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년이 지나 버렸네요.
지나고 나니 그게 소소한 파리의 심판 같은거란걸
와인잔 횽아가 댓글로 이야기 해줘서 알았습니다.

친구들 중에 와인을 좋아하는 녀석들이 많아서
와인을 자주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제야 외우려고도 하고 구해서도 먹지만
작년까지는 친구들이 가지고 오는 와인들을
그냥 고마운줄 귀한줄 모르고 넙죽넙죽 받아 먹기만 했었네요.

최근 만나서 물어보니 제가 먹는게 그리 아까웠다더군요 ㅋ
좋은거라고 가지고 왔는데 소주 마시듯이 하니 ㅠㅠ

그 와중에 3명만 모이는 자리가 있었어요.
한 친구를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저랑 같이 축하해주는 다른 친구 하나가 와인을
잘 알아서 와인을 3병 준비했었습니다.

그날 제가 처음으로 이게 어떤 와인이냐고 물으면서
와인이 이렇게 맛있을수도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날 나머지 2병 중의 하나가 샤또 마고였는데도
제 입맛에는 나머지를 전부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던...

바로 하이츠셀러의 마르따스빈야드였네요.




얼마 전에 홈플에 갔다가 하이츠셀러의 까쇼를 보았습니다.
마르따스 빈야드나 일반 까쇼나 언뜻 보기에는 비슷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작년에 하나 더 먹어봐서 기억이 났죠)

집어들고보니 까쇼네요.
역시나 지방 홈플에 그게 있을리가...

같은 와이너리이니 비슷한 맛이 나지 않을까 싶어
기대하고 오픈했습니다.




색은 예상보다 밝고 투명한 루비색입니다.


향은 중간 약간 이상의 크기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나파밸리의 까쇼와는 달리
상쾌한 과일의 향이 절제된 묵직함의 부케보다
먼저 느껴집니다.

블랙베리, 산딸기, 자두, 허브, 페퍼, 담배와 가죽의 향기가
묵직하지 않고 상쾌하게 다가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러운 바닐라와 오크의 숙성향이
더 커지지만 상쾌함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간 정도의 바디감으로 부드럽게 입에 들어옵니다.
실키하지는 않지만 알콜기를 충분히 감싸주는 크리미함이
있으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산미가 맛을 돋구어줍니다.

산미는 상쾌함과 날카로움의 중간이며,
제가 좋아하는 이때리의 산미와는 약간 궤를 달리 합니다.
생각해보면 까쇼의 두터움을 이기려면
이런 산미가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부족한 제 경험의 나파깝 중에선 단연코
최고의 산도와 산미입니다.

부드럽고 질감 좋은 중간 이상의 탄닌감도
산미와 잘 어우러져서
좋은 기후에서 자라난 나파밸리 포도의 단 맛을
돋보이게 해줍니다.

은은하고 상쾌하며 과일의 단 맛이 있는 피니쉬는
제법 입안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나파깝이라 생각하면 떠오를수 있는
잔당이라고도 보일 정도의 달콤함,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의 묵직함과
과장된 요소들이
여기서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보자면 리치함과 무거움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나름 절제되어 있고 나름의 밸런스를 이루고 있습니다.


마르따스 빈야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나
제 취향에는 맞는것 같아 너무 즐겁게 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