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플레이를 본지 몇년 안된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온양여고 시절부터 신세계 드래프트 이후, 하나은행으로 바뀌었을 때까지, 김정은의 플레이는 한결 같았다.

고교시절부터 '원핸드 투모션 3점슛'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여자선수로 유명했을만큼 절정의 운동능력과 득점감각을 갖고 있었고

프로에 들어와서도 신인 때부터 득점력 하나만큼은 전혀 나무랄데 없는, 정말 탁월한 수준이었지.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결정적으로 코트를 읽는 눈, 경기의 흐름을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슛셀렉션의 문제 등 쉽게 말해 '비큐'가 득점력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는게 결정적인 문제였어.

그녀 특유의 뛰어난 스코어링능력과 비교되면서 이 단점이 더욱 치명적으로 두드러지게 되었지.

본인은 거의 항상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하지만 그게 팀성적과는 연계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비난의 화살은 동료들에게 쏠리게 되는 현상도 뒤따라 왔고.


그러던 김정은이 몇차례의 부상 이후 운동능력이 현저히 저하되면서 득점력과 코트 안에서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되고, 결국 프로입문부터 줄곧 함께 했던 소속팀에서 버림받게 된다. 

(김정은의 우뱅 이적 직전 2-3년간 성적과 출전시간을 보면 확인 가능하다. 하뱅팬들은 아니라고 우길지 몰라도 그 당시 상황을 아는 사람이라면 '버림받았다'는 표현이 정확한 표현임을 인정할거다)


그렇게 우뱅과 계약하며 이적하게 된 김정은이, 비로소 연차에 걸맞는 노련한 플레이어로 거듭나게 되었을 때 솔직히 많이 놀랐었어.

자신만의 플레이스타일을 십수년 째 해오던 왕고참은 그런 근본적인 수정이 애초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그게 되더라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리딩스코어러가 아니라 골밑을 사수하는 든든한 수비수, 거기에 더해 팀원들을 이끌어가는 특유의 리더십으로 흔들리는 팀을 굳건히 잡아가는 리더의 그것임을 인지하고, 정확히 그에 맞게 그 역할을 200% 수행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훌륭하게 말년을 보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가 우뱅에서 달성한 파이널 우승 후 그물커팅식을 할 때, 괜시리 울컥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네.


그러던 그녀가 친정으로의 복귀를 선언했을 때 들었던 감정은 '아쉬움 + 우려' 였어.

더 이상 그런 훌륭한 플레이를 볼 가능성이, 우크블 내에서도 팀운영이 가장 엉망진창인 하뱅으로 복귀하면서 점점 낮아질 것은 자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아니나 다를까, 김정은의 복귀로 '우뱅 DNA를 수혈한 왕고참의 재영입'을 통해 상승을 꿈꿨던 하뱅이지만,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옛말처럼, 하뱅의 김정은은 한 해가 다르게 우뱅에서의 모습을 잃어가면서 이제는 우뱅 이적 직전의 김정은과 같은 상태로 다시 복귀하고 말았다.

거기에 더해 나이에 따른 노쇠화까지 눈에 띄게 나타나니, 친정팀에 대한 그녀의 충성도가 얼마나 지극한지를 아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너무 아쉽고 안타까운 느낌이 들 수 밖에. 구단운영이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그러니 이제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김정은은 명예로운 은퇴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해.

오랫동안 좋아했던 김정은인데, 하뱅 경기 때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그녀에 대한 비난글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고, '그냥 우뱅에서 하뱅으로 복귀 후 딱 1년만 뛰고 은퇴했으면 모양새가 훨씬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매번 해오다가, 오늘 경기를 보고 나니 유독 그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이렇게 글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