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에 송화가 장교수와 이미 헤어진 걸로 나오고, 4화에 익준의 이혼이 대사 몇 마디로 연출된 이후, 주인공들의 서사가 너무 퉁쳐지는 게 아닌가 얘기가 나온 걸로 알아.

그런데 나는 인물들의 슬픔이나 안 좋은 일들을 깊게 보여주지 않는 바로 이 방식이 주인공들 나이를 마흔살로 설정한, 특정 사건이 아닌 일상을 보여주겠다고 한 이 드라마의 결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어.

물론 한 회차 당 한 달을 다루고, 에피소드 중심으로 진행하고, 작감들의 전작에서 봤던 것처럼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과정을 뒤에 보여주기도 하다보니 이야기가 숭덩숭덩 나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이건 취향이 갈릴 수 있는 부분이라, 나는 오늘 주인공들의 슬픔을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서만 써보려고 해.


# 마흔, 혼자 감내할 줄 아는 나이
익준이는 아내로부터 이혼하자는 얘길 듣고 나서 이식 코디네이터조차 이상하다고 여길 정도로 평소와 다르지만, 20년 넘게 친구로 지낸 준완이한테도 그 얘길 하지 않고 계속 방에 혼자 앉아 있어.

석형이 또한 엄마나 이모 앞에서가 아니라, 빗 속에서 혼자 울고 있지.

아마 99즈는 인생의 여러 굴곡들을 겪어 왔을 거고, 슬픈 일들을 누구한테 털어놓고 울기보다는 혼자 감당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배워왔을 거라고 생각해.

# 어른에겐 나 말고도 돌봐야할 사람이 있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먼저(드라마 전개 순서로) 슬픈 일을 겪는 사람은 정원이야. 아버지가 돌아가시니까. 그런데 아버지의 죽음 서사에서 정원이가 가장 먼저 등장하는 장면은 어머니를 뒤에서 안아주는 장면이야. 자신의 슬픔보다 어머니를 위로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익준이 또한 이혼으로 인한 자신의 배신감이나 상처보단 우주가 상처받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보여. 우주와 샌드위치를 먹는 장면에서 우주가 모네 엄마랑 같이 와봤다고 말할 때, 마음이 덜컥하는 익준을 보면 알 수 있고.

석형이도 아버지의 배신과 동생의 죽음을 겪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어머니가 행복해지는 일이었어. 엄마와 말 한 마디도 안하던 석형이가 한 순간에 마마보이가 될 만큼.

아마 이미 어른이 된 5인방에겐 자신의 슬픔을 챙기기 전에, 먼저 돌보고 지켜야 할 존재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 그리고 일상은 계속된다
송화가 장교수랑 헤어지고 엄마한테 그러잖아. "바빠죽겠는데 잘됐어." 익준이도 익순이한테 그러지. "바빠. 애도 보고, 환자도 보고." 

이 드라마는 한 회차를 한 달로 설정할 만큼 일상의 지속성을 중요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실제 현실에서도 누군가의 죽음이나 이혼 등이 일어난다고 거기서 끝나지 않잖아.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연인이 바람이 나도, 이혼을 한 다음에도 출근을 하고 밥을 먹어야 하지. 송화와 익준의 대사가 그런 점을 잘 보여주고.

실제로 정원이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죽음에 슬퍼만 하기엔, 병원 경영권이며 vip 병동 관련해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슬퍼할 시간을 줄여서라도 책임져야 할 일들이 있지.

익준이도 이혼 얘기를 들은 당일, 당장 뇌사 상태의 환자를 잘 보내줘야 해. 특히 우주와의 아침이 그런 점을 잘 보여줘. 우주 마스크도 챙기고, 어린이집 선생님이랑 통화도 해야 하고. 그런데 우주만 챙기고 있을 수만도 없고 일터에도 나가야 하지. 그래서 우주의 인사를 받을 겨를도 없이 먼저 튀어나가듯 출근하는 장면이 정말 평범한 일상 같더라고.

쓰다 보니까 길어졌네. 어쨌든 주인공들의 슬픔을 어쩌면 짧게 보여주는 게 그걸 중요하게 생각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또한 일상의 한 부분으로 보여주는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써봤어. 

그러고보니 준완이에겐 아직 슬픔을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가 안나와서 못썼는데, 아마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또한 비슷한 결로 그리지 않을까 싶어.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