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간 얼굴에 쓰여진 역사가 쓰리다. 짧은 글로 남겨진 역사와 죽음에, 상상력과 의미를 더해 탄생한 추모와도 같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장항준 감독·㈜쇼박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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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간 얼굴 위 새롭게 그려진 단종의 초상…청령포의 온기와 사람 냄새
많은 이의 울부짖음과 함께 영화의 막이 오르면 관객은 박지훈의 말간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박지훈은 눈빛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이홍위의 모습으로 스크린을 찾은 박지훈은 영화가 설명해 주지 않는 모든 서사를 눈빛 하나에 전부 담아낸다. 설령 비운의 운명을 가진 단종의 삶을 알지 못하는 이가 있더라도 순식간에 극에 빠져들게 하는 놀라운 흡입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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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은 어린 왕은 그렇게 먼 길을 떠난다. 많은 대사 없이도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박지훈의 눈빛은 이홍위가 탄 작은 가마와 함께 청령포에서 그를 기다리는 이들에게로 옮겨진다.
그리고 여기서 '왕과 사는 남자'가 가진 의미가 빛을 본다. 더 이상 나약하지만은 않은 이홍위는 무력감에 굴복하는 대신 '범의 눈'을 하고 맞서기를 택한다. 장항준이 쓰고 박지훈이 그려낸 단종은 '진짜 왕의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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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항준 감독이 정의를 추모하는 방법…기록의 공백 속 왕과 살던 남자
그러나 왕의 모습일지언정, 얼마나 말간 얼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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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기 전에 소년이었던 이홍위의 모습을, 관객은 엄흥도의 마음으로, 어린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함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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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의 눈빛은 영화가 막을 내린 후에도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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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개봉. 러닝타임 117분. 12세 이상 관람가.
마지막 한마디. 박지훈의 새 얼굴이 어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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