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국민 3명 중 1명이 봤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이미 1위다. 그 흥행 동력은 무엇일까. 천만 영화는 단일한 요인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대진운도 좋아야 하고, 스타 배우도 필요하다. 당시의 관객이 원하는 정서를 대중적인 화법으로 풀어낼 줄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미다. 거기에는 단순성의 미학이 수반된다. 단순성을 깊이가 없다거나 수준 낮은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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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도 마찬가지다. 숙부에 의해 권좌를 잃고 유배지로 온 어린 왕은 황망한 마음에 식음을 전폐한다. 그런 그가 다시 살아내기로 결심한 이유는 자신을 위해 살뜰히 반찬을 챙기는 백성들의 마음 때문이다.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직접 불러주는 일. 왕이 할 수 있는 가장 당연하면서도 단순한 일일 것이다.

박지훈의 연기도 흥행 동력 중 하나다. 좋은 배우는 ‘입’이 아닌 ‘눈’으로 말한다. 연기의 절반은 눈빛에 있다는 얘기다. 영화에는 단종이 섬에 들어가다가 물에 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 순간 그는 요란하게 발버둥 치거나 허우적거리지 않는다.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린 채 아무 말이 없다. 절제된 연기를 통해 감정을 표출한다. 연출과 연기의 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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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단순성의 미학이 영화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요리사 에드워드 리를 인터뷰하기 위해 그의 책을 읽다가 “좋은 요리는 언제나 단순하다. 반드시 간편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단순하다”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은 적이 있다. 하스미가 역설한 단순성의 미학과 궤를 같이한다. 영화에서 단종이 먹었던 음식은 어수리 나물밥, 다슬기국, 더덕구이 등이다.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소박한 식단이다. 에드워드 리가 말한 좋은 요리의 표본이다.

뉴스 속 세상은 여전히 혐오와 차별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끔찍한 전쟁이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것일까. 난망하기만 하다. 우리가 사랑한 영화 속 인물처럼, <왕과 사는 남자>에 나오는 음식처럼 소박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극장을 나왔다. 법정 스님은 “공간의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간소함에 있다”라고 말했다. 삶이라는 공간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왕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