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무도 기억 못하겠지만 1월쯤 와인에 재미 들여서 본인 취향도 모르고 어떤걸 사야할지 여쭤봤던 와린이 입니다.
당시 우연한 계기로 오브리옹 14를 구해서 마시게 되면서 너무 큰 감동을 받아 와인에 입문하려던 차에 생각보다 너무 비싼 와인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좌절도 해서 여기저기 황당한 질문을 올렸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 많은 분들이 가르쳐주시길 일단 취향을 찾으라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제 능력으론 모든 와인을 다 마셔볼 수는 없으니 좋아하는 걸 우선 찾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때라 그 말이 마음에 많이 와닿았고, 이후로는 품종별, 나라별로 와인을 사서 마셔보기도 하고, 책이나 영상에서 내가 마신 것들의 보편적인 특징이 어떤지 찾아보기도 하고 엄청난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ㅎㅎ
몇 가지 아쉬운 건 각 와인의 특징을 저 같은 초보가 이해하려면 여러 병을 한번에 놓고 비교하면서 마셔야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기 마련인데, 작년 이맘때 태어난 아들이 있는 관계로 여럿이 모여서 마시는 자리는 참석하지 못해 와이프랑 많아야 두병정도 열어놓고 비교한게 전부라 아직도 제 취향을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ㅠㅠ
미천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느낀 제 취향을 적어보면,
1. 보르도 블렌드 와인은 확실히 제 취향입니다. 다만 마을별 차이를 느끼기엔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메를로 비중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이 보다 부드럽게 느껴져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메를로가 메인이거나 100% 메를로로 만든 와인(파비, 레디가피 등)이 제일 맛있냐 하면 그렇지는 않더라구요.
2. 보르도 블렌드 와인을 나라별로 따졌을 때 미국에서 만든 와인이 보르도 와인보다는 입에 맞습니다. 오크향이 강하게 느껴지고, 좀더 화사하면서 달달한 느낌이 들어 좀더 쉽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3. 피노누아의 경우 부르고뉴와 신대륙의 차이가 어마어마해서 구분은 쉽더라구요.. 신대륙 피노는 너무너무 강해서 부담스럽고 다소 화사하고 여리여리한 느낌의 부르고뉴 스타일이 마음에는 들었습니다만.. 가격이 너무 비싼 관계로 아직 그렇게 유명한건 마셔보지 못했습니다. (제일 비싼게 정말정말 무리해서 마신 후쏘 샴 샹베르땡 16) DRC나 르루아와 같은 유명하고 좋은 아이들을 마셔보지 못해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단단한 보르도의 느낌이 화려한 부르고뉴보다 좋습니다.
4. 토스카나 지방의 산지오베제 위주 와인들은 제 기준엔 너무 산미가 너무 강하고 그 허브향이 제 취향은 아닌거 같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너무 적어서 좀더 마셔봐야 할 것 같아요.
5. 네비올로 품종은 너무 이른 빈티지만 마셔봤더니 그 타닌이 너무 강해서 과일향을 모두 덮어버리더라구요. 시음적기에 이른 와인을 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6. 스페인의 템프라니요로 만든 와인은 너무너무 맛있었습니다. 와쌉에 나오는 피터 아저씨 말마따나 '아기 토냄새'가 느껴지긴 하지만 희한하게 싫지만은 않은 느낌입니다 ㅋㅋ
7. 화이트는 부르고뉴, 미국 샤르도네 정도 몇번 비교해봤고, 아직은 가격이나 맛이나 모두 오베르 같은 조미료 친 느낌의 미국 와인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8. 날이 더워지면서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을 칠링해서 마셔봤는데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아마 여름내내 마실것 같습니다.
9. 샴페인은 도대체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이쪽도 요즘 가격대가 장난이 아니라서 경험은 많이 못해봤지만 블랑드블랑, 블랑드누아처럼 포도 비율이 다른 것들도 시도해보고, 자크 셀로스 같은 나름 유명한 RM도 한두병 마셔봤지만.. 솔직히 가격에 비해 맛의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약간 누룩향이 더 나고 덜 나는 정도, 산미가 더하고 덜한 정도의 차이밖에 못 느끼겠어서 투자가 꺼려집니다.
생각나는대로 그동안의 경험을 적어봤더니 이정도네요.
하지만 이게 정말 내 취향이 맞는가 생각해보면, 각각의 종류별로 마셔본 병수나 가격대, 빈티지가 너무 달라서 경험이 늘고 돈을 벌어 해당 품종의 더 좋은 와인을 접해보면 다시 취향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오히려 요즘이 와인을 살 때 더 고민이 되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좋다고 느낀 보르도 쪽으로 쭉 사야할 지, 다른 쪽의 경험을 늘리고자 좀 더 사봐야 할 지 하루하루 고민의 나날들이네요.
돈이 워낙 많이 드는 취미라 더 고민이 되는 것 같아요.
여기 첫글을 올릴 당시 잡았던 예산은 이미 열 배를 초과한 상태이고 지금도 엑스트라 와인에서 이거저거 막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카드내역을 한번 보고 손을 부들부들 떨며 창을 닫고 여기에 푸념하는 마음으로 주절주절 적어봅니다 ㅎㅎ
마지막으로 혹시 산지오베제나 네비올로 품종으로 만든 와인 중에 추천할만한 와인이 있으시면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아직 시음적기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대략적 어느정도 빈티지를 마시면 좋을지도 알려주시면 너무너무 감사하겠습니다!
