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단종을 기존에 알려진 대로 나약한 이미지로만 그릴 거면 굳이 이 영화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면서 “모두가 세조가 나쁘고, 단종이 불쌍하다고 하는데, 그런 가치가 있는 성군의 자질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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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단종을 분한 박지훈의 연기력이 빛난다. 역사가 그저 약하게만 기억해 온 단종은 박지훈을 통해 누구보다 백성을 생각하고, 심려 깊고 단단했던 왕으로 재조명된다. 힘을 잃은 눈빛이 점차 생기를 되찾고, 결국엔 강한 의지의 결정체로 거듭나는 모습이 인상 깊다. 폐위 후 단종의 피폐함을 표현하기 위해 두 달 만에 15kg을 감량하며 배역을 준비했단다. 단종의 재발견임과 동시에 배우 박지훈의 재발견이다.
박지훈은 “슬픔의 감정을 섬세하게 잡아가는 과정을 거쳤다. 단절되고 무기력한 감정, 그냥 슬픔이 아닌 완전히 낭떠러지에 있는 듯한 깊은 슬픔을 표현하려 노력했다”면서 “피폐한 것을 넘어 ‘피골이 상접한’ 모습의 단종을 표현하고 싶었다. 촬영하면서는 물도 최대한 안 마시면서 목소리까지 버석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끝은 비극이지만, 그 가운데는 의를 위한 굳은 의지와 처절한 몸부림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역사가 남긴 승자의 기록들에 대한 질문처럼 느껴진다. 실현되지 못한 정의는 잊혀져도 되는가. 짙은 감동으로 뭉쳐진 역사의 한 조각이 던진 물음표가 묵직하고,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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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불의는 인정하고 박수를 보내고, 실현되지 못한 정의는 잊혀도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을 후대가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나. 실패한 ‘의’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어때야 할지 생각해 본다면, 무엇보다 그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장항준 감독)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