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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2등급. 평가는 낮아서 그리 주목받지 못해 고작 RP 89지만, 익은 보르도는 역시 맛있다.

뽕따 후 첫잔에는 붉은 과실향과 좋은 보르도에서 나는 특유의 느낌. 까시스, earthy함. 어느정도 산미가 받쳐주는 palate. 이태리의 맛깔나는 산미는 아닐지라도 적당한 보르도를 먹다보면 이정도 맛은 훌륭하다 하겠다.

둘째잔부터 삼나무향과 과실향. 풀릴듯 안풀릴듯 한 좋은 보르도 향미. 마고에서만 느껴지는 건 아니나 뽀이약이나 생떼스테쁘와는 확연히 다르다. 특정 지역이 주는 느낌은 향을 아무리 분절해서 표현해도 다 담아내지 못한다. 다른 향으로 환원하여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으리라.

나는 항상 보르도의 병 입구에서 나는 병향을 좋아하는데, 연유와 같은 부드러운 향긋함이 감돈다. 이 향은 마시고마시고 또 마셔도 여전히 같은 느낌으로 남아있다.

3번째, 4번째 잔으로갈 수록 향수 느낌의 분향이 열릴락 말락느껴진다. 2시간동안  마시면 분명 향수의 화사함이 열릴듯한 그 느낌. 하지만 반병만 마시고 자야지 내일을 시작할수 있어 결국 full blown한 모습은 보지 못한채, 내일 밤 아직 살아있는 까시스의 잔해만 만나겠지.

저녁먹고 남은 치즈 피자 한조각의 궁합은 좋다만, 스파이시한 다른 피자는 좀 튀는구나.

10여년전 20대때 2등급은 처음 먹어본다고 들떠서 마시다 마지막잔이 이렇게 황홀 할 수 있구나 하며 즐거워 했던 추억을 환기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