그외 어떤 종류라도 추천하시고 싶은 와인이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쥬세페 리날디의 바롤로... 그리고 PDB의 바르바레스코 가 괜찮았습니다...
라 포타치네의 RDM BDM 모두 좋았구요..
감사합니다. 쓰고보니까 글이 너무 길어서 ㅠㅠ 다 읽어주신 것만해도 감사합니다 꼭 마셔보겠습니다!
후쏘... 작셀... 부자... 조언 불가...
취미를 처음 배웠는데 잘못 배워서 그래요 ㅠㅠ 주식을 팔아재끼고 있습니다..
조바심 안내셔도 됨여. 어차피 업으로 삼을거 아니면 지금도 충분히 다양하게 즐기고 있는거. 천천히 실력이 늘어감다 - dc App
으.. 정말이지 취미를 서른 후반에 처음 가졌더니 정신을 못 차리네요.. 하루종일 와인만 찾아보고 있는..
본인의 취향을 찾아가고 있다는 부분에서 이미 와린이를 벗어나신 듯 보입니다. 산죠배제는 역시 끼안띠죠! 요즘 갤에서 종종 보이는 마르께제 안티노리 끼끌리, 얼마전에 마셔보고 만족했던 페라노 끼끌 추천드립니다. 부담없는 가격에 산지오배제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dc App
감사합니다! 몽땅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ㅎㅎ
저정도 드실 여유 되시면 시간문제네요. 술은 급하게 드셔봤자 건강만 헤치니 천천히 하나씩 가시다보면 길을 찾게 되실겁니다. - dc App
안그래도 이번주에 코로나에 걸려서 1주일동안 술을 못 마셨더니 너무 건강해진거 같아서요 ㅎㅎ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마시려고 하는데 지킬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보르도를 일단 다사고.. 부르고뉴도 다사시면....ㅎ
크흠....
마르께제 안티노리 어떠십니까
넵 장바구니에 열심히 주워담고 있습니다
오브리옹 14 정도면 최소 70에 못해도 대충 100인데 도대체 뭔 기준으로 입문을 한다는 건지 ㅋㅋㅋ 이게 입문이냐고
아 그게 유튜브에서 본 와인이 백화점에 있길래 입벌리고 구경하고 있었는데 매니저가 오더니 싸게 준다고.. 거기 홀랑 넘어가버렸어요 ㅠㅠ 그전엔 10만원 넘는 와인도 안마셔봤어요 ㅋㅋ
정독했습니다 ㅎㅎ 저랑 취향은 다르시지만 가시는 길은 비슷한거 같습니다 - dc App
산지오베제는 볼파이아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카프릴리 로쏘 디 몬탈치노 추천드립니다 - dc App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비노플렉스에서 보고 살까말까 고민 중이었는데 리슬링이랑 같이 질러봐야겠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오브리옹14빈... 거의 신의물방울 급이로군요!! 타인의 와인 취향을 듣는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만 이렇게 세세한 경험이라니... 와린이에게 큰 간접경험이 되었습니다. 후기추!!
와린이 어디가고 기만자 경력직이 득시글대는 세상이 된 겁니까.
쓸데없이 비싼 부르고뉴, 보르도, 이탈리아, 미쿡컬트 프리미엄급 와인들 다 버리고 달달이에 귀의하시죠. 톱클래스 와인이라도 아직 살만합니다. (에곤 뮐러만 빼면.....)
리슬링 말씀이신가요?? 안그래도 한번 도전해보려고 했는데 다음주에 한번..
취향을 찾아간다는 건 기쁜 일입니다. 어렵고 어려운 와인의 세계에서 어느정도의 이정표를 갖게 된 셈이니까요. 그간 얼마나 깊이 고민하셨는지 글에서 잘 나타나있듯, 꾸준히 발전하실 겁니다! +이태리 와인중에 마리오 스키오페토의 리볼라 지알라와 프리울라노 추천합니다. 레드는 스페리 추천합니다.
찾아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체 어디가 와린인 것이냐구요.. 아놔 ㅜㅜ 진짜 와린이 쭈궁쭈글..
아직 기본적인 향도 잘 못 맡는데 부끄럽네오 ㅠㅠ
지금 흔히 구할수잇는 엔트리레벨 바르바레스코나 바롤로 16빈이 시음적기들어서고 있을꺼에요 팔라스 바르바레스코16 같은거 잘찾아보면 신세계 와앤모에 잇을텐데 5만이라 추천합니다
그렇군요. 안그래도 네비올로는 오래 숙성해야 된다고 해서 2000년대 초반으로 구했다가 건포도향만 잔뜩 나서 완전 실망했었는데 ㅠㅠ 16으로 한번 구해보겠습니다
엔트리레벨로 드세요 명생산자꺼는 아직 이릅니다..!!
이게 와린이라니...와린이 장벽이 만리장성 되겠습니다 - dc App
1월부터 시작하셨음에도 벌써 내공이 꽤나 쌓이신거같군요 ㄷㄷ 근본 갓태리는 음식과 함께일때 더 빛나니 너무 미워하지말아주십쇼 :) 이태리 보르도 블렌딩도 한번 드셔보심이..! - dc App
안그래도 몇개 사둔거는 있는데 한번 따봐야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