 장면의 완성도를 높이는 편임.


그래서 배경 그림도 거의 회화 수준으로 굉장히 섬세하고 풍부한 정보를 담은 컷이 자주 나옴.


그런데 각 장면의 정보량이 너무 많고 글도 길게 써져있어서 읽다보면 만화보다는 그림책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기도 함.



반면 일본은 영상을 지면에 담는 걸 목적으로 하는 연출을 주로 써서 컷분할이 굉장히 자잘하게 돼있음.


자잘한 컷에는 캐릭터 표정 변화를 주로 담음. 요령 좋으면 대갈치기만으로 이야기를 이끌 수 있을 정도.


여기서 배경그림은 장면전환 될 때 한, 두 컷 나오고 나머지 컷에서는 만화적 효과(ex:효과음, 집중선)와 소품(ex:교실의 책상)으로 화면이 채워짐.


정리하자면 서구권에서 배경그림은 회화적이고 일본에서는 기호적인 역할이 큼.



근데 웹툰은 과연 근본 없는 시장 답게 배경그림도 아무런 논리 없이 쓰리디 떡칠 해놓는 추세임.


사실 쓰리디도 원하는 장면을 찍으려면 카메라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고 그 구도에 맞는 캐릭터 그리려면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


근데 그저 쓰리디 갖다 척척 붙이면 구색은 갖춰진다고 여겨서 쓰고 있는 거.


쓰리디의 정확한 원근감, 덩어리감에 비해 손으로 그린 캐릭터는 형편없으니까 캐릭터와 배경이 서로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그래서 배경을 불투명도 낮춰서 그냥 흐리멍텅하게 만들어 버림;


뭔가 이도저도 아닌 제스쳐. 배경이 허전한데 뭐라도 채워야겠으니 갈피를 못 잡는다는 느낌이 든다.


판도라의 선택 보면 공간배경 나타내는 그림은 몇 번만 보여주고


캐릭터 간에 대화 나눌 땐 배경을 그냥 단색으로 밀어버리곤 한다.


이게 가능한 건 작가가 화면구성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임.




웹툰은 화면구성도 근본 없는 게 많이 보임.


예를 들어 캐릭터 표정에 독자들을 집중시키고 싶으면 화면에 이마부터 쇄골 정도까지만 담는 게 효과적임.


영화도 그렇고 만화도 그렇고 광고도 그렇고 다 이렇게 함. 쇄골 아래로는 가도 좋은데 정수리는 보여주면 안 됨.


근데 웹툰은?


턱부터 정수리까지 대가리 전부를 화면에 동동 띄워놓고 뒤에 쓰리디 배경까지 넣는 장면 보면 욕이 절로 나옴.


쓰리디 비싼 돈 주고 사서 돈 아까우니까 그랬나봄; 


이런 현상엔 말풍선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온 근본없는 웹툰 연출이 한 몫 했다고 본다.


말풍선, 캐릭터, 배경은 컷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였는데


웹툰에서는 효과음과 말풍선이 컷 밖에 있는 게 많더라.


그게 스크롤 방식에 최적화 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풍선과 효과음이 컷 안에 있으면 배경을 덜 그려도 된다는 크나큰 이점이 있음.


말풍선과 효과음과 캐릭터만으로 화면이 안정적이면 배경은 그냥 단색으로 밀어도 무리가 없음.



이 안정적인 화면구성이 쪼끔 내공과 센스를 요구하는 일이긴 한데


이것만 해도 뭔가 전문가가 그렸다는 느낌이 듬.


인체가 정확하냐, 원근감이 정확하냐의 문제가 아님.


화면이 어떤 의도에 따라 디자인 됐다는 느낌만 들면


인체와 원근감 같은 부차적이고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선 독자들이 좀 관대해짐.


카이지가 그렇고, 둘리가 그렇고, 도라에몽이 그렇다...


기안도... 캐릭터와 배경 모두 균질하게 저질이니까 보는 건 편하다...



만화 작화의 회화적인 면보다 기호적인 면에 방점을 둔 건 내가 일뽕에 취해서 그런 게 아니다.


주간연재 시장에서 만화가 회화적인 성취를 이루려면 화실 차리고 어시 서너 명은 써가며 작업해야 될 텐데


그건 아마도 빚을 져가며 사업 하는 일일 거다... 자기 만화에 어지간히 강한 확신 없으면 불가능한 일임.


고로 나를 포함한 웹망생 일동은 좀 전략적으로 만화 작화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조잡하고 어정쩡하게 구색만 갖추기보다 깔쌈한 화면구성으로 승부를 거는 웹망생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