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내 마음속에 저장'을 외치며 전 국민의 선택을 받았던 소년은 이제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자신의 연기로 관객을 설득하는 배우가 됐다. 박지훈은 워너원 데뷔 이후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연애혁명', '멀리서 보면 푸른 봄' 등을 거치며 성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특히 '약한영웅 Class 1' 연시은 역을 통해 보여준 눈빛과 장악력은 배우 박지훈이 가진 힘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지점이기도 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보여준 단종(이홍위)의 얼굴은 배우 박지훈의 저력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전작에서 보여준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꾸며 또 한 번 자신을 깨부순 그는, 이제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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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처음으로 단종이라는 인물을 서사의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박지훈이 해석한 단종의 모습에 유독 시선이 쏠린 이유이기도 하다.
단종이라는 인물의 비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박지훈이 택한 첫 번째 과제는 외형적인 변화였다. 그는 어린 왕이 느꼈을 무기력함과 공허함을 쫓다 보니, 억지로 몰아넣지 않아도 일상 자체가 캐릭터의 환경을 닮아가는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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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대본에 적힌 열 마디 대사보다 배우의 우연한 뒷모습 하나가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한다. 유배지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단종의 처연함이 극대화된 물가 장면 역시 그렇게 탄생했다. 개울가에서 홀로 물장난을 치던 박지훈의 천진한 뒷모습에서 캐릭터의 서사를 읽어낸 유해진의 통찰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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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이번 영화의 백미로 박지훈의 눈빛을 꼽는다. 슬픔이 맺혀 있다가도 어느 순간 왕의 위엄을 뿜어내는 그의 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였다. 대사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단종의 굴곡진 서사는 오로지 그의 눈빛을 통해 관객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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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에게 이번 작품은 단순한 필모그래피의 추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연기적인 변신만큼이나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현장에서 선배들과 함께 나눈 온기였다. 영화가 세상에 내놓을 성적표보다, 곁을 지켜준 든든한 선배들의 존재가 그에겐 가장 큰 보상이자 성장의 발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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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보다는 과정에서의 배움을, 야심보다는 현장에서 재미를 쫓는 이 배우의 여정에는 마침표가 없다. 목표점이 없기에 오히려 한계 없이 나아갈 수 있다는 박지훈. 그가 그리는 내일은 거창한 계획표 대신 선배들의 에너지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즐거워하는 얼굴로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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