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기를 차마 못보고 있다가 겨우 3쿼터까지 보다 끄고 말았다

억울함은 아닌데, 또 하나하나 따져보며 아쉬워 할게 뻔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하루에 5~6개씩 썼다 치자면

시즌 내내 거의 800개 가까이 글을 썼다는 건데

소주 한잔 걸치며 생각해보니,

여기 사람들에겐 참 징글징글 했겠다 싶더라.


변명은 아니지만 난 그저 여농을 좋아하는 올드팬일 뿐이고

업 특성상 글쓰는건 일상이다보니 모두가 보는 이 공간을

너무 내 공개적 일기장 정도로 생각했던건 아닌가, 싶었다.


김정은,

잘했다. 진작 이렇게 이해란 막을 수 있었는데 그걸 이제 하네.라는 생각을

전반전 끝나고 하긴 했다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경기에 몰입하더라.


사키,

고맙다. 꺼져가던 여농에 대한 흥미를 다시 깨워준것부터

농구인생에 없었을 핸들러 역할, 에이스 역할을 힘닿는 극한으로 해보려 한것까지.

플레이오프 내내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준건 최고였다고 말해주고 싶다.


진안,

늘었다. Bnk에서 진안은 늘 무시하기 바빴다. 수시로 경기 집중도가 깨져서

흔들리던 것들도 많이 줄었다. 그런 진안을 믿었기에 오늘의 진안은 표정에서부터

넋이 나가보여 아쉬운 거 분명 있었다만, 다음 시즌을 위해 남겨둔걸로 하자.


박소희,

그거다. 어젯밤 잠을 설치며 썼던 글에서 리바운드 경합 좀 했으면 좋겠다 했는데

벼랑끝에 오니 리바운드 경합을 하더라. 그래야한다. 슛은 안들어갈 수 있지만 경합은

매번 참여할 수 있는거니까. 플옵을 발판삼아 수비가 늘면 내년엔 어디서든 더 활약할 것 같다.


정예림,

괜찮다. 전반에 쉬운 레이업 2개를 미스하더니 그 후로 안올라가길래, 경험없이는 역시

안되는 게 있는거다 라는 생각을 또 했다. 1차전의 히로인은 분명 너고,

몸 잘 케어해서 30분은 기본으로 뛰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으면 좋겠다.


박진영,

놀랍다. 사키에겐 미안하지만 늘 하던 정도(!)만큼 보여준 퍼포먼스였다면, 오늘 경기 승리시

미친자는 박진영이었고, 그게 이 벼랑끝에 나왔다는게 놀라웠다. 어쩌면 하나은행의 슬래셔는

이 선수로 낙점하고 키워볼만하다는 생각을 오늘 경기를 방점으로 코칭스탭이 하지 않았을까?


정현,

좋았다. 첫 해 송윤하/이민지/홍유순에 비해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다고 당차게 인터뷰하는거 보면서

그 욕심만큼 컸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올해 신인답지 않게 잘했다. 비시즌 잘 보내고

내년엔 더 당찬 3년차 선수가 되길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서연,

느꼈다. 고서연 선수를 보면 눈에 욕심도 보이고 더 잘하고 싶어 하는 간절함도 있었다.

비록 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 만큼 뛰지 못했지만 피지컬 좀 더 키우고 기본기 잘 다지면

어디서든 주어진 시간 안에 코트에 뛰는 5명 속 녹아드는 선수가 될 것이다.


양인영,

잘 모르겠다 사실 이번 시즌은. 몸이 남들보다 늦게 만들어진 건 충분히 듣고 알았지만

주장으로서 그 어린 애들이 벌벌 떠는 코트에 들어와 얼마나 간절함을 보여주며 다독인건지.

실망이 있단 건 그만큼 기대도 있다는 거니까, 스스로 그 아픔을 비시즌 동기부여로 삼길 바란다.


아직 이게 끝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당연히 실감도 딱히 나질 않아

술을 쉬지도 않고 마셨음에도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

게다가 여전히 계속 막판 레이업 미스나 에어볼 장면이 머리를 때린다.


다시 보기를 보지 않았던 건, 그 장면들을 아쉬워 할 게 뻔했다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것도 실력임을 인정하는 법을 더 배워야 하나보다.


삼성생명이 잘 했던 건, 어쩌면 본인들이 잘하고 못하는 것들을

하나은행보다 더 냉정하게 인정했던 것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이상범 감독에겐 이 한마디 해주고 싶다.


경험부족이라는 단점을 숨기기에만 급급하다보니, 정규시즌 내내 보여왔던 장점들조차

부각시키지 못한 시리즈였다고.