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피폐한 얼굴로 상을 물리라 소리치는 이홍위 역 박지훈 배우의 모습이 이어지고, (이홍위 역을 위해 부쩍 수척한 모습으로 나타났던 크랭크인 행사에서 처음 인사를 나눴었는데, 몇 달 뒤 스크린을 통해 그간의 여정을 확인하니 등장부터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지난한 유배길은 물론, 유배지에 도착해서도 홍위의 모든 일상을 함께 하는 매화는 광천골 사람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궁 안에서 볼 수 없었던 미소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매화가 웃으면 눈물이 나는 병 걸림) 이홍위가 아주 작은 아기였던 시절부터 곁을 지켰을 매화는, 서신에서처럼 홍위의 벗이고, 누이고, 어머니였습니다. 그 중에도 벗이었다는 말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지요.
영화는 매화와 홍위 둘만의 대화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두 인물 간의 신뢰와 애정은 마치 이야기의 바탕에 원래부터 존재해 온 것처럼 자리합니다. 눈만 보아도, 손끝만 보아도 이미 서로의 마음을 아는 매화와 홍위의 관계를 ㅈㅁㄱ와 박지훈, 두 배우는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완성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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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ㅁㄷ 배우는 “ㅇㅎㅈ선배님이 가져오신 아이디어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 아이디어 때문에 저뿐 아니라 단종도 어떤 캐릭터를 만드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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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매화에게 벗이자 가족 같은 존재, 이홍위 역을 맡았던 박지훈 배우는 ㅈㅁㄷ 배우와의 촬영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메이킹 인터뷰 녹취록을 들춰봤습니다.
제가 ㅁㄷ 선배님한테 너무 너무 의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대사 중에 ‘다음 번에도 태어나면 그대의 벗이 되겠다’는 대사가 있는데요. 정말 촬영 초반에도 그렇고 중후반에도 그렇고 선배님한테 너무 의지하면서… 정말 제 옆에 있어 주실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촬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어떻게 보면 ‘친 누나가 있었더라면 정말 이렇게, 옛날이었더라면 이렇게 아껴주지 않았을까? 이런 어린 친구를 아껴주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매화는) 슬퍼 보이고 무기력해 보이는 모습 앞에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자신까지 슬퍼지는 그런 역할이다 보니까… 선배님한테 너무 의지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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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극의 후반부, 매화가 홍위의 서신을 읽는 장면에서 ㅈㅁㄷ 배우의 연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참고 참았던 눈물을 결국 터뜨리게 하지요.
내가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대는 나와 함께 했다.
그대는 나의 벗이요. 누이요. 어머니였다.
그 고마웠던 시절을 뒤로하고
나는 길을 떠날 것이다.
먼 훗날 다시 태어나면
그때도 나의 벗이 되어주면 좋겠구나.
나도 기꺼이 그대의 벗이 될 것이다.
첫 공개 스틸 가져왔습니다! 매화와 홍위, 그리고 막동의 즐거웠던 한 때입니다. 매화와 홍위는 언젠가 벗으로 다시 만나 이런 표정으로 행복하게 잘 살았을 거라고, 과몰입러 홍보 일꾼이 스스로를 다독이는 데 도움을 준 스틸이라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어요. [촬영실록 ‘막동이의 편지’편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 떠올려 주셨던 그 장면이기도 합니다! 매화가 웃고 홍위도 웃고 막동이는 신이 났는데 왜 홍보 일꾼의 눈가는 여전히 촉촉할까요… 저만 이런 거 아니죠?(막동이는 몰라도 돼. 막동이는 흰 쌀밥 많이 먹어. 두 그릇 먹어.)
매화의 미소를 볼 때마다 제 마음은 가끔 이 장면에서 멈춰 섭니다. 그러니까… 광천골 곳간은 풍족해지고, 홍위와 마을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나무가 그림처럼 드리운 배소에서 함께 밥을 먹고, 태산이는 홍위를 스승으로 삼고, 그 배움을 이웃들과 나누고, 이제는 자기 이름을 쓸 줄 아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호패가 느티나무에 걸리고, 사람들은 웃고… 그 짧지만 완전했던 기억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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