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어떻게 써야 할지 참 고민했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처녀임. 고등학생 때 같은 반 남자애 고백 거절했다가 방과후에 겁탈당한 적 있음. 남자친구 한 번도 사귀어본 적 없었고, 종교 포함한 여러 신념 때문에 혼전순결 지키려고 했는데 내 의지도 아니고 남 때문에 강제로 순결을 잃은 게 너무 속상함.

마음속으로 몇번씩이나 걔한테서 탈출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렸는데 막상 당하고 있으니 시발 너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 나중에는 신고라도 해볼까 생각했는데, 걔가 질내사정을 한 것도 아닌 데다 그 짓 끝내고 내 몸에서 체액을 휴지로 다 닦아가는 바람에 당시의 내가 생각하기에는 제대로 된 증거고 뭐고 없었음. 복도에 달린 cctv는 선생님께 여쭤보니 걍 cctv처럼 생긴 비상등이었고. 그래서 멍청하게 아무 데도 말 못하고 그냥 잊고 넘기기로 했다. 게다가 부모님이 나를 더럽게 보실까봐 그런 일을 당했다고 이야기도 못 드렸음. 아직도 부모님은 아무 것도 모르셔.

물론 저건 나를 겁탈한 저 애가 전적으로 이상한 거지만 그래도 나는 내 의지나 가치관이랑은 상관 없이, 남성이 지닌 힘이나 신체 능력에 대한 공포심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 그래서 그냥 그 이후로도 연애는 커녕 이성이랑은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음. 이후에 고백도 몇 번 받았는데 좀 무서웠지만 최대한 정중하게 다 거절했고. 연애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 것도 있지만,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걸 연인에게는 언젠가 꼭 말해야 할 일이라 그걸 말하는 게 너무 두려웠던 것 같음.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음. 나한테 유독 호기심을 가지고 친절하게 대해줘서 호감이 가더라. 아담하고 조금 살집있는 그런 귀여운 타입이라 어딘지 모르게 무해함이라고 해야 하나...그런 게 느껴져서 더 좋았음. 그 사람이 나한테 사석에서 만나자고 먼저 이야기해서 해서 여러 번 만나기도 했고, 며칠 전에 나랑 정식으로 만나보고 싶다는 고백까지 한 상태임. 너무 이른 감이 있지만 나는 마음같아서는 이 사람과 결혼까지 하고 싶은데, 고등학교 때 있었던 일이 걸림.

아무튼 나는 결론적으로 순결을 잃은 사람이니까 그것 때문에 이 사람이 실망하거나 거부감을 느끼면 어떡하나 싶음. 내가 강간과 관련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걸 부담스러워하면 어떡할까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 요즘 이곳저곳에서 유독 비처녀는 결혼할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불안함. 비처녀는 배우자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봤고. 특히 이 갤러리가 그런 내용을 많이 다루고 있는 것 같은데, 읽을 때마다 가슴이 좀 철렁하네. 물론 배우자의 경험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말에는 나도 전적으로 동의함. 여기 글만 봐도 배우자가 이전에 애인을 사귀고 성관계를 나눈 경험이 있었다는 걸 알면 무지 실망하고 싫어하는 분위기인 것 같고. 그렇다 보니 더 신경 쓰임. 저 사람도 실망하게 되고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나는 나랑 아무런 상관 없는 사람한테 강제로 당한 거지만, 아무튼 비처녀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으니까...

비처녀와 관련해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 보니, 내가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듦. 정말 내가 암만 노력해서 배우자한테 여러 가지 좋은 거 해주려고 노력해도 내가 비처녀라면 역시 아무 의미가 없는 걸까? 내가 과연 이 사람을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내가 너무 피해의식이 심하고 과대망상하는 걸 수도 있지만, 그냥 너희들 의견이 궁금해서 한 번 허심탄회하게 글 써봤음. 혹시 어떻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