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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외형적인 변화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박지훈은 단종의 '목소리'에도 지독할 만큼 공을 들였다. 그는 "감독님과 상의 끝에 초반에는 유약하고 기운 없는 목소리를 내다가, 후반부 군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낼 때는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리는 굵직한 톤으로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목소리의 높낮이뿐 아니라 '호흡의 마디'까지 설계했다. 박지훈은 "단순히 대사를 읽는 게 아니라, 어느 타이밍에 숨을 쉬고 말을 멈춰야 단종의 쓸쓸함과 위엄이 동시에 살지 고민했다"며, 문장 사이사이의 여백까지 계산했던 치열한 준비 과정을 전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장항준 감독이 극찬한 '사연 있는 눈빛' 역시 힘을 얻었다. 그는 눈빛에 대해서도 "특별히 연습한 건 없다. 그저 대본에 충실하고 그 상황에 나를 던졌을 때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며 담백하게 답했지만, 그 이면에는 수만 번의 리딩으로 다져진 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ㅇㅎㅈ의 내리사랑은 촬영장에서도 이어졌다. 본인의 촬영 분량이 아님에도 박지훈의 감정 신이 있을 때면 늘 카메라 뒤에 서서 시선을 맞춰주며 기운을 불어넣어 준 것. 박지훈은 "선배님이 카메라 뒤에 서 계시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져 눈물이 절로 났다"며 유해진이 보여준 스승 이상의 배려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반면, 자신을 억압하는 한명회 역의 ㅇㅈㅌ 앞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존해야 했다. 박지훈은 "ㅇㅈㅌ 선배님의 큰 키와 압도적인 피지컬에서 오는 아우라가 너무 대단해서, 처음엔 숨이 턱 막히고 눈도 못 마주칠 만큼 겁을 먹었다. 다리가 떨릴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베테랑임에도 현장에서 단 한 순간도 대본을 놓지 않는 ㅇㅈㅌ의 치열함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박지훈은 공포를 넘어선 깊은 존경심과 긍정적인 자극을 동시에 받았다.

특히 박지훈은 ㅇㅈㅌ의 '온도 차'에 큰 자극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방금 전까지 저를 죽일 듯이 쏘아보시던 분이 컷 소리가 나면 환하게 웃으며 '지훈아 밥 먹었니?'라고 물어봐 주시는데, 그 베테랑다운 여유와 치열한 태도를 보며 정말 많이 배웠다"는 것. ㅇㅈㅌ라는 거대한 벽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만들어낸 긴장감은, 결국 선배들의 극찬을 자아내는 명장면들을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완성된 영화를 본 시사회 날, 박지훈은 유독 많이 울었다. 특히 스크린 속 엄흥도(ㅇㅎㅈ 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터져 나왔다.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주신 에너지가 너무 컸기에, 그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더라"는 박지훈.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의심하고 채찍질하지만, 그 과정조차 배우로서 나아가는 소중한 자양분으로 삼고 있었다. 비운의 왕 단종을 통해 자신의 스펙트럼을 증명해 낸 박지훈의 행보가 이제 막 스크린 위에서 뜨겁게 시작되고 있다.






읽으면서 롬곡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