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데이트] 단종을 기억하는 새로운 방식, '왕과 사는 남자'가 택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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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 감독 장항준, 제작 ㈜온다웍스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패자였기에 지워졌던 단종에 대한 상상이다.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유배 온 어린 선왕 단종, 그를 맞이하는 광천골 촌장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단종은 조선의 6대 왕이다. 세종대왕의 세손이자, 문종의 적자였고, 세조의 조카였다. 12세에 왕위에 올랐으나 숙부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으로 왕위를 빼앗겼고, 17세에 목숨을 빼앗긴 비운의 왕이다. 

패자였기에 지워진 단종에 대한 작품이라 의미가 깊다. 사관의 나라였던 조선은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했다. 덕분에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세계문화유산까지 편찬했건만, 패자였던 단종의 기록은 미비했다. 후세들은 큰 업적을 세운 세종과 세조의 치세에만 관심을 뒀을 뿐, 반정으로 폐위됐던 어린 왕의 슬픔엔 시선을 두지 않았다. 허나 장항준 감독은 과거는 물론 현세에도 외면받은 단종 이홍위의 인생을 어루만진다.

박지훈은 캐스팅 단계부터 찰떡이란 평가를 받았다. 입을 열지 않아도 수많은 회한을 표현할 수 있는 눈빛의 소유자다. 그 누구보다 굴곡졌던 단종의 감정선을 저점부터 고점까지, 단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복잡한 심경을 연기로 표현한다. 덕분에 관객이 알고 있던 단종의 이미지는 박지훈의 모습으로 새롭게 마음 속에 저장된다. 어렸기에 희생됐던 유약한 단종이 아닌 백성을 사랑했고, 그래서 반정을 바로잡고자 했던 어엿한 왕 단종의 탄생이다.

'왕사남'은 재미있는 영화다. 하지만 생각할 여지도 많은 영화다. 여전히 "훗날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위정자들이 존재한다. 승자만 기록됐던 역사였기에 가능한 호언장담이겠다. 지금까지 우린 단종보다는 세조에 더 집중하지 않았던가, 쿠데타 위에 근대화를 써왔고, 최근까지도 계엄이라는 총부림이 있었던 대한민국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역사의 진실을, 그리고 기록의 이면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더 반가운 단종의 이야기 '왕과 사는 남자'다.





중략해서 가져오긴 했는데
기사 진짜 좋다
생각할 거리 많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