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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당시는 웨이브에서 처음 공개된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에서 주인공 연시은 역을 연기한 배우 박지훈을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조금씩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공부는 잘하지만, 곁을 내주지 않았고, 약육강식의 교실에서 홀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던 연시은의 공허한 눈빛은 우리가 알던 아이돌 워너원의 박지훈이 아니었다. “내 마음속에 저장~!”으로 애교를 대표하던 그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런 그는 불과 4년 만에 이번에는 영화판으로 무대를 옮겨, 야심 찬 신예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그 무대는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다. ‘폐위된 후 유배 간 단종의 이야기’라는 한 줄의 줄거리는 박지훈이 영화의 시작이자 끝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신예로서는 어마어마한 무게감. 사실 이 무게감 때문에 박지훈은 배역을 몇 번 고사했었다.


“감독님이 단종 이홍위를 나약하지만은 않은 인물로 그리고 싶으시다는 걸 알았어요. 비록 가상의 역사이지만 유배지에서 마을 사람을 만나고, 친분을 쌓아가면서 정말 ‘이 사람이 왕이었지’ 생각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단순히 슬프다, 공허하다는 감정이 아닌 그 안에 무언가가 잠겨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개봉한 영화를 보다 보면 박지훈의 단종에 깜짝 놀라는 장면이 한둘 있다. 이는 그가 포효하는 장면에서 나오는데 (스포장면설명) 그는 연시은의 눈빛은 어린 친구의 소외된 눈빛이었다면, 단종의 눈빛은 슬픔에 단절된 공간에서의 무기력을 함께 표현해야 했다고 했다.

“도착하면 조용한 새소리, 물소리밖에 나오지 않는 영월의 세트장 환경과 많은 소품들에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ㅇㅎㅈ 선배님 이야기를 뺄 수 없는데요. 주신 에너지가 너무 엄청나서, 그걸 받기만 해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감정이 오가는데, 선배님이 촬영장에서부터 저를 안 보시기에 눈치를 챘습니다. 저를 보면 감정이 깨지시겠구나 싶었던 것 같아요. 리허설이었는데 그 장면 시작부터 너무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배우로서는 가슴 아플 정도로 눈물을 흘린, 최고의 날이 아닌가 싶었어요.”


“사실 중학교 때까지 연기에 미쳤다는 표현을 쓰고 싶어요. 실제로도 국립전통예술고에서도 연기를 배웠고요. ‘프로듀스 101’에 나오고 워너원이라는 팀에 있으면서 춤을 좋아해 가수로도 활동했지만, 정작 혼자 있을 때 저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더라고요. 연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느끼는 거지만, 과거 아역으로서의 경험이 제게는 컸고 가수와 배우를 모두 잘해나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2026년 한국영화 흥행 반격의 서막을 올릴 박지훈은 올해 7년 만에 그룹 워너원으로서 돌아올 계획도 갖고 있다. 그의 나이 이제 26세. 30대 중반 밑으로는 믿을 만한 신예가 없고, 기대할 수 있는 풀(POOL)이 적다는 평가에 박지훈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런 자신감이 그가 단종을 맡을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영화 시장이 어렵다고 말하는데, 훌륭한 선배님과 감독님과 예쁜 추억을 만든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로 인해 작품이 살아나거나 흥행하면 좋겠지만, 제가 그 정도의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아직 부담감도 가질 수 없는 위치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많은 생각을 해볼 수도 있는 위치까지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