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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해당 와이너리 방문해서 그 와이너리의 모든 라인업 다 시음해보고 골라서 구매하긴 했지만서도.. 이후에 온갖 지역 다 돌아보고 나선 제가 산 와인 중 비교적 "가볍고 덜 진지한" 와인이라 생각했던 게 요 Domaine Les Roches Bleues의 Cote de Brouilly Des Lys 2015였습니다.


와이너리부터가 원래 가려던 곳들을 다 못 가게 되고 그냥 여기라도 가야지 하면서 들어가게 됐던 곳이라 더 그런 선입견이 있기도 했고, 와이너리 투어를 다니는 입장이면서도 투어리즘에 꽤나 무게를 두는 것 같은 뉘앙스에 색안경을 꼈거든요.


그래도 참 좋은 와인이었습니다.


이곳은 와인을 50hl 정도되는 중고 푸드르에서 숙성하는 데, 뽕따 직후 노즈에선 삼나무, 초콜릿, 바닐라 같은 오크 터치가 두드러지며 그 뒤를 받치는 제비꽃 등의 매혹적인 향기가 먼지 뉘앙스와 함께 피어오릅니다. 잘 익은 블랙베리와 체리 등의 검붉은 과실 향기가 배경을 이루고 있고요.


입에선 미디엄+ 바디에 산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고, 타닌도 가벼울 거라 예상하기 쉬운 가메 치고는 꽤나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제가 오픈하고 한두 모금 마시면서 프랑스 농장에서 사 온 지방이 엄청 많은 소세지를 굽고 있었는데, 먹자마자 이건 기름진 터지는 고기와 엄청 잘 어울리리라고 바로 확신했어요.


팔렛에선 삼나무 향미 아래에 꽤나 투명한 과실향이 기분 좋게 자리합니다. 미드팔렛부턴 철분이나 동물적인 느낌이 살짝 감돌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렇게 저렇게 복잡하기보단 직관적으로 굉장히 프루티한 와인입니다.


기름진 고기와 잘 어울릴 것 같았던 칫 인상대로, high fat sausage와 마리아주가 기가 막히네요. 와인과 음식이 그냥저냥 괜찮을 때는 많아도, 특별히 괜찮다고 느낄 때는 솔직히 많지 않은데, 그 중 하나라 기분이 너무 좋아요. 은근 강한 타닌과 높은 산미가 입에서 터져나오는 소시지의 기름을 싹 잡아주면서 서로 중화하기보다 upward spiral을 그립니다. 진짜 넘 맛있어요...


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직관적이고 어쩌면 단순했던 프루티한 팔렛이 꽤나 극적으로 변합니다. 과실향이 죽으면서 부케가 도드라지는데, 의외로 oxidative notes들이 느껴지면서, 견과류 뉘앙스가 강해져요. 생아몬드, 생땅콩, 헤이즐넛 같은... 노즈도 그렇고요. 후추 뉘앙스를 중심으로 스파이시함도 강해지네요.


전 오픈 직후 과실향미가 강할 때가 더 좋네요!


암튼 한 병 잘 마셨습니다. 매일 한 병 하느라 좀 힘들어요ㅜㅜ


이제 자러갑니다ㅂ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