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은 재미있는 드라마가 분명하다. 캐릭터는 매력적이고, 그들이 얽히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지고, 따스한 감동이 전해진다. 넋을 잃고 보게 된다. 그런데 드라마 한 회를 다 보고나면 뭔가 허전하다. 허기가 진다고 해야 할까. 그 미묘한 느낌의 정체는 뭘까. 어쩌면 그건 <슬의생>이 구현하고 있는 병원(혹은 세계)가 지나치게 판타지에 가깝기 때문은 아닐까.


율제 병원은 의사들과 환자들에게 낙원에 가까운 곳이다. 그곳에는 병원 수익률을 따져가며 의사들을 압박하는 경영진이 없고, 병원비 문제로 발길을 돌리는 환자들도 없다. '키다리 아저씨'가 있으니까! 의사들은 업무 분장이나 승진 문제로 갈등조차 하지 않는다. 그뿐인가. 병원의 소유자부터 이사장까지 선한 사람들 천지다. 그들은 물욕도 없고, 이기심도 없다.

환자들(과 보호자)은 자신들의 짧은 식견에 대해 기꺼이 반성하고, 오로지 선량하기만 한 의사들에게 감사해 한다. '교과서'적인 감동이 드라마 전반에 넗게 분포돼 있다. 기계적이라 느껴질 정도이다. 현실의 차가움을 메스로 완벽히 도려낸 판타지는 지친 사람들에게 일종의 위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거 다 해' 류의 휴머니즘이 만들어내는 왜곡, 이 착시 현상은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ㅋㅋㅋ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