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와횽이야. 

지랄맞은 이탈리아 품종 외우다가 빡쳐서 머리좀 식히려고 글 좀 써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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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린이 입장에서 써보는거니까 향잘알은 뒤로가기 눌러 ㅋ 저 아래 테이스팅 복습편 댓글 달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쓰는거야.


테이스팅할때 제일 어려운게 향 맡기인데, 색 파악이야 눈이 이상한거 아니면 웬만하면 다 알거고

맛도 사실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기관이라서 크게 틀리지 않는데,


대부분 향 맡기 단계에서 굉장히 어려움들이 많아.

그리도 대부분 이 단계에서 좌절하게 되기도 하고...극단적인 사람들은 이렇게도 말해.


"뭐 와인에서 그딴 향이 어디서 난다고 그래. 하여간 있는 놈들 허세란 ㅉㅉ"


향 맡기가 제일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은 1) 우리가 아는 향 자체가 별로 없어서 그래. 와인향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대부분 영국쪽 것들이 많은데, 이건 우리나라에 거의 없는 향들도 제법 되거든.


머릿속에서 각인되어 있지 않은 향이니까 당연히 입으로도, 글로도 안나오는거야. 

그냥 '어디서 맡아 본 향?' 이 단계에서 머물게 되는거구.


다른 이유로는 2)심리적 압박감도 물론 있어. 와잘알 횽들은 여기서 뭐 정향 육두구 후추 버터스카치...이런말 줄줄 떠드는데

당장 내 코에는 그 향들이 안 느껴지거든. 1)때문에 가뜩이나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데 2)때문에 내가 제대로 맡은 향에도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거지.


그래서 향맡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1)번 문제를 해결하는게 최우선 과제인데...이게 간단하지가 않아.


아예 머릿속에 기억이 남아 있지 않은 향인데, 이걸 무작정 냄새를 하나씩 맡아보자니 너무 오래 걸리거든...

그래서 보통은 이걸 교육기관을 통한 전문가들 강의로 해결하곤 해.


나도 아직 향 맡는데 썩 자신있는 편은 아닌데...그래도 몇가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봤으니 내 착오가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적어볼게.


a. 일단 식습관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어. 매일 패스트푸드 먹는 사람이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기는 매우 어려워

b. a의 연장선인데, 모르는 향을 계속 일상 속에서 맡아보려고 시도를 해봐야 해. 후각은 훈련으로 극복이 되거든. 평소 먹던 음식 말고 전혀 다른 유형의 음식들을 도전적으로 먹어보다보면, 향도 같이 어느정도 훈련이 돼. 그리고 아로마키트가 매우 저렴한 가격에 좋은 대안이기는 한데, 시간 여유가 있으면 가급적 실재료들을 사서 모아봐. '정향' 같은 향은 직접 맡아봐야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이 돼.

c. 약간의 외움도 필요해. 이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때까지는 어쩔수가 없는데...보통 냄새를 맡고 어떤 향이 느껴진다...이렇게 접근하지?

이걸 반대로 하길 권해. 특정 와인에서 일정하게 오르는 향들이 있을거야. 예를 들어 쇼비뇽 블랑이면 보통 피망, 라임, 레몬, 청사과, 구즈베리, 허브 이런 것들인데...

거꾸로 저 향들이 있는지 없는지를 하나씩 체크를 해보는거야. 그러면 향이 보다 선명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

d. c단계와 병행해서 해야할 건...음...일종의 영점잡기 하는건데, 일부 향들은 우리가 머릿속에 있는 향하고, 실제 와인을 표현할 때 쓰는 향의 단어가 좀 다른 경우가 많아.

대표적인거 몇가지만 보면...


1) 버섯 - 보통 우리는 향긋한 버섯을 생각하고 그 향을 찾는데, 와인에서 버섯은 아주 약간 짠 느낌...말린 버섯에 더 가까워. 

2) 피망 - 확 피어오르는 뭔가 녹색녹색한 피망맛과 향을 바로 떠올리는데, 와인에서 피망향은 그거보다는 다소 연하면서 오히려 고추느낌에 약간 더 가까워. 

3) 숙성향 - 복합적인 개념인데, 보통 숙성향이라고 하면 가죽 허리띠 냄새부터 생각하는데, 숙성향은 오히려 '연한 간장느낌 + 가죽'에 더 가까워. 

4) 배 - 이게 우리나라 배랑 서양배가 다른데, 우리나라 배 생각하고 접근했다가 많은 사람들이 '왜 여기서 배 향이 난다고 그러지?'하고 혼란에 빠져. 서양배는 우리나라배처럼 달콤한 하얀 뉘앙스가 아니라서 그래. 


d 단계같은 경우에는 꼭 주변에 와잘알 한둘...아니면 전문 인스트럭터의 수업을 듣기를 권해. 이 단계는 절대 혼자서는 못 넘어가. 반드시 내가 생각하는 향이 '잘못됐다'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거든. 다만 d단계에서 영점잡기를 할 필요가 없는 향들도 많아. 예를 들어서 레몬이나 오렌지, 바나나, 파인애플같은 향은 만국 공통이여. 이런 향들을 갖고 영점 조율을 할 필요는 없어.


e. 절대경험 자체가 아예 없는 향들은 어쩔수 없이 사든가...하다못해 방향제라도 사서 맡아보는 수 밖에 ㅠㅠ 이건 정말로 다른 방법이 없어. 향 자체가 너무 드물거든.

대표적인게 토론테스 품종의 시그니쳐 향이라고 할 수 있는 '제라늄'이야. 난 이걸 구할수가 없어서 결국은 에센스 오일 사서 연습했어...;;;

많이 쓰지만 맡을 상황이 거의 벌어지지 않는 다른 향에는...음 스타아니스가 있어. 와인킹 채널 보면 마스터분이 자주 쓰는 향이지? 국내에서는 차 우려낼때나 가끔 등장하는거라서...스타아니스는 얼마 하지 않으니까 마트나 온라인에서 몇천원만 주면 냄새 원없이 맡을 수 있을 거야 ㅋ

기타 또 절대 경험 자체가 부족한 향에는 블랙커런트, 딜, 육두구, 감초, 오레가노, 토피 같은게 있는데...비용을 좀 줄이려면 이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아로마 키트를 써보는 거도 방법일거 같아. (하지만 최선은 재료를 직접 사서 맡아보는거야)


a~e까지 다 해도 한계가 있어. 안쓰면 계속 까먹게 되거든...이건 지속적으로 계속 와인을 마셔보고 '그 향이 있나 없나'를 체크해보고 체득하는 수 밖에 없어.



물론 뭐 이렇게까지 해서 와인을 마셔야 하나? 생각하는 친구도 있을거야. 그런 생각 맞는 생각이야 ㅋㅋ 굳이 뭐 이렇게까지 향잘알이 될 필욘 없지.

근데 이 갤러리에 보면 와인을 생각 이상으로 진지하게 접근하는 친구들도 많아. 그런 친구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그리고 와인 중급자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라고 난 생각해. 물론 마시는게 최고고 거기서 머물러도 이상할건 전혀 없지만...

이 단계만 넘어서면 정말 그동안 와인에서 느껴지지 못했던 많은 즐거움을 얻게 될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와린이 시절 '허세야!' 라고 외쳤던 사람들이 얼마나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쉽게 뱉은 말인지도 이해하게 될거고.


오늘은 요기까지 할게...난 다시 암기하러...그레케토 피놀레토 그레케토 피놀레토 그레케토 피놀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