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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스포지만, 이들의 웃는 모습을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끝내 허락되지 않은 웃음, 예고된 비극은 기어코 관객의 눈물을 끌어낸다. 연기로 잘 차린 한 상, '왕과 사는 남자'는 그 자체로 볼 가치가 있다.

이렇듯 ㅇㅎㅈ이 길을 닦고 '왕과 사는 남자'를 단단히 끌고 간다면, 단종 이홍위 역의 박지훈은 그 위를 거침없이 달린다. '왕과 사는 남자'는 ㅇㅎㅈ과 박지훈, 영화계의 새로운 신·구조화가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작품이다. 단언컨대, 이 작품을 통해 젊은 배우 기근에 시달려온 영화계는 박지훈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얻게 됐다.

'약한영웅' 시리즈에서 원톱주연으로서 가능성을 증명한 박지훈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배우 박지훈'을 각인시켰다. 왕위를 찬탈당한 뒤 분노와 두려움, 죄책감까지 여러 감정이 뒤섞인 눈빛으로 한명회(ㅇㅈㅌ 분)를 바라보는 첫 등장신부터 왜 단종이 박지훈이어야 했는지, 장항준 감독의 선택을 충분히 증명해낸다.

빛을 잃어 낭떠러지에 서 있던 인물이 역사의 물줄기를 정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범'의 눈빛으로 변모해 결단에 이르는 과정은 박지훈의 연기로 설득력있게 완성된다. 광천골 사람들을 만나 다시금 되찾은 이홍위 웃음을 오래도록 보고 싶었지만, 그 시간은 참으로 짧기만 하고, 그 찰나가 비극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